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사고물 고지는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가령 이 집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거나 사람이 죽었다거나 하면 반드시 다음에 그곳으로 이사 올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본 책에서 그런 사고물들은 방값이 좀 싸다거나 한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것 같다. 그렇다 할지라도 강력 사건이 아닌 실종 사건은 아마도 고지 의무가 없을 것이다. 이 집에서 살던 아이들이 다 사라졌다면.
집에 귀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명혜, 집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정체 불명의 사내, 그리고 일련의 사고들. 잔뜩 헝클어진 상황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143p)
여기 동우네 가족이 이사를 온다. 엄마 아빠와 여동생 두 명. 2층과 다락방이 있는 구조의 2층집. 아이들이 충분히 좋아할만한 요소를 가진 집이지만 정작 이곳으로 이사를 온 가족의 형편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좋아서 이 곳으로 이사를 온 것을 아니라는 소리다. 쫓기듯이 피난 오듯이 이곳으로 온 한 가족. 저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프롤로그에서 이 이야기는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게 될 집이 어떤 집인지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서울 정도로 충분한 공포감을 선사할 수 있다. 그것이 전건우라는 작가의 힘이다. [살롱 드 홈즈]같은 추리소설로도 유명하지만 호러 작품에 최대화된 그의 작품들이 아니던가. 박해로의 호러와는 또다른 느낌의 호러다.
새로 이사 간 집은 언제나 낯설다. 그 집에 익숙해 지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집이 계속 그렇게 낯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빠인 현민과 엄마인 명혜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그들이 왜 여기에 이사를 오게 되었는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슬로하이츠의 신]이라는 일본 작품에서 초기 설정과 비슷하다. 물론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만약 그들이 그대로 잘 살았더라면 이곳까지 이사를 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들이 경험해야 할 모든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집, 이 곳에 존재하고 있던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어디 있니? (156p)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라고 했다.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영화가 더 먼저 나왔다는 소리다. 그만큼 인정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호러물은 여름이 제격일 터 뜨거운 여름날 이 영화를 보고 싶다. 서늘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는 공포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뒤틀린 집, 오귀택, 이 소설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뒤틀린 집의 원전?,
뒤틀린 집으로 오기 2년 전, 그러니까, 파란 지붕 집에서 일가족이 사라진 그 무렵, 삼촌의 장례식장을 들렀다 집으로 가는 현민의 차에 달라붙은 귀신, 이를 목격한 퇴마사 김 법사, 김 법사의 도움으로 귀신을 떼어놓은 뒤. 외딴집까지 이사를 오게 된 사정들…. 한 때 잘나가던 그림동화 작가 유현민이 그린 작품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초등학생의 가방에서 나오면서…. 급전직하. 결국에는 2년 후에 한적한 시골 외딴집으로 이사 온 가족,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내 명혜와 큰아들 동우, 그리고 입양한 둘째 딸 희우와 막내 지우. 이들은 제각각의 집에서 뿜어나오는 무겁고 음습한 기운에 눌리기 시작한다. 아이들 엄마 명혜는 5월 늦봄에 추위를 느끼고, 반대로 현민은 더위를 느끼고, 희우는 새 친구가 어서 숨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더 무서운 것들이 올 거라고, 귀신과 이야기를 하고 또 숨이 넘어갈 정도로 놀라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명혜는 창고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불안하지만, 현민은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며칠 사이에 가족 각자의 악몽은 점점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아이들은 어디 있니?” 나쁜 아이는 혼나야 돼…. 들려오는 환청, 현민의 어딘가 이상해진 가족들 때문에 걱정이 되는데…. 그마저 빙의되고,
첫 장은 명혜를 중심으로, 둘째 장은 현민을, 그리고 셋째 장은 큰아들 동우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동네 이장은 지붕이 파란 이 집은 보험모집인 이은영과 그의 남편 오두신, 그리고 입양한 아이들 셋이 살았는데 2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이들 가족이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고 한다. 현민은 신문기자를 하는 친구에게 이 사연을 전하고 알아봐달라고 부탁하고, 자신도 조사를 하던 중. 한 남자(고만우)로부터 걸려온 전화, 2년 전 5월 어느 날 새벽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아이들 둘이 도로에 서 있었다는 것, 애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살펴보니 온몸에 멍과 상처가 있어 아동학대의 의심이…. 이들에게서 건네받은 휴대전화 안에 담긴 영상들….
기자 친구로부터 온 메시지, 이은영의 보험사기 의심 정황이 있었다는 내용. 그리고 희우가 봤다는 친구는 이은영이 입양한 막내딸 오하영은, 고만우의 말에 따르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었고, 그네 밑에 이들 부부가 묻었다는 것까지 말하고는 휴대전화에 담긴 영상을 확인해보라고 말을 하고난…. 그 순간 고만우의 목이 비틀리면서 그 자리에서 죽고(급살), 현민은 김 법사에게 와달라고 전화하고,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집으로 돌아와 그네 밑에서 오하영의 시체를 파내는데, 이 순간 현민도 빙의된다.
