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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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리뷰 총점 9.8 (18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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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대중문화 > 예술일반/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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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 후기 그림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보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23.10.28 리뷰제목
그동안 많은 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미술 대중서를 여러 권 읽었다. 읽은 책 대부분은 서양미술이나 현대미술 분야라 우리나라, 특히 조선시대 미술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배운 그림 외에 딱히 아는 것이 없다. 이번에 아이들과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노란색 표지가 눈에 띄어 읽게 된 「조선미술관」은 조선 후기 풍속화와 기록화를 한 권에 담은 미술대중서로 중국의 그늘에서 벗
리뷰제목


 

 그동안 많은 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미술 대중서를 여러 권 읽었다. 읽은 책 대부분은 서양미술이나 현대미술 분야라 우리나라, 특히 조선시대 미술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배운 그림 외에 딱히 아는 것이 없다. 이번에 아이들과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노란색 표지가 눈에 띄어 읽게 된 조선미술관은 조선 후기 풍속화와 기록화를 한 권에 담은 미술대중서로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문화가 꽃피었던 조선 후기의 모습을 잘 표현한 책이다.

 

 조선미술관에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7인의 그림과 숙종 ,영조대 궁궐 행사인 기로소 입소를 담은 기록화를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조선 후기 사생활과 공공생활을 엿볼 수 있다. 책에는 고미술계 최고의 해설가인 저자 탁현규가 엄선한 50여 점의 조선 후기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사진이 발명되기 전 조선 후기 사회를 생생히 읽어내는데 좋은 사료가 된다.

 
 


<김득신, 밀희투전>

 

 도박 하면 카라바조의 <속임수를 쓰는 사람 혹은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이나 라투르의 <사기 도박꾼>이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이 그림들은 도박 현장에서 속고 속이는 도박꾼들의 생생한 모습과 당시 유행하던 복장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조선 후기에도 서양화가인 카라바조나 라투르의 그림 못지 않은 도박 그림이 있으니 정조 시대 화원이었던 긍재 김득신이 도박을 소재로 그린 <밀희투전>이다. <밀희투전>은 방에 모인 노름꾼 네 명이 중국에서 수입한 투전 놀이를 하고 있는 그림인데 탕건을 쓰고 각각의 도포를 입은 모습이 양반이기보다는 아전으로 보인다. 그림 속 노름꾼 네 명의 진지한 얼굴 표정과 패를 내거나 어떤 패를 낼 지 고민하는 모습들을 통해 노름 현장의 긴장감을 느깔 수 있는데 조선 후기 천재화가 김득신의 뛰어난 그림 솜씨를 알게 된다.

 


 


<노중상봉, 신윤복>
  

  조선 후기 김홍도, 김득신과 함께 조선 3대 풍속화가로 불리는 신윤복은 양반과 기생, 남녀간 어울리는 모습들을 주로 화폭에 담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신윤복의 그림 중 <노중상봉>은 평민 남성들이 등장하는 유일한 그림이라고 한다. 부부의 옷차림을 보면 양반이 아니라 평민임을(남성의 옷차림은 패랭이를 쓰고 두루마기를 거쳤고, 여성은 커다란 삿갓에 흰 저고리에 무명치마를 입고 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두 평민 부부가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머리를 땋아 올린 두 부인 중 왼쪽 부인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장면은 신윤복이 모두에게 모자를 씌어두면 답답해 보이기에 부인 한 사람의 삿갓은 벗겨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림에 등장하는 두 평민 부부의 표정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데 오른쪽 부인보다 예뻐보이는 아내를 소개하는 자신감 가득찬 남성의 표정과 오른쪽 남성을 쏘아보는 듯한 왼쪽 여인의 시샘어린 표정을 통해 신윤복이 심리 묘사의 대가임을 알게 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의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조선미술관」은 이 밖에 조영석의 <현이도>, 김홍도의 <포의풍류>, <귀인응렵>, <마상청앵> 정선의 <사문탈사>, <어초문답>, 신윤복의 <임하투호>, <납량만흥>, <기방무사> 등 조선 후기 천재 화가들이 그린 다양한 풍속화를 통해 당시 양반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기해기사첩 중 기사사연도>

