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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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혜윤 | 위고 | 2020년 3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8.4 (127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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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아무튼 시리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23.09.04 리뷰제목
그동안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큰 기대를 했다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실망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절경을 기대하고 찾아간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가 그랬고(큰 산불 이후 잘 정비된 인공적인 모습이 역으로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국에서 유명한 짬봉 맛집이라 찾아간 중식당도 그랬다(굳이 상호명을 밝히지 않겠지만 흔한 동네 맛집 짬봉보다 면의 찰기도, 국물의 깊이도 없
리뷰제목


 

 그동안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큰 기대를 했다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실망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절경을 기대하고 찾아간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가 그랬고(큰 산불 이후 잘 정비된 인공적인 모습이 역으로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국에서 유명한 짬봉 맛집이라 찾아간 중식당도 그랬다(굳이 상호명을 밝히지 않겠지만 흔한 동네 맛집 짬봉보다 면의 찰기도, 국물의 깊이도 없었다). 그 외 좋은 리뷰평만 믿고 찾아갔던 전주 한옥마을의 게스트하우스, 관객 수만 보고 관람한 영화 등 그동안 큰 기대를 했다가 실망한 것들이 많은데 이번 독서도 아쉽지만 큰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안긴 책이 되었다.

 

 이번에 아쉬움을 남긴 책은 아무튼 시리즈에서 28번째로 나온 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취향, 사물, 취미 등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소위 한 분야의 덕후들이 쓴 에세이로 작은 판형에 휴대성도 좋고 소소한 재미를 주던 시리즈였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첫 장은 메모의 중요성을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담아내서 다음장에 대한 기대를 한껏 올렸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기대했던 메모의 방법이나 메모를 통해 경험했던(첫 장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보다는 저자가 팟케스트 출연을 위해 준비했던 메모나 글을 쓰고 싶어 모아두었던 메모 속 문장들과 연계한 이야기, 메모주의자가 된 이유 등을 위트 보다는 조금은 진중한 문장들로 풀어나간다.

 

 책장을 넘길수록 문장은 머리에서 겉돌고 책장을 쉽게 넘기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동안 읽었던 아무튼 시리즈의 전개와는 다른 서술 방식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시리즈가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덕후들의 자기 취향을 애정있게 담아낸 에세이이기에 이번 독서를 통해 저자의 메모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지만 책은 저자만의 메모 노하우 등 실용적인 정보보다는 저자가 메모주의자가 된 이유나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위트보다는(물론 위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진중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어 기대와는 다른 독서였다.

 

 물론 기대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 독서였지만, 저자가 열심히 메모하게 된 생각(메모)들을 읽다보면 책상 위 연필을 찾아 메모를 하고 싶어 질 수 도 있다.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밤에 한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나의 메모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 35쪽

 

 이 외에도 "메모에 관한 열 가지 믿음"이나 "메모는 나를 속인 적이 없다" 등의 장에서 메모의 중요성에 공감하게 되는데, 책장을 넘기다보면 코끝을 흐리게 하는 문장도 만나게 된다. 바로 저자가 세월호 유족에 선물 받은 달력으로(저자는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라디오 피디다), 달력에는 국가기념일이나 공휴일이 아니라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 선생님들, 김관홍 잠수사의 생일이 표시되어 있다. 이 중 몇 개만 옮겨본다.

 

7월 1일. 조향사가 되어 첫 번째 향수는 언니를 위해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해맑게 잘 웃는 배향매

7월 4일. 우리 애기들 살려야 해요. 마지막까지 학생들 생각을 먼저 한 전수영 선생님

7월 25일. 아버지께 물려받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 감독을 꿈꾸는 한고운

8월 25일. 모든 생명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수의학과에 가고 싶은 장혜원

11월 25일.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분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들려주는 수화 통역사를 꿈꾸는 조서우

12월 4일. 언제나 전교 1등, 사회의 잘못을 가려내고 약자들을 보호하는 판사를 꿈꾸는 박성빈 - 75쪽 ~ 77쪽 

 

