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쓴 <유한계급론> 은
당시 미국의 자본주의와 상류층을 통렬하게 비판한 책으로
현재까지도 많이 읽히는 경제학 고전입니다.
경제학 도서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소비 심리 이론" 을
예리하게 분석해낸 부분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지점이었어요.
<유한계급론> 이 저의 세상에 들어오게 된 것, 그리고 주목하게 된 계기는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 를 통해서 였습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청춘의 독서> 였는데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독서모임에서
연이 닿아서 드디어 읽게 되었지요.
그 책 속에서 유시민 작가가 청춘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여러 권 소개했는데
제게는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이 가장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그래서 <유한계급론> 책을 제대로 만나고 싶었고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로 결국 <유한계급론> 을 만나게 되었네요.^^
현대지성 클래식 책이 이로써 <유한계급론> 까지 보태져서 6권이 되었습니다.
이종인 번역인것도 맘에 들었고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인것도 좋았어요.
<유한계급론> 을 만나고 계속 읽고 싶었는데
2월은 개인적으로 제게는 "여행의 달" 이었습니다. ㅎㅎㅎ
명절 끝나자마자 제주도로 혼자서 5박6일 다녀왔고
일주일 후에는 또 가족여행으로 대만 3박4일 다녀오느라
<유한계급론> 에 집중하는 독서 분위기를 잡기가 참 어려웠어요.^^;;
더이상 늦출 수 없어서 ?대만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펼쳐 보았습니다.
2시간 30분 비행이어서 기내식 먹고 뭐하고 하다보니
많이는 못 읽었지만 이렇게 시작을 했고 집에 와서 또 짬내서 읽구요.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에바항공 탑승 전.
그 때도 저는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을 펼쳤어요. ㅋㅋ
괜히 시간을 보내기엔 아까운 시간이잖아요 이런 때가.
그래도 <유한계급론> 책이 있어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아서 좋고
지루하지도 않고 제법 집중이 잘 되더라구요.
평화적인 원시 단계 vs. 약탈적인 야만 단계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 보면
평화적인 원시 단계와 약탈적인 야만 단계에 대한 언급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원시 단계에서 야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유한계급" 이 출연하게 되었다는 베블런의 주장이 참 흥미로웠어요.
전쟁을 치르고 나면 승자와 패자가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되죠.
그리고 승자는 당당하게 전리품을 챙겨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전리품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물건 이상의 사람까지도 포함되고,
이 때 전리품 중에는 여자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었던 거죠.
여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 내용을 읽기가 다소 불편했지만 과거의 역사이니
팩트로서 객관적으로 수용해야겠지요.
여자이든 또 다른 가치가 있는 물건이든 전리품을 챙겨오는 승자들은
그 때 비로소 평화적인 원시 단계를 넘어서서 약탈적인 야만 단계로 이동합니다.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유한계급" 은 전쟁을 통해 재산을 갖게 되고
더이상 생산적인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계급으로 불리게 되죠.
요즘은 노동이라는 것은 곧 신성한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을 통해서 접하고는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던 시각이 새삼스럽고 흥미로웠어요.
노동을 하지 않아도 자신은 그만큼 금전적 능력이 있음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은
약탈적인 야만 단계부터 있어온 용맹성의 표시이면서 동시에
유한계급들에게는 인간적 위엄의 필수조건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지불능력을 끊임없이 과시하는 유한계급들은 자신의 명성을 알리는 수단으로
초기에는 여가를 이용했었죠.
그것을 소스타인 베블런은 "과시적 여가"라고 표현했습니다.
노동을 하지 않고도 금전적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여가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던 유한계급들은
차차 여가를 활용하는 것보다 소비를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믿게 되었죠.
그것을 소스타인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 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을 말할 때는
과시적 여가, 과시적 소비에 대한 키워드는 아주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더라구요.
<청춘의 독서> 에서는 유시민 작가의 글을 통해서 이해했지만
이번 기회에 비로소 <유한계급론> 책 한권을 통째로 읽다 보니
과시적 여가와 과시적 소비가
얼마나 베블런 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살던 당시 미국은 자본주의가 성장통을 겪으면서
많은 단점과 결점을 노출하고 있는 사회였다고 해요.
