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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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본 영화

리뷰 총점 9.6 (2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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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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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생각을 일깨우는 시각이 반영된 영화 감상기 평점10점 | a******9 | 2018.08.06 리뷰제목
언론이나 SNS에서 가끔 이슈의 인물이 되던 정희진을 보아서였을까?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희진의 책을 가까이 한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 책이 정희진이 쓴 책과의 첫 만남이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혼자, 영화 등의 낱말이 내 생활과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다.정희진이 영화를 보는 방식은 이렇다. 영화를 보는 나
리뷰제목

언론이나 SNS에서 가끔 이슈의 인물이 되던 정희진을 보아서였을까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희진의 책을 가까이 한 적이 없었다그리하여 이 책이 정희진이 쓴 책과의 첫 만남이다책을 처음 보았을 때 혼자영화 등의 낱말이 내 생활과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다.


정희진이 영화를 보는 방식은 이렇다영화를 보는 나만의 습관이 있다일단혼자 본다어두운 극장 안에서 대사를 메모하느라 대개는 두 번 본다극장에서 본다. (P. 11) 혼자 극장에서 보는 행위는 내가 영화를 보는 행위와 닮아 있어서 일종의 동지 의식 같은 게 느껴졌다다만 나는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데다 두 번 보는 일은 전무한데 반해 글쓴이는 메모하고 두 번도 보니 이해와 감상의 깊이로는 비교할 바가 아니겠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들 중 소위 블록버스터 류로 볼 수 있는 작품은 소수이다. 28편의 글에 31편의 영화 제목이 나오는데 글 제목에 등장하는 영화 제목 기준엄청나게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얼마 되지 않는다대개 한 편의 영화를 하나의 글에서 다루지만 비슷한 냄새를 피우는 영화들을 여럿 모아서 평한 글도 한편 있다널리 알려진 영화 말고도 우리가 볼만한 영화가 많이 있음을 은연 중에 표시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어떤 영화가 어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같은 정보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데 이는 그런 외부의 평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받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책의 내용 중에서는 영화 타인의 삶과 밀양을 다룬 두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둘 다 본 영화라서 인지 글쓴이의 시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관점을 대할 때에는 뜨끔하거나 신선한 자극이 다가왔다내가 생각하던 바와 같은 관점을 읽을 때에는 작은 희열이 일기도 했다

 이 작품은 타인의 삶이 나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으며 나는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인간인가를 질문한다. (P. 110) 타인의 삶에 나오는 내용이다나는 이 영화를 TV에서 봤는데 이 영화 방송할 때 늦게까지 안 자고 보던 기억이 난다보고 나서 한참 동안 영화의 내용을 생각했었다.

 가해자 앞에서 겁먹고 주눅 들었던 그녀는 나중에 자신의 행동에 분노한다. “내가 왜 그 사람 앞에서 당당하지 못했을까?”…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이 간단한 윤리아니 상식이 우리 사회에는 없다. (P. 115) 이는 밀양을 본 평 중 일부이다. 극장에서 볼 때 똑같이 느끼던 감정이 떠올랐다


위에서는 그런 내용을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책은 실질 상 여성주의 시각으로 해석한 영화 평론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게 느끼지 못하던 바를 글쓴이의 글을 통해 알게 될 때에는 내 시각의 고루함과 궁핍함을 절감하게 되었다어쩔 수 없는 사고의 한계가 있음을 통탄하게도 된다.

 남자의 나이가 많다면 사랑의 장벽’ 같은 것은 없다여성이 어리다면 계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젠더는 이렇게 강력하다. (P. 36)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주체이자 타자이다물론 이것은 곡예다주체가 되는 방식은여성이지만 남성의 규범을 따르는 주변부 남성이 됨으로써 가능하다타자 되기는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고 낙인일 수도 있다. (P. 106)

 북한은 소재일 뿐이다이 영화들의 주제는 한국 영화의 주요 소비 계층인 20~30대 여성과 북한 남성의 가상 로맨스이다남성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남북한 화해라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포장한다. .. 남한의 영화 산업은 북한 남성을 대상화함으로써 득을 보고 있다. (P. 184)

 계급과 섹스는 맞물리는데성별에 따라 정확히 반비례한다권력을 가진 남자는 여러 여자와 섹스할 수 있지만권력이 없는 남자는 한 명도 차지하지 못해 한 여자를 여러 남자와 공유한다반대로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한 남자와만 섹스하거나 무성애자고, ‘밑바닥 인생일수록 여러 남자를 상대하게 된다. (P. 204)


예를 들어보자면 위의 내용과 같은 것들이 있겠다물론 글쓴이가 여성주의 시각에만 고착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여성주의 이외에도 영화가 제시하고자 했던때로는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비판 의식으로 영화를 바라본다고 할 수 있다.