 <아무튼, 메모>는 독서 전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라서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메모의 중요성과 필요성에는 공감하게 된다. 단, 실용적인 정보를 원한다면 이 책은 맞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번 독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아서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나중에 재독을 통해 이번 독서 때 느끼지 못한 책의 감흥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으로,  <아무튼, 메모>를 읽다가 마음에 와닿아 노트에 메모해 둔 문장으로 오늘의 리뷰를 마무리 한다.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1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8 댓글 14
종이책 메모는 'ㅁ(네모)'이다 - [아무튼, 메모]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21.10.31 리뷰제목
메모는 'ㅁ(네모)'이다 <아무튼, 메모>를 읽고       "메모 남겨 드릴까요?" 같은 사무실에 동료가 자리를 비웠을 때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으레 하는 말이다.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전화를 건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이 메모지에 남겨진다. 그렇다. 메모는 '일'이다. 일하는 직장생활자로서 날마다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어떤 날은 카톡 메신저 혹은 예스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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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ㅁ(네모)'이다

<아무튼, 메모>를 읽고

 

 

  "메모 남겨 드릴까요?" 같은 사무실에 동료가 자리를 비웠을 때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으레 하는 말이다.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전화를 건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이 메모지에 남겨진다. 그렇다. 메모는 '일'이다. 일하는 직장생활자로서 날마다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어떤 날은 카톡 메신저 혹은 예스블로그를 가장 먼저 열 때도 있지만) 메모장부터 연다. 퇴근 전까지 수시로 업무 관련 내용을 일지처럼 기록하기 위해서다. 아주 가끔 메모들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살고, 아니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

-보르헤스 

 

  "아주 좋은 생각(이야기)이에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이 휘발되지 않도록 어딘가에 단단히 붙들어 매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야기에 홀려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 메모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무튼, 메모>를 쓴 정혜윤 피디는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자신은 이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기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마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히말라야에서 찾아낸 전설의 사진 작가가 눈표범을 보고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고 오롯이 그 순간 속에 머물렀던 것처럼 말이다.

 

"아침볕이 흐릿하게 사라질 때 해변을 걸으며 상상하는 것이 진실"

-휘트먼

 

  저자 역시 좋은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어디든 메모해둘걸 하는 후회를 한다. 곧이어 상실의 고통이 시작되지만 그는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즐기며 자신의 하루를 심문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어디가 어떻게 왜 좋았는지를 복기하면서 마침내 이야기와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예전에 스스로를 문장 수집가로 부르며 자기만의 인생을 담아놓을 가치가 있는 문장들만을 쫓았던 그가 현재는 듣는 자이자 이야기 채집가로 살면서 최고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전달하기 위해 메모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메모는 관능적인 일이기도 하다. 내 몸에 좋은 이야기를 붙이고 그 이야기에 몸과 마음이 섞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메모는 좋은 쪽과 한편이 되어 치르는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나씩 하나씩 답을 찾고 그 작은 답을 모아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만들려는 사랑스러운 흔적이기도 하다. 메모는 자기 생각을 가진 채 좋은 것에 계속 영향을 받으려는 삶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이다.

(63~64쪽, 「메모는 나를 속인 적이 없다」中)

 

  그에게 메모는 '알'이다. 그 알 속에는 가장 좋은 삶으로 부화될 재료와 준비가 차곡차곡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메모는 '꿈'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꿈, 누구도 혼자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 꿈에 관한 메모를 수없이 쓰고 지우며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다. 메모는 나 그리고 우리 모두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각자가 소중히 여기고 싶어하는 가치를 품고 있다고 믿는 저자의 신념은 『새벽 네 시의 궁전』,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75년 동안의 고독』 등 여러 편의 라디오 다큐멘터리에서 우리 사회를 향한 고요한 외침이 되어 청취자들에게 울림을 전해준다. 책의 후반부에 '나의 메모'들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노래하지 않은 작은 단어들"

-네루다

 

