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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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 예담 | 2017년 8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8.9 (87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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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 여행은 어떠해야 할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17.08.17 리뷰제목
<씨네 21>의 기자로 일하고 있고, 에세이스트, 북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소개글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언제나 절박하게 어디든 가고 싶어 하는 상태'라는 말이있었다. 내 머릿 속에 항상 여행이라는 단어가 맴돌고 있기에. 말 그대로 뛰쳐 나가지는 못하고 맴돌고만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혼자서 나설 용기가 없기 때문이면서 가족들 핑계를 대고, 결국 아
리뷰제목

 <씨네 21>의 기자로 일하고 있고, 에세이스트, 북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소개글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언제나 절박하게 어디든 가고 싶어 하는 상태'라는 말이있었다. 내 머릿 속에 항상 여행이라는 단어가 맴돌고 있기에. 말 그대로 뛰쳐 나가지는 못하고 맴돌고만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혼자서 나설 용기가 없기 때문이면서 가족들 핑계를 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불만만 터뜨린다. 그럴 땐 여행서를 집어든다. 하지만, 나는 절대 할 수 없을것 같은 여행 이야기를 들을 때는 더 우울해진다. 이 책은 어떠할까?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 일단 제목은 맘에 들고, 저자의 마인드도 맘에 들기에 내가 원하는 여행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펼쳤다.

 

 그냥 떠나고 싶어서 핑계를 만든다. 나는 너무 지쳤어. 잠깐 여기서 끊어갈 타이밍이라고 느낀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싶어졌어. 아주 멀리까지 내다보면 무엇이 보일까 궁금해. 신발이 발에 너무 잘 맞아서, 여권에 빈 칸이 많아서, 경주에 가본지 오래 되어서, 나이 들기 전에 뭐든 더 해보고 싶어서, 핸드폰 사진첩에 매일 먹는, 같은 음식 사진만 한가득이라서. 그냥 그러고 싶어서. - p18

 

 나는 여행을 갈 수 없는 이유만 수십가지를 읊고 있지만, 그녀는 가야만 하는 이유를 이렇게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나도 찾아야겠다. 내가 일상을 벗어나 집밖으로 한 걸음 뗄 수 있는 이유를. 그녀의 말 중에 특히 와닿는 말이 있었다.

 

"해보니 별것 없더라"와 "해도 별것 없대" 는 다르다. 여건이 된다면, 결론을 내기 위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하기를 권한다. 여행을 다녀오지 않고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내 안으로 여행하기'를 잘 하려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뭔지부터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다못해 여행을 싫어한다는 사실도, 여행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인내와 금기는 엉뚱한 판타지만 키우더라. - p 156

 

 이 말이 여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뭐든 자신이 해 본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행동에 대해 함부로 얘기해선 안될것 같다. 여행의 방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다 원하는 스타일이 다를테니. 저자의 말처럼 나는 내 여행을 하면 되는걸.

 

북칼럼니스트여서일까? 여행에 책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일주일 휴가에 최소한 다섯 권의 책을 가지고 가고,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전부 읽고 온다는 그녀. 그런 그녀가 전해주는 여행을 갈 때 가져가는 책에 대한 팁도 상당히 유익했다.

 

당신이 원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간다고 해서 굳이 책을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말조차 읽을 수 없겠지만.-p 142

 

 이렇게 툭 던지는 말도 유쾌하게 다가왔다. 여행을 다니면서 하게 되는 헌책방,서점에서의 책, 옷, 그외 쇼핑에 관한 아야기들, 그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 이야기들, 여행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엉덩이가 들썩 거렸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가장 먼저 한 말이 "얘들아, 올 가을에 교토 가자" 였다. 지난 1월 오사카 교토 여행 중에 교토에서 들렀던 곳은 기요미즈테라 (청수사) 뿐이어서 아쉬워하고 있는 차였는데, 저자는 이 장소에, 교토에 많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 이유였다. 교토처럼 그녀가 좋아하는 나라,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특별한 기억들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이 주는 축복 중에 하나일듯하다.

