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절반이 조금 안 된 시점에서 만난 2019년 최고의 책이다!
(엄지척을 날려주고 싶은 책이다)
아직 6개월이 더 남았으니, 한달에 10권 정도 제대로 책을 읽으니까 아직 더 좋은 책을 만날 시간은 남았지만 현재까진 최고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저자와 비슷하다. 저자의 인생에도 학교에서 거절 1번(사실 1차 응시에서 떨어진 것이니, 나처럼 재수를 한건 아니니까 조금은 다르지만), 직장에서 이직도 3번(나도 전혀 성격이 다른 직장 이직 1번), 심지어 소개팅, 미팅 20회에서 거절 당했다(나는 거절은 많이 안 당해봤지만, 비교적 결혼이 늦었다)는 이력이 있었다.
직장생활 10년차,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할 동력을 조금은 잃은 듯한 느낌도 있다. 흔히 말하는 매너리즘이라고나 할까?
지난해부터 책을 많이 보면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 보지만 여전히 그 길을 찾는 것이 어렵긴 하다. 그러다가 김민식 PD님 책을 보면서 무언가 가슴속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열정과 의지가 생겼다.
무엇보다 적어도 이 현실을 바꿀만한 큰 용기는 없지만 그곳에서 의미를 찾을만한 이야기를 많이 만났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재밌었다. 저자는 대학교 갓 입학한 첫 해에 근처의 학교에 놀러간다. 거기서 전국 일주를 하는 자전거 동아리를 만난다.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다른 학교 동아리지만 찾아갔다. 동아리에 들고 싶은데 괜찮냐고 물었고, 그 학교 학생들도 쿨하게 다른 학교 학생이지만 받아주었다.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우리 동아리 회칙에 '타교생은 입회가 안된다.' 뭐 그런 조항은 없어. 들어오세요. 같이 갑시다. 전국일주." 사실 그런 조항이 왜 필요하겠어요. 세상에는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되는 일이 따로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성문화된 조항이 있는 건 아니더군요. 그냥 우리가 머릿속에 그어놓은 선이에요. 스무 살의 그날, 깨달았어요.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는 가서 물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걸. 의료용품 영업사원을 하다가 통역대학원을 다녔고, 갑자기 방송국 PD에 도전하게 됩니다. 광물학과 전공에 경력이라고는 영업사원 잠깐 한 것 뿐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입사지원서를 쓰기 전에 포기합니다. '당연히 안될거야' 하고요. 세상에 안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될지 안될지는 해보기 전에는 몰라요. (중략) "남이 나를 거절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내가 나를 거절하지는 말자. '에이, 네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하고 지래 포기하지는 말자." ---p6.~7 |
2017년 MBC 파업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 이 영상 나도 봤지만 그런 '또라이'가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정의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저자는 인생에서 부딪쳐 본 경험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어려운 길을 걸어간 용기도 있다. 그런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엄지척을 보내고 싶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류에, 세상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기업 또는 국가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나 또한 자주 언론 1면을 장식하는 곳에 몸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다. 왜 그런 곳에 있어? 거기는 다 그래?
하지만 그 안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99% 사람은 선량하고 착하다. 그리고 그런 일과 전혀 무관하다. 하지만 다만 그 잘못된 것을 알고도 가족이 있어서, 나가면 할 일이 마땅치 않아서...또는 정말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정의있게 나서지 못할 뿐이다.
일본 여행을 가끔 가지만 일본인 정부 고위층이나 일부 우익들이 상식밖의 나쁜 행위와 이념을 보여주지, 대다수의 일본인은 착하고 선량하며 질서정연한 민족성을 보여준다. 앞에서 선동하는 사람들이 문제지...
하지만 김민식 PD님 같이 실천할 용기와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다시 MBC에 복귀해 책상위에 후배가 두고 간 박노해 시인의 시집을 보며 무언가 머리를 때렸다.
저자는 MBC노조 활동을 하면서 엄청나게 힘든 세월을, 회사에서도, 동료에게도, 가정에서도 미움을 받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도 자신을 버티게 해 준 시간과 의미를 준것은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박노해 시인의 한계선 이라는 시를 처음 봤는데 감명 깊었다.
'지금 이 순간, 설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는 저자의 이 말이 가슴을 때린다. 하지만 저자도 말하듯이 작은 설레임에도 기뻐하고, 스스로 의미를 찾을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때론 새로산 중국어 초급회화 교재가 나를 설레게 하고, 매일 아침 만나는 블로그의 하얀 창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날씨가 나를 설레게 하고, 출근길에 보이는 한강 자전거길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설렘을 안고 떠난 여행길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나고, 새로운 나를 만났어요. 삶의 재료는 시간이고, 좋은 삶을 만드는 건 좋은 습관입니다. ---p.11 |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조여본다. 나 또한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읽다 좋은 구절을 만나면 기쁨을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역사책을 보고 그 유적지를 찾아갔을 때 느끼는 그 기쁨, 저자처럼 걸으면서 느끼는 신선한 공기, 경치를 좋아하는데 집 근처 광교호수 둘레길,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느끼는 그 사소한 즐거움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충만한 깨달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처음엔 여느 여행 에세이와 비슷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행 코스도 나오고, 여행중에 느낀 감상도 이 책에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치열하게 살아온 50여년의 인생이, 삶의 의미가, 또 우리에게 인생 선배로 도란도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긴 잘 쓰여진 에세이였다.
책의 어느 Chapter를 펼쳐서 읽어도 좋다.
