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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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편지로 씌어진 소설

리뷰 총점 9.2 (3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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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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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편지로 씌어진 소설, 편지로 씌어진 리뷰 평점10점 | y*******2 | 2020.05.21 리뷰제목
미 구아포, 미 소플레테, 하비비, 나의 카나딤, 나의 하야티.‘미 구아포’는 ‘나의 멋쟁이’, ‘미 소플레테’는 ‘나의 횃불’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하비비’는 ‘내 사랑’이라는 뜻의 아랍어래요. ‘카나딤’은 아마도 ‘날개’, ‘하야티’는 ‘생명력’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따온 애칭일 거라네요. 이 모든 사랑스러운 단어 앞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에요.편
리뷰제목

미 구아포, 미 소플레테, 하비비, 나의 카나딤, 나의 하야티.



‘미 구아포’는 ‘나의 멋쟁이’, ‘미 소플레테’는 ‘나의 횃불’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하비비’는 ‘내 사랑’이라는 뜻의 아랍어래요. ‘카나딤’은 아마도 ‘날개’, ‘하야티’는 ‘생명력’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따온 애칭일 거라네요. 이 모든 사랑스러운 단어 앞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에요.



편지를 쓴다는 행위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한동안 기록되는 걸 두려워했거든요. 영원의 약속이 깨지는 것까진 괜찮아요. 그러나 나 자신이 여러 번 번복되다 보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어지죠. 선물할 때 나는 내 이름으로 서명하지 않고 ‘2020년 2월 1일에 당신을 사랑하는 친구로부터’와 같이 적곤 했어요.



어쩌면 영원의 약속을 두려한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실은 이름 없는 이 문장만으로 나를 떠올려주길, 나의 생김새와 나의 표정과 나의 분위기가 당신을 휘감길, 그렇게 영원이 존재하길 바라는 욕심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죠. 나는 언제나 욕심이 많았으니까요.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존 버거의 『A가 X에게』라는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는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소개하기도 했죠. 옛 교도소 73호 감방의 수납 칸에서 발견된 세 개의 편지 뭉치를 엮은 책이에요. 테러리스트 단체를 결성한 혐의로 이중종신형을 선고받은 사비에르가 수감되어 있던 곳이죠. 사비에르는 그의 연인 아이다가 보낸 파란색 편지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두었고, 편지 뒷장에는 메모를 하기도 했어요. 작가는 아이다가 보내지 않은 편지까지도 비밀의 경로로 구해서 적당한 위치에 끼워두었다고 해요. 그런 편지 말미엔 괄호 안에 ‘보내지 않은 편지’라고 적혀 있어요.



편지 뭉치를 묶은 천 조각에 적힌 글들이 재미있어요. 첫 번째 편지뭉치엔 ‘우주는 기계가 아니라 뇌와 비슷하다. 삶은 지금 말해지고 있는 하나의 이야기다. 최초의 현실은 이야기다. 이것이 내가 기술자로 지내며 알게 된 것이다.’ 두 번째 편지뭉치엔 ‘우리는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니다ㅡ우리는 그것을 지켜 준다.’ 마지막 세 번째 편지 뭉치엔 ‘집 땅'이라는 두 단어가 적혀 있었대요.



처음엔 이 소설을 구상하는 작가를 상상했어요. 편지를 쓰고, 편지뭉치를 흩트리고, 요리조리 배열하는 작가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덧 영국의 중년 남성 작가는 사라지고 아이다란 가명을 지닌 단호한 눈빛의 여인이 앉아 있어요. 오감의 감각을 그림 그리듯 표현하는 여성이죠. 어느새 나는 감옥에 갇힌 사람이 되고, 편지를 쓴 여인을 사랑하게 돼요. 멋진 경험이었어요. 나는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줄 알았거든요.