 

부디 오래오래 여행 다닐 만큼 건강하고 돋도 벌어야 하는데. 나의 근심은 이것뿐이다. 여행지에서 마지막 날이면 다음 여행을 검색하고 있을 때가 적지 않다. 그렇게 쌓은 경험으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게,정말 행복하다. -p 265 

 

 이렇게 말하고 있는 그녀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산다는 것만큼 행복한 삶이 있을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 바이러스를 듬뿍 받았다. 어떤 글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데, 이 글을 읽는 동안은 한 단계 업된 상태가 되었다. 이다혜 작가는 이동진의 책에서 잠깐 이름을 본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는데,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담백하면서 유쾌한 그녀의 글들을 다른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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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느 여행 중독자의 고백 평점9점 | s*****l | 2017.09.13 리뷰제목
잠시의 시간적 여유만 생겼다 하면 뻔질나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친구가 있다. 그런 까닭에 친한 친구들마저 그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전화 목소리를 들었던 게 언제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친구와의 대면이 이렇게 어렵다 보니 그의 아내가 이따금 이쪽 소식을 저쪽에, 저쪽 소식을 이쪽에 전해주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다.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로
리뷰제목

잠시의 시간적 여유만 생겼다 하면 뻔질나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친구가 있다. 그런 까닭에 친한 친구들마저 그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전화 목소리를 들었던 게 언제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친구와의 대면이 이렇게 어렵다 보니 그의 아내가 이따금 이쪽 소식을 저쪽에, 저쪽 소식을 이쪽에 전해주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다.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나 졸업도 하기 전에 서둘러 결혼했던 친구는 슬하에 여식을 한 명 두었으나 지금은 취직하여 제 밥벌이를 할 정도로 장성했으니 가장으로서 그의 책임도 반쯤 감해진 듯 보인다. 그런 까닭에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언제나 그 친구에 대한 '유비통신'이 안주처럼 올라오곤 한다. 어디어디에 현지처가 있다는 둥, 돌쟁이 아들이 있다는 둥 근거도 없는 이야기들이 끝없이 생성되곤 한다.

 

"왜 그렇게까지 여행을 다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서 이제는 여행간다는 말을 가능한 한 주변에 하지 않게 됐다. "뭐 하러 또?"라고 물으면 답할 말이 궁색하기도 하고, 사실 뭘 하러 가는 게 아니다. 목적 없이 있으려고 간다." (p.158)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첫 여행에세이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를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 생각이 났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의 저자인 이다혜 기자 또한 여행에 있어서는 중독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다혜 기자나 친구가 생계를 작파한 채 일 년이고 이 년이고 오직 여행만 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친구 역시 주어진 직분에 성실히(?) 임한다는 걸 알기에. 그러므로 이 책은 장기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는 아니다. 주말이나 단기간 휴가를 이용하여 짬짬이 떠나는 평범한 여행자에게 꼭 맞는 책이다.

 

"여행의 무엇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지금 나의 대답은 이렇다. 공기가 다르고, 그 안에 있는 게 좋다. 그 나라의 음식 냄새, 사람들의 분위기, 역사의 문화자본 같은 모든 것들이 그냥 그 안에 서 있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느껴진다. 낯선 풍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더 공부하고 싶어지고 호기심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p.263)

 

친구에게 해외여행이 취미로 굳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배낭여행을 간다며 짐을 꾸려 떠나더니 연휴가 다 끝날 즈음해서 귀국했다. 몇 년 전 설연휴 기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 틈만 나면 홀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몇 달 전부터 여행 목적지를 알아보고 준비물이나 교통편, 숙박시설 등 여행에 필요한 일반적인 정보를 꼼꼼하게 알아보는 것도 이니었다. 여행을 떠나기 일이 주 전부터 이용 가능한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는 게 다였다. 말하자면 비행기 티켓에 맞춰 여행지가 결정되는 셈이었다.

 

"내가 여행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되뇌는 점이 있다면, "예정대로 되지 않는 일을 받아들일 것." 오로지 그것을 더 여유 있게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p.14)

 

친구는 그나마 건강한 남자 여행자이기 때문에 한국에 남겨진 가족들의 걱정과 근심을 조금쯤 덜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저자인 이다혜 기자는 여자 홀로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 '혼자 여행하는 독신녀의 건강 염려증'이나 '여자에게 여행이란'과 같은 소제목의 글을 통하여 여성 여행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저자이기에 여행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팁, 여행지에 사는 지인의 집에 폐를 끼치지 않고 얹혀 지내는 기술 등 참고할 만한 정보들이 빼곡하다.

