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어떻게 끌어오며 어떻게 이를 가지고 그들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지
이 책에 실린 인터뷰 하나 하나가 나에겐 팬심으로 설레는 시간이었다.
어디서 이와 같은 조화로움을 찾아볼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너무 매력있는 창작자분들의 루틴을 쫓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다.
각자의 영역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통해낸 산물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선보이는 것인지
그들의 사생활이 너무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최근 읽은 <피프티 피플>의 정세랑 작가는
규칙적인 창작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에 꾸준히 쓰는 창작자로서의 모습에
성실히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저는 문장력으로 승부를 보는 작가는 아니에요.
굉장히 건조한 단문을 쓰죠. 잘 쓰는 분들은 따로 있어요.
그보다는 관심사를 넓히는 데 더 힘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평생 교육이 풍성한 시대잖아요? 의식적으로 강의를 찾아 들을 때도 있고,
다양한 책을 읽거나 박물관에 가서 정보를 수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포착하려는 편이에요.
p112
다양한 것들에 시선을 두고 활동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며
유연하게 다방면으로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창작의 재료들을 여러 곳에서 수집하고 모으며
유희활동을 즐기면서 얼마든지 영감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에서
내 좁은 시야를 넓이는 묘책을 발견하는 기분이 든다.
가장 인상 깊은 집의 모습과 형태를 갖춘
김보라 감독의 작업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집에 있다 보면 제 물건에서 나오는 산만한 에너지가 느껴지곤 하는데,
제가 좀 예민해서 그런지 나와 관련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확실한 자유를 느껴요.
제가 집중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어요.
저는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신봉자예요.
p153
단정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는 사진 속 풍경을 보고 있자니
나만의 작업실에 대한 로망이 샘솟는다.
이상적인 공간 안에서 확실한 작업 효율을 높이기에
나에게 맞춤으로 정리된 공간이 너무 사랑스러워보인다.
창작하면서 중요한 것 중에 심신 단련을 위해서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안정화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들 중에
명상의 매력에 묘하게 마음이 동요되는 건 왜일까.
창작의 영감을 이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몸과 마음의 수련에 힘써야겠다란 마음을 먹게 만든다.
이처럼 다양한 창작자들의 개개인의 삶 속에서
선택과 몰입 안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작품활동에 열심히인 모습을 보며
아주 작은 일상의 변주들이 만들어낸 습관들이
최고의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에서 좋은 영감을 많이 얻게 된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루틴을 가지고
읽고 쓰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찾아보리라 마음 먹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저도 창작하는 프리랜서라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까지 메모해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프리랜서다 보니 하루를 유용하게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창작형 인간의 하루] 제목과 같이 여러 창작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목차입니다. 작가, PD, 소설가, 감독, 배우, 제작자 여러 분야의 창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도 프리랜서다 보니 마감을 맞추려고 한 달을 계획하며 살지만 하루의 목표 분량을 세세하게 잡고 작업하진 않습니다. 어느 날은 집중이 잘 되어 새벽까지 작업하는데 다른 날은 집중이 안 돼서 시간만 허비하는 날도 있습니다. 집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집중하기 위해서 어떤 날은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들이 모여 본 작업에 집중해서 마감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에 큰 충격을 안겨준 문장입니다. 저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마저도 다음번에 까먹고 사용되지 못할까 봐 세세하게 적어두는 편입니다. 제가 미디어나 책에서 배운 '좋은 창작물을 내는 것에는 아이디어가 제일 중요하고, 여러 작가분들께서는 항상 메모지를 옆에 두고 다닌다'라고 하셨던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입니다. 대체로 아이디어는 기록해야 한다 하는 생각을 벗어난 답변이라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계속 자라날 수 있다' 상상에 상상을 더하면 끝도 없는 세계가 펼쳐지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답변이었습니다.