코기토, 에르고 숨.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라틴어에요. 데카르트가 한 말이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사비에르의 메모 중 이스라엘의 항공보안전문회사 SDS에서 제조한 ‘코기토 1002’가 언급돼요. 몇 가지 질문에 따라 손의 생체반응이 기록되고, 이 사람이 주의인물인지 아닌지 밝히는 기계죠. 이름이 ‘코기토’라는 게 아이러니컬할 뿐, 사비에르는 교도관이 좋아할 기구라고 냉소적으로 말해요. 나는 이와중에 내가 코기토라는 단어를 알고 있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자랑스러웠어요. 넌지시 건넨 비밀스러운 눈짓을 알아챈 기분이랄까요. 당신이 알려준 단어잖아요.



나는 성당이나 절이나 교회나 성스러운 장소에 갈 때면 두 손을 부여잡고 기도하는 시늉을 내며 눈을 감곤 했죠. 그러면 나도 모르게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와요.



부디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건 누구일까요? 나는 알고 있어요.

함께 바다에 가고 싶어요.



당신의 Y.



(보내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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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이다의 편지 평점8점 | s****m | 2009.09.14 리뷰제목
몸이 조금씩 아파오는 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약국을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이미 옷을 갈아입은 뒤라 조카들에게 약 이름을 알려주고 심부름을 보냈다. 집 근처에 약국에 세 군데 있어서 설마 못 사올까 싶어서 내심 안심하고 보냈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모두 문이 닫혔다며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비슷한 위치의 약국들이 한꺼번에 문을 닫으면 다급한 사람은 어쩌라는 건지 잠시
리뷰제목
몸이 조금씩 아파오는 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약국을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이미 옷을 갈아입은 뒤라 조카들에게 약 이름을 알려주고 심부름을 보냈다. 집 근처에 약국에 세 군데 있어서 설마 못 사올까 싶어서 내심 안심하고 보냈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모두 문이 닫혔다며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비슷한 위치의 약국들이 한꺼번에 문을 닫으면 다급한 사람은 어쩌라는 건지 잠시 푸념을 한 뒤, 헐레벌떡 뛰어온 조카들에게 수고비 500원을 쥐어 주고(배분은 알아서 하겠지.), 읽다만 책을 펼쳤다. 굳이 안가도 되겠다 싶은 약국을 조카들을 시켜서 가게 한 것은 존 버거의 소설에 나오는 아이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가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곳에서 아이다의 환영을 보게 될까봐, 조카의 손을 거쳐 내게 도착한 약에서 혹시나 그녀의 손길을 느낄까봐 그녀를 나의 현실로 끌어 내렸지만, 그런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다른 약국을 간다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진탕 아파 버렸다. 데굴데굴 구르고, 토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나니 정신이 몽롱했다. 오전 근무만 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리 몇 시간 동안 잠만 잤는데도 아픔은 가시지 않고, 배는 고프고, 생각들이 한정되어 버리는 것에 상실감을 느꼈다. 누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에 책을 꺼내 읽었다. 손에 쥔 책을 다 읽었음에도 그 책에 대한 느낌을 남겨야겠단 생각보다, 어제 읽은 존 버거의 소설 속의 아이다란 인물이 자꾸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설 속의 인물이었음에도 쉽게 간과할 수 없었던 아이다는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를 컴퓨터 앞으로 이끌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남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 그녀가 한 남자에게 쓴 편지들이 묻힌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다.
 
  아이다는 감옥에 갇힌 한 남자에게 편지를 쓴다. 그는 테러리스틀 결성했다는 혐의로 이중종신형(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고, 그후에도 죽을 때 나이만큼의 기간 동안 시신을 감옥밖으로 내올 수 없다는 형벌.)을 받은 사비에르라는 청년이었다. 그는 새 교도소가 들어서면서 73호 감방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수감자였고, 협소한 수납 칸에서 아이다가 보낸 편지가 발견됐다. 이 책에는 부치지 않은 편지도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 경위는 밝히지 않고 사비에르가 정리한 순서를 존중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아이다는 비교적 차분한 어투로 사비에르에게 편지를 썼다.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서 쓴 편지는 종종 붙이지 않았지만, 이중종신형을 당한 남자에게 쓴 편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차분하고 기다림이 서린 편지들이었다. 자신의 일상을 토대로 그와의 추억을 기록해 가는 그녀는 담담해 보였다. 그러나 다양한 언어로 애칭을 바꿔가며 애정을 표시하고, 편지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사랑해요'라는 표현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연애편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이다와 사비에르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회도 허락되지 않았고, 유일한 교류 수단은 편지 밖에 없었다.
 
