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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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뇌과학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리뷰 총점 9.5 (53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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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심리/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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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기억의 뇌과학』 기억과 망각에 대한 모든 것!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2.12.04 리뷰제목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에는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데 탁월하다고 여겼는데 말이다.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분명히 아는 인물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입에서 맴돌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검색 사이트에 연관어를 검색해보고 찾는 과정을 겪는다.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내 이야기라 여기면서 책을 읽었다.   나만의 문제가
리뷰제목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에는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데 탁월하다고 여겼는데 말이다.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분명히 아는 인물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입에서 맴돌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검색 사이트에 연관어를 검색해보고 찾는 과정을 겪는다.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내 이야기라 여기면서 책을 읽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다만, 알츠하이머를 늦출 수 있다면, 이왕이면 죽을 때까지 온전한 기억을 가지고 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리사 제노바가 쓴 소설 스틸 앨리스의 동명 영화에서 주인공은 차라리 암에 걸리고 말지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너무 슬프다고 했었다. 물론 정확한 대사는 아니다.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온전한 존재가 아닌 것만 같다. 곁에 있는 사람이, 사랑하는 가족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 그토록 총명하던 분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게 슬프다. 우리도 얼마 뒤 똑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노인이 되었을 때 우리의 반 이상이 알츠하이머라고 한다. 어느 시기가 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우리라고 피해 갈 수 없다.

 

뇌는 지루하고 익숙한 것들은 지독하게 잘 잊어버리지만 의미 있고, 감정을 자극하고, 예측을 벗어나는 경험들은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저녁 식사가 있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모두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사라진다. (91페이지)

 

의미 있는 일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라면 대부분 그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감정을 자극하는 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무엇이든 맥락이 중요하다. 기억에 관련된 용어를 살펴보자. 일화기억은 내 인생에 일어난 일들에 관한 기억이며, 섬광기억은 충격적이고 의미 있으면서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경험들에 대한 기억이다. 어제 뭐 먹었는지도 기억하기 힘든 요즘 일화기억들을 엮어 자서전적 기억을 만들어도 좋겠다. 일상에서 벗어나 안 가본 도시로 휴가를 떠나는 방법이 있을 거고, 모바일 기기를 끄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 우리가 무엇을 느끼는지 스스로와 소통하기, 반복하여 기능을 강화하고, 오늘 경험한 일을 일기로 남기는 방법이 있다. SNS를 활용하여 기록을 남기는 방법도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을 때 느낌을 간단하게 적어 사진과 함께 올렸던 페이지를 들여다보면 그때의 감정과 기억이 떠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뇌에 저장한 정보를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 활성화하면 된다. 정보를 자꾸 되뇌고, 회상하고 되뇌는 것을 반복하는 거다.

 

일 년 정도 직장을 쉴 때 휴대폰에 시간대별로 알람을 설정하여 사용했다. 미래기억을 위한 단서 남기기다. 어마어마한 고가의 첼로를 깜박하고 택시 트렁크에서 꺼내지 않고 내렸던 요요마처럼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갈 때 잊지 않으려고 현관에 두었던 물건이 쌓여가는 장면을 상상해보니 한편으로는 웃기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거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잊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십 대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하게 된다.

 

시간의 무게를 피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노화로 인한 기억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건강을 위해 누구나 강조하는 것.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고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매일 명상하고, 매일 여덟 시간씩 수면을 취한다면 기억 나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잠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인 셈이다! (226페이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장 두려운 게 알츠하이머가 아닐까.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만성적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알츠하이머병에 좋은 운동은 수면 부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니 더할 나위 없다. 뇌에 인지자극을 주고 싶다면 운동하고, 새 친구를 사귀고, 안 가본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다.

 

낯선 장소를 여행하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잠이 기억을 좋게 한다는 것, 알츠하이머병에 좋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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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뇌는 어떻게 기억하고 망각하는가 -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c | 2022.05.20 리뷰제목
2014년 개봉한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줄리어 무어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린 앨리스가 어떻게 기억을 잃고 자아를 상실해 가는지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줄리어 무어는 이 작품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동명 원작을 쓴 작가는 ‘소설계의 올리버 색스’이자 ‘뇌과학계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라고 불리는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다.   리사 제노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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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봉한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줄리어 무어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린 앨리스가 어떻게 기억을 잃고 자아를 상실해 가는지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줄리어 무어는 이 작품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동명 원작을 쓴 작가는 소설계의 올리버 색스이자 뇌과학계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라고 불리는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다.

 

리사 제노바는 기억과 망각에 관한 뇌과학 교양서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이번 신간은 기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을 우리가 어떻게 꺼내 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경과학의 깊이에 스토리텔링의 흥미를 더해 우리를 기억의 세계로 초대한다.

