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사 연구가의 최고 전문가 실라 피츠패트릭이 저술한 『아주 짧은 소련사』가 번역되어 바로 구입했다. 이 책은 전체적인 러시아 혁명에 대한 개관을 하면서도 동시에 소련 연구에 대한 균형 잡힌 정리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는 입문서이다. 1922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의 전체 역사를 읽기 쉽게 요약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풍성하게 제시하면서도 가장 수준 높은 학문적 기준에 부합하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레닌부터 푸틴까지의 역사를 읽어보며 머리 속에 계속 맴도는 질문은 “과연 이것은 실패한 실험인가?” 라는 점이다. 실패인지 성공인지, 혹은 실험인지 아닌지 그 어느 단어도 쉽게 단언하거나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현우(로쟈) 작가의 다른 책을 읽다가 발견한 부분인데 ‘비록 실패로 끝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역사의 뒤안길로 용도폐기 할 수는 없는 점이다. 그것은 실패 또는 성공이라는 시도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라는 대목은 이 책과 함께 곱씹어 볼만하다. 적어도 마르크스와 레닌이 꿈꾼 볼셰비키 혁명이라는 것은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모든 것이 그렇듯, 한 번 시작된 것은 그 이후에는 통제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이되어 나가는 것이다. 변이된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시작의 이유와 의미를 간단히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