저자의 생애와 시대배경을 알고 이 책을 보면 더욱더 흥미로운 것이
<유한계급론> 은 당시 미국의 상류층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예리한 통찰력으로
비판한 사회비평서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이면서 사회비평가로서의 저서도 적지 않으니까요.
당시 미국은 독점적인 행태로 재벌이 탄생하기 시작했던 때이고
신흥 벼락부자들이 많아져서 높은 신분에 따라는 의무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기대할 수도 없던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의 60-70년대 개발 독재 시대에 재벌이 마구 생겨났던
한국과 비슷했던 양상이었다는 게 재밌죠.
1899년에 발표한 <유한계급론> 을 생각해 볼 때
당시 미국의 모습이 70년이 흘러서 한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었다는 건
한번 생각해볼만한 지점인듯 합니다.
하나 언급할 것은 현대지성 클래식의 <유한계급론> 은 책의 뒷 부분에 있는
이종인 역자의 해제가 <유한계급론> 을 이해하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소스타인 베블런은 노르웨이에서 이주해온 미국인이었습니다.
영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도 완벽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전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유한계급론> 을 읽는 동안 쉽게 이해되는 글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역자의 능력을 얘기하기 전에 <유한계급론> 을 쓴 소스타인 베블런의 영어가
유려하다는 느낌은 잘 모르겠습니다....
경제학 고전인데도 어려운 경제학 용어가 나오는 건 아니어서
또 어떤 사람들은 어렵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독자가 읽기 쉽게 쓰여졌다거나 편하게 읽을 책은 역시 아니었더라구요.^^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내용이 머리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어려움이 사실 적진 않았거든요.
물론 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습니다. ㅋ
아주 명석한 두뇌를 가졌던 베블런의 생애를 보면서도
27세에 예일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였고
벨라미의 소설 <뒤를 돌아보기> 한 편으로 인해 경제학자가 되고자 결심하기도 했다죠.
독점자본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유한계급은 노동을 터부시하고
노동의 가치를 업신여기기 까지 합니다.
한편 자신과 아내, 하인 들까지도 자신의 금전적 능력으로
과시적 여가와 과시적 소비가 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죠.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에서 이런 유한계급의 과시적 경쟁과 소비가
사회의 진보를 담당하는 노동자와 기술자의 경쟁과 진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한계급으로 인해 산업화에 긍정적인 면도 작용하긴 하지만
사회의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이며 자신의 세력 유지를 위해
안하무인의 인간성을 보이기까지 하기에
오늘날 유한계급이 퍼트린 갑질문화가 곳곳에서 보이는 것은 못내 씁쓸하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이 살았던 당시 미국 사회를 <유한계급론> 에서 냉소적으로 풍자하며
결국 산업계급에 의해 유한계급은 밀려나고
자본주의가 망하면서 공산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본주의는 굳건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1899년에 발표한 <유한계급론> 에서 미국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써낸 책이
10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의 주장들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 정말 놀랍지요.
경제학 이면서 인간의 소리 심리 이론도 적잖이 예리하게 분석해서 주장하고 있고
의복, 종교학, 교육 등등 다방면에 있어서 소스타인 베블런의 명석함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원서에는 소제목들이 없었지만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유한계급론> 은
한장 내지 두세장 사이마다 소제목들이 붙어 있어서
쉽지 않았던 <유한계급론> 을 읽어내기가 한결 수월했어요.^^
가격이 오르면 상식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거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본 바 일부 계층 (유한계급) 만은 그들의 과시욕 때문에
과시적 소비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 라고 말하지요.
<유한계급론> 을 통해 한 걸음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번 읽은 것으로 전체를 다 알았다고는 못하겠어요.
나중에 또 한번 더 읽으면 지금보다는 더 넓은 시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고 싶었던 책 이렇게 만나서 읽고 나니 뿌듯함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