  에필로그에서 앞으로 삶에서 길을 잃으면 메모장을 펼쳐보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뿌렸던 조약돌과도 같은 메모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일러주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메모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말 그대로 메모는 '길'이자 '삶'인 것이다. 책을, 아니 메모장을 덮으려는데 문득 오래 전 읽었던, '메모' 하면 퍼뜩 떠오르는 수필 한 편이 생각났다. 어쩌면 <아무튼, 메모>가 메모광의 계보를 잇는 메모주의자의 '메모예찬' 시리즈의 최신작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직 끝나지 않은 메모에 관한 다음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내 메모는 내 물심 양면(物心兩面)의 전진하는 발자취며, 소멸해 가는 전 생애의 설계도(設計圖)이다. 여기엔 기록되지 않는 어구(語句)의 종류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광범위한 것이니, 말하자면 내 메모는 나를 위주로 한 보잘 것 없는 인생 생활의 축도(縮圖)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하윤作(1958년), 『메모광』中]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5 댓글 8
종이책 구매 아무튼메모? 평점6점 | m****9 | 2020.04.26 리뷰제목
기대를 너무많이했나보다. 아무튼시리즈를 좋아하고, 베스트셀러로도 랭크되서 의심없이 구입하였는... 아무튼쇼핑 때만큼은 배신감은 아니지만, 기대한 내용이 아니어서 다소 실망하였다..메모의습관을 통한 일상의발견, 배움의 내용이 있을줄알았는데. 메모와는 크게 상관없는 그냥 저자의 일기같았다. 물론 취향은 다르기때문에 꼭 서점에서 미리 살펴보고 구입하길 권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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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너무많이했나보다. 아무튼시리즈를 좋아하고, 베스트셀러로도 랭크되서 의심없이 구입하였는... 아무튼쇼핑 때만큼은 배신감은 아니지만, 기대한 내용이 아니어서 다소 실망하였다..메모의습관을 통한 일상의발견, 배움의 내용이 있을줄알았는데. 메모와는 크게 상관없는 그냥 저자의 일기같았다. 물론 취향은 다르기때문에 꼭 서점에서 미리 살펴보고 구입하길 권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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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이런 리뷰를 쓰게 될 줄 몰랐는데 평점4점 | s*****a | 2020.04.11 리뷰제목
아무튼 메모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외면한 책이다.반전에는 즐거움이 있어야는데... 이 반전에는 쓰린 마음만 있네요. 다음에 책을 고를 땐 제목만 보지 않고 좀더 철저히 살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왜 나는 이 책을 골랐는가..문구 덕후 메모를 즐기는 애호가로서 메모에 관한 책이라서였다.그리고 아무튼 시리즈에 대한 주변의 후한 평가들이 이 시리즈에 대한 신뢰도를 보증해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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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외면한 책이다.
반전에는 즐거움이 있어야는데... 이 반전에는 쓰린 마음만 있네요. 다음에 책을 고를 땐 제목만 보지 않고 좀더 철저히 살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왜 나는 이 책을 골랐는가..문구 덕후 메모를 즐기는 애호가로서 메모에 관한 책이라서였다.
그리고 아무튼 시리즈에 대한 주변의 후한 평가들이 이 시리즈에 대한 신뢰도를 보증해주었다.
그래서 의심없이 이 책을 샀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찜찜함, 내 책 고르는 안목에 대한 실망감..ㅡㅡ
이럴 땐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나한테 왜 그랬어요... 등등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종이책 아무튼 메모 평점10점 | g****3 | 2020.12.14 리뷰제목
아무튼 시리즈중 정해윤의 아무튼 메모를 읽었다.이슬아작가의 깨끗한 존경에서 첫번째 인터뷰이이기도 했던 정혜윤은 그전까지 아무것도 모르다 이슬아의 인터뷰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작가이다.CBS 라디오 PD로 주로 라디오 다큐를 제작하는 분이다. 이분이 낸 책들도 이미 상당수 있는데 어느것 하나 읽어보질 못했다. 그랬기에 내가 정혜윤이라는 pd이자 작가에 대해 상상하고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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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중 정해윤의 아무튼 메모를 읽었다.

