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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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인지 과학이 밝힌 진보-보수 프레임의 실체

리뷰 총점 8.3 (4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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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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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은유와 프레임의 정치 평점10점 | a*******5 | 2018.03.30 리뷰제목
그동안 한국 정치를 바라보며 몇 가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보수의 말은 왜 더 선명하게 들리는가? 서민층 사람이 왜 부유한 정당의 정치인에게 표를 줄까? 세금인상 논의는 듣기도 전에 왜 반대부터 하고 싶나? 중도를 표방한 정치는 정말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어디에서도 속시원한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알려진 조지 레이코프와 엘리
리뷰제목

 그동안 한국 정치를 바라보며 몇 가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보수의 말은 왜 더 선명하게 들리는가? 서민층 사람이 왜 부유한 정당의 정치인에게 표를 줄까? 세금인상 논의는 듣기도 전에 왜 반대부터 하고 싶나? 중도를 표방한 정치는 정말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어디에서도 속시원한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알려진 조지 레이코프와 엘리자베스 웨홀링의 대담 형식으로 씌어진 이 책은 이러한 정치와 의사소통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은유와 프레임에 있다고 말한다.    

 

  먼저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우리가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적이라고 가정하지만 대부분의 사고의 98%가 무의식적이다. 인간의 합리성은 우리의 신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추론은 물리적 과정으로서 우리의 신체와 뇌의 물리적 실재에 의존한다. 많은 사람들은 추론이 보편적이라고 믿지만 저마다의 문화적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다르게 사유한다. 또 사람들은 인간이 축자적으로 사물을 이해할 수 있고 사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믿지만 우리는 언제나 은유를 통해 사유하고 말한다. 특히 추상적인 개념은 은유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쉽게 추론하거나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서구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으로 은유를 '예술적인 언어 형식'으로 알고 있다. 은유를 낱말과 언어의 문제로 여겨왔다. 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연구해온 인지과학에 의하면 은유는 결코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유는 우리의 일상적 인지, 즉 실재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조화'하는 '사고의 문제이고, 언어의 문제이며, 행위의 문제"다. 그리고 "은유는 인간의 사고를 구조화하는 모든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에 뿌리박고 있"다.

 

 미국에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구분은 단지 물질적 사익추구에 대한 관점의 차이뿐 아니라 가치를 두고 벌이는 도덕적 구분이다. 도덕성에 관련된 은유로는 평안함과 관련하여  [도덕적 회계] 은유와 신체와 관련해 [도덕성은 강함] 은유, 건강과 관련해 [도덕성은 건강] 은유가 있고, 또 [도덕성은 순수] 은유 등 십여 개가 있다. 범죄에 대한 정치적 접근 방식은 은유적인 도덕적 회계 시스템에 뿌리내리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도덕적 응징의 측면에서 사유하며 사형제를 비롯한 보수적인 범죄 정책은 이런 은유적 구성물에 의존한다. 반면에 진보주의자들은 도덕적 배상 개념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개념은 재활과 사회적 재통합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가정에서 통치를 받는 경험에 의존하여 [국가는 가정] 은유로 나타낸다. '건국의 아버지들'이라는 개념이나 '독일인의 조국', '모국 인도', '국가는 자신의 아들딸들을 전쟁에 내보낸다'는 표현 등에 이런 개념이 나타나 있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에서 비롯한 정치적 보수주의는 전통적인 가치와 사회적 규범을 보호한다는 개념에 근거하고 가정의 가치를 얘기해 왔다. 반면에 자애로운 부모 모형에 근거한 진보주의는 사회의 진보와 변화를 향한 긍정적 태도에 뿌리를 두고 개인의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다.

 

 사실의 처리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지 구조에 의존한다. 사실은 사실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않고 우리 마음 속에 더 큰 해석 판형과 통합해 의미를 갖게 되는데 이러한 판형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우리는 인지적 프레임 밖에서는 세계 내의 사물을 이해할 수 없고, 프레임 없이는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언어를 처리하기 위해 우리는 자동으로 프레임을 활성화"한다. "인지과학은 은유와 같은 프레임이 우리 뇌의 구조에 토대를 두고 있고, 반복을 통해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이때 상충하는 두 개의 프레임은 동시에 활성화될 수 없다.