 

  풍속화에 이어 숙종과 영조 시대 궁중기록화인 <기해기사첩>과 <기사경회첩>을 통해 궁궐 안의 공공 행사도 생생히 엿보게 된다. 임금은 60세, 정2품 문신들은 70세 이상 때 기로소로 들어갈 수 있는 왕조 국가의 가장 큰 경사인 동시에 관료사회에서 가장 영예로운 모임으로 화첩을 통해 숙종과 영조의 기로소 입소와 관련된 행사들을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활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을 시대를 초월해 만나게 된다.  조선미술관」에서는 저자 탁현규가 미술관 안에서 작품을 따라 안내하며 설명을 해주듯이 화첩에 담긴 행사 순서와 등장인물들을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당시 참석한 인물들과 행사 복식,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백성들도 만날 수 있다(특히 행사에 참여한 두 노인의 흥겨운 춤사위는 기로소의 백미다). 예전 같으면 고미술관에서 기로소 화첩을 관람한다면 고미술 작품 중의 하나로 그냥 지나쳤을텐데 이 책을 완독한 지금이라면 서양화가들의 명화들처럼 궁중기록화 앞에서 오랜시간 머무를 것 같다.

 


 


<기로세련계도, 김홍도>

 

   조선미술관」에서 흥미로운 작품이 궁궐 밖 경로잔치를 그린 정선의 <북원기로회도>와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이다. 특히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는 김홍도가 병들기 전 마지막에 그린 그림으로 그가 평생 그린 진경산수화와 풍속화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다. <기로세련계도>는 개성에 사는 칠십 넘은 노인 64명의 송악산 아래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에서 벌인 경로잔치를 그린 그림으로 경로잔치의 즐거운 분위기를 잘 담아 내고 있다. 이 그림에서는 '다 그리면 재미없다'라는 진경산수화의 제1법칙과 함께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단풍을 옅게 그려 그림의 격조를 높였다고 한다. 그림을 차근차근 보면 흥미로운 모습들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되는데 어느 잔치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듯이(주객이 전도되어) 술이 너무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체 땅바닥에 주저앉은 선비(옆에 있는 두 사람이 난감해 하고 있다)부터 큰 기대를 안고 주방으로 향하는 걸인의 모습 등 개성 노인들의 대규모 경로잔치를 김홍도의 기념비 같은 그림으로 만나게 된다.

 

 조선미술관」은 고미술 최고 해설가인 저자 탁현규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조선 미술 입문서로 미술관의 전시실 순서대로 관람을 하듯이 구성되어 있어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 탁현규의 해설을 들으며 조선 후기 그림들을 관람하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독서였다. 미술 애호가나 미술 분야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하고 싶은 미술 대중서로 조선 후기 대표 화가 7인의 대표 작품들과 기로소 행사를 담은 궁중기록화를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으니 소장가치 또한 높다 하겠다. 이번에 조선미술관」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반납일까지 반납하기 싫을 정도로 조선 후기 찬란하게 꽃피웠던 궁중 안팎의 우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저자 탁현규가 들어가는 글 중에서 이야기 했듯이 드라마이자 다큐멘터리인 조선 후기 그림들이 담아낸 「조선미술관」은 OTT나 TV에서 느낄 수 없는 큰 감흥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줄 것이다.