 

책에 따르면 기억이란 마치 우리가 숲을 가꾸듯이 의미 있게 여긴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기억이 왜곡되고 망각될 때 인간은 오히려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주의집중, 감정, 수면, 맥락과 스트레스 등 본질적으로 더 나은 기억 생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뇌는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도 잊는다. 딸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잊지 않고 반납하고, 내가 지금 부엌에 뭘 하러 왔는지, 안경은 어디에 두었는지도 제발 좀 기억났으면 좋겠다. 나한테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말 중요한 일들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잊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개는 뇌에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아서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건망증은 뇌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억의 작동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이 작동하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하고 덜 잊어버릴 것이다.” - ‘들어가는 말’에서

 

우리나라 65세 노인 중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는 열 명 중 한 명, 이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해 2024년이면 1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저자는 이같이 경고한다. “당신이 치매가 아니라고 안심한다면, 당신은 그 치매 환자의 보호자로 살고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각종 강연을 통해 기억과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대한 대중의 이해에 기여해왔다. 단순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가령 휴대폰과 열쇠를 손에 들고 찾는 것은 단순한 건망증이지만, 휴대폰과 열쇠를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치매의 증상이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기억에 치명적인 손상을 불러와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와인이나 초콜릿, 퍼즐이나 카드놀이 등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가설에 기대기보다, 독서나 타인과의 만남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에 접근하고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단,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누릴 때 비로소 치매에 저항하는 뇌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조슈아 포어는 기억력 대회의 우승자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기억비법을 전해 듣고 자신도 따라 해보기로 했다. 그는 평소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리고 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종종 까먹는 보통 두뇌의 소유자였으나 하루 1시간 훈련으로 1년 만에 전미 기억력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우리는 기억이 저장되고 사라지는 방식을 이해하면 기억력을 충분히 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효율적인 학습과 창의적인 활동도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기억하고 싶은 정보를 머리에 쏙쏙 넣고, 기억한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제안하는 16가지의 팁에 귀를 기울여보자.

 

1. 주의를 기울인다.

2. 본다.

3. 의미를 부여한다.

4. 상상력을 동원한다.

5. 공간, 공간, 공간을 활용한다.

6. 나와 연관시킨다.

7. 극적으로 연출한다.

8. 변화를 준다.

9. 연습하면 완벽하게 잘 할 수 있다.

10. 다양한 단서를 활용한다.

11. 긍정적 택도를 갖는다.

12. 보조장치를 사용한다.

13. 맥락이 중요하다.

14.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15. 충분히 잔다.

16.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면 고유명사를 일반 명사화한다.

 

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문을 참고하자. 이 책은 기억에 대한 교양은 물론이거니와 심오한 과학적 상식까지 한아름 안겨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0
종이책 기억의 뇌과학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7 | 2023.02.27 리뷰제목
[기억의 뇌과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으로 읽힌 이유를 읽어보니 알것 같았다.  우리를 괴롭히는 저질 기억력의 이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잦아지는 건망증으로 인한 낮아진 자존감에 대한 위로를 주면서 다시 다잡아 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알려준다.  기억의 조건은 주의집중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요즘 기억력이 저하 되고 있다면 신경이 분산되어서 주의를 집중
리뷰제목

[기억의 뇌과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으로 읽힌 이유를 읽어보니 알것 같았다. 

우리를 괴롭히는 저질 기억력의 이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잦아지는 건망증으로 인한 낮아진 자존감에 대한 위로를 주면서 다시 다잡아 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알려준다. 

기억의 조건은 주의집중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요즘 기억력이 저하 되고 있다면 신경이 분산되어서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고 주의분산으로 인해 기억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억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이란 부록이 마지막에 나온다. 

1. 주의를 기울인다.

2. 본다

3. 의미를 부여한다

4. 상상력을 동원한다.

5. 공간, 공간, 공간을 활용한다

6. 나와 연관시킨다.

7. 극적으로 연출한다. 

8.변화를 준다

9. 연습하면 완벽하게 잘할 수 있다.

10. 다양한 단서를 활용한다. 

11.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12. 보조장치를 사용한다.

13.맥락이 중요하다.

14.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15. 충분히 잔다. 

충분히 잔다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내 자신을 본다.

잠을 워낙 좋아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잠으로 하는 나에게 14, 15번을 한 번에 클리어 하면서 기억력을 높이고 있었다며 무한 신뢰와 응원을 했다.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칭찬 받는 부분이 있다니 이것 또한 힐링이 된다. 그래서 이책이 사랑 받는게 아닐까?