  돌아올 수 없는 이에게 쓰는 편지란 어떤 기분일까. 오래 전,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그리움을 가득 담아 편지를 쓴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이다가 갖는 먹먹한 기분이 조금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휴가, 면회, 제대라는 기다림이 있었던 반면 아이다는 그 모든 것이 단절된 상태였고, 강제로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밖에 전할 길이 없었다. 편지 안에 그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그리움만 내제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데, 거기에는 아이다와 사비에르에게 처해진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었다. 사비에르가 어떠한 연유로 잡혀갔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았지만 혼란스러운 국가, 억압당하고 강제성을 띠는 인권,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두려움이 늘 감지되었다. 그녀도 어떤 활동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저자의 설명대로 숨겨진 의미를 찾기란 어려웠다. 사비에르를 향한 그리움, 거대한 집단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한 인간과 무리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겐 숨이 차오를 지경이었다.
 
  오랜 기간 사비에르에게 보내졌던 편지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녀의 그리움은 배가 되어 내 안에 맴도는 타인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잠시 책을 덮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아이다의 상실감에 어느 것도 비할 바 못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천연덕스럽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상세히 기록해가는 아이다, 큰 사건을 일상처럼 말해야 하는 아이다, 처절할 정도로 사랑하는 이의 온기를 느끼고자 자신의 손을 그려 나가는 아이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갈라놓은 보이지 않는 힘에 저항심이 생겼다. 그런 아이다의 편지에 수긍하는 사비에르의 편지는 없었다. 다만 그녀가 보낸 편지의 뒷편에 사비에르의 메모가 있었는데, 난해하고 그의 해설이 필요한 짤막한 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글은 아이다에 대한 글이 아니었고, 세계 곳곳에 행해지는 반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개탄과 상대성을 그린 것이 많았다. 그 낯선 이질감에 몸을 떨면서도 사비에르가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그는 아이다의 편지의 뒷편에 세상의 곳곳을 누비며 보이지 않는 활동가다운 호소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더라도 사비에르가 아이다에게 어떤 편지를 보냈는지 상세히 알 수 없었기에(아이다의 언급으로 조금 알게 되었지만, 소소한 것에 불과했으므로), 답답하기도 해서 그런 아이다를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난감해지기도 했다.
 
  아이다가 보낸 편지의 무게가 가벼웠더라면, 사비에르의 메모가 아이다를 향한 것이었다면 편지를 읽는 나의 마음이 어떻게 변모되어 갔을까. 아마 조금은 특별한 연애편지로 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사랑이 현재에도 세계 어느 곳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면(저자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지만.) 그냥 가볍게 읽고 지나칠 수가 없다. 약국에서 일하는 아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전하며, 때로 활동가로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진부하게 늘어놓기도 하지만 사비에르 앞에서만큼은 한 사람의 여자이고 싶은 마음 또한 감추지 않았다. 아이다의 편지를 읽으며 사비에르의 메모가 무심하다 싶다가도 그가 한두 마디씩 흩뿌려 놓은 아이다를 향한 마음을 볼 때면 둘의 단절됨이 피부에 와 닿아 안타까웠다.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없는 단절이 왜 그들에게 일어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져 보았지만, 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했다. 세계화를 빌미로 이루어진 폭력과 자본세계의 병폐와 만인에게 가격되어 지는 불편한 진실을 파악할 힘이 내게 남아있을 리도 없었다.
 