이야기는 동우에게로 넘어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 못 할 이상한 경험들... 동우는 김 법사가 써준 부적을 들고, 사라진 두 아이가 오두신과 이은영을 독살하고 시체를 묻은 지하실로 내려가 그 시체에 부적을 붙이고, 김 법사는 창고에 불을 놓음으로써 퇴마가 된 듯 보인다.
이 파란 지붕 집은 오귀택(惡鬼宅?, 악귀의 집)이란 집의 방위 음향이 엉켜, 진에 틈이 생겨 음습한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지지 못하고 머무르게 돼 귀신들이 몰려 들어오는 곳이라 한다.
소설의 씨줄과 날줄의 얽힘, 이른바 구도라고 할까, 왜 고만우가 파란 지붕 집을 배회했을까? 오두신과 이은영이 입양, 고만우에게 구출된 아이들이 왜 창고가 불타는 파란 지붕 집에 왔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이들 두 아이의 흔적을 쫓는 이은영의 입가에 미소는?
희우의 이야기는 왜 빠졌을까, 오하영의 이야기를 풀어낼 희우, 오하영은 원귀가 되지 않았나?, 아무튼 두 아이 오준영, 오수영은 살아있나? 죽었나?, 마을 이장은 무엇이 할퀴었나? 누구에게 빙의됐나? 그 후에 어떻게 됐나?
희우가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가 날 뻔했던 강아지 호떡이는 진돗개 믹스견, 이 강아지의 등장은 전체 구도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니 있는가?
어딘지 모르게, 등장하는 이들과의 관계가….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광경을 그리면서 따라갔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렇게 악귀의 힘이 센데, 왜 이들 가족을 바로 저주하지 않았을까? 고만우는 집과 멀리 떨어진 시내 한 다방에서 왜 목이 겪었을까?, 거기까지 귀신들의 힘이 미쳤는가, 아니면 또 다른 뭐가 있었나?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를 처들고 올라오는 의문들, 작가가 읽는 이가 이런 상태가 되기를 원했다면 성공적인 작품이다. 물론 소설이다. 공포물, 초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고 들면, 미심쩍은 구석이 많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완성도랄까, 인과성이랄, 이런 것들이 성긴 듯한….
치밀하게 줄들이 엮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됐더라면 하는 마지막 여운들. 그러나 오랫만에 나도 작가라는 기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 볼 여지가 있었다. 아동학대, 입양, 보험사기, 무서운 아이들(학교 폭력을 했다고 해서가 아니라 무지에서 비롯한 일들의 결과가 그렇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사건 하나, 일본 오사카의 어느 초등학생처럼 자신의 곰인형을 화풀이로 대상으로 여기고 화가나면 커터칼로 그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곰인형을 타일렀다. 그러다 어느 날 교실에서 반친구에게 화가 나 커터칼로 얼굴을 그어버린일이 일어났다. 그은 아이는 곰인형처럼 피도 나지 않고, 아픔도 느끼지 못할 것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 이들 보호자 부모는 맞벌이로, 아이와 정서인 교감은 물론 친해질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들의 양육...
이 글에서도 동우와 희우, 지우와 부모와이 관계, 물론 이야기 중심이 귀신, 원령을 주제로 한 것이겠지만, 작가에게 가족이란 어떤 이미지로 그려졌을까? 라는 따위의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참 동안...
<YES24리뷰어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뒤틀린 집>입니다.
공포 소설의 대가~! 전건우 작가님의 신작이구요,
무려 출간 전 영화화 확정되어 21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초정작 <뒤틀린 집>의 원작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함께 읽어볼까요
새하얀 외벽과 파란색 지붕이 돋보이는 세련된 2층 양옥집.
하지만 주변은 모두 비포장도로.
이 집만 비현실적으로 동화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보이는 집이었죠.
이토록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모를 섬뜩함이 있는 집.
이 집에 한 가족이 이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빠 현민, 엄마 명혜. 그리고 3명의 아이들, 큰아들 동우, 둘째딸과 막내딸 희우와 지우
단란한 평범한 다섯 가족이라기엔..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이들.
사실.. 아빠 현민은 잘나가는 동화책 작가였지만 그가 쓴 대표 작품이 어린아이가 친구를 커터칼로 찌른 사건에 연루되면서.. 한없이 추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 시골집으로 도망치듯 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명혜, 현민, 동우. 이 세사람의 시선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이사온 뒤로 밀려오는 두통,
점점 다른 사람처럼 변해가는 명혜..
"아이들은 어디 있니?" 귓가에 들리는 날카롭고, 차가운 그리고 악의에 가득찬 목소리..
과연 이 뒤틀린 집에 숨겨진 사연은 무엇일까요.
으... 무서워..
역시 전건우 작가님의 작품은 소름이 오소소소 돋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무서우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책장을 덮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었네요.
귀신들린 집, 각자 사연있는 가족..
조금 뻔할 수도 있는 흔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역시 공포의 대가 전건우 작가님답게 그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재주에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하네요. 한번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공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해요~!
작가님의 다음 호러 작품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