기억력 책인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묘한 부분이 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종이책 기억의 뇌과학, 내가 기억하고 망각한 모든 것들 평점10점 | h****i | 2022.05.17 리뷰제목
<기억의 뇌과학>에서는 사람이 무언가를 기억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관찰한 결과를 근거로 뇌는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는지 설명한다. 미리 언급하자면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기억의 과정은 컴퓨터의 하드웨어에서 일어나는 기계적인 저장 과정이 아니다.   2020년에 방영된 TV 드라마 중에 '그 남자의 기억법'이라고 기억하는 분들이 계시려나? 간단히 드라마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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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뇌과학>에서는 사람이 무언가를 기억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관찰한 결과를 근거로 뇌는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는지 설명한다. 미리 언급하자면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기억의 과정은 컴퓨터의 하드웨어에서 일어나는 기계적인 저장 과정이 아니다.

 

2020년에 방영된 TV 드라마 중에 '그 남자의 기억법'이라고 기억하는 분들이 계시려나? 간단히 드라마 내용을 소개하자면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1년 365일 8760시간을 모조리 기억하는 앵커가 사랑하는 여자와의 기억을 가진 채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다시 보기로 쭈욱 이어봤는데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으니 추천합니다요. 배우 김동욱과 문가영에 대한 사심이 가득 담긴 추천인 것은 미리 밝혀두겠음!)

 

<기억의 뇌과학>이라는 책의 서평을 쓰면서 하마터면 `그 남자의 기억법`에 대한 감상평이 나오려 했으나 얼른 정신을 차리고 책의 내용으로 돌아오면, 드라마 주인공이 가졌던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것은 실제 존재한다. 과잉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100명 미만)은 '일화 기억'을 '섬광 기억'처럼 모두 기억한다.

 

어제저녁에는 된장찌개를 먹었지만 일주일 전 저녁엔 무엇을 먹었는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처럼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화 기억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뇌에서 무시되며, 무시는 망각으로 이어진다. 섬광 기억은 특별한 감정과 충격이 덧입혀진 기억으로 이를테면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사건이 보도되던 날의 나를 기억해 내는 것이다. 나는 그날, 사무실에서 주위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처음 그 사건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 기억은 여기까지이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 날짜는 기억해 냈지만 그날 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에 과잉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매일 반복되는 일화 기억을 섬광 기억처럼 정확히 기억해 낸다. 그들도 남의 얼굴이나 전화번호를 외우고, 열쇠 둔 곳을 기억하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억력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일화 기억에서만큼은 초능력과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 과잉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97퍼센트는 무작위로 질문한 날짜 1992년 6월 15일이 어떤 요일인지 정확하게 맞혔고, 87퍼센트는 확인 가능한 사건을 댔으며, 71퍼센트는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함으로 일화 기억을 떠올렸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과잉기억 증후군'의 초능력과 같은 기억력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으나,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기억과 망각이라는 활동은 서로를 상호 보완하는 것으로 어느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활동이다. 기억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망각은 저절로 되는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잊는 것이 늘 쉽지만은 않다. 현관의 번호 키를 수년간 사용하다가 어떠한 계기로 비밀번호를 바꿔야 했을 때, 한동안 예전 비밀번호를 눌렀다가 다시 새 비밀번호를 누르는 일이 반복되었던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가 새로운 비밀번호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 기억으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준다. 기억은 뇌에서만 일어나는 작용인 줄 알았는데, 손가락에서도 일어날 줄이야. 예전 비밀번호나 잘못 배운 골프 스윙 동작처럼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 근육 기억을 새로운 기억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처음 배울 때의 과정을 반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여러 번 반복해서 입력하고, 더 나은 스윙 동작이 저절로 나올 때까지 계속 클립을 휘둘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근육 기억을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새로운 기억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한 활동이다. 그에 비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있어 기억을 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이다. 매번 청하지도 않은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고통은 가중되고 자기도 모르게 기억을 더 뚜렷하게 각인시킨다.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성폭력, 교통사고, 전쟁터에 대한 기억을 멈출 수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나쁜 기억을 지속적으로 떠올리면서 기억에 변화를 가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전문 치료사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며, 적극적인 치료 활동이 개입되어야 한다.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기억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기억에 변화를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현재의 평온한 상태에서 나쁜 기억을 떠올릴 때 그 기억은 지금의 기억이 덧입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서평을 통해서 이전의 나쁜 기억을 글로 써 내려간 경우가 있었는데, 따뜻한 댓글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나쁘기만 했던 그 기억이 이제는 내 글에 공감해 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 이들을 기억해 내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망각이 인간에게 있어 기억만큼이나 꼭 필요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노화에 의한 기억 저하는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휴대폰을 어디에다 뒀는지 잊어버리고 찾는 일이 반복된다.   발견한 곳이 비록 냉장고 안이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휴대폰을 찾고서도 이것이 어떤 용도로 쓰는 물건인지 잊어버리는 것은 장애가 된다. 기억 체계 내의 병증인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기억 소실을 예방하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좋다. 알츠하이머병의 궁극적 원인은 시냅스 손실이다. 뇌는 평균 100조개가 넘는 시냅스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되고 강화된다. 알츠하이머가 이미 진행된 상태라도 아직 손상되지 않은 시냅스(신경 경로)로 우회한다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예비 경로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것을 학습함으로써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순히 낱말퍼즐을 풀면서 이미 학습한 정보를 인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피아노를 배우거나, 새 친구를 사귀고, 안 가본 도시를 여행하는 것, 독서 활동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노력과 식이습관, 운동습관, 수면습관 등등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는 날이 온다면 <기억의 뇌과학> 저자가 수 십 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로부터 배운 세 가지 가르침을 통해 위로받길 바란다.

