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란 쉽지 않다. 내 한 몸, 내 가정을 간신히 영위하면서 살아가는데 그런 데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은 사치라 여겨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는 수준을 막론하고 나의 삶, 내 가족의 삶, 내 지역 사회의 삶, 내 나라의 삶, 그리고 지구적 규모에서의 삶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부정할 수가 없다.
사실 경제라는 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포괄하고 있는 것인지도 애매하다. 매우 좁게 볼 수도 있지만, 또 어떨 대 보면 삶의 모든 면을 감당하고 있는 것처럼 다룰 때도 있다. 너무 광범위해서 그 이해에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거기에 경제에 대한 해설이나 예측에 대해서도 그 견해에 정치적 선입견이나, 혹은 그 밖의 편견이 작용하는 경우가 흔해서 똑 같은 현상을 두고도 서로 다른 결론과 예측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경우 ‘경제를 모르는 우리는’ 헷갈리고, 허탈하기만 하다.
경제부 기자 박병률이 쓴 『경제를 모르는 그대에게』는 경제에 대해 모든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다양한 관점이 다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냥 속시원히 무엇이 옳다고 해버리면 독자 입장에서는 편할 것 같지만(저자 입장에서도), 그게 언제나 정답이라고 할 수 없기에 저자는 애써 두 가지의 입장을 모두 옹호하고 설명하고 있다.
그가 택한 경제에 대한 질문은 모두 여섯 가지다.
- 인구 감소는 한국 경제의 재앙일까, 기회가 될까?
- 국가 재정에 관해 더욱 고삐를 죄야 할까, 이제는 써야 할까?
- 집값은 더 상승할까, 이제는 떨어질까?
- 가상통화는 사기일까, 미래일까?
- 삼성전자는 절대 망하지 않을까, 아니 망할 수도 있을까?
- 중국은 결국 몰락할까? 중국의 세기가 올까
하나 같이 매스컴을 통해 줄기차기 다루어지는 흥미로운 주제이면서, 경제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리고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이면서, 사회적인 문제,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기자 박병률은 아마도 자신의 견해가 있을 테지만(언뜻언뜻 그게 보이기도 하지만) 거의 편견 없이 양쪽 입장의 근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질문의 답은 있다. 나중까지 가보면 된다. 미래에는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으로 판가름이 나 있을 것이고, 완벽한 판가름이 아닐 지라도 어느 쪽이 옳았던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정답이 없다. 나중에 옳은 것으로 판명이 난다고 해서 지금 얘기하는 것이 옳다, 그르다고 쉽게 얘기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앞으로의 상황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경제 주체의 상황 판단과 대처라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 상황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 책은 ‘코로나-19’ 이전의 세계에서 쓴 책이고, 이 코로나-19를 예측할 수도 없었다. 코로나-19는 여기에서 한 예측과 그 근거를 완전히 쓰레기로도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변수는 앞으로도 계속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시도가 의미가 없을까? 아니다. 경제 상황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노력은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국민들도 경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정치적 입장에서 나온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를 이해하고, 반대쪽의
주장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도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제의 주체로서 정말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작가 박병률씨는 경향신문의 경제부 기자이다.
소개에 보니 경제를 읽는 힘을 가지려면 경제와 친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영화와 문학, 대중문화를 통해 경제의 눈높이를 낮추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박병률의 경제전문채널 SBS CNBC <영화 속 경제코드>를 찾아보게 되었다.
난 최근에 개봉된 영화 <극한직업>을 엄청 재미있게 보았다.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로... 마침 이 영화를 경제코드와 접목시킨 동영상이 있어 구미가 당겨 보게 되었다. 마약반 형사들이 마약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범죄 조직의 아지트 건너편에 있는 치킨집을 울며 겨자먹기로 인수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에서 경제개념을 두 가지나 도출해낼 수 있었다. 어디에 관점을 두고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양한 시각이 생긴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형사들이 우연히 개발한 ‘갈비맛통닭’이 순식간에 사람들 입소문을 타면서 대박 아이템이 되는데 갈비맛통닭의 성공 비결은 "퍼플오션"으로 설명할 수 있다. 퍼플오션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을 합한 말로 포화상태였던 시장(레드오션)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또 다른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치킨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지만 치킨에 갈비맛을 접목한 ‘갈비맛통닭’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냄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갈비맛통닭을 맛본 사람들은 그 맛에 감탄하며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치킨집을 찾아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정보를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으로 "밴드왜건효과"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경제상식사전을 보았다. 거기에서 "퍼플오션"과 "밴드왜건효과"가 기초체력쌓기편에 나와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서도 이렇게 쉽게 접목시킬 수 있으니 진짜 이해가 빠르고 쉬워서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영화 속 경제코드>를 자주 볼 것 같다.