  그 두 연인의 단절된 상황으로 나머지 배경을 파악해 나가는 도리밖에 없었다. 아이다의 절절한 편지, 사비에르의 개탄과 비난이 섞인 메모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과연 나는 행복한 것일까, 저들의 모습을 무시해도 괜찮을 것일까란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지만 그 둘의 단절 앞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이다가 얼마를 기다려야 사비에르가 돌아올지 알 수 없었고, 사비에르가 과연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편지의 뒷면에 그려진 '오늘 밤의 탈출 경로'를 통해 둘의 재회를 잠시나마 꿈꿔보게 되었지만, 그 또한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들의 목숨이 내재하든 내재하지 않던 그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저자의 말처럼 신께서 그들을 지켜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더 이상 그들이 처한 상황들이 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크지만, 그 바람은 아주 먼 얘기로만 느껴져서 내 존재가 너무나 미미하게 다가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존 버거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라 그의 신간이 나왔나 정기적으로 검색해 본다. 우연히 신간이 나온 것을 보고 바로 구입했는데, 그의 소설은 처음이거니와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고,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의 산문과 시, 평론을 주로 읽다 소설을 마주하게 되니 다시 한 번 그의 역량에 감탄하면서도 허공을 향해 흐릿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나를 자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아이다의 편지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사비에르의 메모에 동감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존 버거가 그려낸 세계는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그의 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먹먹한 가슴앓이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다른 작품을 탐독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당분간은 아이다란 인물이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을 갈망하며 그의 새로운 작품을 향해 손을 내밀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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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A가 X에게 평점10점 | z******5 | 2021.01.22 리뷰제목
약제사인 아이다(A'ida)와 용접공 사비에르(Xavier). 그들은 끝내 만나지 못했을까.   반정부 테러 조직 결성 혐의로 이중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혀 있는 사비에르. 그런 그에게 아이다는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곳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비밀과 세상의 비밀, 일상의 소음과 세상의 소음, 의심스런 정의와 사랑에 대한 믿음. 그에게 부쳐진 편지 외에 보내지
리뷰제목

약제사인 아이다(A'ida)와 용접공 사비에르(Xavier).

그들은 끝내 만나지 못했을까.

 

반정부 테러 조직 결성 혐의로 이중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혀 있는 사비에르. 그런 그에게 아이다는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곳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비밀과 세상의 비밀, 일상의 소음과 세상의 소음, 의심스런 정의와 사랑에 대한 믿음.

그에게 부쳐진 편지 외에 보내지 못한 편지와 보내지 않은 편지들에 담긴 이야기들에서 그들의 삶의 부재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럼에도 연애편지 같은 사랑스러움도 묻어난다. 그를 칭하는 여러 언어의 애칭과 그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 - 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사비에르는 그녀의 편지 속에 그려진 손그림을 창틀 아래 붙여놓기도 하고 편지 뒷면에 메모를 남기기도 한다. 그녀의 편지가 부드러운 깃털이라면 그의 메모는 날카롭고 강인하다. 그녀의 편지가 하늘로 띄워졌다면 그것은 그가 세상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외침이지 않았을까.

 

이 책은 편지와 메모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앞쪽에는 존 버거가 한국 독자들에게 남긴 편지가 있다.

이 책을 읽은 몇몇 분들이 제가 정말 아이다의 편지를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혼자 꾸며낸 것인지 묻습니다. 물론, 그 질문에 답을 드릴 수 있지만, 제가 보기에 그건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 책에서 절제된 분노를 보았고 옮긴이는 세계화에 대한 저항을 보았다. 그녀와 그의 단순한 사적 이야기가 아닌 세상을 향한 저항과 투쟁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미소는 때론 다정하고 때론 당당하며 때론 든든했다. 그는 갇혔지만 그녀는 살아남은 자들과 꿋꿋하게 버텨낸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과 예측할 수 없는 죽음과 어두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끊임없이 삶을 잠식해 들어오지만 잃어버린 습관처럼 우리의 매일을 이어주는 시간들과 예기치 않은 웃음이 가져다주는 힘을 믿는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울음 대신 웃음을 터트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상한 질문이죠. 우린 삶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p.167

 

 

세상은 그를 가두었고 그녀의 주변은 늘 불안하다. 그럼에도 그녀에겐 어떤 믿음이 느껴진다. 그의 강인하고 단단한 신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유머가 그녀로 하여금 더욱 사랑의 크기를 키워나간다. 편지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어떤 편지가 마지막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절망이나 후회 따윈 없다. 단지 그를 오랫동안 만지지 못해 그녀의 손이 쓸모 없어져 버린 것 같다고 말하는 안타까움과 우리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당위성만이 가득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 -p. 95