 

 정치에서는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어떤 프레임을 불러내고 강화하는가의 문제가 아주 중요하다. 모든 낱말은 프레임을 불러내고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진보주의자들은 쟁점을 자신의 도덕적 프레임에 넣는 일에 더 많은 초점을 둬야 하고, 사실만 나열하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웨홀링은 말한다. "모든 개념은 본질적으로 쟁탈의 대상입니다. 자유나 공정성, 민주주의 같은 '추상적인' 개념만이 아니고요.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지식과 신념에 근거하여 핵심 의미를 넘어서서 개념을 해석해야 하죠." 레이코프는 "언론인들이 먼저 프레임 형성이 얼마나 적절한지와 프레임 형성이 인간의 인지와 민주주의 담론, 정치적 행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학습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언론인과 정치인뿐 아니라 은유와 프레임, 의사소통 방식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리뷰는 예스 이십사 리뷰어클럽을 통해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8
종이책 은유의 장막을 걷어라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2 | 2018.03.30 리뷰제목
좌우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로 정치색을 단정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음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희안하게도 어떤 정책적인 문제에 닥치면 진보나 보수의 노선을 충실히 따라간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이나 무상복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또한 반대를 하며 세월호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다. 반대로 복지의 확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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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로 정치색을 단정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음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희안하게도 어떤 정책적인 문제에 닥치면 진보나 보수의 노선을 충실히 따라간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이나 무상복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또한 반대를 하며 세월호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다. 반대로 복지의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는 이들은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닌다. 이런 첨예한 갈등은 엉뚱한 곳에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곤 하는데 평창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세월호 리본을 착용했다고 하여 반대 진영의 사람들로부터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점점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아야만 할 문제가 바로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이 아닐까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선긋기에 대하여 인지학적 연구를 꾸준히 해왔던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통해 이념이라는 것은 우리의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에는 프레임의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전혀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갖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다. 프레임 안에서 보수와 진보는 왜 극단적이며 대립적인 입장이 되는 것일까 에 대하여 레이코프와 웨흘링은 정치적인 은유에서 이 두 개념이 갈라진다고 한다.

 

저자들은 인간의 사고에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가 의식적이라 가정한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98퍼센트는 완전히 무의식적사고를 한다.

둘째,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합리성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신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신체와 뇌의 물리적 실재에 의존한다.

셋째, 많은 사람들은 추론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사유한다 믿는다. 그러나 모두가 하나의 보편적인 추론 방식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세계에 대해 서로 다르게 사유한다. 저마다의 문화적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마음속에서 변별적인 구조를 습득해왔기 때문이다.

넷째, 사람들은 인간이 축자적으로 -세계 내에 존재하는 그대로-사물을 이해할 수 있으며, 사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은유를 통해 사유하고 말한다는 사실. 하지만 이 사실을 거의 의식조차 못 하고 산다. 예컨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은유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쉽게 추론하거나 말할 수 없다는 함정이 있다.

 

은유의 표현은 정치적 연설이나 해석에서 선호되고 있다. 이 은유가 지닌 힘은 매우 조작적이고 설득적인 힘을 실을 수 있기에 혹자들은 모든 은유에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은유가 어떻게 정치적 사고와 정치적 행위를 정의하는지, 어떻게 실제로 국가 간 전쟁을 초래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 인지의 기본적인 기제를 살펴보아야 하며 인간이 기본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은유로 이해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가령, 자유와 정의, 공정성과 같은 개념이 이 은유를 통해 우리의 사고를 정립해가는 과정을 유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개인과 국가의 관계적 은유가 국가는 가정이라는 개념이다. 국가는 가정이라 규정할 때 국민은 자녀가 되고 정부나 정부의 수장은 부모가 된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태도에서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나누어지는데 이때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이 보수적 사고를 자애로운 아버지 가정 모형이 진보라는 정치적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이런 양육과정이 뇌신경 회로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주며 길들여진 은유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반면, 진보나 보수의 그 중간개념,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모형의 사람들을 이중개념주의(biconceptualism)’ 소유자들로 정의하며, 이 이중개념주의를 지닌 사람이 진보와 보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선거의 승패는 사실 이중개념을 지닌 이들에게 있다. 스스로를 중도라 생각하는 이중개념 소유자들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상당히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었다. 신문, 뉴스, 정치, 연예, 경제, 모든 부분에서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진보와 보수로 단정 지으며 모든 사람들을 이분법의 잣대로만 판단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보수와 진보가 은유로 만들어진 프레임에 갇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서로에게 드리워진 은유의 장막이 걷혀야만 맨얼굴이 드러난다. 그때의 맨얼굴이 진짜 정치다.

