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을 보면 우와 진짜 디자인 참신하다. 진짜 디자인 잘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제품이 있다. 맛이나 제품 성능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때문에 어머 이건 사야 돼 하면서 지갑을 여는 제품도 분명히 있다. 이런 디자이너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왜냐면 나도 한때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디자인학과에 지원하고 입학도 하고 학교도 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생각보다 빨리 그만뒀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도 있다. 그 궁금증을 해결해 줄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제품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내 제품을 처음 본 소비자에게 어떻게 말을 걸 것인가?
3초 안에 소비자의 발목을 잡을 디자인은 무엇인가?
화장품 용기에 인쇄된 디자인이나, 영양제 같은 것은 생각보다 우리가 오래 보지만 생각보다 금방 버리는 제품들이 정말 많다.
설명서만 읽고 5분 안에 버려지는 제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데 왜 이렇게 사자마자 대부분 버려지고, 소비자들조차 디자인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디자인에 그토록 정성을 들이는 걸까?
우리가 어떤 제품을 고를 때 소비자는 구매 결정을 길게는 7초 짧게는 3초 안에 끝낸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치약을 사러 갔다고 치면 원래 쓰던 치약이라면 고민 없이 고를 테지만 다른 제품을 한번 써볼까? 했을 때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어차피 치약 성능은 거기서 거기일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몇 초 안에 구매할 제품을 이미 정하고 나서 나머지 시간은 내가 고른 제품이 맞는지 판단하며 보낸다고 한다. 그만큼 첫인상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 제품을 들고 한참을 보고 있어도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무엇이 들어있는지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디자인일 것이다.
좋아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감 있는 제품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p.33
어떤 제품이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그것을 숨기려고 다른 것으로 엄청난 치장을 했을 것이다. 그런 제품을 종종 본 적이 있다.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소비자는 두 번 다시 그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디자이너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전에 이 제품에서 가장 자신 있는 품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이 말에 100% 공감한다. 제품이 좋으면 디자인이 못 나올 수가 없다. 그 좋은 제품의 퀄리티를 알리고 싶어서라도 생명을 갈아 넣지 않을까?
같은 값이지만 참치 세트를 선물하는 것보다는
좀 더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선물세트에 감동을 담자.
p.38
참치와 샴푸에 싸움이라니.. 이번 설에도 분명 이런 싸움이 있겠지? 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설날 선물세트를 생각해 보면 나도 참치나 햄을 받는 게 가장 좋다. 아이들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없는 어른에게 선물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딱히 생활용품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가장 무난하면서도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명화를 입히면? 진짜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냥 아무런 디자인 없는 생활용품보다는 뭔가 조금 더 고급 져 보이고 있어 보이는 선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먹는 것보다는 오래 두고 쓰기 때문에 디자인이 조금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인데 세워놓기만 해도 그림이 되니 선물하기 얼마나 좋은가. 이 디자인을 할 때 저자는 어떤 회사의 제품보다 뛰어나고 더 튀는 것만을 고민하다 디자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맞다. 명화를 입히는 것은 어느 회사를 넘어서는 게 아니라 내 회사 내 제품을 넘어서야 가능했던 것이다. 나의 경쟁 상대가 누구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 나의 경쟁상대는 의외로 엉뚱한 곳에 있는 경우가 있다. 디자인은 나의 경쟁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고객들은 안다.
이 제품이 내 제품인지 아닌지..
신제품이 출시되면 주기적으로 나의 고객이 누군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길 바란다.
p.87
이 부분에서 이야기했던 제품은 바로 팩트 제품이었다. 40대를 위해서 만든 팩트를 출시하고 나니 20대가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홈쇼핑에서 산 40대 엄마들이 20대 딸에게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딸들이 다시 친구들한테 입소문을 내면서 의도치 않게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이 제품을 친구들 입소문에서 만났던 제품이다. 구매하기 위해서 보지도 않았던 홈쇼핑을 보고 주문까지 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고객들이 생기면 디자인이나 광고나 문구에서 고객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40대를 위한 팩트였지만 20대도 함께 사용하게 되면 디자인을 조금 20대에 맞춰서 새롭게 리뉴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렇듯 어떤 제품을 출시하고 나서는 반드시 고객층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의 효율성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렇지만, 효율성이 배제된 창의성은 디자인이 아니다.
p.96
디자인을 할 때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다.
