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팟캐스트에서 오래 방송을 하고 인기를 끌다가 책을 내는 경우가 빈번한 것 같다.
팟캐스트를 거의 안들어서 [뇌부자들]이란 프로그램이 그렇게 인기를 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요즘 팟캐스트의 인기가 높은가보다. 읽는 것만 좋아하지 듣는 건 음악말고는 잘 안듣다 보니 모르는 세계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다.
책은 짬짬이가 되는데 듣는 건 왜이리 짬짬이가 안되고 맥이 끊기는지 나에겐 듣기가 더 힘들다.
듣는 연습도 해야 겠다. 맘이 바쁘고 일상이 달려가니 요즘 누구 얘기든 건성으로 듣고 잘 안들어지고 내 말만 하는 경향이 아주 다분하다. 일부러 듣기 연습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우선 제목과 표지가 맘에 쏙이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라는 제목이 딱 박힌다.
대부분에 아주 특출난 사람들 말고는 어쩌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있는 경우가 많다.
무난하게 잘크다가 본인이 원하는 고고학쪽으로 진로를 정하려는 찰나 아버지가 도시락 싸들고 말리셨다고 한다. 수능 점수가 본인도 모르게 너무 잘나오는 바람에 다들 아깝다고 의대에 넣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의대에 합격 후 그때서야 왜 의대에 오기로 했을까? 방황의 시간을 걷다가 유급을 2번이나 먹고 4년째에 드디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계기는 의과에서 매우 색다른 분야인 정신분석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무의식의 세계를 캐내어 자아를 발견시켜 주는 일이 고고학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연을 하든지 글을 쓰든지 무조건 대인관계를 우선으로 둔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도 받지만 치유도 받는 것이란다.
뇌부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치유받아야 할 사람들이 정신과라는 문턱이 너무 높고 사람들의 편견이 심하다 보니 찾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보고 문턱을 낮추고 정신과 의사들의 편견을 깨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현재에,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할 일이라면 그저 눈앞의 길을 걸어가 보는 것이 적어도 '지금'을 건지는 방법 아닐까.지나간 과거를 구원할 수도 , 다가올 미래를 보장할 수도 없지만 '지금'만은 내가 어찌해볼 수 있으니까"
NOW and HERE!!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모토라고 한다.
의사가 되는 과정이 나오고 치료케이스들도 나오는데 그중 드라마처럼 데이트 폭력을 당한 사람이 또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를 반복 강박이라고 한다.
상처는 무작정 덮는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놀랍게도 반복 강박은 과거의 상처를 해결하려는 용감한 무의식의 정면 돌파 방법 중 하나다. "
"내담자의 마음을 함부로 추측하지 말라는 것, 치료자의 마음대로 정해버린 길로 앞서 나가지 말라는 것"
"아무리 유사해보이는 마음도 벗기고 들어가면 그 생각과 감정을 유발한 개인만의 독특한 이유가 나온다. "
어쩌다 보니 의사가 되었든 꼭 의사가 될 인재였든 간에 자신의 일에 열정을 보이고 영역을 새로운 방향으로 개척해 나가는 도전은 늘 신선하고 흥미롭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들을 별난 사람 취급하지 않게 된 것 같지만 아직도 여러곳에서는 패널티를 주기도 하고 정당한 약물 치료에도 정신과 약은 오래 먹으면 위험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편견과 선입견으로 문턱이 높은 정신과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본인의 허물과 약한 부분도 드러내가면서 다가가려는 젊은 의사가 있음으로 좀더 정신질환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되길 응원하게 되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신과의사라.. 글쎄요? 현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AI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어쨌든 내담자와 같은 사람이기보다는 조금은 어긋나있는 느낌인건 맞는거 같아요. 그래서 정신과 의사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들려주는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네요. 관심이 있는 분야라 정신과 의사가 집필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대부분 내담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상담자의 역할을 하는 정신과 의사의 속내를 들려주고, 자신도 때로는 힘들고, 지치고, 그리고 길을 잃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임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습니다. 어쩌면 그들 역시 길을 잃어봤기 때문에, 길을 잃은 사람들을 상담할 수 있는 것일텐데 왜 항상 ‘그들은 다 알고 있다’라고만 생각해왔을까요
제가 완벽주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늘 잘 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해요. 때로는 그런 욕심때문에 스스로 압박을 느끼다 못해 충분히 준비한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삶’에 대한 이야기가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0점과 0점을 오가기보다는 70점으로 쭉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괜찮은 삶일거 같기도 하고요. 충분히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 중에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비난과 자기합리화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 같아요. 자기비난이 적당할 경우에는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자기합리화가 적당할 경우에는 삶에 여유를 주지만 과할 경우에는 미성숙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되기 쉽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두 가지가 다 과한 편이기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지요. 내 삶을 보다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다잡아야 할 거 같습니다.