 

*책속에서 

진리나 지식에 관한 한 은유는 중대한 퇴행으로 봐야 한다. 이 퇴행은 언어 자체의 퇴행이거나 은유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퇴행이다-p043

 

도덕성은 정치의 아주 중요한 동력입니다. 더욱이 도덕성은 추상적인 개념, 즉 우리 마음이 은유적 사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개념이지요.-p063

 

보수주의를 뜻하는 conservatism은 언어적 기원이 손대지 않고 계속 그대로 두고 보존하거나 유지하는 것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낱말 conservare에서 나왔다. 정치적 보수주의는 전통적인 가치와 사회적 규범을 보호한다는 개념에 근거한다. 반면에 진보주의는 개념적으로 사회의 진보와 변화를 향한 긍정적 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p087

 

보수적인 정책이 범죄자에게 더 엄격한경향이 있고 진보적인 정책이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더 친절한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p092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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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문제는 바로 프레임이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18.03.26 리뷰제목
나는 내가 완전한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일정부분 보수성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땅의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하도 수구꼴통 짓을 하다 보니 보수성향인 내가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 같다. 또한 내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주고받는 여야정당들 역시 제대로 된 진보는 없다는 느낌이다. 극우와 중도로 치우친 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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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완전한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일정부분 보수성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땅의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하도 수구꼴통 짓을 하다 보니 보수성향인 내가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 같다. 또한 내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주고받는 여야정당들 역시 제대로 된 진보는 없다는 느낌이다. 극우와 중도로 치우친 보수가 있을 뿐..

 

  각설하고, 헌데 가끔 보면 진보라 생각되는 나도 극우보수주의자들의 말에 혹할 때가 있다. 그들의 말을 믿고, 그들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말을 왜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땅에 자리잡은 기득권세력의 프레임 탓이라고 치부하지만 그렇다 해도 마음 속에 의문은 남는다. 왜 보수의 프레임을 깨뜨리고 진보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지 못하는 걸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의문에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와 그의 제자 엘리자베스 웨흘링이 엮은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이다.

 