 

 (중략)풍속화가 사생활이라면 기록하는 공공생활이고 풍속화가 드라마라면 기록화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조선미술관」에서는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관과 궁궐 안의 행사 기록을 담은 2관으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했다.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을 갖춘 화가들이 펼쳐낸 조선 후기 문화 절정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 9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1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7 댓글 12
종이책 구매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통해 조선의 모습을 탐구하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i*****n | 2023.04.29 리뷰제목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이라는 부제는 이 책이 조선시대 그림을 통해서, 당대의 문화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는 기획 의도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전혀 이질적인 성격을 지닌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통해 당대 민중들과 궁중 생활의 면모를 밝힌다는 점에서 우선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풍속화에는 그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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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이라는 부제는 이 책이 조선시대 그림을 통해서, 당대의 문화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는 기획 의도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전혀 이질적인 성격을 지닌 풍속화궁중기록화를 통해 당대 민중들과 궁중 생활의 면모를 밝힌다는 점에서 우선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풍속화에는 그 시대를 살아갔던 민중들의 삶의 면모가 어느 정도 드러나 있고, 그림에 나타난 형상들을 해석함으로써 당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비록 일부 행사에 그치고 있지만, 궁중기록화 역시 그 행사의 과정과 의미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바로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전혀 이질적인 성격을 지닌 풍속화와 궁중기록화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크게 두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풍속화에 대한 해석을 다룬 1관과 궁중기록화를 다룬 2관의 구분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도슨트의 입장에서 그림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상세하게 따져 독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이라는 제목의 1관에서는 조선시대의 신분제에 따라 양반들과 여인들 그리고 서민들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별도의 전시실로 꾸며 소개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 큐레이터 혹은 도슨트가 되어 독자들에게 대상이 되는 그림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는데, ‘1전시실에서는 풍류로 통하던 조선 양반들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10편의 풍속화에 나타난 양반들의 풍류적인 삶의 면모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김홍도를 비롯한 조영석과 정선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물론 당대 풍속화에 나타난 양상들이 양반 생활의 전모를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는 없지만, 당대의 화가들에게 포착된 풍류의 일면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하다.

 

가부장제 아래의 조선 여인들이라는 제목의 2전시실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4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잇는데, 이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대외적인 활동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사정을 반영한 결과라고 이해된다. 그리하여 화가 가족들의 일상의 단면을 포착한 신한평의 자모육아가 다소 특이한 내용이라고 한다면, 나머지 3편의 그림은 당시 여성들의 삶을 풍속화로 담아냈던 신윤복의 작품이다. ’3전시실에서는 하루하루에 충실한 서민들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6편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으며, 이 역시 화가들의 시선에 포착된 당대 서민들의 생활상의 일부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라는 제목의 2관에서는 왕이 주관하였던 두 차례의 기로연에 관한 기록화와 민간에서 열린 두 차례의 기로연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소개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궁중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은 도화서의 화가들을 통해 그림으로 남기도록 했으며, 특히 중요한 행사의 경우에는 중요한 과정을 있는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 남겼다. 이러한 기록화를 엮어 책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의궤(儀軌)’이며, 이것을 토대로 언제라도 당시와 같은 행사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참석한 사람들의 수와 그들이 입었던 옷과 동원되었던 물건들과 용도, 심지어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까지도 비교적 정확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나이든 신하들을 배려하는 전통은 왕이 그들에게 베풀었던 기로연(耆老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대체로 70세를 넘고 정2품 이상의 고위 관료를 역임했던 관료들은 기로소(耆老所)’에 들 어갈 수 있었다. 왕의 경우 60세 이상이면 기로소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숙종이 59세 되던 해에 1년을 앞당겨 기로소에 들어가는 것을 기념하여 연회를 베풀고 행사가 열린 단계마다 모두 5개의 그림으로 그려 남긴 것이 바로 기해기사첩이다. 이와 함께 영조가 51세의 나이로 기로소에 들어가면서 그 과정을 기록화로 남긴 것이 기사경회첩이다. 저자는 이 두 기록화를 소개하면서, 그림에 형상화된 당시의 궁중 문화의 일단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잇다. 이와 함께 정선이 그린 북원기로회도와 김홍도가 그린 기로세련계도등을 궁궐 밖에도 잔치는 있었다라는 제목을 통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풍속화가 사생활이라면 기록화는 공공생활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이러한 그림들을 통해서 조선 후기 사람들의 공적인 삶의 모습과 사적인 생활 양태의 일부를 엿볼 수 있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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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 미술관 ] 한 번 가보실래요?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23.04.21 리뷰제목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소담>, <고화정담>으로 탁현규 작가를 만났다.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책들로 인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그런 인연으로 탁현규 작가의 출간 소식을 기다리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조선 미술관>이란 책으로 찾아왔다.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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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소담>, <고화정담>으로 탁현규 작가를 만났다.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책들로 인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그런 인연으로 탁현규 작가의 출간 소식을 기다리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조선 미술관>이란 책으로 찾아왔다.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하나의 방법은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답을 떠올려보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 말, 일제시대 생활상은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지만, 기운이 쇠하기 전 조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술품, 특히 당대의 생활과 모임 장면을 담고있는 풍속화와 기록화라고 했고., 저자는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미술관에 꾹꾹 눌러담았다. 

