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란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것은 취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조카가 생각나면서였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조카를 보면서 모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물할 생각으로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자기 계발서는 그닥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기에 그동안 읽은 책이 많지 않은데다가 몇권 읽었던 책들 마저도 대부분은 20대 후반 이었던것 같다. 그러니 이 책의 저자가 선택한 '서른살에게'라는 대상은 딱 적절한 타겟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 즈음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전문성을 갖기에는 아직 택도 없는 이제 막 사회생활의 재미와 불맛을 모두 경험하고 잠깐 숨좀 돌릴 여유를 갖게되면서 내가 이 분야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앞으로 어떤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해 보게 되는 시기인것 같다. 나 역시도 그 시기에 고민이 많았고, 또 그랬기에 평소 들쳐보지 않는 자기계발서도 좀 펼쳐봤던것 같다.
그러나 타고난 성격이 남들이 조언해줘도 부딪혀서 직접 겪어봐야 수긍하는 미련한 성격에 의심많고 고집이 세다보니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대부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시절 읽었던 책들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거나 나를 흔들만큼 동기부여를 해주었던 책도 없었던것 같다. '정말 그럴까?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거 아니야? 여기 적힌거 말고 다른 이유도 있겠지' 라면서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이만큼 먹고 보니 성공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노력과 누구보다도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열심이 있었던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책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살에게'의 저자 김은주도 누구보다도 열심인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짚어든건 구글 수석디자이너라는 타이틀과 '25년간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일하며 배운 것들'이라는 부재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세계 최고의 기업들에서 잘 나가다 어느날 구글 입사한지 얼마안되어 가면증후군을 앓게되면서 그것을 극복해나간 1년남짓의 시간에 대한 짧은 글을 읽고 이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자신의 능력은 보잘것 없다고 느끼며 무기력해지고 그동안 자신이 이룬것들은 진짜 나의 실력이 아닐수도 있다는 불안심리가 가면증후군인데 저자는 구글에서 너무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 틈에서 평가시스템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프로세스 속에서 정신적 고갈을 경험했던것 같다.
그 극복의 과정이 궁금했고 이후 어떻게 성공의 스토리를 만들어낼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저자의 과거 이력은 사실 위축될만큼 초라한 경력이 전혀 아니었다.
인턴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했으며 모토롤라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갔고 그 후 모토롤라가 저물기전에 이미 퀄컴으로 옮겨 그곳에서도 잘나가는 성공이력을 만들어냈고 그후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산업 분야의 스마트워치 파트에서 인정받고 다양한 상을 받기도 한 그야말로 선두적이며 독보적인 경력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였다.
삼성에서 안주하지 않고 이후 다시 구글과 아마존중 구글을 선택했던 그녀의 이직 루트를 따라가다보면 전혀 위축될 경력이 아님에도 그런 시기를 겪었다는것이 오히려 충격적이었는데 어찌되었건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그 안에서 볶닦이며 만들어나가는 일은 능력있고 모든일에 적극적으로 열심인 그녀에게도 정신적으로 조금은 힘에 부치는 일이었던듯 싶다.
결국 전문가 상담을 받고 그 증후군조차 최선을 다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마음의 신호라는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지라는 처방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옭아매던 죄책감과 자학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경험을 구글의 피말리는 업적평가시스템 시기에 사내 메일을 통해 공유했는데 그 글이 너무 많은 피드백을 받고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더 큰 위안을 받게된다.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고 2020년말에는 600명이 넘는 디자인팀에서 올해의 디자인상을 받기도 한다.
저자의 삶의 방식과 태도는 나와는 다르지만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안되는것들에 대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이미 익숙하고 안정적인 분야보다 새로운 분야를 더 선호하여 이직할때마다 해왔던 업무와 다른 분야에서 새롭게 시도를 하는 모습은 , 모험을 즐기지 못하고 도전정신이 아주 빈약한 나와 너무 달라서 부럽기도 했지만 슬쩍 내 모습을 돌이켜 보게도 되었다.