  대담형식으로 된 이 책에서 두 저자는 우리의 정치적 성향은 성장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결정되며, 보수나 진보가 사용하는 프레임이 그것을 강화시킨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인지과학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먼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세계를 대부분 은유적으로 이해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가 의식적이고, 보편적이고, 존재하는 그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나, 그러나 대부분은 무의식적이고, 서로 다르게 사유하고, 은유를 통해 사유하지만 이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물가는 수직성을 띠는 게 아니라 양의문제이지만 우리는 물가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으로 지각한다. 이는 우리의 마음이 자동적으로 많다는 것은 위라는 은유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언어와 사유에서 무의식적으로 은유를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은유란 낱말이나 언어의 문제로 여겼지만 인지과학은 은유가 사고의 문제이고, 언어의 문제이며, 행위의 문제임을 밝혀냈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은유적 사상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성장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경험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은유를 학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하는 경험을 맨 처음 가정에서 듣게 된다. 이것은 가정영역에서 우리가 어려서부터 통치를 받는 주요한 경험의 대부분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 가정의 측면에서 국가에 대해 얘기하고 사유하며, 이상적인 가정생활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정치에 사상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는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 은유가 세계관을 구조화하고 우리 뇌 속의 전체 프레임을 조직한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이상적인 가정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가지 모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아버지가 중심이 되는 엄격한 아버지 모형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가 중심이 되는 자애로운 부모모형이다. 먼저 엄격한 아버지 모형에서 아버지는 가정의 합법적인 권위로 옳고, 그름을 구별한다. 아버지는 당연히 선하고 도덕적으로 강직하며, 따라서 아버지에 대한 순종은 자녀들이 가져야 할 도덕적 행위가 된다. 아버지는 자녀들이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법을 가르치며, 상벌이 자녀들의 절제와 강인함을 계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긴다. 그 결과 사회적, 경제적 성공은 도덕적으로 강인하다는 증거가 되며, 이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도덕적으로 강인하지도 못하거니와 자기절제가 안 된다는 논리가 숨어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복지는 상벌제도를 망가뜨리는 것이고, 부자과세는 도덕적으로 강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자애로운 부모모형은 자녀들에게 감정이입의 태도를 보여주고, 자애로움을 베풀고, 개인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지는 것이 도덕적이라는 개념을 가르친다고 한다. 성공은 타인에 대한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다 발휘한 것이며, 도덕적 행위는 사람들과 그들의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사회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물질적 사익추구에 대한 관점차이뿐만 아니라 도덕성에 대한 구분이기도 하며, 도덕성은 은유를 통해서 사유 된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양육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은유가 정치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두 가지 유형 모두에 노출되는 사회를 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삶의 일부 영역에서는 자애로운 부모유형의 도덕성을 적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자애로운 부모유형을 정치와 일상생활에 적용하지만 직업경력의 맥락에서는 엄격한 아버지 유형에 의지하기도 한다. 이는 사람들이 진보와 보수의 가치관을 함께 습득함을 의미한다. 그렇게 볼 때, 정치적 중도란 없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보수가 중앙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선거에서 이기는데, 진보는 이 덫에 걸려들어 중도를 고집하다 패배한다. 다시 말해 보수는 보수의 언어로 이런 사람들의 보수적 세계관을 활성화시키지만, 진보는 쟁점을 말할 때 흔히 보수적인 언어와 발상을 사용하여 이런 사람들 마음 속의 보수적인 세계관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프레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프레임은 우리의 지식을 구조화하고 정보로 의미를 구성하는 인지적 현상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가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 때면 언제나 우리의 뇌는 어떤 프레임을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인지적 프레임 밖에서는 세계 내의 사물을 이해할 수 없고, 프레임이 없이는 언어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언어반복을 통해 강화되는 프레임은 상식이 되고, 그 프레임의 타당성에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 그 프레임은 객관적으로 옳고 실재적이라고 수용하는데, 이러한 일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저자들은 인지언어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말한다. 따라서 어떤 사실이 그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당연히 무시하게 된다.

 

  저자들은 미국에서 보수는 자신들의 정치적 가치와 정체성을 적절한 프레임에 넣어 성공적으로 소통해왔다고 한다. 이것이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이 가정의 가치를 끝없이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보는 보수가 사용하는 프레임을 자주 부정하며 보수의 개념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에만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 자신들의 입장에 대한 도덕적 토대를 전달하는데 보수만큼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자체는 옳고, 그름을 말해주지 않으며, 프레임이 그 일을 한다. 그래서 프레임은 진실보다 강하다고 한다. 우리들은 자라면서 어느 정도 보수 프레임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기에 세상은 위험하다는 불안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며 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엄격한 아버지의 위치를 자극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여기에 진보가 끼어들 자리도 쟁점도 없어진다.