 

삶의 파편들에 상처를 입고 살갗이 찢어질지라도 그녀는 이델미스가 그랬듯 사람들에게 치료 약과 진정제와 희망과 경고를 담은 처방전을 나누어 줄 것이다. 그녀는 그들이 막으려 하는 미래가 반드시 올 거라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거리가 들려주는 희망적인 소문들 말이다. 텅 빈 밤을 울리는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에 가득 채워지는 것 또한 희망이다. 그녀의 입속에서 그에게로 전해질 메아리.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이라도 그렇게만 흘려버릴 수 있다면 다행인 삶이다.

어둠의 침묵을 깨는 건 새소리이며 뚝뚝 끊어진 일상을 이어주는 사이의 날들로 생을 붙잡아 나간다. 그가 보낸 재스민 화분이 그녀에겐 재스민 벌판이 된다. 그곳에서 그녀의 긴긴 팔다리로 그를 껴안을 수 있기를. 그가 그린 탈출 경로를 보며 그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는 부은 눈으로 살짝 윙크를 해 보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세상 속에 있든지 그가 전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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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A가 X에게』 존 버거 : 부재는 ‘무’가 아니에요 평점10점 | p********1 | 2018.05.05 리뷰제목
A가 X에게 쓴 편지는 교도소 안에서 발견되었다. X는 73호 감방의 마지막 수감자였다. 그는 반정부 테러조직 결성 혐의로 이중 종신형을 받았다 (죽어서도 생애 나이만큼 시신이 감금된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탈출할 수 없다는 것). X가 복역 중 받은 편지 뭉치는 날짜순이 아니라 받는 사람에 의해 섞여있었는데, 그 편지들을 발견한 작가 존 버거는 책의 서문에서 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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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쓴 편지는 교도소 안에서 발견되었다. X는 73호 감방의 마지막 수감자였다. 그는 반정부 테러조직 결성 혐의로 이중 종신형을 받았다 (죽어서도 생애 나이만큼 시신이 감금된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탈출할 수 없다는 것). X가 복역 중 받은 편지 뭉치는 날짜순이 아니라 받는 사람에 의해 섞여있었는데, 그 편지들을 발견한 작가 존 버거는 책의 서문에서 이 편지 뭉치를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수록했음을 밝힌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독자는 생각하게 된다. A와 X, 아이다와 사비에르는 실재했고 편지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사실인 것일까, 하고. 존 버거는 뚜렷이 밝히지 않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허구와 진실이 만나는 지점, 날짜가 뒤죽박죽인 편지 한 장과 한 장 사이의 이야기를 메꾸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편지글 형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유독 특별한 것은 한 쪽으로 전해진 편지만을 담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교도소 안에서 편지 뭉치를 발견했다는 서문 (이야기의 테마)에서 기인한 듯 보여지는데, 이런 형식이 오히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편지 뭉치 속의 A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진다. 그러나 X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가 A의 편지글 마지막에 남긴 작은 메모뿐이다. 게다가 메모는 A에게 전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세계를 비판하는 독백에 가깝다. 그러나 분명 우리는 일방적으로 한쪽에 전해지는 편지를 보고 있으나, 편지는 우리 눈앞에서도 계속해서 진심을 담아 ‘답해지고 있는’ 듯 보인다.

 

“침묵은 언제나처럼 압도적이죠.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의 응답이 아니에요. 있는 건 항상 나의 말뿐이었죠. 하지만 나는 채워져요. 무엇으로 채워지는 걸까요.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게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야 누르, 사랑해요.”

 

 소설로 씌어진 편지 속엔 두 연인이 함께 했던 추억과 사랑의 언어들이 아름답게 춤추고 있다. 잊을 수 없는 문장을 한가득 담다보니, 작가가 쓴 언어들이 놀랍도록 달콤해서 순간 그들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잊어버릴 정도였다. '부재는 무가 아니'고 '당신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며 굳건하게 상황을 견디는 A의 모습은 가슴을 벅차게 만들고, 뒤이어 튀어나오는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들과 대비되어 감정을 극대화한다. 세계화와 자본주의, 가난과 불평등, 국가의 폭력과 압제에, 그들은 사랑으로 저항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강력하다.