물론 나는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나갔지만 책의 읽어온 페이지보다 읽어야 할 페이지가 줄어 갈 때 아쉬움을 느꼈다. 저자의 팬이되서 아마도 다음 에세이가 또 나온다면 분명 사서 읽어볼 것 같다.
군데군데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 몇 개만 소개하고 부족한 리뷰를 마친다.
이 책은 편한 에세이라 날씨가 따뜻한 봄에 집 앞 공원에서 펼쳐 읽어도 좋고, 타이완 여행을 가기 전에 한 번 읽어보고 가도 좋고, 더운 여름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올레길을 누비고 와서 저녁 숙소에서 읽어도 좋고, 가을 호수공원 벤치에서 읽어도 좋고,
추운 겨울 집에 있는 서재에서 편한 마음으로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읽으면서 너무 많은 용기를 얻었고, 삶의 지혜를 얻었다.
최근 이런 류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같이 읽은 김정운 박사님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책도 너무 좋게 읽었는데, 이 책은 아마도 내가 마흔살이 좀 지나서 읽으면 더 와 닿을 것 같고, 30대 후반인 지금은 이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가 조금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저자에게 감사하다. 나중에 실제 만나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위즈덤하우스 관계자 분이나 저자께서 이 부족한 리뷰를 보신다면 강연 한 번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패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갑니다. 대통령 자리도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고 전범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나라인데, 새치기나 버스표 한 장 잘못 기재한 게 문제가 될까요? '아, 일단 성공만 하면 도덕적 문제가 좀 있어도 상관이 없구나.' 이런 인식이 퍼져 사회 전체가 도덕적 해이에 빠지면, 국가라는 시스템은 더는 작동하지 않아요. ---p.66 |
그렇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의 근원은 바로 이것 아닐까?
일제시대에 일본에 협력한 친일파가 득세하는 세상, 광복후에도 제대로 처결받지 못해 결국 정의를 잃어버린 세상, 1960년대 군부 독재에 협력해 호의호식한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명문가로 대접받는 세상, 정경유착의 비리로 큰 대기업 오너가 되어서 이제는 자신들의 왕국에서 갑질을 일삼는 세상...
이런것이 제대로 단죄받지 못하니,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부패한, 또는 불의하게 성공한 사람들 밑에서 그들을 도와서 더 나쁜짓도 서슴지 않는 사람을 양산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바른 말을 하거나, 아부를 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나아가 전체적으로 크게 이익이 되는 일에도 윗사람들에게 찍힐 수 있다면 그에 협력하거나, 또는 적어도 그에 눈감고 편히 있는 것이 나를 지키고, 지금의 안락함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저자 김민식 PD 같은 분의 용기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 무작정 떠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 이곳에 문제가 있다면, 그 답도 이곳에서 찾아야 할 지 몰라요. 무엇보다 변화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워라밸도 좋지만 내 일터를 바꾸고, 내 삶의 변화를 일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p.72 |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베리 굿, 엑셀런트 한 삶입니다. 중국말로 쩐빵인 삶이다.
그의 용기가, 그의 올바른 정신이 부럽기까지 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3주간 여행하면서 느꼈어요. 집사람이 저랑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저 때문에 못하고 사는게 얼마나 많을지.
동시에 좌절을 느꼈어요. 나도 늙으면 아버지처럼 될텐데. 그럼 우리 애들은 나랑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들까? 이걸 꼭 책에 써두고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경계할까 합니다. ---p.162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뉴욕에 3주간 머물기도 한다. 아, 나도 언젠가 그러고 싶다. 아버지랑 단 둘이 여행을 가야지,,,하는 생각을 언젠가 해봤는데 다시 해 보게 됐다. 꼭 실천하고 싶다.
결혼 기념일에는 아내와 둘이서 여행을 떠나고, 휴가 때는 딸들과 여행을 떠나서 아내를 쉬게 해주는 그런 여행을 하면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배웠습니다.
다행히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사는게 즐거워요. 신문에서 책 리뷰를 보면 책을 읽고 싶고, 극장에서 영화 예고편을 보면 영화를 보고 싶고, 인터넷에서 멋진 풍광을 보면 그곳에 가고 싶어요.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입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가고 싶은 곳에 갈 기회가 매일 주어지니까요. 살아 있다는 건 이래서 참 좋아요. 신문 기사를 통해 나를 설레게 한 동해안 자전거 길 이번에는 완주할 수 있을까요? ---p.256 |
저자처럼 나도 읽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다. 대학 때도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공부를 못했던 것 같다.
사법시험을 합격해서 인권 변호사도 하고 싶었고, 역사 교수(연구원에서 연구를 하면서 강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신문사 기자가 되어 토요일마다 책을 소개하는 그런 일도 하고 싶었고, 여행작가도 하고 싶었다.
결국 기업에서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처럼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동유럽 여행도 가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책도 나오는대로 다 읽고 싶고,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해주는 MBA도 가서 마케팅, 경영학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고, 중국이나 미국 주재원으로 5년 정도 다른 나라에서 살아도 보고 싶다.
안동에 가서 마늘 갈비를 먹으면서 도산서원도 봉정사도 다시 가고 싶다. 한국에도 가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다.
강릉에 가서 오죽헌도, 초당 순두부도 먹고 싶다.
저자처럼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에서 또 삶을 배우고, 주위에 모든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고마운 책을 읽어서 좋은 독서였다.
*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충실히 읽고 저의 생각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