 

  그렇다면 진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들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할 때 그 말의 의미를 모두가 똑같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면 자유라는 말에도 완전히 다른 두 해석이 있다. 상대방이 자유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말하고 있는 자유가 시장경제에서 경쟁체제로 생각하는 보수적인 해석인지, 아니면 서로가 함께 자신의 정체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진보적인 해석인지를 말이다. 이처럼 자유나 평등, 공정과 정의 같은 단어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나타내어야 성공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 다음으로 저자들은 쟁점을 진보의 도덕적 프레임에 넣는 일에 더 많은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 진보 프레임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가치를 강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이 그 자체로 가치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치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하며, 그 가치가 왜 도덕적으로 필수적인지를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보수는 세금인상이 자기절제에 대한 비도덕적인 징벌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세금인상이 짐이며,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프레임을 사용한다. 이 프레임 하에서라면 세금인상은 당연히 나쁜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과 상관없는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것인데도 반대하고, 계급배반 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성공한 사람이 주로 세금으로 지원한 공적 기반시설 덕택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한다. 진보가 이러한 프레임 아래서 아무리 설명한들 제대로 소통이 될 리 없다. 따라서 진보는 그들이 말하는 성공이 우리 모두가 구축했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공적 기반시설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대해, 세금은 공동의 재산이며 공동의 재산을 통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가 삶은 경쟁이며 각자도생 하는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진보는 삶은 모두가 함께하는 동행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저자들의 말은 해당된다. 매번 선거 때마다 진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진보가 승리를 거둔 경우는 진보가 잘했다기보다도 오히려 보수가 자멸을 한 결과였다. 지금은 진보세력이 우세하다고 말하지만 프레임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프레임이 더 잘 작동하는 것 같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를 앞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우리사회가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청산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 아닐지 모르겠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그리고 그 이후의 선거가 우리 모두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상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위 이 땅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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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p***s | 2018.03.27 리뷰제목
처음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책 제목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데 코끼리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코끼리 이미지가 떠올랐거든요.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 실제로 또는 그림으로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이 말을 들었을때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말이 인간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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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책 제목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데 코끼리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코끼리 이미지가 떠올랐거든요.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 실제로 또는 그림으로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이 말을 들었을때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말이 인간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네요.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에서는 위 책을 쓴 조지 레이코프가 그의 제자와 함께 프레임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각 주제들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프레임 논쟁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언어학과 인지과학으로 유명한 저자가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단어는 '세금 폭탄' 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야당과 언론에서는 연일 위 단어를 써가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네요. 세금은 나라에서 내 돈을 빼앗아가는 거라는 생각이 강한데다 폭탄이라는 단어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거부감부터 듭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종부세 대상자도 극히 적었을 뿐만 아니라 금액 자체도 폭탄이라고 부르기에는 초라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떤 프레임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수 있네요. 이 책에서도 미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복지 혜택을 받는 블루칼라 계층이 복지를 삭감하는 정당을 지지하기도 하고, 9.11 이후 제정된 테러 감시 프로그램은 이 프로그램에 반대를 하는 것만으로도 테러 감시를 반대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이 진보 또는 보수 성향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질문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네요. 그 질문은 아기가 밤에 울 때 안아올리는가? 입니다.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 가장 모형으로 나눌 수 있고, 이 모형은 진보와 보수와 연결이 됩니다. 간단한 질문 하나 만으로도 질문에 내재된 속성을 파악하여 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네요.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객관적인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저널리즘으로 나갈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언론들도 그동안 극히 한쪽으로 편향된 프레임을 보여주었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바뀌기를 기대해 봅니다. 프레임과 인지과학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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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진실이므로 평점2점 | c******d | 2019.06.26 리뷰제목
보수가 올바른 삶의 방향이기 때문에 끌리는 것이지 당신이 보수의 프레임에 갖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사람들은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그것이다. 오히려 좌파적 프레임으로 당신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책이다. 젊은 날의 오류로 인생을 남의 탓이나 하며 허비하지 말고 냉철한 사고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극복하는 성숙된 인간이
리뷰제목
보수가 올바른 삶의 방향이기 때문에 끌리는 것이지 당신이 보수의 프레임에 갖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사람들은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그것이다. 오히려 좌파적 프레임으로 당신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책이다. 젊은 날의 오류로 인생을 남의 탓이나 하며 허비하지 말고 냉철한 사고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극복하는 성숙된 인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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