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역학,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숫자와 복잡한 공식이 빽빽이 쓰여있는 두꺼운 책이 연상된다. 실제 내가 접한유체역학 책들은 그랬다. 그러다 보니 과학을 좋아하는 나지만, 재미난 내용에 쉬운 설명이 가득한 물리학 책에비해, 유체역학 관련 책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커피 얼룩의 비밀'이라는 책이 이런 나의 고정관념을 깼다. 유체역학은 산업현장이나 연구소에서만 다뤄지는 학문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실생활 곳곳에 쓰이고, 우리가 그냥 당연시하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자연 현상에 숨어 있었던 과학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볼거리 가득한 잡지처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며, 호기심 많은 학생이나 기발한 발명 또는 아이디어의 비밀을 좋아하는 분에게도 딱 좋은 책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주 마시는 우유, 맥주, 와인, 커피, 홍차, 칵테일과 같은 음료수를 대상으로 이에 숨겨져 있는 유체역학 현상과 이론을 다루고 있으며, 이에 관련된 재미난 역사적 이슈나 기록, 시장 상황, 제조과정, 숨겨진 이야기, 관련 예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 우유 광고에 많이 등장했던, 왕관현상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신선한 우유에 상징이었는데, 한마디로 잘못된 광고였다. 우유 점도와 관련된 것으로 신선하지 않아도 왕관 현상은 발생하는 것이었다. 과학을 잘 몰랐던 많은 이들이 속은 것이다. 요즘 TV 광고로 많이 볼 수 있는 기네스 맥주 거품의 비밀도 나온다. 캔맥주에서도부드러운 거품을 맛볼 수 있도록, 무려 100억 원의 연구비를 들여 위젯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위젯의 질소와 뚜껑을 따는 순간의 대기압의 차이로 많은 거품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책 제목의 커피 얼룩의 비밀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커피 얼룩은 표면 장력과 함께 마랑고니 유동과 관련이 있다고 하며, 커피 얼룩은 3단계로 증발한다고 한다. 참 별별 것을 다 연구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 덕에 사소한 현상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새로운 응용이나 발명도 가능한 것이다.
이런 다양한 책 속 주제들은 다양한 사진과 각종 자료, 도표와 그래프 등으로 설명되고 있고, 이에 관련된 각종 공식도 좀 나온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공식에 어떤 요소가 작용하는지, 비례냐 반비례냐 무슨 의미인가 하는 정도지, 증명하거나 계산하는 복잡한 것은 없다. 내 경우 이러한 과학 책에 공식이 함께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말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공식이 더 쉽게 이해될 수도 있고, 기억에 오래 남아, 자주 접할수록 다른 책을볼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커피 얼룩의 비밀'에는 재미난 볼거리가 가득하다. 전에 전혀 몰랐던 각종 음료수의 비밀을 엿볼 수 있었고, 이에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유체역학 잡학사전같이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책인 것이다. 이책은 유체역학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치료약이 되어 줄 것이며, 뇌에게 즐거운 선물이 될 것이다. '커피 얼룩의 비밀'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