사설이 길었다. 아무튼 저자는 대중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하려는 노력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책의 내용은 6개의 핫이슈로 최근 경제의 핵심을 이해하려고 한다. 6개의 키워드는 인구, 재정, 집값, 가상통화, 재벌, 중국이다.
하지만 무 자르듯이 앞으로 경제는 이렇게 된다하는 정확한 답은 없다. 왜냐하면 경제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단도직입적인 장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경제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를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함이다.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 선택과 책임을 동시에 질 수 있기 위해서 바로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생각을 넓힐 수 있도록
양 측면(흥/망)에서 각 이슈들의 주장과 내용을 담고 있다.
1장 인구가 줄어들면 한국경제는 흥할까, 망할까?
2장 곳간에 풀면 한국경제는 흥할까, 망할까?
3장 거침없는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흥할까, 망할까?
4장 가상통화는 흥할까, 망할까?
5장 삼성전자는 흥할까, 망할까?
6장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 흥할까, 망할까?
내 생각은 어느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나... 양쪽의 내용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첫번째 인구문제이다. 우리 나라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팩트다. 하지만 인구때문에 한국경제가 더 힘들어질거라는 생각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경제성장의 요소들을 꾸준히 연구개발한다면 인구감소에 따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정부가 양적완화(정부가 시중에 돈을 많이 푸는 것)를 하는 것이 한국경제 도움이 될 지 어떨지에 대한 접근이다. IMF를 겪으면서 돈 없는 설움을 톡톡히 당한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선진국의 압박에도 양적완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즉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는 한국정부가 보수적으로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경제주체 중에 몸집이 가장 큰 정부가 돈을 너무 쓰지 않으면(곳간을 열지 않으면) 복지측면 등에서 가장 취약한 경제주체인 가계는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가계부채가 늘지 않도록 돕는 정부의 양적완화는 좋다고 생각한다. 중산층의 몰락이 가져오는 비극을 보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맷집이 가장 작은 가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세번째 부동산 시장이다. 난 결론적으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의 증가, 인구 감소 등으로 집값은 계속해서 내려갈 것이라고도 한다. 물론 비인기지역에서는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돈이 문제지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집은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싶다.
네번째 가상통화이다.
난 솔직히 실물이 아닌 것은 믿지 못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도박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1비트코인이 1천만원 보다 높은 가격인지 내 기준에서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란 신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 결제시스템,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LOT), 저작권 분야 등에서 놀라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한 것이다.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로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른다.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다섯째 삼성전자의 앞으로의 흥망이다.
이 책에서 정확한 수치를 통해 삼성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대마불패의 신화를 계속 써내려갔으면 한다.
연 매출액 240조(국내 GDP 15% 달하는 금액)에 영업이익 50조원이 넘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이 크다. 2017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도 페이스북, 도요타보다 우위인 6위를 차지한 만큼 독보적인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만 더 이상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고 좀 더 투명한 기업혁신이 수반되었으면 좋겠다.
여섯번째 중국의 위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바꾼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양적인 성장은 놀랍게 해왔지만 이것이 질적인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따라 중국의 흥망은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스스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 만큼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해가고 있다. 또한 민간 부문의 혁신은 그야말로 놀랍다. 특히 알리바바,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의 약진은 벌써 우리나라를 뛰어넘었다. 중국이 망하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도 직격탄이 된다. 옆집 100층 건물이 무너지면 10층 건물들은 온전하겠냐는 비유가 너무나도 절묘하다. 그래서 나는 중국의 흥망에 관심을 갖기 전에 우리 나라의 위상부터 신경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불똥이 튄 건 우리의 현실이니 1, 2위를 다투는 패권싸움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실리를 챙겨야한다. 그래서 위험분산 차원에서라도 시장의 다변화에 촉각을 세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메이트북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박병률 작가님의 경제를 모르는 그대에게를 구매하여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재밌어요. 솔직히 경제 진짜 아는게 없는데 막상 책 읽어보면 너무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다는 걸 깔고 시작해서 어려운 책들이 많은데 이건 비유적으로 말해주는 것도 많고 비트코인이라든지 대기업이라든지 요새 흥미로운 주제들도 다루면서 쉽게 설명해줘서 좋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