여러 창작가들을 다룬 만큼 저와 비슷한 작가도 있었고, 저와 반대 대는 작가도 있었습니다. 저는 하루를 유용하게 쓰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허구한 날 밤새우며 작업하고, 어느 날은 밥도 안 먹고 잠만 자기도 하고 불규칙한 리듬으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새벽 4시부터 12시까지 작업을 하고 그 이후 낮 시간 동안은 일상을 보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도 다음번에 더 자세히 찾아봐야겠습니다.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책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 명의 생각만으로 쓰인 책이 아니다 보니 여러 아이디어들이 모여 겹치는 내용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 인터뷰가 끝나면 작가가 추천하는 책이나 메모 생각들이 들어있는 페이지가 나오는데 읽어보면 재밌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독특한 상상력과 유연한 체질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분방한 태도라기보다 규칙적인 창작 사이클에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세랑 작가는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자신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에 꾸준히 원고를 쓰는 유형의 창작자다. 더 나은 작업을 위해 외부의 콘텐츠를 흡수하는 시간도 의식적으로 갖고, 실제로 직간접적인 영감을 많이 얻는다. 정세랑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어렸을 때 사랑했던 범우사 세계문학선과 솔 세계문학판에서 접한 고전이 생각보다 자극적이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J.R.R. 톨킨,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작가의 현대 소설과 다양한 만화책도 열심히 섭렵했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전해줬다. p.86~87
씨네 21 임수연 기자가 만난 이 시대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의 대본을 쓴 정서경 작가,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PD, <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을 쓴 정세랑 소설가,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 배우, 뮤지션, 미술가인 백현진, <다큐멘터리 국가대표>의 이은규 PD, 플랫폼의 경계 없이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변승민 제작자까지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라, 그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루틴은 무엇이고,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 몰입하기 위한 노력 등 창작 활동과 관련된 주제에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과 드라마 <작은 아씨들>로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호평을 받은 정서경 작가는 '쓰지 않는 삶과 쓰는 삶 사이를 구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들려 준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고, 집안 일도 해야 하며 아내와 엄마로서의 모습과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일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이런 저런 집안일들을 하다 작업실로 출근하면 20분 정도 워킹패드 위를 걷고 씻으면서 집안일을 지우고 대본을 쓸 수 있는 머리를 만든다고 말이다. 그날그날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다 쓰려고 하는 편이라는 정서경 작가는 지금 강동원, 전지현 주연의 <북극성>이라는 작품의 대본을 쓰는 중이다. <작은 아씨들>을 함께 했던 김희원 감독의 작품으로 배우들을 위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초기 단계부터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PD는 현재 후속작 <정년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놀 땐 노는 것에만 집중해야 창작의 영감도 얻을 수 있는 거라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한 번 보고 재미있는 것은 계속,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몰두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창작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사적인 경험을 재료로 보편타당성을 가진 이야기를 창작하는 데 무려 7년을 쏟아 부은 그는 가장 최적화된 편집술을 탐구하는 과학자이면서 명상과 마사지가 가져다 주는 영감을 믿는 능동적 테라피스트다. 후자가 개인의 고통을 고백하고 타자와 교류하게끔 도와줬다면, 이를 한국 현대사와 연결 짓고 영상 매체로 옮겨내는 일은 이성과 기술의 영역이 된다. 김초엽 작가의 동명의 단편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펙트럼>을 준비 중인 김보라 감독은 자신의 내면이 아닌 타인의 기성 텍스트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그는 시행착오를 겪고 루틴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원래 고수하던 창작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p.125
장르 소설과 문단 문학, 드라마와 K팝까지 전방위로 글을 쓰는 정세랑 작가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 작가로 데뷔한 케이스라고 한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처럼 독특한 상상력의 이야기를 써왔는데, 최근에는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의 대본을 직접 집필했고, 걸그룹 아이브의 서머 필름 내레이션을 쓰는 콜라보레이션에도 도전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유연하게 콘텐츠를 창작해내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인터뷰 후반에 정세랑 작가가 고른 절판 위기의 좋은 책들이라고 5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어서 체크해두고 찾아 보려고 한다. 좋은 책이라고 꼭 사랑 받는 것은 아니어서, 정말 좋은 책인데도 절판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세랑 작가가 아끼는 책들이라고 하니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인터뷰들이 많았다.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공간이나 영감을 받은 물건 등도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고, 김보라 감독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법이라던가 백현진의 일상에 영감을 불러 일으킨 곡들의 리스트, 이은규 PD가 흥미롭게 본 아카이브들, 변승민 대표의 업무 툴 등 창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그들만의 팁들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창작이라는 것이 적확한 인과관계를 거쳐 완성되기보다는 자기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을 동반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이러한 창작자들의 예술적 영감에 도움을 주었던 것들의 리스트야말로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보물 같은 것이니 말이다. 이들 창작자들은 모두 분야도 다르고, 작업 스타일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기만의 습관을 만들고, 매일 반복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하루의 작은 최선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창작물이 되고, 사랑 받는 컨텐츠가 된 것이다. 왜 모두에게 주어진 똑같은 24시간을 보내는데도, 누군가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했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창작형 인간의 24시간은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