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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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리뷰 총점 9.1 (51건)
분야
사회 정치 > 정치/외교
파일정보
EPUB(DRM) 54.16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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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웃기고, 울리고,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평점10점 | c*********6 | 2020.03.15 리뷰제목
2012년, 10살이었던 친구들과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저녁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때 아빠가 할머니에게 하셨던 한 마디가 생각난다. "MBC파업 했잖아." 파업이 뭔지도 모르고 뉴스에서 뭔가 소동이 일어난 것 같은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밥이 맛있어 허겁지겁 먹고 방에 들어가 미미 인형 갖고 놀았던 기억이 책의 파업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내가 읽었던 이 책
리뷰제목

2012년, 10살이었던 친구들과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저녁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때 아빠가 할머니에게 하셨던 한 마디가 생각난다. "MBC파업 했잖아." 파업이 뭔지도 모르고 뉴스에서 뭔가 소동이 일어난 것 같은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밥이 맛있어 허겁지겁 먹고 방에 들어가 미미 인형 갖고 놀았던 기억이 책의 파업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내가 읽었던 이 책의 이야기가 전개되던 그 순간에 나는 인형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읽다보니 너무 설레고 신기했다.

 '내가 이렇게 철없이 놀고 있을 동안 투사들은 정의를 위해 노력해왔고, 그 덕분에 나는 지금 MBC뉴스를 보고 있구나! 내가 나이가 들어 지금 고2가 되었고 성숙해진 내가 그 과거의 일을 이 책을 통해 배우고 있구나! 역사책을 보는 기분이다! 내가 살았던 때여서 더 설렌다!'




이 책의 제목이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이길래 개인과 개인간의 싸움을 다루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읽다보니 이 책이 말하는 싸움의 기술은 단순히 개인과 개인 간의 싸움만이 아니라 더 큰 힘을 가진 집단 혹은 권력자와의 싸움도 포함이다. 집단이나 큰 힘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을 때 더 공감가고 힘이 날 것 같다. 책에서 알려주는 싸움의 기술 본질은 개인과 개인이나 개인과 집단, 권력자나 똑같다.  


책 읽는 중과 읽는 후에는 인터넷을 계속 뒤적거리며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계속 작가와 그 사람이 한 일을 뒤적거리게 된다. 김민식 피디님이 연출하신 <MBC프리덤>도 보고, 인사위에서 라이브 킨 상태로 몇 시간 동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말씀하신 것도 보고,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신 것도 봤다. 책을 읽다보면 계속 끄적거리게 된다. 작가분의 싸움의 과정과 그 속의 이야기에 더욱 이입하고싶어진다. 중간중간에 사진도 넣어주고 활동 당시에 일을 상세하게 알려주니까 내가 그 당시 상황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다시 찾아보고 싶어진다. 



 내가 작가가 활동하던 시기에 어렸기에 이 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구라도 작가에 대해 모른다면 먼저 유튜브에서 영상들을 본 후에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 활동을 보고 책을 읽으면 그 활동 당시에 작가의 속마음을 책을 읽으며 알 수 있다. 그 속마음에서 우러 나온 말들이 모두 싸움의 기술이다. 배워야 할 말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유쾌한 면도 잘 볼 수 있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매번 번역책만 읽어서 글쓰기 방식이 그 사람의 지문과도 같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초반 몇 장 책을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은 적도 꽤 많다. 그때부터 아 이 분은 어떤 분이겠구나, 하는 것도 느껴진다. 그 당시엔 굉장히 힘들었다는 게 느껴지지만 작가는 항상 즐겁게 싸우자고 해왔고 그 덕분인지 책도 즐겁고 유쾌하게 쓰여졌다. 물론 유쾌하고 즐겁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사회에 대한 것도 교과서의 이론보다 더 와닿게 공부할 수 있다. 나는 노조에 대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매번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교육이 바뀌려면 먼저 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노조가 나쁜 사람들인 줄 알았다. 정말 부끄럽다. 일을 안 하니까 지하철이 움직이질 않아서 사람들이 욕하는 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난 사람들한테 해가 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내 생각을 지금이라도 고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족사회 지식이 부족한 머리를 가지고 어른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수많은 오지식 중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는 수정할 수 있었다. 언론과 노조에 대해, 권력과 그 아래의 희생에 대해,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 중 언론이라는 부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권력과 싸우기 위해 수없이 했던 작가의 마음다짐과 용기도 배울 수 있었다. 유쾌하고 즐겁게 이런 것들을 알려준다는 건 쉬운 게 아닌데, 그걸 모두 다 했기 때문에 안 끌릴 수가 없는 책이다.