 

1.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내일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계속된다.

2. 감정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과 기쁨을 이해하는 능력에는 변함이 없다. 5분 전에 들은 말을 잊어버리고, 지금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을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는 기억할 것이다.

3.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기억의 뇌과학, 242~243pp

 

 

<기억의 뇌과학>의 저자인 리사 제노바는 신경과학자로서 거의 10년간 청중들 앞에서 알츠하이머병과 기억에 대한 강의를 했고, 예외 없이 기억과 건망증에 대한 개인적 고민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대개 부모와 배우자가 알츠하이머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단순한 건망증인지, 알츠하이머의 전조증상인지 궁금해하고 두려워한다. 저자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왜 사람 이름이며, 차를 주차한 위치며, 오늘 비타민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잊어버리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고 인출되는지 자세히 알려주면서 결국 잊어버리는 것은 병적인 증상이 아님을 이야기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기억력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단어인데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설단 현상을 겪을 때 고민하지 말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라는 저자의 권고를 실행할 것이다.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게 되면 중학교 수학여행을 어디로 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 성함을 한 명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초조해 하지 않을 수 있다. 기억은 결국 내가 기억하고 망각하는 모든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서평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싶은 그대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겠다.

 

어렵게 외우고 기억한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 16가지

1. 주의를 기울인다 : 멀티태스킹 금지!

2. 본다 : 기억할 대상의 형상화

3. 의미 부여 : 기억할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스토리텔링)

4. 상상력 동원 : 통통 튀는 시각이미지

5. 공간 활용 : 기억할 대상을 특정한 장소에 두는 것 (ex 기억의 궁전, 훈련이 필요하다)

6. 나와 연관시킨다 : 기억할 대상의 나의 개인사와 연결

7. 극적으로 연출 : 기억할 대상에 감정 싣기!!!!!!

8. 변화를 준다 :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주기

9. 연습하기 : 반복, 반복만이 살길이다

10. 다양한 단서활용 : 때로는 냄새도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

11. 긍정적 태도 : 긍정적 태도는 더 많이 기억할 수 있게 만든다.

12. 보조장치 사용 : 일정관리앱을 사용하라!

13. 맥락이 중요 : 기억이 형성될때의 내적,외적조건이 일치할때 더 신속하게 기억해낼 수 있다. 

14. 스트레스 관리 : 스트레스는 기억 해마를 줄어들게 만든다.

15. 충분히 잔다 : 오늘의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히 자야한다. 

16. 사람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면 고유명사를 일반 명사화 한다 : 이게 뭔말이냐면 '한정식'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때 한정식 식당을 떠올린다면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그보다 더 흔한 이름인 수정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면, 크리스탈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기억의 뇌과학 250~262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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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기억의 뇌과학 평점10점 | d******f | 2022.05.08 리뷰제목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책은 바로 신경학박사이신 리사 제노바 박사가 쓴 ''기억의 뇌과학''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과연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하나둘 해결해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신비로운 인간의 기억에 대해서 뇌과학으로 풀어나가면서 인간 존재의 신비함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에 대해서 의심해보고 검
리뷰제목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책은 바로 신경학박사이신 리사 제노바 박사가 쓴 ''기억의 뇌과학''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과연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하나둘 해결해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신비로운 인간의 기억에 대해서 뇌과학으로 풀어나가면서 인간 존재의 신비함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에 대해서 의심해보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는 인간의 뇌과학 이야기를 섭렵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인간의 기억과 또 망각에 대한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궁금했던 점들을 파헤쳐볼 수 있도록 심도있는 탐구를 열어주는 이 책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기억의 과학'을 열면서 진정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첫 호기심을 표출하고 다양한 기억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요, 작업기억과 근육기억, 의미기억, 그리고 섬광기억까지 모두 배워보고, 망각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임도 알려줍니다. 이름하여 '망각의 예술'이라 명명하며 '망각이 우리를 살게 한다'라는 메시지도 줍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무서운 미래도 체크해줍니다. 더불어 어떻게 해야 우리의 기억을 가꿀 수 있는지도 그 방법을 알려주네요. 잠의 중요성과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하는 우리의 뇌 이야기를 진지하게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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