다소 간에 생각을 요구하는 책이었고 깨우침과 부끄러움을 함께 주는 책이었다. 여성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이 책을 통해 여성주의를 이해하는 것도 꽤 유용한 방법이 되리라 본다.

 책의 활자가 푸른 색으로 인쇄되어 읽는데 다소 불편을 느꼈다편집/구성의 별 수는 이를 감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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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정희진, [혼자서 본 영화] 평점8점 | d*****6 | 2018.04.05 리뷰제목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간 것은 30대에 갓 들어서던 무렵이었다.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혼자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행위라고 생각을 했던 나에게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옆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영화에 충실할 수 있는 그 시간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혼자 영화를 보고 있다. 그것도 심야영화. 영화에 푹 빠져 주인공과 동일시 하기를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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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간 것은 30대에 갓 들어서던 무렵이었다.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혼자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행위라고 생각을 했던 나에게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옆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영화에 충실할 수 있는 그 시간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혼자 영화를 보고 있다. 그것도 심야영화. 영화에 푹 빠져 주인공과 동일시 하기를 좋아하고 울기도 참 잘 우는 나로서는 혼자가 제격이었고 영화를 통해 나 혼자 느끼고 해석하는 그 시간의 맛을 다른 이와 나누고 싶지 않게 된 것이다. 정희진의 글에서 아주 적확한 표현을 발견했다. 

'혼자서 본 영화'가 '나 홀로 극장에'라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영화와 나만의 대면, 나만의 느낌, 나만의 해석이다. 나만의 해석. 여기에 방점이 찍힌다. 나의 세계에 영화가 들어온 것이다. (13쪽)



정희진 여성학자의 <혼자서 본 영화>는 자칭 "영화 오타쿠"라고 할 정도로 영화광인 그녀가 20년 동안 쓴 영화 감상문이다. 그 중에서도 인생의 영화라고 꼽는 28편의 영화에 대해서 여성주의 시각으로 젠더, 고통, 사랑, 상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영화를 감성적으로만 접근하고 해석하는 나에게 굉장히 묵직한 자극을 주었고, 앞으로의 영화감상의 방향을 고민하게 했다. 사랑, 상처, 외로움. 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한 나는 영화를 곧잘 그 키워드에 맞춰 해석하기를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젠더에는 참 무심하지 않았나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녀의 해석을 통해 가부장제의 틀에서 길들여진 여성의 모습이 내게도 고스란히 묻어 있구나, 나의 위치를 점검하는 계기도 되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내 안에서 아직 해결안 된 부분들이 있어서 관련 책들을 미뤄두고 있는데 나만의 견고한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공부가 먼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정제된 정희진의 문장들을 접하다가 날것 그대로의 감정들이 묻어난 문장들과 날카롭지만 내면의 따뜻함과 외로움, 상처가 느껴지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니 그녀가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정희진은 "나의 감상문이므로 나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드러냈다. 그러나 나를 드러내는 행위는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후회도 없다."(20쪽) 라고 고백한다. 지금까지 쓴 칼럼과 다른 책들보다 더 깊이 정희진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그녀의 정제된 문장들을 다시 만난대도 나는 지금의 정희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정희진 여성학자를 흠모하는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나또한 한겨레 신문의 칼럼 <어떤 메모>를 통해 그녀를 알고부터 그녀의 시각과 글을 흠모하게 되었다. 그녀의 책으로는 서평집 <정희진처럼 읽기>에 이어 두 번째다. "정희진"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는 언제부터 이렇게 견고해졌을까 싶게 그녀의 모든 글은 믿고 읽는 글이 되었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생각과 글을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페미니즘에 관련한 어려운 책들보다 먼저 이 책을 시작으로 조금씩 시각을 바꿔가며 공부해 가는 것도 내게는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표현을 빌려 나 또한 "나는 이제 알기 위해 영화를 본다."라고 말하고자 한다. 앞으로 점점 충만하고도 깊게, "영화가 나의 세계에 들어"올 것을 기대하며.