-이렇게 다른 책들을 소개해주는 칸을 만드는데 다른 책을 인용하면서 언론과 자유, 공동체에 관해 얘기해주셨다. 이 페이지에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학교의 의미없는 경쟁교육을 비판하고 그것을 고치려면 사회의 구조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난 교육 자체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정말 생각해보니 사회의 구조가 문제가 되어있기 때문에 경쟁교육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악착같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결국 취업을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고 사회 공동체와 그의 동력인 사회의 구조의 긍정적인 방향으로서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위해 열심히 싸워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전에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혀 느끼질 않았을 감사함이다.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씩씩하게 하나하나 썼기 때문에 가볍게 읽는다면 나보다 힘이 센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이 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보면 정말 어렵다. 난 우리반 애들을 비하하는 선생님과 수업하기 힘들어서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선생님이 우리에게 하신 말씀에 대해 다 알려드린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교장 선생님께서 참관 수업을 하시고 그 선생님께 따로 얘기도 하시고 이런저런 일로 결국 그 선생님은 휴직하셨다. 교장선생님과 교장실에서 이야기도 몇 차례 했었다. 그때 그 선생님이 주동자가 나인 것을 아시고 나를 굉장히 미워하셨다. 우리반을 정말 미워하셨다. 담임선생님께 안 좋게 얘기하셨는지, 우리 엄마한테도 결국 내가 안 좋게 행동한다는 통보가 들려왔다. 수많은 사회 사건 속에서 이 사건은 따지고 보면 굉장히 작은 사건이지만 나는 편지를 쓰기까지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무서워하고 그냥 참아볼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반 애들한테 갈구는 게 너무 심해서 결국 저질렀는데 결국은 선생님이 우리 졸업할 때까지 휴직을 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모든 싸움은 용기가 가장 큰 무기다. 상대방이 나를 험담하고 무시하는 것을 잠시 참아낼 용기, 후에 나에게 찾아올 보복에 맞서 싸우겠다는 용기, 상대의 잘못을 다 말하겠다는 용기. 항상 즐겁게 싸움에 임할 것이라는 용기. 이런 용기를 가지려면 질 경우를 감당해야 한다. 질까봐 피해선 안 된다. 지면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지면서 비로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내용이다. 싸울 땐 용기있게! 재치있게! 


싸움을 즐겁게 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즐겁지 않은 상황, 두려운 상황에서도 즐겁게 극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한 사람이 겪는 즐겁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의 재치있는 행동들을 보며, 자신이 후에 싸워서 극복해야 할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내가 작가에게 배운 사회를 살아가는 노하우이다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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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고난이 닥칠 때 마다 점점 거인이 되어가는 김민식 피디님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j********1 | 2020.02.24 리뷰제목
지난 주말 드디어 김민식 피디님의 새 책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를 읽었습니다.피디님의 일련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몰입해서 단 숨에 읽었습니다. 대학 때 운동권도 아니었고 온건한 직장인이었던 피디님이 MBC암흑기에 투사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과정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징계와 대기발령의 그 괴로운 시간을 견디고 버티어내는 방법으로 매일아침
리뷰제목

 

 

지난 주말 드디어 김민식 피디님의 새 책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를 읽었습니다.

피디님의 일련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몰입해서 단 숨에 읽었습니다.

대학 때 운동권도 아니었고 온건한 직장인이었던 피디님이 MBC암흑기에 투사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과정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징계와 대기발령의 그 괴로운 시간을 견디고 버티어내는 방법으로 매일아침 블로그 글 쓰고 중국어 공부하며 이겨낸 피디님은 진정 긍정의 화신입니다. 그렇게 글 쓰고 공부하지 않으면 괴물이 될 것 같았다는 피디님 표현에 먹먹해집니다.