 

 특히 편지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함께 그 세계를 견디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바라보고, 눈앞에서 국군에게 총탄을 맞고, 함께 노래하고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은 A와 X처럼, 저마다의 추억과 사랑과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하여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과 손을 잡으며 비극을 헤쳐나간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었다. 부수고, 수색하고, 탐문하고, 경고하고, 명령하는 세력들이 탱크를 몰고 공장으로 쳐들어왔을 때, 모두가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강철판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탱크를 몰아내는 장면. 거리에선 총소리가 들리고, 달아나던 누군가가 살해를 당한 것을 짐작하지만 그들은 용기를 잃지 않는다.

 

잊을 수 없던 문장과 장면의 여운이 옅어질 때쯤, 이 책을 또다시 읽겠다고 다짐했지만 아마도 오랜시간이 걸릴 것 같다. 여운은 좀처럼 옅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덧없는 것은 영원한 것의 반대말이 아니에요. 영원한 것의 반대말은 잊히는 것이죠. 잊히는 것과 영원한 것이, 결국에 가서는,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틀렸어요.
영원한 것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이 옳아요. 영원한 것은, 독방에 갇힌 당신과, 여기서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당신에게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을 보내는 나를 필요로 하죠.

 


그들이 당신에게 이중종신형을 선고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은 믿지 않게 되었어요.

 


부재가 무라고 믿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없을 거예요. 그 둘 사이의 차이는 시간에 관한 문제죠. (거기에 대해선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무는 처음부터 없던 것이고, 부재란 있다가 없어진 거예요. 가끔씩 그 둘을 혼동하기 쉽고, 거기서 슬픔이 생기는 거죠.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죠, 마치 코끼리들이 긴 코로 물을 뿌리며 서로를 씻어 줄 때처럼요.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점점 더 미친 듯이 과장된 소리를 질렀어요. 왼팔을 긴 코처럼 내젖는 두 마리의 코끼리! 그러는 동안, 우리 둘은 각자의 수감 시절을 떠올렸고, 그 시절 농담과 함께, 우리가 연기(演技)하고 있는 건 해방의 꿈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맞아요, 미친 거죠. 무엇보다도 그 광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교도소에 갇힌 당신은 거리를 뛰어넘을 수 없죠. 아주 짧은 거리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생각할 수 있고, 온 세상을 가로지르며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그렇게 거리를 뛰어넘는 것이 내 인생의 일부예요. 당신의 생각과 나의 여행, 그 둘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죠. 생각과 확장은 똑같은 무언가의 부분들이에요. 하나의 천이죠.

 


샤워하는 동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모든 고통은, 어느, 시점에는, '아니요'라는 단어로 흘러갔다가, 다시 계속돼요. 마찬가지로 모든 즐거움은 '네'라는 단어로 흘러갔다가 계속되죠!
당신에게 나는 '네'라고 말해요. 우리가 살아야만 하는 삶에 대해 나는 '아니요'라고 말하죠. 하지만 나는 그 삶이 자랑스럽고, 우리가 한 일이 자랑스럽고, 우리가 자랑스러워요.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제삼자가 돼요, 나도 당신도 아닌, 그리고 당신도 똑같이 제삼자가 되죠. 그 어떤 '네'나 '아니요'를 넘어선 곳에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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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목
『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JOHN BERGER
김현우 옮김
열화당 


ㅡ존 버거(저자)는 서문에서 문학의 집으로 들어가는 몇 가지 문에 대해 이야기 했다. 권위있고 공적인 목적을 위한 정문, 그보다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용도를 위한 옆문, 그리고 부엌으로 난, 소란스럽고 사소한 드나듦이 있는 뒷문, 이 세 가지 중 마지막이 바로 아이다와 사비에르, 그리고 자신이 이용한 문이라고 그는 비유한다.


제목의 A는 아이다. X는 연인 사비에르가 될 수도 혹은 저항하는 어떤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다는 사비에르를 다양한 언어로 애칭으로 불렀다. (세계화니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인지 잘 모르겠지만 연인을 이렇게 불러보고 싶은 마음은 사랑스러움 가득느껴진다.)