 

1관에서는 조영석, 정선,김득신, 김홍도, 신윤복, 신한평, 김희겸이 남긴 풍속화를 만날 수 있었다.놀이에 빠진 사람들, 자애로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여인, 봄빛을 즐기는 과부의 모습, 달빛에 취해 밤배에 앉아 술을 마시는 어부등 당시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는 그림들은 정감있게 다가왔다. 신윤복의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우리 그림을 볼때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팁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노중상봉>이라는 그림은 두 평민 부부가 길 위에서 만난 장면이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상황, 표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설명을 따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의 표정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우리 그림을 볼때 그다지 표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슷비슷해보였기 때문이었는데, 아는만큼 보인다고 그대로 감정이 실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마음은 모두 같다.시기 질투와 뽐내고 싶은 마음은 기녀와 양반뿐만아니라 평민들도 똑같다는 사실을 신윤복이 몰랐겠는가. 길에서 스치며 만나는 이 짧은 순간에도 사람들이 속마음을 주고 받는 것을 눈빛에 담아낸 신윤복은 진정한 심리 묘사의 대가다. -p139

길 가운데서 서로 만나다 <노중상봉 路中相逢>, 신윤복

 

저자는 신윤복이 심리 묘사의 대가임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알려주었는데, 그 외에도 신윤복 작품의 특징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화원 가운데 조선시대 여인들의 일상생활을 속속들이 기록한 유일 무이한 화가, 로드무비 연출의 대가(길 위가 무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그러고 보니......). 그의 그림들은 조선시대 불교계 상황을 정확하게 기록한 좋은 사료(등장인물에 스님이 많다), 조선문화 절정기 여러 계층들이 입었던 옷을 고증하고 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했다. 

 

기녀 뒤에는 흰 저고리와 푸른 치마, 짚신 차림의 여인이 있다. 보따리를 옆구리에 끼고 따라온 이 여인은 한눈에 봐도 기녀의 몸종이다. 그런데 치마를 오인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 묶었다.기녀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려 입은 것과 반대다. 신윤복 그림 속에 등장하는 기녀들은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치마끈을 돌려 묶었는데 몸종은 같은 천민 계층임에도 치마끈 방향이 반대다.p 141~142

비구니가 기생을 맞이하다 <니승영기 尼僧迎妓>, 신윤복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서는 <마상청앵>을 좋아하는데, 그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선비가 말을 세우고 버드나무를 바라보는데, 버드나무 위에는 꾀꼬리 한 쌍이 앉아있다. 정적인 이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위 쪽 왼편에 쓰여있는제화시 (그림을 보고 느낀 것을 읊은 시) 도 운치가 있었다. 제화시도 그림을 가치있게 하는데 제대로 한 몫을 하는 요소인듯하다.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마상청앵 馬上聽鶯>, 신윤복

 

벼슬없는 선비의 풍류 <포의풍류>에 이러한 글이 있었다. 그림을 보고 있는데 음악이 들려오는듯했던 건 이때문이지 않았을까싶다. 