가장 절망적이고 무력해 질 수 있는 시기를 자신을 다독여서 공부로써 극복하신 피디님은 정녕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아신 것입니다.

긴장되고 힘겨운 노조 활동들을 즐겁게 축제처럼 연출해내시는 피디님은 진정 딴따라 투사, 퇴진 요정이었어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을 뒤로하고 화장실에서의 ‘김장겸은 물러가라’라고 처음 외치실 때의 그 비장함은 어땠을까 감히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승산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고,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다.’라고 하신말씀 다시 깊이 새겨봅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기 쉬운 세상에서요!

피디님이 MBC에서 겪은 노조활동의 일련의 글들이 언론사의 역할과 언론인의 자세를 또렷이 인식하게 할 수 있는 기록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언론의 진실과 정의에 대해 깨우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며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 하는 분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글쓰기는 수행이라고 하신 피디님은 글쓰기로 더 좋은 세상 만들기에 영향력을 끼치는 예를 제대로 보여주십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다. 가장 좋은 수행은 글쓰기다.(...) 글은 곧 자아다. 글을 못 쓰면 부족한 내가 드러나는 것 같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글이 나를 드러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최고의 수행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 하고, 더 좋은 글을 고민하고 쓰는 과정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135~136쪽)

동료이자 친구인 이용마 기자님은 참 언론인으로 우리에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많이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외쳤던 이용마 기자님과 피디님과의 인간애에 따뜻함이 전해져 옵니다. 우리 아이들,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좋 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편집/구성의 별점 평가에 별 4개인 것은 책의 활자본이 너무 작아요!

글자가 좀 더 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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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d*****2 | 2020.03.11 리뷰제목
저자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때로는 의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저자의 전작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통해 영어 공부의 패러다임을 배웠고(슬프게도 배우기만 했다. 아직 실천을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나를 탓해본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를 보면서 여행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 또 인생을 의미있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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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때로는 의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저자의 전작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통해 영어 공부의 패러다임을 배웠고(슬프게도 배우기만 했다. 아직 실천을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나를 탓해본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를 보면서 여행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 또 인생을 의미있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직장에서 이기는 법이다. 저자는 강연장에서, 블로그 방명록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직장 내 어려움과 괴로움. 역시 퇴사가 답일까요?', '버티기 힘들 때는 어떻게 하나요?', '피디님은 그 많은 괴로움을 어떻게 견디셨나요?' 그가 제안한 답은 하나다. 끝까지, 집요하게, 그럼에도 재미있게 싸워야 한다고.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은 인생에 대한 예의다." 라고 외친다.

(표지도 시트콤이다. 재미있다. 하지만 책 내용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물론 저자의 훌륭한 입담으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그렇지 않다)

 

저자야말로 시트콤 피디보다 더욱 재미있고 유쾌하게 MBC 파업 사태를 버텨냈는데, 말은 긍정적으로 하고, 재밌게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누군가의 가장으로, 또 직장 동료, 선후배로 분명 마음속은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언뜻언뜻 그런 것이 비치기는 한다. 

 

저자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재밌어 보이는 PD나 해볼까하고 MBC공채로 입사한다. <뉴논스톱>, 드라마 <내조의 여왕>같은 유명 프로그램으로 수상도 하고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었으나 2012년 MBC 노조부위원장을 맡았다가 대기발령 및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는 바람에 연출 길이 막힌다. 

달아날 것인가, 맞설 것인가에 그는 체념과 순응을 물리치기 위해, 끝까지 싸워 이기기 위해 동료들과 '웃음 터지는 싸움'을 작당한다. 이 책은 그 지난하면서도 때론 재미있고, 때론 힘들었으면서 재미있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저자의 에피소드에는 하나하나 감동이, 진솔함이 있다. 아픈 남자 후배가 한 명 있었다. 젊은 나이였는데 말기암이었다. 김PD와(앞으로 존칭 생략) 입사동기였던 박나림 아나운서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말기암 환자였기에 '나중에'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음날 바로 저녁식사를 추진했다. 후배는 너무나 행복해 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후배의 웃는 사진을 보면서 그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 너무나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내가 그때 소원 안 들어줬으면 정말 미안했겠다.' 