의대시절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가 정신과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그 중에 정신과 의사를 ‘과학자 사이의 마법사’로 묘사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약물치료의 힘을 느끼며 과학의 위대함에 감탄하지만, 그와 같은 비중으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상담과정을 익히고, 두가지를 연결시키는 노력을 하는 학문이 정신의학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상담을 하려고 찾아오는 것 자체가 정말 용기있는 일이고,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답을 찾아가려고 하는 과정 역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해요. 정신과 상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생각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면화된다면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기 쉬운 전문가인 그를 비롯한 젊은 정신과 의사 6명이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연장선상에 이 책도 있고요.
전에 서밤?블블?봄봄의 팟캐스트 <서늘한여름밤>을 즐겨 들었다. 어느 날은 다른 팟캐스트 <뇌부자들>이 게스트로 초대되었는데 그 때 대화내용이 신선하고 분위기가 유쾌해서 기억에 남았다. 특히나 정신과 의사분들로 구성된 멤버라고 하니 더욱 기억에 남았던 듯 하다. 얼마 전 출판사서평을 보고 그 뇌부자들 구성원 중 한 분이 쓴 책을 발견하고 궁금증이 생겼는데 내가 유일하게 관심 있어 하는 의사선생님이신 육아빠 정우열선생님도 그 분 책을 소개하셔서 더욱 궁금해졌다.
바로 그 책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이다.
며칠 전에 본 책 <다행히 죽지않았습니다>에서도 정신과 의사선생님에 대한 짧은 묘사가 나왔는데 내과 진료하듯 빠른 상담과 무신경, 무관심한 태도에 실망감을 느꼈으며 전에 처방 받았던 약을 가지고 들고 가도 그에 적절한 약을 처방해주기보다 과한 양의 약을 처방해주는 등의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정신과란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기에 정신과에 찾아간 것만해도 큰 용기를 낸 것이란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위의 이유로 실망감을 느끼면 치료가 긍정적으로 시작되기 어려운 것 같다.
이 책에는 내 사적인 이야기 외에도 진료실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은 일화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와 관계의 의미를 풀어낸 장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이론이나 대단한 깨달음이 있지는 않다. 그저 느낀 점을 최대한 솔직하게 적었다. 나는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라는 굉장한 특권을 허락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나를 믿고 마음을 열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많은 걸 배웠고, 배우고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아는 척 글까지 쓸 수 있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P14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크게 다섯장으로 나뉜다.
1 어쩌다 정신과 의사
2 멀고도 가까운, 나의 환자들
3 상처받은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
4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5 나는 매일 편견과 싸운다
객관식 세계에서 만난
주관식 나라
"의대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드디어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35
내 인생의 길을 찾던 중 정신과를 만났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 하던 나는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정신과 전공의로 근무하던 어느 날, 어쩌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되어 우리 병원에 파견 나와 있던 남궁인을 만났다. 당시 그 친구는 개인 SNS에 참 많은 글을 쓰고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해 보이는 글들이었다. 내 직업병일까. 친구의 정신세계가 많이 불안정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떤 의미야? 솔직히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그런 글들을 왜 그렇게 꾸준히 써?" "그냥 써. 그냥. 너 말고도 다들 왜 쓰냐고, 이상한 글 쓰지 말라고 얘기해. 그런데 그냥 써."
++
의사 친구의 이상한 글들을 보고 쓰지말라고 만류했던 저자. 그 이상한 글들을 썼던 친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본인도 어쩌다 보니 인생 계획에 없던 책에 이야기를 싣게 되었단다.
36
진료실에서 만나는 다른 모든 이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내 인생에도 계속해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나온다. 지난 몇 년간 비교적 순탄했던 이 길은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 (중략) 나 역시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미래를 알려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현재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할 일이라면 그저 눈앞의 길을 걸어가 보는 것이 적어도 '지금'을 건지는 방법 아닐까. 지난 과거를 구원할 수도, 다가올 미래를 보장할 수도 없지만 '지금'만은 내가 어찌해볼 수 있으니까. '내 손이 닿는 지금 여기가 가장 소중하다. 그렇기에 흘러가는 이 순간순간을 잘 느끼고 싶다.' 이런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가 된
첫 날
"동기는 한 환자에게 계속 바보라고 놀림받기도 했다.
사실은 내가 조금 더 바보였는데"
70
무력감이 느껴졌다. 나는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큰 병원을 찾아온 이들이 응당 받아야 할 도움을 드리고 있는 걸까? 물론 내가 아닌 교수님을 보고 온 것이고, 치료 방침은 교수님이 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정신과 의사라 불리기엔 민망할 정도로 부족한 나인데, 이대로 계속 지내면 되는 걸까?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나중엔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가 되는 걸까?