 

언젠가 나는 늦은 저녁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여행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를 여행 마니아로 이끌었던 첫 여행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쌓인 스트레스가 워낙 심해서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며칠 쉬고 나면 그래도 살 만하지 않을까 싶었단다. 그런데 여행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했고 다시 다시 떠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짧은 여행을 두어 번 반복하고 나자 자신이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더란다.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에? 사는 게 무의미해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등등 자신을 향해 할 수 있는 여러 질문을 다 던져보았다고 했다.

        

"여행 중독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인 가본 땅은 다 밟아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단 무조건 나가고 봐야 하는 인간도 있다. 난 후자 쪽이다. 안 가본 땅에 대한 신비가 적은 편이다. 내가 아는 곳을 더 잘 알고 싶다."   (p.114)

 

그러나 친구의 대답은 나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의외의 지점으로 나를 이끌었다. 두어 번의 여행 후 고민하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때, 가벼워진 마음으로 문득 뒤돌아보니 자신의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말할 수 없이 두려워지더란다. 첫번째 여행을 떠날 때의 스트레스는 비길 바가 못될 정도로 그 두려움은 컸다고 했다. 팔십 년의 인생에서 자신은 이미 죽음 쪽으로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더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허방을 짚은 듯 아득하기만 할 뿐, 한줌도 되지 않는 시간을 걸어온 듯한데 벌써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여유로운 시간이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자신은 그것을 잊기 위해서라도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과 집안의 대소사로 정신없이 지내다가도 모든 게 멈춘 듯 한가한 시간이 찾아오면 그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더란다. 자신이 외국을 찾는 건 어쩌면 허무로부터의 도피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낯선 나라에서는 생각을 접고 긴장하며 살 수밖에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신은 그래서 떠날 뿐 여행 자체를 즐기는 건 아니라고. 나는 친구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들도 많았다. 그것이 삶의 허무일지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한 구차한 변명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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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시 돌아온대도,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평점8점 | k****e | 2017.08.16 리뷰제목
여행을 생각하면 두근두근 설레고 호기심이 가득 생기고 어떤 것을 보고 느끼게될 지 몹시 기대가 된다. 어떤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할지... 그것이 비록 종아리와 발바닥에 느껴보지 못한 통증을 선사하더라도, 보지 못한 것들을 다 눈에 담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그녀는 말한다. 여행은 다시 돌아오는 걸 알더라도 떠난다고.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자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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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생각하면 두근두근 설레고 호기심이 가득 생기고 어떤 것을 보고 느끼게될 지 몹시 기대가 된다. 어떤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할지... 그것이 비록 종아리와 발바닥에 느껴보지 못한 통증을 선사하더라도, 보지 못한 것들을 다 눈에 담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말한다. 여행은 다시 돌아오는 걸 알더라도 떠난다고.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자주. 그리고 그녀에게 편도로 떠나는 여행은 일생에 한 번뿐일 거라고.


일본, 영국, 이탈리아, 뉴질랜드, 중국, 태국 등등을 여행 다니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그녀는 여행의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떠나서 겪는 고생에 대해서 더 많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여행지에서 혼자 먹는 밥, 안전이 보장되지않은 허름한 숙소, 그날그날 끼니 챙기기의 번거로움과 어려움 때문일까? 음식에 대한 얘기도 종종 등장하는데 중국에서 찾아갔었던 북한 식당 에피소드와 또다른 나라에선 바가지를 잔뜩 썼지만 엄청 맛있어서 기꺼이 바가지를 쓰고도 또 먹은 음식. 그리고 내장과 관련된 강추 음식과 추천 가게들 몇 곳. 내장관련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듣다보면 한번쯤 먹으러 가고 싶어진다. 


막상 떠나기까지의 고단함, 떠나서도 불편함, 그러면서도 떠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생각하기에 떠남이 주는 달콤함과 짜릿함 혹은 그 무엇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살아가기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 떠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지만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 아무렇지않게 아무에게나 말 걸고 눈치보지않고 꺼리낌없이 행동할 자유를 만끽하기위해 떠나는 것이다. 


누려보지 않고는 알 수 없고 맛을 보기전까지는 무척이나 궁금한 것. 그것이 여행이다. 


처음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날 때는 챙겼던 짐을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보고 비행기를 탈 생각에 두근두근 설레고 기대가 되어 잠도 쉬이 오지 않았다. 이륙하는 순간에는 그네를 있는 힘껏 발을 굴러 가장 하늘 가까이 올라간 것과도 같은 짜릿함도 잠시, 유유히 흘러가는 단조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처음 앉은 비행기 창가자리의 매력은 두둥실 떠있는 구름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는 것과 햇빛은 더 찬란하게 빛나며 하늘보다 훨씬 더 가까운 바다가 엄청 멀리에 있으며 크고 작은 섬들이 조그맣게 보인다는 것. 그제야 내가 있는 곳이 땅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란 걸 실감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도착하기 전까진 중간에 내릴래야 내릴 수 없고 여기 하늘에 꼼짝없이 갇혀버렸다는 걸.