 

나도 이름을 들어본 그 이름도 용맹한 MBC 기자중에 이용마 기자라고 있었다.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를 9시 뉴스데스크(지금은 메이저 방송사 중 KBS1을 제외하고는 다 8시에 한다, 하지만 그때는 9시 뉴스데스크였다) 에서 자주 들었던 이름이다. 그가 아팠다. 

그는 당시 MBC 사장이 잘못됐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물러나고 정상화 되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MBC는 170일이 넘는 파업을 하면서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사실 저자는 이득렬, 엄기영같은 앵커 출신 사장은 알아도 당시 사장은 누군지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평소 신뢰하던 후배의 말에 용기를 낸다. 

다음날 저자는 외친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부장이 찾아왔다. 차장인 그에게 조금만 기다리자고 1년만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병상에 누운 이용마 기자가 떠올랐다. 그 사이에 그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의 한은 풀어줄 수가 없다. 이용마 기자가 살아생전 MBC에 복직하는 날이 올 때까지 그는 투사가 됐다. 

 

사실 앞에 PD가 되는 과정은 저자의 전작을 통해 어느 정도 들은 이야기였다. 면접을 볼 때 지나치게 솔직했던 MBC도 안보고, 드라마도 안 보는데 PD가 되었던 그.

그의 한마디가 멋있다. '대한민국에 시청자가 5,000만인데 신문방송학과 나와서 텔레비전만 열심히 본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그램만 보겠습니까? 저처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프로그램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자는 합격했다. 사실 이건 혹시나 이 글을 읽을 취업 준비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나는 회사에서 임원을 모시는 일을 많이 했는데, 면접 다녀오면 항상 검은색 정장에 파란 넥타이에 다 비슷한 헤어스타일에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다 똑같은 이야기만 한다고 했다. 차라리 솔직해져라. 심지어 때론 먼산 보는 사람 뽑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면접만 하루종일 보는 임원은 지루하다. 적어도 그 사람은 창의적이니까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거의 무스펙에 가까운 스펙으로 대기업 여러군데 합격했다. 두가지 무기가 책과 솔직함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1990년대 강력한 노조와 오너의 부재 등으로 MBC의 스타 아나운서, PD가 탄생하던 그 시기 회사가 우주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일을 즐겼다고 했다. 

<뉴 논스톱>의 성공에는 당시로는 당연할 수도 있던 퇴근 후에도 호출하던 그 불합리함을 버리고 아내를 택했던 덕분이었다.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라! 

 

저자는 제대로 된 파업에서 두 번 다 불참했다. <내조의 여왕> 같은 인기있는 프로그램 덕분에, 또 한 번은 선배의 배려(?)로.

결국 저자는 파업에 불참하고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드라마가 소위 망했음에도(나도 이런 드라마가 했는지 모르겠다) 박진희, 엄지원 여배우가 주연이었구나.

여하튼 이 드라마의 실패에도 입사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차장이 됐다. 

왜냐고?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뛰어난 동기들이 파업 참가자였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역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김재철 MBC 사장 초창기에는 노조 활동에 관심도 없다가 뛰어들게 된다. MBC는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조직, 일하고 싶은 회사였는데 어느 순간 아니게 바뀌어 있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MBC가 콘텐츠 강국(이건 좀 안 맞다, 강국은 강한 국가다. 뜻은 알겠다 콘텐츠가 강한 방송국 또는 미디어)으로 수십년을 이어온 이유 가운데 하나는 피디들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 덕분인데, 그 배경에는 전 조합원이 철통같이 지켜온 노동조합이 있다. 더 행복한 직장을 바란다면, 성공에 대한 보상보다 실패를 용인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성공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일을 즐기는 사람은 돈을 더 주지 않아도 일의 보람과 주위의 인정만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MBC같이 처음부터 급여나 복지가 좋은 회사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저자의 투쟁정신이나 깨인 마인드를 충분히 알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나도 대기업을 다니기 때문에 저자처럼 이런 것에 무딜 수 있지만, MBC나 대기업이 아닌 밑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위의 인정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우리와 다른 처지의 상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MBC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보다 돈을 더 줘야 버틸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더 많다고. 저자를 만나면 이야기 해주고 싶다) 성과가 나지 않아 불안안 이들에게 경제적 안정성이 더 필요하다.  ---p.89 + (   )안은 내 의견이다 