++
신입 전공의 시절 무력감을 느꼈던 것을 회상하며 적어내려간 글이다. 바로 아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런 나의 막막함과 고민은 스스로의 역할과 능력을 내심 크게 기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 갓 들어온 신입 전공의의 무능은 지극히 당연하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상담으로 척척 치료해낸다면, 그건 전공의가 아닌 재림 예수일 것이다."라고. 지금은 그 때 무력감때문에 왜 그렇게 힘들 수 밖에 없는지 통달하신 듯 하다. 넉넉한 선배 의사로서의 면모가 묻어난다.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눈앞의 것들
"우리는 자동조종상태에 빠져
과거와 미래의 잡념으로
현재를 채우고 있다"
미래를 걱정하며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생각한다.
적당함을 지나친 이런 과도하고 불필요한 생각은 뇌에 과부하를 일으켜 다양한 증상을 만든다.
마음챙김은 마치 컴퓨터의 필요 없는 프로그램들을 정리하듯 생각의 양을 줄여
뇌가 안정을 찾도록 해준다.
오늘 남은 식사 시간, 무엇을 먹든 여태껏 그 어떤 끼니보다 더 집중해보기를,
마음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비워내며
음식 맛을 음미해보기를 권한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P252
++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마음챙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Tv를 보거나 각종 영상을 보고 공부를 하면서도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고 채팅을 하고 하나에 몰입하지 못한다. 난 몰입의 상태의 안정감과 만족감을 위해 '책'을 읽는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몰입을 통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과 현재 처한 상황으로 부터 벗어나 안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뇌부자들>이라는 팟캐스트를 3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시작한 계기가 '사람들이 의사인 자신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아서, 돕기 위해 처방하는 것들을 왜 제약회사의 사주로 여기는지, 비교도 안 되게 비싼 가짜 치료법에는 왜 이리 잘 현혹되는지'에 대한 한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정신 질환을 향한 공포와 편견은
'몰라서'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
그러나 일반인이 정신 질환에 관해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모를 수밖에 .
정신 질환에 관한 정보나 지식을
최대한 정확하고 쉽게 전달해야,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점점 줄어야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해 보였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중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하는 이유.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좋은 책이었다. 한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보는 것도 재밌었고 삶에서 깨달은 깊이 있는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환자를 환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한 의사의 자세와 마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부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도 '의사-환자'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지킬 수 밖에 없고 그것 때문에 힘든 점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간미가 느껴져 좋았다.
결혼이나 평생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아이를 낳는 일 같은 것은 신중히 생각하고 굳은 결심을 가지고 의지력을 발휘해야만 할 것 같은 중대한 일이지만, 의외로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해도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의사'는 어쩌다 되었는데(?), '정신과 의사'는 어쩌다 된 것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어찌 됐든 누군가는 오랜 시간 죽어라 노력해도 되기 어려운 '의사'가 '어쩌다' 되었다니,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됩니다.
정신과 수업을 들으며 '객관식 세계에서 유일한 주관식 나라를 만난 느낌'이라며, 정신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학문이라 모호하지만, 그래서 재미있어 보였다는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 김지용 님은 유튜브 '뇌부자들'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정신과 내에서의 일과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전문 영역을 다루고 있지만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는 이 책은, 신기하게도 이따금씩 등장하는 심리학 분야의 전문 서적이나 대중을 상대로 한 학술적 분위기의 서적에서 읽었던 것보다 심리학 용어들이 훨씬 쉽게 이해되어 신기했습니다. 분명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거나 예후가 좋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이야기 혹은 내 주변인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특히 좋았던 건, 책의 거의 대부분이 저자의 자기 성찰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될 만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직업인으로서, 부모로서 저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저자가 생각하듯 나를 돌아보고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저자가 말하듯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으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결국에는, 사람이 답'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사람의 연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 저에게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저자의 일상을 예로 들어 준 '길들여 가는' 이야기가 와닿았습니다. 내 마음에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완벽한 관계'에 대한 기대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와 같이 '처음부터 완벽한 관계'를 꿈꾸는 이들은 서로 길들여 가는 경험을 일상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일 거란 생각도요.
혹시 상담을 받고 싶으나 막연하게 두렵거나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세심하게 배려하며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거기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아이가 건강한 심리를 지니려면 '온전한 사랑받은 경험' 과
더불어 그 사랑이 계속해서 완전 할 수는 없다는 '건강한 좌절의 경험' 이 필요하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일부분 - 226쪽
마음챙김을 시도하자.
잘 안 되어도 또다시 도전하자.
꾸준한 노력을 통해 단단해지는 마음 근육이 내 사고 방식을 결국 바꿔 낸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일부분...- 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