나는 이제 알기 위해 영화를 본다. '지식을 습득한다'와 '안다'는 것은 다르다. 안다는 것은 깨닫고, 반성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세상이 넓음을 알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정을 뜻한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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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 편의 영화가 내 안에 들어올 때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8 | 2020.11.10 리뷰제목
혼자서 본 영화에서 정희진은페미니스트로서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주관적이고 독자적인 입장에서 특유의 전복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읽고 해석한다 권력과 젠더에 관한 놀라운 감수성을 바탕에 깔고 외로움 사랑 상처 고통 구원을 이야기한다 나쁜 남자들을 거치며 삶이 망가져 가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주인공에게서 저자는 혐오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를 발견한다 계속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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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본 영화에서 정희진은페미니스트로서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주관적이고 독자적인 입장에서 특유의 전복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읽고 해석한다 권력과 젠더에 관한 놀라운 감수성을 바탕에 깔고 외로움 사랑 상처 고통 구원을 이야기한다

 

나쁜 남자들을 거치며 삶이 망가져 가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주인공에게서 저자는 혐오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를 발견한다 계속 배신을 당하면서도 사람을 믿고 사랑을 하는 마츠코야말로 자신의 주체성을 놓치지 않는 진정으로 강인한 존재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성폭행 피해자 소녀는 지옥 같은 학교의 가해자들사이에서 수동적 피해자 되기를 거부하고 타자가 되기를 선택함으로써 현실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가족의 탄생을 보면서 저자는 정상 가족이 아닌 연대와 사랑으로 뭉친 대안적 가족에서 위안을 받는다 이 영화는 나를 숨 쉬게 한다 정희진의 자유로운 느낌과 생각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하나의 이야기에 담긴 다양한 해석을 만나게 되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접하게 된다

 

정희진은 영화를 보는 일을 내 경험 너머 새로운 앎의 세계를 만나는 일로 정의한다 건물 안에서는 건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위치를 벗어나 새로운 각도에서 이면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영화는 렌즈다 영화는 현실을 담는다 영화는 우리 역사의 인생의 한 부분을 잡아챈다 위치를 바꾸어 다르게 보는 순간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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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정희진 - 혼자서 본 영화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r*******7 | 2018.06.30 리뷰제목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저 영화를 보기만 하고 그로부터 받은 느낌을 사흘 정도 곱씹는다. 그것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마음과 머릿속으로 되새김질하는 수준. 참 부끄럽게도 이 책처럼 깊게 분석해 본 적이 과제할 때 말고는 거의 없었다. 나는 저자의 책 중 <페미니즘의 도전>을 먼저 접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 정희진 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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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저 영화를 보기만 하고 그로부터 받은 느낌을 사흘 정도 곱씹는다. 그것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마음과 머릿속으로 되새김질하는 수준. 참 부끄럽게도 이 책처럼 깊게 분석해 본 적이 과제할 때 말고는 거의 없었다.

나는 저자의 책 중 <페미니즘의 도전>을 먼저 접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 정희진 씨를 '선생님'의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 페미니즘의 대가, 책으로만 만나본 선생님. 그런 그가 오열하고 마음으로 앓은 영화들이란 과연 어떤 것들인가! 아쉽게도 그 영화 감상문(?)은 <페미니즘의 도전>만큼이나 어렵다. 감상을 담은 글이라는 점에서 페이지를 나갈 수 있었지만. 게다가 영화를 채 보기도 전에 결말이 나오는 부분이 있어(특히 위플래시!) 스포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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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혼자서 본 영화 - 여성학자 정희진의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영화 이야기 평점10점 | s*****0 | 2018.04.01 리뷰제목
여성학자 '정희진'이 쓴 영화에 대한 책 <혼자서 본 영화>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수록 정희진의 글은 나의 몸을 관통하여 마치 그녀의 심연으로 들어가 함께 영화를 보고 느끼는 일체감을 경험했다. 이 책에서 정희진이 소개하는 다양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고통, 상처, 슬픔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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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이 쓴 영화에 대한 책 <혼자서 본 영화>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수록 정희진의 글은 나의 몸을 관통하여 마치 그녀의 심연으로 들어가 함께 영화를 보고 느끼는 일체감을 경험했다. 이 책에서 정희진이 소개하는 다양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고통, 상처, 슬픔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혼자서 본 영화>는 혼자서 영화관에서 자신만의 영화를 마주하는 여성학자 정희진이 본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과 동시에 여성을 바라보는 공감의 눈을 지닌 여성학자의 치열하고 따뜻한 글에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제 알기 위해 영화를 본다. '지식을 습득한다'와 '안다'는 것은 다르다. 안다는 것은 깨닫고, 반성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세상이 넓음을 알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정을 뜻한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 아닐까. 영화는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인생 문제가 영화에서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타인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나는 외로움을 원한다."