한홍구 교수가 강의에서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일제가 패망한 후 우리는 왜 왕정제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고종이 일제에 결사항전하다가 죽임을 당하거나, 왕손들이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이어갔다면 백성은 조선왕조를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왕조는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외세를 끌어들이고, 자신들끼리 세력다툼하고, 왕족들이 작위를 받은 사람이 제일 많은.

 

김재철 치하에서 MBC는 패망의 길을 걸었다. 망할 때도 잘 말하는게 중요하다.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려 이기면 청산이 어렵다. 우리 힘으로 싸워서 이기고, 우리 손으로 청산하는게 중요하다. 이기지 못해도 좋다. 질 때 지더라도 이것만은 알려줘야 한다.

"쟤들은 호락호락 점령되는 조직이 아니구나." ---p.109

그렇다. 우리 한국에서 중요한 순간에 혁명이 일어나고 안 일어나고의 차이는 결국 하나로 뭉칠 수 있느냐, 아니냐다. 가장 큰 힘든 점은 지배층의 힘이나 무력이 아니다. 

100명의 국민(또는 약자, 혁명 세력이 있다면) 꼭 이 100명 중에 20명이 강자의 편에 붙어서 조금 더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약자를 더 심하게 괴롭힌다. 나머지 80명은 아마 단결된 구심점이 있고, 강자에 부역했던 사람이 잘되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 하나로 달려갈 수 있지만, 그들은 약자다. 먹고 살아야 하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다. 결국 힘에 굴복한다. 이 패턴이 고려, 조선 내내 이어졌다. 

유일하게 우리가 승리한 것은 현대에 와서 4.19 혁명, 87년 6월 혁명, 그리고 촛불혁명 뿐이다. 

 

그 뒤는 저자의 험난한 투쟁기가 펼쳐진다. 

저자의 투쟁기를 나는 언젠가 PD 수첩으로 볼 수 있었다. 

당시 사장인 김장겸씨를 향해 지나가는데 무모하게 보이듯, 혼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던 투쟁가를 봤다. 

 

중간중간 저자의 독서 기록도 나온다. 역시 다독가 답게 싸우면서도 많은 책을 읽었다. 대단하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공부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플라이 백>을 읽고, 박창진 사무장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싸움의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배웠다. 싸움의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이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것은 나를 죽이는 일이다. 

이번 책을 쓰면서 여러 차례 고민했다. 싸움의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이 백>을 읽고 깨달았다. 수많은 '을'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그런 세상을 위해 내가 싸움의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 ---p.203

 

저자는 비록 승리하고 복귀했지만, 저자의 드라마 PD로 감각이 좋던 40대는 없어졌다. 투쟁하는 7년동안 그는 감각을 잃었다. 힘들다고 했다. MBC는 우리 사회는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인재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책을 쓰면서 기록으로 남기고, 사회를 바꿀 수 있고, 후배들이 마음껏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이용마 기자가 타계했다. 

이용마의 말대로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니 바꿔야만 한다. 

"이 사회를 지금부터 바꾸어나가야 우리 아이들 세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p.289 

 

이용마의 아니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함께 소망한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내가 부역자일 수도, 방관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해보면, 또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대부분 Fact를 이야기하거나, 정의를 외친 사람이 죽는다. 불의에 부역했거나 타협한 사람이 더 잘 먹고 잘 산다. 