 

김홍도는 생황과 비파를 능숙하게 연주했음이 틀림없다. 김홍도 지인들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김홍도는 다루지 못한 악기가 없었다고 힌디. 그림에만 천재가 아니라 음악에도 천재였던 것이다. 음악은 세게 여리게 빠르게 느리게 등 4요소가 빚아내는 예술로 , 이는 그림도 다르지 않다.붓끝 선과 먹으로 강약과 완급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면 좋은 그림이 된다. 김홍도가 그린 사람과 동물 그림은 리듬감이 매우 풍부하다. 이는 자신의 음악성을 고스란히 붓끝에 실었기 때문이다.-p26~27

벼슬 없는 선비의 풍류 <포의풍류 布衣風流>, 김홍도

 

2관에는 숙종임금과 영조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는 장면을 그린 <기해기사첩>, <기사 경회첩>이 있었다. 기로소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문신들이 들어가는 관료사회에서 가장 영예로운 모임으로 왕은 신하들과 달리 60세가 되면 들어갔는데, 숙종은 59세 되던 해, 영조는 51세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 기록화들을 통해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다. 5단계를 거쳐 진행되는 행사를 얼마나 자세하게 그림으로 남겼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모두 정1품 기로신으로 앞의 세 명과 마지막 한 명이 떨어져 앉은 이유는 정1품 안에서도 상계와 하계를 구분했기 때문이다. 조선 관료제에서 정1품 상계가 궁극의 품계임을 보여준다. -p 178~179

임금이 경현단에서 기로신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다 <경현당석연도 景賢堂錫宴圖>

 

이 외에도, 조선사회는 품계가 모든 것을 결정하였던 관료사회였다는 것은 그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25년 차이를 두고 그려진 두 그림에서 화원들의 실력 차이, 문화차이를 언급하는 부분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기록화를 통해 우리는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궁중 기록화는 그림체가 딱딱한 느낌이 들어 시큰둥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그림의 부분 부분에 대한 설명을 따라 읽다보니 술술 읽히면서 신기한 느낌까지 들었다. 기록화로서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사실에 충실한 그림이었다. 

 

단원 김홍도,개성 경로잔치를 그리다 <기로세련계도 耆老世聯契圖>, 김홍도

 

 궁 밖에서도 경로잔치는 있었다. 겸재 정선은 한양 경로잔치를, 김홍도는 개성 경로잔치를 그렸다. 춤을 추는 사람들, 잔술을 파는 주모, 잔치라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걸인등 수많은 사람들과 짐을 싣고 온 소들, 우뚝 솟아 있는 소나무까지 왁자지껄한 잔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기록화는 풍속화에 사진이 없던 시절 그려진 진솔한 그림들을 통해 그 시절의 삶을 들여다보고, 현재 우리의 삶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진 멋진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의 미술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지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저자가 말했던 '한국은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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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미술관_탁현규 지음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d*****2 | 2023.03.26 리뷰제목
역사를 좋아하고, 우리 선인들의 문화를 좋아한다. 사실 걱정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요즘 그 어떤 것보다도 핫한 이슈인데도 사람들이 현재에 치여서 덜 신경쓰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바로 세계 1위의 저 출산이다.  207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나라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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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고, 우리 선인들의 문화를 좋아한다. 사실 걱정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요즘 그 어떤 것보다도 핫한 이슈인데도 사람들이 현재에 치여서 덜 신경쓰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바로 세계 1위의 저 출산이다. 

207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나라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너무 슬프게 다가온다. 

지금 그 어떤 정치나 경제보다 나는 이 일이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위정자들은 그렇지 않나보다.  