이슬아작가의 깨끗한 존경에서 첫번째 인터뷰이이기도 했던 정혜윤은 그전까지 아무것도 모르다 이슬아의 인터뷰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작가이다.

CBS 라디오 PD로 주로 라디오 다큐를 제작하는 분이다. 이분이 낸 책들도 이미 상당수 있는데 어느것 하나 읽어보질 못했다. 그랬기에 내가 정혜윤이라는 pd이자 작가에 대해 상상하고 만든 이미지는 다 인터뷰 책에서 이슬아 작가와 대화를 통해 그리고 몇 컷의 사진을 통해 그려낸 이미지가 다였다. 


이슬아 작가는 그녀의 글을 참 좋아한다고 했고 인상적인건 글이 안써질 때는 무조건 정혜윤의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으로 가서 책을 뽑아 들고 읽으면 어떻게든 다시 글을 쓸 힘이 난다고 했다.

일간 이슬아 발행자로서 매일 써야하는 고통과 어려움이 있을텐데 그것을 견뎌내게 하는 힘이 정혜윤의 글속에 있다고 하니 꽤 궁금해지긴 했다.

도대체 어떤글을 어떻게 쓰길래 그런 마법같은 힘을 줄까. 얼마나 글을 잘 쓰길래 그런 영감을 줄까.


아무튼 메모의 시작부분은 조금 이상했다. 메모를 잘 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이 되는데 '어~ 그렇다면 왜, 대체 아무튼 메모를 집필한거지?'  라는 생각이 내내 멤돌았다.

그리고 초반을 넘어서서 중반으로 가면서 본격적인 본인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고 정말이지 메모광이라고 할만큼 한때 메모에 집착했었던(그녀는 책에서 결코 그렇게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읽는 나의 생각일뿐 )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결국 좋은 책들을 읽고 마음에 남는 좋은 글들을 끊임없이 메모하고 좋은 문장들을 수집하는 이유는 스스로 더 좋은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는 것에서 메모의 동기가 기인한다.

이 말에는 참 따스함이 베어있다. 나 혼자 잘먹고 잘사는 삶의 방향이 아닌 우리 사이의 빈공간을 아무렇게나 채우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아서 함께 좋은 꿈을 꾸기위해서 이런 메모를 끊임없이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는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 내가 꿈꾸는것은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저자가 모은 메모들중에 나에게도 와닿은 좋은 글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 몇몇 문장은 나도 남겨보고 싶어 적어본다.


굳이 꼭 사람을 비교하려면

각자가 가진 이상으로 비교하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자

지난해의 나와 올해의 나를 비교하자.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  보르헤스의 멋진 말이다


하고싶은 일이 있었지만 혹은 어떤일을 하려고 할때 이미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가 들릴때 그때의 감정을 담은 책의 후반부 이야기는 책을 다 덮고난 내내 내 머릿속 한부분을 꽉 차지하고 떠나질 않았다. 저자의 친구가 친구로 삼은 서울대공원의 콘도르 꼽추의 이야기.조선인 전범 재판을 받은 이학래의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있다. 태평양 전쟁때 일본군을 대신해 포로 수용소의 감시원을 했던 조선인의 이야기인데 그 마지막 생존자(알려진)가 이제 100세를 향해 가고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에 버림당한 한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형당한 다른이들을 대신해 살아남아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부당함과 억울함을 일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학래의 이야기.  


"그들의 고독은 끔찍하게 무가치한 것을 위해 무의미하게 죽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채로 죽는 사람의 고독이었다."


메모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정혜윤의 방식은 내가 '아무튼 메모'라는 책 제목을 보고 상상했던 이야기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덧 나는 그녀의 메모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메모는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 우리의 삶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문득 새로운 책을 펼쳐들고 책을 읽어나가는 나는 책장에서 노트하나를 꺼내 들고 왔다. 좋은 문장이 있을때 밑줄만 그었었는데 어느덧 노트를 펼치고 나도 문장을 적으며 메모를 남긴다.

이 문장들, 이 메모들이 모여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나와 다른이의 간극을 메워줄 삶으로 이끌어줄것만 같은 좋은 기분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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