아프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 역사에서 현실에서 사회에서 더욱 정의가 승리하고, 정의롭게, 때론 최소한 남에게 피해 안 주는 사람이라도 승리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적극적 동참자는 비록 될 수 없어도, 적어도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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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짐해, 본다 평점8점 | m****9 | 2020.03.10 리뷰제목
저자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PD는 아무나 하나. 그것도 우리나라 3대 지상파 방송국중 하나다. 그가 MBC에 입사하던 해가 유독 천운이 열리는 해였나 보다. 게다가 그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MBC는 선후배 사이가 돈독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미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직문화를 자랑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유독 그가 활동했던 시절 스타 기자, 스타 PD가 많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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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PD는 아무나 하나. 그것도 우리나라 3대 지상파 방송국중 하나다. 그가 MBC에 입사하던 해가 유독 천운이 열리는 해였나 보다. 게다가 그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MBC는 선후배 사이가 돈독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미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직문화를 자랑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유독 그가 활동했던 시절 스타 기자, 스타 PD가 많았었다고 한다. 그러니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그러던 MBC가 이명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질되기 시작한다. 그의 이력 중 하나가 MBC 노조 부위원장인데 그렇게 애사심이 강하다면 누가 등 떠밀기 전에 총대를 맬 법도 하지만 그는 그 자리를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거부한다. 가정이 있는 몸이다 보니 스스로 밥줄을 끊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와 노조 사이에서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회사에선 승진을 시켜주고 노조에선 회사의 부역자라고 낙인찍힌다. 그 얘기를 읽는데 왜 그리 우픈지 마치 채플린 식 코미디를 보는 것도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 밝히는데 뉴스와 드라마는 분야도 다를 뿐만 아니라 일하는 성질도 다르단다. 뉴스의 단발성을 들어 언제든지 농성이 끝나면 복귀하면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6개월을 앞두고 기획하고 섭외하고, 관리는 특성이 있다. 그것을 접고 농성을 한다면 농부가 1년 농사를 망치는 것과 같은 거란다. 가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랬다고 우리는 언론인과 기자들에게 쉽게 기레기라고 욕하고 비난 하지만, 좋든 싫든 그것을 감수하며 그곳을 다니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지 한 번쯤 생각할 필요는 있겠다 싶다. 누군들 명예롭고 싶지 않겠는가. 더구나 지상파 방송국이라면 신이 내린 직장 아닌가. 그런 회사가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가장 마음 아파할 사람은 기레기라고 욕하는 그 회사를 다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기레기라고 욕하기 전에 총대를 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 대해 격려와 위로는 차치하고라도 좀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 싸잡아 매도하는 건 그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 될 것이다. MBC가 공공재라면 말이다. 우린 그 공공재라고 하는 방송이 썩어 화가 나 욕하고 종편으로 갈아탈 줄만 알았지 그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왜?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또한 그게 대중의 속성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런 것을 통해 경각심을 갖고 반성하고 거듭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지 우리가 아니다.      


안타깝고 무서운 건 국가 권력이 언론을 장악해 사유화할 수 있다는 이런 발상이 아직도 가능하다는 것이 참 놀랍다. 앞으로 그 어떤 정부의 집권자도 그런 허황된 꿈은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국가 권력에 줄을 대고 자신뿐 아니라 자손만대가 복을 누리겠다고 하는 사람도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 보겠다는 꿈을 가진 자는 어쩌란 말인가. 이 후자의 사람들을 을이라고 봤을 때 전자의 그런 작은 날개 짓만으로도 을은 날개가 꺾이다 못해 피눈물을 흘린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MBC 노조가 어떻게 싸워 왔는지를 알리기도 했지만, 결국 노조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느꼈던 것들, 싸움의 노하우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안 싸울 수가 없다. 항상 전시 상황을 사는 사람은 싸움의 근육이 붙고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 같이 간헐적으로 싸우고 사는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저 가슴만 콩당콩당 뛰고 상대를 원하는 만큼 제압시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분노를 삭이다 어떠한 결과도 얻지 못하고 빨리 싸움을 종결하려고 한다. X 밟았다 하면서 말이다.