이 땅이, 선조가 주신 아름다운 문화와 유구한 역사가 사라져 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역시 누군가 볼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 조선 미술관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우리 선조들은 당연히 후손들이 있을 것이고, 그 후손들을 위해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고 남겨주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도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와 이야기를 후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면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런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사람들이 많이 알게 해서 우리나라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또한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는 애국심을 다시 붙잡고, 한국인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답을 떠 올리게 해 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 역시 아름다운 문화와 사람들을 바탕으로 좋은 터전에서 살게 될 것 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 나의 생각은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였는데 그 생각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책이었다. 

저자 탁현규님을 나는 벌써 6년전 과장 승격 교육에서 특강형태로 하루에 2시간씩 이틀동안 수업을 들었다. 아름다운 우리 그림에서 우리의 문화를 설명해 주시는 모습에서 너무나 감동 받았고, 저자의 책을 다 사서 읽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오주석 선생님의 강연도 들은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낀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신간으로 만날 수 있게 되서 너무 좋았다. 

 

책은 문화 절정기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한 권에 담았다. 1관은 궁궐밖의 사사로운 날들이란 제목으로 우리 선인들의 풍속화를 통해 풍류를 알던 조선 양반과 가부장제 아래의 조선 여인들,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살았던 서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2관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로 조선왕중 기로소에 들어간 몇 안되는 임금 숙종과 영조의 기로소 축하연을 기록한 그림을 통해 조선왕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는 걈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를 통해 한양과 개성의 경로 잔치를 보여주고 있다. 

 

첫번쨰는 조영석의 현이도다. 선비 다섯이 나무 그날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현이는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배불리 먹기만 하고 종일토록 마음 쓰는 바 없으면 곤란하다. 장기 바둑도 있지 않은가. 그런 것이라도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림 속에서 쪼그려 앉아 오른손으로 장기 알을 놓는 선비가 지금 "장이야!"를 외치며 승패를 결정지은 것 같다. 얼굴엔 기쁨이 흐르고 왼손으론 갓끈을 만지며 여유를 부린다. 뜻하지 않은 일격을 당한 상대는 왼손으로 자리를 짚고 오른손으로 장기 알을 만지작 거리며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눈에 봐도 누가 이기고 지는지를 그렸으니, 풍속 인물화의 창시자다운 관아재 조영석(1686~1761)의 솜씨가 돋보인다. ---p.19

 

<현이도>는 이후 펼쳐지는 조선 양반 풍속과 평민 풍속화의 출발과도 같은 그림이다. 또한 감식안의 부탁으로 그려진 작품이기 때문에 수요자들 역시 한 시대 미술에서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김홍도 작, <포의풍류>다. 종이창, 픍벽에 살며 몸을 마칠 떄까지 포의 신분으로 그 가운데서 읊조린다. 김홍도는 양반이, 선비가 되고 싶은 중인이었다. 물론 후에 지방관까지 역임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주류 밖의 아웃사이더였다. 그림에라도 그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겸재 정선의 <사문탈시>, 유명한 그림인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등 수많은 명작이 나온다. 

저자는 말한다. 그 시대 선조들의 모습을 보는건 사진이 제일 좋다고. 주관적인 시선이 그나마 덜 개입된다. 하지만 사진은 구한말에나 들어왔다. 일단 그전까지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고, 구한말 우리 선인들은 일제와 서구 열강들 틈에서 힘겨운 생존을 벌이고 있었다. 사진속 우리 선조들은 다 우울하고 슬퍼보인다. 

그래서 절정기의 우리 선조들의 웃는 모습과 힘이 넘치는 시절의 그림을 봐야 더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1관의 1전시실 마지막 작품은 기생집에서 술을 기다리다_<홍루대주>의 신윤복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왼쪽 귀퉁이의 벌거벗은 아이를 데려오는 기생이다. 

첩의 자식도 아닌 기녀의 자식을 두고 누가 아버지가 되는지를 가리는 것 같은 그림이다. 