정희진은 영화 <인더컷>을 소개하며, 여성주의에서 성과 사랑이 이론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되는 이유는, 젠더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섹스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 더 컷>은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복잡한 스토리, 복선이나 속임수,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이 없다. 정희진은 영화 <인 더 컷>은 스릴러에 여성의 언어를 담은 작업은 필연적으로 남성 스릴러의 비정치성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서는 욕망으로 고통받으며 사랑에 빠질까 봐 고뇌하는 사람이 여성이고, 매력적이나 치명적인 유혹자는 남성으로 배치하여 팜파탈을 통해 남성 문화가 주장하는 스릴러의 공식을 뒤집는다. 행위자로서 여성, 역사의 주체로서 여성, 그리고 여성의 성적인 욕망은 남성 사회를 위협한다는 정희진의 글은 여성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그 사회의 경계와 만나고, 결국 정치적 갈등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에게 원하는 것'은 남성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정희진의 이야기를 읽고 평소 여성이 주체가 된 것이 아니라 남성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그동안 얼마나 복습해오며 영화를 관람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부장제 사회가 남성은 성적 주체로, 여성은 성적 대상으로 만든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 유사 이래 여성은 언제나 성적 주체였다. '꽃뱀'의 유혹에 넘어간 남성들의 '억울한 호소', '큰 뜻'을 이루려는 남성과 이들을 대변하는 남성 문화는 여성을 '남자 신세 망치는 골칫덩이'로 경멸해 왔는데, 그 혐오의 정점이 '창녀'였다. 이처럼 여성은 성의 피해자로서 또는 주체로서 남성의 편의에 따라 늘 양립해 왔다.

스릴러 영화의 공식인, 남자 주인공을 시험에 들게 하는 팜파탈(femme fatale), 즉 치명적 요부는 남성의 모순을 여성에게 투사한 존재이기에 오랫동안 남자 감독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팜파탈은 남성이 저지르는 폭력과 파괴가 결코 남성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는 남성 판타지의 산물이다. 남성의 성욕이 무한대라서 어디로 '분출'될지 모르지만, 성욕 폭발의 버튼을 누른 사람은 남자 자신이 아니라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라는 것이다."


정희진은 영화 <디 아워스>를 통해 '부패하지 않은 사랑은 없다'는 주제로 이야기하여 흥미롭다. 정희진은 영화 <디 아워스>는 '사소한' 여성의 경험과 감정을 의미화하고 정치화 했을 때만 보인다고 말한다. 정희진이 영화 <디 아워스>는 "여성과 시간, 여자/주부의 우울증과 '가출'"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영화라고 말하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영원한 사랑도 안전한 삶도 없다는 정희진의 말은 인생에서 그 어떤 것도 계속되는 것은 없다는 철학적 의미를 알려준다.


"사랑은 유기체다. 그래서 모든 사랑은 부패한다. 문제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변치 않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디 아워스>는 이 오래된 질문을 성찰적인 남성의 시선으로 새롭게 던진다."


이 책에서 정희진이 다양한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영화와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이라는 사적 영역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인상적이다.


"나는 고1 때부터 약 20년 동안 한 달도 '연애' 상태가 아닌 적이 없었다. 남자든 여자든 이데올로기든 늘 누군가에, 무엇인가에 몰두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예외 없이 상처로 남았다. 나는 그 관계를 연애라고 주장하는데, 주변 사람이나 상대방은 그건 연애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침묵이 두려워 파티를 여는 댈러웨이 부인처럼, 나는 자신과 만나지 않기 위해 연애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나를 도피처 삼아 네 인생은 뒷전이었지." 리처드(에드 해리스)가 클라리사(메릴 스트립)에게 말한 대로,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할 경우 겪어야 할 너무도 많은 공격들이 두려워 '연애 감정 상태'를 도피처로 삼았는지 모른다."


