얼마 전 유선경 작가의 <어른의 어휘력>을 인상 깊게 읽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고 있던 차에 이 책 <어른의 맞춤법>이 눈에 띄었다.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지, '유선경'작가로 검색해서 확인한 동일 저자의 책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으려고 책의 겉표지를 넘기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다른 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온라인 서점의 AI가 비슷한 유형의 책을 소개해 준 것을 나도 모르게 같은 작가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맞춤법에 대한 관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어른의 맞춤법>보다는 여러 면에서 내용도 빈약하고, 글의 밀도도 떨어진다. 비슷한 부분은 그냥 제목 정도라고만 보면 되겠다. 내용도 인터넷에서 조금 검색해 보면 찾을 수 있는 수준이고, 헷갈리는 단어나 잘못 쓰는 용어들은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면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단, 책을 잘 읽지 않거나 길게 글을 쓰지 않고 SNS 위주로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참고될만한 내용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책에 나온 맞춤법을 다 안다는 말은 아니다. 글로 쓰면 손에 익어 틀리는 일이 별로 없는데, 두 단어 중 어느 게 맞는지 눈으로 보고 비교해보자니 헷갈리는 것들이 있어 몇 가지 적어보면,
* '~대, ~데'로 쓸 때 각기 다른 의미임
: 이번 독감 주사는 은근히 독하데(대)
-> 부정, 의문,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는 '~대'
이번 주사가 독하냐고 물어볼 때, 독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듣고 전달할 때
-> 자신이 경험한 것을 직접 말할 때 '~데'
내가 주사를 맞아보니 독한 것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 '안' 과 '않'
: 안 해요, 않해요... 오지 않는다. 오지 안는다.
-> 서술어 앞에 쓸 때는 '안'을, 서술어 뒤에 놓일 때는 '않~'을 사용한다.
* '만듬, 만듦'
->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이 'ㄹ'받침으로 끝나면 'ㄹ'이 탈락하지 않는다.
* '결제, 결재'
-> 결제는 값을 치르는 것, 결재는 안건을 승인...기억하기 쉽게하려면, '경제는 결제'
* '맞추다, 맞히다'
: 과녁을 ~, 답을 ~, 끼워~
-> 둘 이상의 대상을 서로 맞게하는 것은 '맞추다' 끼워 맞추다, 퍼즐을 맞추다
* '배다, 베다'
: 베개를 베다, 아이를 배다, 칼로 베다
-> 베개를 베다 만 기억해 두면 됨
* 구렛나루 X, 구레나룻 O, :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우리가 아는 구레나룻은 '자분치'
* '단언컨데, 단언컨대'
-> '단언하건대'의 준말, '단언하는데'는 다른말.
* '뒤치다꺼리, 뒤치닥거리'
->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어야 한답니다. '뒤치다꺼리'
* '부기, 붓기' ~를 어떻게 빼지?
-> 부종으로 인한 부은 상태, 부기
* '쓰레받기, 쓰레받이' ~좀 가져다 줘
-> 씨받이, 총알받이,.... 쓰레기는 받기..쓰레받기
* '어따 대고, 얻다 대고' ~ 말대꾸야
-> 어디에다의 줄임말, 얻다 대고
* '윗어른, 웃어른' ~께 인사를 잘하자
-> 위, 아래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웃어른' 위와 아래가 대립하는 단어가 있을경우 '윗~'
* '유도 심문, 유도 신문'
-> 유도 심문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나, 유도 신문이 맞음
* '한 웅큼, 한 움큼'
->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 한움큼
* '핼쓱하다, 핼쑥하다'
-> 핼쑥하다. 해쓱하다 로 씀
* '허구한 날, 허구헌날'
-> 허구하다. 매일매일...하구한 날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 규정]
1.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2.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3.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4. 수를 적을 적에는 '만'단위로 띄어 쓴다.
5. 두 말을 이어주거나 열거할 적에 쓰이는 말들(겸, 내지, 대, 등, 및, 등등, 등속, 등지)은 띄어 쓴다.
6.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7. 보조 용언은 뜨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8.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9.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10.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