기방 드라마같은 이 그림은 기방문화에 정통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ㄷ은 연출이다. 문화절정기 한양 기방 풍속을 속속들이 만날 수 있는 것은 기방에 출입하며 예리한 관찰력을 보여준 신윤복 덕분이다. 

 

제 2전시실은 신윤복의 아버지인 일재 신한평의 <자모육아>로 시작한다. 제 2전시실은 주로 여자들에 대한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유일하게 신윤복 부자만이 여자들의 그림을 아주 예리하고 정교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설정이 있던 소설과 드라마도 나왔으리라. 

 

제 3전시실은 하루하루에 충실한 서민들의 모습을 겸재 정선과 김홍도, 신윤복등이 그려내고 있다. 역시나 멋진 그림이 많다. 

 

2관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 기로소에 들어가는 부자 임금이었던 숙종과 영조의 기로소 입소를 축하하는 그림이다. 

기로소란 무엇인가? 한자로 기는 60살, 로는 70살을 의미한다. 그 중 정2품 이상의 문관이며 70세는 넘어야 입소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기로소다.

그런데 숙종과 영조 이 두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는 나이가 예사롭지 않다. 이 두명의 왕은 기로소에 들어가겠다고 우겨서 아버지는 60이 되기 한 해 전인 59세, 아들인 영조는 심지어 51세에 기로소에 들어간다. 

 

종신이 1719년 1월 숙종의 기로소 입소를 건의한다. 세자는 상소문을 읽자마자 부왕꼐 아뢰고 시행하게 한다. 

당시까지 조선왕 중 60세를 넘긴 임금은 창업주인 태조가 유일했다. 2대왕 정종은 숙종대까지 왕으로 인정도 못받고 묘호도 없어서 공안왕으로 불렸고, 그마져도 40대가 되기전에 선위해서 왕위에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기로소 행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일단 태조대왕이 기로소에 입소한 전례가 조선왕조실록에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사방으로 물어물어 결국 김육이나 다른 신하가 기록해 놓은 근거에 의해 기로소행이 결정되고 시행에 옮긴다. 

당시 숙종은 59세였으나 병색이 완연했고, 실제 60세가 된 해에는 병석에만 누워있었다. 결국 그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기로소에 그나마 정상적인 행태로 가고 싶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삼종의 혈맥이라고 불린 효종->현종->숙종으로 이어진 적장자의 왕통을 계승한 숙종이 태조대왕과 동급으로 올려지는 권위의 상승을 꾀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태조대왕이 전례를 제대로 기록해 두지 않아 문제가 되자 숙종대왕의 기로소행을 기록한 것이 바로 기해기사첩이다. 어첩봉안도를 비롯해 임금이 경현당에서 기로신들을 위한 잔치를 베푸는 모습을 자세히 담고 있다. 화첩에는 기로소에 같이 들어간 동기 기로신들의 반신 초상이 남아있다. 영의정 김창집, 강세황의 아버지인 강현 등의 반신상이 있다. 

 

영조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는 기사경회첩을 자세하게 또 알려준다. 영조는 사실 83세까지 살았기에 정식으로도 기로소에 들어갈 수 있는 태조 이후 유일한 임금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의 아들로 정통성 시비에 시달리면서 기로소에 들어가 국가의 어른으로 빨리 존경받고 싶어 51세에 기로소 행을 강행했다. 이후 기로소에 들어가는 임금은 조선의 실질적인 마지막 왕이라 할 수 있는 고종이 51세에 기로소에 들어간다.  

숭정전에서 기로신들의 축하문서를 받고, 기로신들과 음악을 즐기면서 찬을 내려주고 잔치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고 화첩에 기로소 동기들의 반신상이 같이 전한다. 

 

마지막은 조선이 낳은 최고의 임금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한양과 개성의 경로잔치를 그리고 있다. 

