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보이지않는것들
"폭풍은 널 해치지 못해." 한스가 딸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잉그리드는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들리지 않았다. 그는 섬이 요동치고 하늘과 바다가 사나워졌지만 섬은 흔들릴지언정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으며 영원히 그 자리에 딱 붙어있다는 걸 몸소 느껴보라고 소리쳤다. 이 순간 딸과 공유하고픈 신앙 같은 거였다. 한스는 날이 갈수록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 딸 하나로 만족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섬이 절대 좌초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가르쳐야 했다. _59~60p.
태어났는데 작은 섬의 후계자야! 왠지 멋있는 스토리가 펼쳐질 것만 같지 않은가? 아이가 태어나 세례를 받기 위해 본토에서 목사가 배를 타고 와야 하는 바뢰이섬. 섬의 이름은 이 섬에 사는 바뢰이일가의 성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아버지로부터 섬의 주인자리를 물려받은 한스는 섬에 작은 농사를 짓고, 염소와 소를 키우며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에겐 더 큰 꿈이 있다. 본토와 다른 섬을 연결하는 항구를 바뢰이 섬에 부두를 만드는 것. 섬을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미혼모가 되어 돌아온 바브로, 본토에서 교육을 마치고 톰메센 부부의 집안일을 도우며 보다 넓은 세계에 눈을 뜨게 되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린 부부를 대신해 아이들을 데리고 바뢰이 섬으로 돌아온 잉그리드를 보며 '아무도 섬을 떠날 수 없다.'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된다.
잔잔하게 시작된 글은 이내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다시 잔잔해지며 거대한 감동으로 남는 글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이 많으니 천천히 읽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 작은 외딴섬, 그 섬에 사는 가족의 이름을 딴 바뢰이 섬. 마틴 바뢰이, 그의 아들 한스 바뢰이, 그의 딸 잉그리드 바뢰이의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세대를 거듭하며 섬과 함께 성장한 잉그리드세대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아무도 섬을 떠날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섬은 곧 우주고 별은 눈 아래 풀 속에서 잠을 잔다. 하지만 간혹 섬을 떠나려고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_24p.
바뢰이섬에는 버드나무 세 그루, 자작나무 네 그루, 마가나무 다섯 그루가 있었다. 몸통 한가운데 큰 상처가 있는 마가나무 한그루는 늙은 마가라고 부르는데 열두 그루 모두 자연이 시키는 대로 구부러졌다. _29p.
숲은 종종 조용해졌다. 섬에서는 조용한 일이 별로 없어서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무슨 일인지 서로 물었다. 침묵은 궁금증을 불렀다. 신비롭고 스릴을 가져다주고 들을 수 없는 발자국 소리를 내며 섬을 가로지르는 검은 망토를 걸친 얼굴 없는 이방인 같았다. 침묵의 시간은 계절마다 달라서 겨울에 땅이 얼었을 땐 길게 찾아오고 여름에는 한차례 바람이 불고 그다음 바람이 불어오는 사이, 밀물과 썰물 사이에 잠깐 찾아들거나 인간에게 기적이 일어나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걸 바꿀 때 찾아왔다. ...(중략)... 침묵이란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아주 잠시 죽음을 본 것에 불과했다. _105~106p.
"뭘 그렇게 씩 웃고 있어?" 라스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바뢰이의 여왕이 말했다. 잉그리드는 자신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저어 주는 배를 타고 왕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계획이 실행되기 전까지 그들은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 (중략)... 잉그리드는 두 사람을 잃은 뒤로 그 어느 때보다 부모님이 그리워졌다. _263~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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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