솔직히 싸우면 창피한 생각이 든다. 나는 어디서든 고상한 사람이길 원하는데 괜히 싸움닭으로 오인을 받을까 봐 싫은 것이다. 물론 그런 생각이 결코 옳은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 허점을 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우다니. 역사는 항상 승자의 것이고 패배자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싸워보기 전에 미리 겁먹고 패배 의식부터 갖는지도 모르겠다. 헬조선이니 개천에서 용 안 나온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책과 영화를 정말로 좋아하는가 보다. 거의 매 쳅터마다 영화 아니면 책을 인용해 놓고 있는데,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어쩌면 볼 생각이 없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인용하기도 한다. 막강한 전력을 소유한 악당이 이런 말을 한단다.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그러자 닥터 스트레인지가,

"응, 나도 이길 생각은 없어. 대신 나는 너에게 지고, 또 지고, 끝없이 질 거야. 지고도 계속 싸움을 건다면, 적어도 그동안에 너는 승리하지 못할 거야."

"싸움에서 계속 지는 건 고통스러울 텐데?"

"고통은 내 오랜 친구야."

꺄오, 이런 멋지구리한 장면이 있었다니! 저자 역시 영화를 보다가 감탄했단다. 이런 싸움법도 있구나 해서. 나도 동감이다. 싸움은 힘이나 기술로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면서도 버티는 방법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기는 자의 반대쪽은 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노조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이겼다. 하지만 이겼음에도 저자를 비롯한 노조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예전을 회복하지는 못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방송국을 찾아 떠났고, 어떤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은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렇게 사측과 싸우는 동안 저자는 나이가 들어 도저히 예전의 드라마 PD를 맡을 수가 없더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것은 시트콤을 만들 감각이 퇴화되기도 하거니와 한창 물 오른 후배를 생각하니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겠다고. 그야말로 상처뿐인 승리고 영광인 것 같다.


하지만 저저는 행복은 질이 아니라 빈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물론 싸울 때 고통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새로운 싸움법과 시위 방법을 개발하고 함께 싸우며 즐거움과 보람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MBC 프리덤>과 어느 팟캐스트에 나가 김재철 사장의 업적을 찬양한 것 등이다. 행복이라는 것, 희열이라는 건 참 묘하긴 하다. 그것들은 평온하고 충만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고 고통스러울 때 찾아온다. 저자를 비롯한 노조 사람들이 그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행복의 빈도수를 자주 느꼈다면 분명 불행하지마는 않았을 것이다.


책 뒤에 가면 부록처럼 그동안 노조가 걸어온 길을 도표처럼 보여주는데 좀 뭉클하다. MBC가 타락하고 썩은 것 같지만 그 어디에선가 이런 노력들이 있었구나 싶어 이제라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진다. 더불어 나 역시 앞으로 살면서 싸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흐리멍덩하게 싸우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쉽진 않다. 저자는 연대했지만 나의 싸움은 언제나 혼자다. 그래서 버티기가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말했다. 싸울 때 싸우지 않는 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또한 그것은 <손자병법>에 나온 말이기도 하다.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적들에게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은 스스로를 향한 존중을 시작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나도 싸울 때마다 이 말을 기억하겠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저자를 따라 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다. 그는 SNS에 매일 아침에 글 한 편을 올린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가 싶어 저자의 SNS을 추적해 확인해 봤는데 사실인 것 같다. 과연 대단하다 싶다. 그리 한가한 분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매일 올릴 수 있을까. 나도 한때는 거짓말 좀 보태 블로그에 하루로 글을 올리지 않으면 목에 가시가 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차츰 안 올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가물에 콩 나듯 올리고 있다. 게을러진 것도 있지만 왠지 너무 자주 올리면 한가한 사람으로 찍히는 것 같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나의 게으름을 정당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그 올린 글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책을 낸다지 않는가. 그런 저자를 보면서 나도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또 싸울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럴 일이 또 생긴다면 부디 잘 싸우시고 잘 버텨주시라 당부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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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즐겁고 독특하고 당돌하게 싸우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m******2 | 2020.02.21 리뷰제목
김민식 작가님의 네 번째(실은 다섯 번째)이 나왔습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것이 희망 사항이라고 하시더니, 언행일치를 제대로 보여주시는군요.이번 책은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어요. 즐거움 3대장(영어, 글쓰기, 여행)에 대해서는 앞선 책들에서 다 풀어 놓으셨기에 과연 어떤 얘기를 하실까 하며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렸는데요. 역시나 이야기꾼에게는 글감도 말감도 무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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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작가님의 네 번째(실은 다섯 번째)이 나왔습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것이 희망 사항이라고 하시더니, 언행일치를 제대로 보여주시는군요.