말과 글이 넘쳐나고 이미지와 사운드가 넘치고 자고 일어나면 수백, 수천의 영상이 새로 생겨나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자유롭게 찍으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예전 필름카메라처럼 정말 절실한 순간을 차마 잡아내지 못한다. 그렇다. 조선은 이 그림 한 첩으로 당시의 일상을 절절히 그려냈다. 이 그림 아니면 후손에게 이 모습을 전하지 못한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백성의 다채로운 일상부터 왕실의 경사스로운 행사까지 그 시절 '진짜' 조선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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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 미술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4.03.25 리뷰제목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나는, 그림에 감각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내가 유화를 그리는 반에는 대부분 어르신이 많다. 60, 70이 넘은 그분들은 뭘 위해 이렇게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실까? 싶다가도 이렇게 그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기 때문 아닐까? 그림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분 중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망치면 어때 일단 과감하게 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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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나는, 그림에 감각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내가 유화를 그리는 반에는 대부분 어르신이 많다. 60, 70이 넘은 그분들은 뭘 위해 이렇게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실까? 싶다가도 이렇게 그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기 때문 아닐까? 그림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분 중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망치면 어때 일단 과감하게 그려보자 하는 스타일이 있고, 감각은 있지만 실수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 보통은 과감한 쪽이 그림 실력이 빨리 는다고 한다. 나는 후자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림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나이 들면서 정신없이 푹 빠져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그림과 관련된 책은 뭐든 반갑고 좋다. 한동안 서양 미술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조선 시대 미술에 대해 읽었다.


내가 수채화를 대략 8년에서 9년 정도 했다. 지금 우리 반에는 수채화를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내가 처음 수채화를 할 때는 나만 수채화를 했고 모두 유화를 그리고 있었다. 수채화는 깔끔하고 심심하면서, 물의 농도가 중요해 정갈한 느낌이 있지만, 유화랑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잘 그리는 것 같지 않다. 유화에 비해 색이 강렬하지 않은 탓도 있고, 색이 탁해지면 수정할 수 없는 점이 수채화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이제 유화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는데 가끔은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유화를 시작하면 수채화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말을 한다. 유화는 수정이 가능 하지만, 수채화는 그렇지 않기에 다시 시작하기에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


우리가 우리의 미술 수묵담채나 수묵화가 심심하면서 잘 그린 것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 그건 우리가 서양 미술에 익숙해져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이번에 읽은 조선 미술관을 보면서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이렇게 감각적인 느낌으로 구도를 정하고 그림에 이야기를 입힐 수 있는 그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부에서는 궁궐 밖의 일을, 2부에서는 궁궐에서 있었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궁궐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나는 1부가 더 재미있었다. 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 풍류, 가부장 아래 조선 여인들, 그리고 서민의 이야기까지. 그림의 주인공은 대개 돈이 있고 백이 있는 양반들의 고유물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서민들과 여인들의 삶이 그림으로 그려지면서 어떤 글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사실도 좋다. 당시 사람들의 의복이나 행동 그리고 음식이나 놀이까지. 시대를 풍자하고 핵심을 정확히 꼬집는 그런 모든 것들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국사책에서 만났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교과서에 실린 몇 개의 그림 말고 다양한 그림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궁궐에서 행사가 있을 때, 그걸 그림으로 남겼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웅장해서 놀랐다. 예전에는 60살이 넘는 게 쉽지 않았기에 기로소에 들어가는 게 대단한 일이었다. 그 행사를 그림으로 남긴 것이 흥미롭다. 실제 조선 왕 이성계를 제외하고 기로소에 들어간 임금은 숙종과 영조 둘뿐이다. 시대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림의 모양이나 색채가 달라 비교하는 즐거움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조선 미술뿐 아니라 고려나 삼국(물론 많지는 않겠지만) 시대 미술 관련 책을 찾아봐야겠다. 백성의 다채로운 일상 그리고 왕실의 경사스러운 행사.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지 진짜 조선을 만나는 시간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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