설계팀 팀장님이 사각용기를 주셨지만 저자는 어떤 제품에 어떻게 써야 할지 아이디어가 없었다고 한다. 일차적인 문제는 용기가 사각형이 되면 매장에서 경쟁자 제품에 비해 작아 보인다는 것이다. 또 제품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전면 면적이 너무 작아져서 디자인이 잘 안 보일 수도 있다는 것.
맞는 말인 것 같다. 효율성이냐 창의성이냐 디자이너들은 항상 고민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오프라인보다는 인터넷 쇼핑이 더 대세인 요즘은, 튀는 디자인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저자의 말처럼 '네모의 꿈'이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내 제품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혹시 맛있는 라테처럼 보이는 섬유 유연제나 달콤한 젤리처럼 보이는
세제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p.154
나도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잠결이었는지 양치를 하고 나가야 하는데 치약이 다 떨어져서 찾다가 튜브형으로 된 뭔가가 있길래 의심 없이 치약이라고 생각하고 짜서 입에 넣는 순간 뱉어버렸다. 자세히 보니 구멍 난 곳을 메꿔주는 그런 종류의 공구 용품이었다. 어찌나 끔찍했는지.
입을 몇 번이나 헹구고 가글을 해도 그 맛이 없어지지 않아서 정말 고생했다. 내가 그렇게 당해서(?) 다행이지 만약 아이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실수로 어떤 제품을 마시고 먹는다는 게 그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저런 일을 겪고 나니까 아이들이 어떤 제품을 혹은 남편이 술에 취해서 세제를 마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도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세제는 대부분 이런 디자인이지 치약은 이런 모양이지 하는 게 나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익숙한 것을 차별된 것으로 바꾸기에는 소비자에게 너무 위험한 실험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등 브랜드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수준에서
너무 시대에 뒤처지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수정이나 추가적인 혜택에 대한 고지 정도의 리뉴얼이 필요할 뿐이다.
새로운 것을 취하기보다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잘 지키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
p.210
생각해 보니 울 샴푸하면 저 제품 말고 생각나는 제품이 없다. 울 샴푸를 사려고 할 경우 색깔만 보고 집어온 경우도 있다. 의심 없이.
일등 브랜드의 경쟁은 이등 브랜드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일등은 항상 외로운가 보다.
브랜드를 리뉴얼하기보다는 내 브랜드가 속한 시장의 규모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또는 내 브랜드를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디자인이 익숙해져 있다면 디자인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성장해나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컬러로 기억되는 제품이 참 많다. 도시만 해도 그렇다.
코로나 이전에 다녀왔던 신안 퍼플 섬은 보라색 섬으로 유명하고 장성은 옐로 시티로 유명하다. 매년 노란 꽃 축제도 열린다.
색깔 마케팅으로 생각보다 지자체에서 끌어들이는 관광객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만큼 요즘은 컬러 브랜드가 대세가 아닌가 싶다.
컬러로 기억되는 브랜드가 몇 가지 있긴 하다. 네이버는 초록색 카카오는 노란색 코카콜라는 빨간색 등 색깔이 주는 브랜드 이미지는 생각보다 강하다.
제품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바로 색깔이다. 마트에서 과자를 찾을 때도 이름보다는 색으로 먼저 찾기 때문이다.
옛날에 좋아하는 가수들의 팬을 풍선 색깔로 나타내고 그 풍선 색 때문에 얼마나 싸웠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기지만 그 고유의 색이 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만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보다
때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나다움을 찾고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바로 브랜딩이다.
p.284
마지막 부분이 참 좋았다. 저자가 디자이너와 마케터, 그리고 모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적혀있는 4장은 한 장 한 장이 참 뭉클했다.
나를 브랜딩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저자는 자신을 효과적으로 브랜딩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의 마지막 뒷모습을 잘 관리하라고 이야기해 준다. 맞는 말이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꼭 회사를 그만두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지막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 마지막이 정말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나아가는 발걸음이라면 뒷모습은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첫인상은 바뀔 수 있지만 마지막 인생은 평생 바꿀 수 없을지 모른다. 마지막 뒷모습에 항상 신경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와 마케터에 관해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저자가 직접 겪은 일들이 재미있었고, 내가 구매하는 제품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은 흥미로웠다.
내 손에 길게는 몇 달 짧게는 1분 만에도 사라지는 디자인이지만 이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제품을 볼 때 이 제품은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마케팅 지식과 디자인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저자의 모든 노하우가 아낌없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담 북스 서포터스로 책을 제공받은 후 직접 읽고 쓰는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