이번 책은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어요. 즐거움 3대장(영어, 글쓰기, 여행)에 대해서는 앞선 책들에서 다 풀어 놓으셨기에 과연 어떤 얘기를 하실까 하며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렸는데요. 역시나 이야기꾼에게는 글감도 말감도 무궁무진하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읽고 난 첫 느낌은 좀 ‘묵직하다’였어요. 이전의 책들이 좀 밝고 경쾌했다면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는 안도와 희망, 감사의 무게 때문인지 숙연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래도Anyway> 책에 ‘역설적인 리더의 10계명’이 떠오릅니다.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그래서 아직은 희망이 있다 느꼈어요. 더불어 작가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된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책을 만나기 전에 꼬꼬독(세바시 유튜브 독서채널)을 통해 이 책의 소개 영상을 봤는데요. 거기서 작가님은 이용마 기자님의 책을 언급하셨어요. 故 이용마 기자님의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가 세상을 왜 바꿔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요.


이용마의 말대로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니, 바꿔야만 한다.

“이 사회를 지금부터 바꾸어나가야 우리 아이들 세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289쪽)


세상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아이들, 미래 세대에 더욱 아름답고 좋은 삶을 물려주기 위함이었어요. 그런 삶을 물려주려면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바로 싸움의 기술이자, 질 때마다 배웠던 이기는 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책에서 발견한 이기는 법은 바로 긍정과 양심, 그리고 간절함이었어요.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말 속에는 적들을 향한 칼을 벼렸다. 마이크를 든 자객이라는 각오로 살았더니, 이제는 마이크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 인생은 이래서 재미있다. 한순간도 버릴 게 없다. (113쪽)


김민식 피디님하면 언제나 웃음 띤 얼굴, 무한긍정, 깨알 개그 등이 떠오르는데요. 큰 장점이자 능력이 아닐 수 없어요. 하지만 그 능력이 날 때부터 장착하고 나온 성격은 아니겠지요. 우울한 나날이 웃음 띤 얼굴을 만들고, 암울한 현실은 긍정의 마음을 키워준 것이라 생각해요. 어려움에 빠진 자신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깨알 개그라도 하며 괜찮은 척해야 했던 시간이 긍정의 화신으로 만든 것 같아요.


양심도 사역 동물이다. 끊임없이 단련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편안함을 갈구하고 무기력하게 늘어진다. 파업은 늘어진 말을 일으켜 세우는 채찍질이다. 때로는 싸움을 통해 잠든 양심을 깨워야 한다. (121쪽)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는 양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싶어요. 좋은 일을 함에 있어 유혹은 항상 따르는 거죠. 그때 양심이 단련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비양심과 결탁해서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양심이 잠들어 있다면 싸움을 통해서라도 깨워 단련시켜야 하는 것임을 명심하겠습니다.


‘똥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서 이 깜깜한 수로의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빛을 만날 테니까.’ (127쪽)


좁게는 작가님의 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더 나아가서는 이용마 기자님의 아들들에게 전하고픈 아버지의 흔적으로도 보여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간절히 원했던 아버지의 기록, 그 세상을 위해 계속 걸어갈 작가님의 간절한 다짐이라 여겨집니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제목에서 알려주듯, 이 책은 그간 많은 좌절과 실패 속에서 참고, 버티고 때로는 들이대고 급기야는 즐기면서 깨우친 노하우의 기록 같아요. 동시에 작가님이 그동안 진짜 하고 싶었던 마음속 얘기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싸움의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 수많은 ‘을’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그런 세상을 위해 내가 싸움의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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