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를 번역할 때의 문제점은 아마도 책 제목의 결정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초성, 중성, 종성을 모두 표기해야만 제대로 발음이 나는 한글 구조상 ‘부족’을 의미하는 원제 tribes의 음가를 ‘트라이브즈’ 라고 밖에는 표기하지 못하는 점이 그렇다. 실제로는 try, truck, train, tree, control의 용례처럼 특히 미국 영어에서 철자 t와 r이 겹치면 ‘츠’ 발음으로 변한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츠롸입스‘ 라고 발음해야 맞다. 모르기는 해도 제목을 설정할 때 고민 좀 하셨겠다. 서평 서두부터 웬 발음표기로 딴지를 거는가 싶겠지만 오지랖 넓은 점은 그러려니 하고 널리 이해해 주시길.
각설하고, 이 책은 이미 2008년에 출간되어 TED에서 저자 강연 동영상도 돌아다니고 있으며 최근에야 한국어판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최신작도 아닌 데다 내용도 그리 충격적으로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작동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부족‘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맞는 변화를 말하는 등 참신한 생각으로 저자 세스 고딘 스스로 자신의 저술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책이라고 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영항력 있는 마케팅의 영적 스승으로 인정받는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은 바로 부족을 이끄는 힘, 지도력에 있다.
저자가 말하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부족이란 인구수 및 물리적 규모와 관계없이 구성원, 지도자, 아이디어로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우리 인류는 종교, 윤리, 경제, 정치 심지어는 음악 분야에서조차 (Grateful Dead의 경우처럼) 수백만 년 동안 열심히 자신의 부족을 찾고 있었다. 이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안정감을 추구하고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으며 살도록 진화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기도 하다.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부족을 구성하는 지리학, 비용 및 시간의 제약이 없어졌다. 인터넷상의 모든 블로그와 사회 연결망들이 기존의 부족을 더욱 확장해준 셈이다. 그러나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도 셀 수없이 많은 새로운 부족들이 탄생하고 있는 가운데 10명이든 10만 명이든 인구수 제한이 없으며, 아이폰 사용자든 정치공약이든 지구 온난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방법이든 그 관심사에도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부족이 있다면 부족장도 있어야 하는 법, 도대체 누가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인가
사회 연결망 덕택에 부족이 생겨날 수는 있지만, 구성원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지도력까지 자동 생성되지는 않는다. 이 지도력은 필자나 독자와 같이 뭔가에 열정을 지닌 사람들 개개인에게서 나와야 한다. 부족의 폭발적 확장은 곧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가락 끝으로 실행 가능한 디지털 도구를 지녔음을 뜻한다.
지도력이란 오로지 타인을 위한 무엇이라 생각한다면 이제는 생각을 고쳐야 할 때다. 이 책에 거론되는 수많은 경영인, 엔지니어, 와인 전문가, 암벽등반가, 소프트웨어 공학자, 신발수집광 등 이제 지도력은 극소수의 특정 정치인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들 지도자가 지닌 공통점은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와 부족 원들을 연결하는 능력 그리고 이끌어 갈 의지이다. 이런 지도자가 될 좋은 기회를 애써 무시한다면 눈먼 양처럼 다른 사람을 수동적으로 따르면서 현 상황의 유지에만 골몰하고 조직에 복종하면 좋아지는 게 대체 뭐가 있느냐고 절대 묻지 않는 사람이 될 뿐이다.
부족 구성원의 존재는 곧 동료 직원, 고객, 투자자, 신도, 동호인, 북클럽 회원 등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이끌어 볼 기회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한편 우리는 필요한 그 무언가를 꼭 갖추어야만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지레짐작하며 자신에게는 그런 자질이 없음을 한탄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발상의 전환을 힘주어 말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주저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나서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리스마가 있으면 리더가 된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그 반대다. 리더가 되면 카리스마가 생긴다. (중략) 다른 사람들도 카리스마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카리스마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p.203)
이 책은 분량이 많지 않으며 문체가 간결하고 짧아 단시간 내에 읽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챕터 구별 없이 구성이 단순하고 칼럼 식으로 구성되어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아도 내용의 흐름이 끊어질 일도 없다. 전반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본다.
첫째, 비즈니스 세계에서 특히 마케팅 분야의 여건은 급변하고 있으며 리더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장 제조보다는 관리가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변화할 동기를 부여하고 이끌 존재가 되어라.
둘째, 리더의 자질과 역할이 새로이 분석되는 시대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지는 부족 구성원을 모으고 이끌 기회를 잡아라. 아이디어로 연결된 부족 구성원들의 힘을 이용하라.
셋째, 리더의 길은 일률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형태도 일정하지 않다. 이 책은 리더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다만 어두운 바다의 등대처럼 차세대 리더의 갈 길을 밝혀줄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앞에 가로 놓여 넘어야 할 현실의 벽 앞에서 세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함으로써 리더십 결심의 물꼬를 터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은 정확히 누구인가,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가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읽기를 권유하며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결정을 내리도록 요청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