발이 땅을 디디고서야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묘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느꼈다. 꼭 비행기를 탄 여행이 아니더라도 여행은 항상 떠나고 돌아오는 걸 반복하면서 늘 설레고 아쉽고 그립다.


그걸 너무나도 잘 보여준 이야기였다.


그녀는 여행과 함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정말 강추하는 음악에 대해 들려주는데 잠들기전, 꼬옥 한번 들어보고 싶어졌다. 



***



처음은 쉬이 몰입하기가 힘들어 앞페이지를 몇번이나 다시 읽었다. 목차에 비해 몇몇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유쾌상쾌한 재미난 여행기를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이 가져다준 깊은 사색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홀로 여기가 아닌 어디라도 떠나보고 싶다면 꼬옥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참 많은 걸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가 되든, 어디로든 또 떠나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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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또 하나의 일상, 여행 이야기.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18.11.18 리뷰제목
몸도 마음도 생각도 젊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대학 시절. 친구들과 30여일간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났다. 처음 떠나는 해외 여행. 거기에다 유럽 여행이라니... 인천공항에서 느낀 설레임과 기대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쌍젤리제 거리, 영국의 국회의사당과 버킹엄 궁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콜로세움 등을 갈 생각을 하니... 그런데 여행을 거듭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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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생각도 젊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대학 시절. 친구들과 30여일간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났다. 처음 떠나는 해외 여행. 거기에다 유럽 여행이라니... 인천공항에서 느낀 설레임과 기대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쌍젤리제 거리, 영국의 국회의사당과 버킹엄 궁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콜로세움 등을 갈 생각을 하니... 그런데 여행을 거듭할수록 기대와 설레임은 어느새 사라지고 친구들과의 여행 동선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한 감정 싸움, 여행비를 아끼려고 간단한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지하철과 도보로 다니다보니 체력은 금방 바닥이 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탈리아 지하철에서 소매치기까지 당하고... 30여일간 허기짐과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며 갖은 고생을 다 했지만 스위스 융프라우 설원의 아름다움과 영국 큐가든의 웅장한 규모와 다양한 식물들, 비 내리는 가운데 열린 프랑스 독립기념일 행사... 그리고 열차에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내릴 때까지 무릎을 꼭 붙이고 조용히 창문만 보고 계셨던 독일아저씨 모습까지 지금도 30여일간의 유럽 여행은 마음 속 깊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평소 놀라운 독서량과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 거기에 위트까지 겸비한 에세이스트이자 북칼럼니스트인 이다혜 작가의 전작 "책 일기 좋은 날"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여행기인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는 이다혜 작가의 여행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과 경험, 여행 중 도움이 될 만한 팁tip 들로 이루어진 에세이로 편안하게 읽으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여행 에세이다.

 

 

 

 내가 여행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되뇌는 점이 있다면, "예정대로 되지 않는 일을 받아 들일 것". 오로지 그것을 더 여유있게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중략) 여행지에서의 선택은 자유롭다. 여행지에서 실패해도, '이 곳'(사실 이승이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에서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 카드대금이 있군.

 

                                                                                                                             - p.14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나중에 다 없어지고 나서야 깨닫는 자산이 있다. 육체적 젊음이나 시간 같은게 그렇다 여행만 해도 그래. 저금을 싹싹 긁어 떠나는 건 물론이고 마이너스까지 감수하고 짐을 싸면서 단 한번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안해 본 적은 없었다.

 

                                                                                                                              - p. 79

 

 

 

 

 사진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행의 재미라는 것은 통통 부은 발과 견딜 수 없는 허기짐, 약간 춥거나 더운 날씨와 그 모든 불평을 일시에 잠재우는 '와...'의 순간, 말을 잊게 하는 그 한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 p. 257

 

 

 

 

 여행의 무엇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지금 나의 대답은 이렇다. 공기가 다르고, 그 안에 있는 게 좋다. 그 나라의 음식 냄새, 사람들의 분위기, 역사와 문화자본 같은 모든 것들이 그냥 그 안에 서 있는 것만으로 어느정도 느껴진다. 낯선 풍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더 공부하고 싶어지고 호기심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 p. 263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를 읽는 내내 이다혜 작가의 여행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공감하며 어디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끼게 된다.