이 책이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취업을 위한 구체적 팁을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일깨워주는 점은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일을 대하는 삶의 태도와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며 스스로를 어떻게 존중하고 다독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전보다 많아진 구글에 취업한 한국인들이 남기는 유튜브나 인터뷰보다 그런점이 이 책만이 줄수 있는 가치있는 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한국의 기업실정에는 아직 잘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이런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하기위해 애를 쓰는것은 일맥상통하기에 이런 조언들을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끈 구절은 아래와 같다.
주니어 시절엔 밤새 달리는 술자리나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흡연자리에 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나만 모르는 고급 정보라도 오가는 게 아닌지, 아니면 나만 끈끈한 관계를 못 만들고 있는건 아닌지...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인맥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익 관계로 만들어진 인맥은 결국 서로의 이익이 사라지면 끝나 버린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하지만, 이게 진짜다.
가장 단단한 인맥을 쌓는 방법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착하게 사는 것이다. 바보 같고 단순한 말이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넘어서는 요령을 아무리 생각해 보려고 해도 그것 말고는 묘수가 없다.
(p. 298 기업들이 일 잘하는 사람보다 태도 좋은 사람을 찾는 이유 中)
2~30대였다면 절대 공감 못했을 구절인데 저자와 비슷한 나이를 먹고 보니 순도 100프로 공감이 되는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 분위기로 볼때 착하면 이용당하고 바보되는 느낌이고 이사람 저사람 뒤치닥거리 하느라 손해보는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보니 이런 저런 사이트에서 만나거나 협업했던 사람들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들, 오래 인연맺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은 저런 사람들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능력이 같다는 전제하에 좀 손해보는것 같아도 남을 배려하고 게으름피우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진심 그들이 진짜 승자인것 같다.
서른 살엔 정말 생각이 많아진다. 매일 실수하고 실망하는데 이게 내 길이 맞나? 너무 늦어 버린 건 아닐까? 나 자신이 못나보이고 초라한 마음이 든다.
...
우린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일이 많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망설이는 나를 밀어줄 친구와 방아쇠를 당길 용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
오늘의 내가 완벽할 리 없다.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어제의 나 역시 볼품 없었다. 일주일 전의 나도 그렇고, 1년 전의 나도 그렇다.
그런데 그 모자란 듯한 내가, 하루를 살아 내고 일주일을 살아 내고, 1년을 살아 낸 다음, 몇년이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해 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라고 오늘을 살지 않고 어제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란다. 내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내일을 포기하지도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날이 그날 같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도 아무 일도 안 일어 날 것 같지만,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되어 나를 만든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느려도 괜찮으니 오늘의 나를 열심히 살아 내길 바란다.
어느 날은 망한 듯하고, 어느 날은 빗나간 듯하고, 어느 날은 다 포기해 버리고 싶어지더라도, 나를 지켜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서른 살을 나답게 살아 내면, 마흔 살엔 더 단단해진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p. 9 에필로그 중)
해를 더해 갈수록 치열하고 어려워지는 취업의 상황 속에서 코로나까지 겹쳐지며 그 문턱은 더 높아지게 되었다. 절망스런 심정의 취준생들과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그냥 이미 성공하고 가진자가 여유롭게 하는 말이 아닌 자신의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경험들을 녹여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결과들을 풀어내는 책 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취업의 요령과 팁으로만 채워진 책은 아님을 말해주고 싶다.
고통스런 마음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조카같은 20대에게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30대에게 지금의 힘든 상황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하루 하루를 성실히 보내다보면 좋은날들도 온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IMF의 여파와 함께 대학을 졸업했던 나역시도 너무 힘든날들도 있었지만 그걸 만회할만큼 좋은 날들도 있었다. 삶이라는게 그런거라는걸 말해주고 싶다.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작은 희망과 용기의 씨앗을 발견할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