정희진은 '지옥에서 탈출하는 법'이라는 내용으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해 논한다. 정희진은 당장의 피해가 눈앞에 어른거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상담해 올 때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주인공 소녀의 저항 방식을 알려준다고 이야기한다. 이 소녀는 피해자 역할을 거부했다. 소녀는 상처받지 않음으로써 가해자의 권력에 저항하고 그들을 비웃는다. 우리는 상처받았음을 강조하는 대신에 저들의 폭력을 폭로해야 한다. 정희진은 문제는 '그들'이 사는 메커니즘 자체이고 그들의 잘못이지 '우리의 약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성폭행을 당하면 인생을 포기하고 가해자가 원하는 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나를 망치기 위해 아무리 발악을 해도, 나는 너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라며 망한 세상의 타자가 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주인공의 소녀는 세상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강렬한 저항을 선택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주체이자 타자이다. 물론 이것은 곡예다. 주체가 되는 방식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규범을 따르는 '주변부 남성'이 됨으로써 가능하다. 타자 되기는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고 낙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폭력과 성매매라는 제도에 강제당함으로써 성적 타자로 만들어진 상태에서는, '반여성'이 되어야 한다. 남자들이 원하지 않는 여자가 되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는 삭발, 즉 자원으로서 외모를 버리는 것이다."


쓸쓸한 영화, 치열한 영화, 깊은 영화, 처절한 영화, 깨달음을 주는 영화의 분류 중에서도 주인공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는 영화가 바로 정희진이 좋아하는 영화 유형이라고 말한다. 정희진은 영화 <타인의 삶>이 '내 인생의 영화'이 이유는 자신이 더 타락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혐인증인 '정희진' 자신에게 '다른 인간'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해주고, 인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을 관람하며 느꼈던 감동이 또다른 차원으로 내게 다가온다. 이 책은 관람했던 영화를 정희진의 눈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통찰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쉽다'. 그것은 동일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엔 적대했으나 지금은 선망하게 된 타인, 나는 다가갈 수 없는 다른 세계에 사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일은 경험하기 힘은 인간성이다. 사람은 사상, 사랑, 권력으로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작품은 타인의 삶이 나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으며 나는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인간인가를 질문한다."


정희진은 '착한 여자의 나쁜 남자 순례기'라는 제목으로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소개한다. 여성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착한 여자지 나쁜 여자가 아니며, 불평등과 착쥐는 부정의하다는 정희진에 말에 공감한다. 저항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우리'를 나쁜 여자들이라고 한다면 사회가 잘못이지, 우리가 굳이 나쁜 여자라고 되받을 필요는 없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의 주인공 마츠코는 피해자가 아니므로 피해 의식도 없고 남자들을 원망하지도 않으며 억울해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나쁜 세상과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영향받지 않고, 언제나 자기 본모습대로 살았다. 정희진은 마츠코는 세상에 당한 것이 아니라 세상과 싸웠으며 자기 방식이 옳음을 믿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피해 의식만 가득한 사람은 마츠코처럼 타인을 걱정하지 않으므로 마츠코는 진정한 강인함을 지닌 여성이다. 정희진은 '나쁜 세상'이라는 구조에 서 개인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을 믿고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감동은 '피해' 개념의 전복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거리가 생긴다. 그것은 마츠코의 선물이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크게 손해 보지만 않는다면,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의 이타성은 이기성이기도 하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선의가 사기와 갈취, 저질 구설 따위로 돌아온다면? 이런 배신이 반복된다면? 이때부터 우리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우울과 분노에 빠진다. 기분 장애 상태에 이르기 쉽다. 사람들마나 대처 방식이 다를 것이다. 우울과 은둔, 심각한 경우 자살, 다시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마음을 닫는다. 어설픈 복수로 더 망가지기도 한다. 비일비재한 일이다.


나는 이 영화를, 이 영화의 마츠코를 사랑한다. 그녀는 여자인 내가 봐도 이해하기 힘을 정도로 '당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당하는데도 그녀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마츠코의 피해와 고통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타인의 잘못이다. 그녀가 타인의 잘못을 피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란 말인가? 상대가 나쁜 의도를 품고 마음먹고 속이려 드는데, 그것을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계속 조심하고 경계하고 살아야 할까?"


<혼자서 본 영화>에서 '사랑하기와 말하기 사이에서, 상처가 아무는 시간, 젠더, 텍스트, 컨텍스트'라는 목차들을 통해 여성학자 '정희진'이 바라본 영화들을 만나는 시간은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마주하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영화들을 찾아서 관람해보고, 정희진의 글이 내 온몸을 지나가는 이유들을 천천히 관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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