 

 책 내용 중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문]에서 우리는 보통 해외 여행은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더 선호하는데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패키지여행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한다. 부모님께 유명 관광지를 많이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일정을 빠듯하게 짜지만 부모님들은 젊은 우리를 쫓아다니시기에 버거워하는다는 이야기다. 나도 작년 가을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지만 빠듯한 일정 탓에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갔다. 

 

 그리고 이다혜 작가는 친한 사람과는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서두에 내 경험담처럼 여러 이유로 친한 사람과 다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혼여행 갔다가 여행지에서 감정이 나빠져 이혼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책을 읽으며 그 동안 여러 이유(핑계)로 여행을 많이 떠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좀 더 젊었을 때 여행을 떠나보자. "통통 부은 발과 견딜 수 없는 허기짐, 약간 춥거나 더운 날씨와 그 모든 불평을 일시에 잠재우는 "와.."의 순간. 그 한순간의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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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이다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19.11.03 리뷰제목
여행 보다 여행기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짐을 싸는 일부터 예산을 짜고 여행 경로를 탐색하는 그 모든 일이 내겐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거기보다 여기에 머무르는 것에는 게으름이 한몫한다. 그곳만의 공기와 바람의 질감을 오로지 상상으로만 느낀다. 그래도 떠나보라고. 분명 다른 감성이 있다고 적힌 여행기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떠나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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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보다 여행기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짐을 싸는 일부터 예산을 짜고 여행 경로를 탐색하는 그 모든 일이 내겐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거기보다 여기에 머무르는 것에는 게으름이 한몫한다. 그곳만의 공기와 바람의 질감을 오로지 상상으로만 느낀다. 그래도 떠나보라고. 분명 다른 감성이 있다고 적힌 여행기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떠나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가 보다. 10년짜리 여권을 만들어 놓고 스탬프를 한 번도 찍어 보지 못하고 유효 기간이 만료되었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면 나는 그것밖에는 할 말이 없다. 유효 기간이 지난 여권의 빈 페이지에 대한.

이다혜의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는 인상적인 여행기로 남았다. 여행 경로에 대한 이야기보다 여행을 떠나고 준비하는 자의 설렘과 여행지로 떠날 때의 요령 사항이 감각적으로 적혀 있다. 월급 생활자로서 길게는 떠나지 못하지만 금요일 연차를 써서 떠나는 짧은 여행에서 삶의 고단함과 피로감을 조금씩 엿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몸의 신호에 맞춰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읽을 책을 고르는 방법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 가족 여행 시 주의 사항을 알려주기도 한다.

대부분 혼자 여행을 떠나지만 어떤 해에는 아는 이들과 떠나기도 했단다. 혼자여서 혼자가 아니어서 얻게 되는 여행의 낭만을 읽는 게 좋았다. 자유여행이냐 패키지여행이냐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각자 장점이 있으니 알아서 잘 골라가면 된다.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는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마음 밖에는 없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당장 떠나지 못하더라도 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자기의 내면 안으로 끌고 들어온 자의 기록은 여기가 아닌 그곳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여행을 떠나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비상 약품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에서 솔직하고 자유로운 여행 낭만자의 지나온 시간을 만난다. 혼자 떠나면 무섭지 않냐고 하지만 이다혜는 혼자 떠날 수 있어서 당황했던 경험의 순간도 '여행의 재미'라고 말한다. 같은 도시를 반복해서 가지만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여행의 풍경. 매일 마주쳐야 하는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져서 떠났지만 놔두고 온 그곳의 시간이란 소중한 것임을 여행은 깨닫게 해준다.

오늘은 청소를 하고 커튼을 걷어 놓았다. 노을이 지는 걸 보기 위해서. 파란 하늘은 아니었지만 해가 얼굴을 비쳤고 공기는 시원했다. 내일이 월요일라고 믿기 싫지만 남은 일요일 오후가 조금씩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부지런하게 비행기를 타고 기차에 몸을 싣는 자의 기록이 있어 여기가 아닌 낯선 장소를 동경해 볼 수 있었다. 여행기를 읽으며 떠나고 싶은 마음이 무거워질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다. 팡팡 터지는 순간 떠나는 거다. 여기가 아닌 어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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