#아이다가 사비에르를 부르는 말들.

미 구아포 Mi Guapo - '나의 멋쟁이' 스페인어
카멜레온 - '엎드린 사자' 그리스어
하비비 Habibi - '내 사랑' 아랍어
미 소플레테 Mi Solete - '나의 횃불' 스페인어
야 누르 Ya Nour - 이집트의 춤곡에 나오는 사랑의 표현
하야티 Hayati - 활기찬, 생명력 넘치는 터키어 ‘나의 삶’



연인 사비에르는 파일럿이었지만 이중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다는 어떻게 그를 계속 사랑할 수 있었을까. 
(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P26)

꿈을 꾸었던 이야기, 내가 보고 있는 것, 오늘 있었던 하루 일상, 이웃들의 소식, 덤덤한 듯 일기 같기도 한 편지들을 아이다는 써내려 갔다.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ㅡ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 하나까지. P27) 

언제가 될 지 모른 기다림을, 사랑의 힘으로 버티고 견뎌내는 것도 힘든일인데 결혼식을 올리자고 그럼 면회를 매주 한 번씩 갈 수 있다며 청혼하는 아이다.  
(은행나무. 이 단어를 읽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의 그 저음이. P90) 


ㅡ편지는 어떤 경로로 입수한 건지 누구의 이야기인지 밝히지 않았다. 사비에르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내용이 주되지만 노동자들, 불안정한 정세, 군복을 여섯시간 동안 바느질해야하는 강제 노동에 시달린 것, 용접공은 위험한 일을 함에도 일 달러를 받는 노동의 불합리한 대가에 대한 내용 등의 불특정되지만 또 어떤 대상이 연상되기도 하는 저항의 목소리들도 함께 담는다.  


(나는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 그 침묵들에 화가 났어요. 그것들이 나를 분노하게 했죠. 말없음은 미덕이고, 당연히, 종종 꼭
필요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의 침묵들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P101)


외교관 니닌하 그녀는 러시아인과의 연애 중 총살로 그가 죽었지만 암살자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고, 아이다는 침묵하는 그녀에게 화를 낸다. 침묵하려한 것이 아니라 저항은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탱고를 추며 저항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림을 알려준다.


(어찌 됐든, 노인이 들어간 방 맞은편에 있는 감방의 동료 수감자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따라서 소리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고함 소리가 옆방으로 옆방으로 서두르디 않고 이어져 나가다가, 그 층에 있던 수감자들이 모두 소리치게 되었죠. P131)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항의할 수 있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것. 한 사람의 시작으로 수감자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교도관들에게 이들의 외침이 결국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왜 이 장면이 삼일운동 일년 후 서대문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의 외침으로 전체가 외치는 장면이 떠올랐을까. 시대와 배경은 달랐지만 소수였던 그들은 폭력으로 외침을 잠재웠겠지만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규모의 힘 앞에 무릎꿇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살게 되겠지. 아이다는 그런 외침을 하는 모두에게 자신의 손 그림을 주고 모두를 사랑한다며 용기에 편지에 응원한다. 


ㅡ ○ 책 속 밑줄 긋기

아무도 당신을 막을 수 없어요. P17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P40

그들이 당신에게 이중종신형을 선고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은 믿지 않게 되었어요. P41

당신의 편지를 다시 읽고 당신의 따듯함이 내 몸을 감싸면, 어느새 당신이 쓴 말들은 먼 과거가 되고 우리는 함께 그 말들을 돌아보죠. P47-48

돌아오는 길에는 수레를 끌며 고철을 모으고 있는 베드를 만났어요. 그는 벌집에서 꿀을 뽑아내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꽃이 다 진 지금이 바로 꿀을 모으는 때인데, 그래서 그도 이야기를 꺼낸거겠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정들이지. P65

왜 눈물이 났던 걸까. 의자를 고치는 건 이렇게 쉬운데 나머지 일들은 너무 어려워서? 아니면 이젠 의자 고치는 일 같은 걸 당신에게 부탁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P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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