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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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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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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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9.09.23 리뷰제목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장은진 외 6명생각정거장/2019.9.10.sanbaeam   해마다 여러 문학상 수상작품이 발표된다. 그러면서 항상 우리문단의 르네상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심사위원들은 피력한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일본문학에 경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국내 작가의 작품이 소원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또한 독자들과 소설가
리뷰제목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장은진 외 6

생각정거장/2019.9.10.

sanbaeam

 

해마다 여러 문학상 수상작품이 발표된다. 그러면서 항상 우리문단의 르네상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심사위원들은 피력한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일본문학에 경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국내 작가의 작품이 소원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또한 독자들과 소설가를 비롯한 모든이들의 염원을 담아 심사하여 가려 뽑은 우수한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짧고 감각적인 글과 동영상에 익숙한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얼마나 어필 할 줄 모르지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작가들의 고뇌가 담겨 있는 소설을 통해 시대를 함께하는 우리 작가들의 소설이 그래도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이효석문학상의 대상을 수상한 장은진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으며, 그동안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등 여러 권과 장편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등을 출간했다. 또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대상 수상작인 외진 곳은 다단계의 사기를 당하여 원룸에서 종점 근처 네모집의 작은 방 9호로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된 자매들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네모집은 대가족이 모여 살던 집으로 둘째 아들의 사업 실패 때문에 가족이 흩어지고 방을 수리하여 하나씩 월세를 받는 노부부의 보금자리다. 이곳 에서는 끝판으로 몰려 있는 하루살이 군상들의 현실을 그리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며, 말을 걸지 않으면서도 이웃에 신경을 쓰는 우리의 현실의 단면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자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들이다.

 

천사는 지옥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이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진 이상, 아무리 스스로를 포장한다고 할지라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그들은 자신의 죄를, 수치심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p.91)” 지옥이 삶의 전제가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이 소설은 지옥과 지옥이 아닌 장소를 구별한다. 그것이 비록 네모집 마당 한가운데서 네모난 불의 개수를 세는 헛된 몸짓이라도 그렇다고 작품론에서 이지훈은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비-장소를, 네모집을, 그리고 여기를 지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는 작고 부드러운 말들 속에서, 유사성이 아니라 정체성을, 고독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찾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회피나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무엇인가를 위한 감내일 수도 있다고 외진 곳의 작품을 해설하고 있다.

 

같은 작가의 울어본다는 밤이 되면 오래 된 냉장고가 우는 소리를 낸다. 주인공은 그런 냉장고 소리에 맞추어 울면서 지난날을 회상한다. 반 친구들 중에서 제일 늦게 냉장고를 마련한 집이었지만, 그 마저도 냉장고 마련 후 집을 장만하려 무리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냉장고는 주인공의 삶에 중심이 된다. 어린 나이에 살림을 도맡아 하다가 독립하여 혼자 살게 될 때도 아버지가 제일 먼저 장만해 준 것도 냉장고였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은 건너편 아파트에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집과 동질감을 느끼면서 안정을 찾는다.

 

김종광의 보일러는 절약하는 시골 노인네가 보일러 판촉사원의 꾐에 넘어가 비싸게 놓은 전기보일러가 고장이 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보여준다. 세상과 격리되듯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농촌 노인들의 삶에 대한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면서 고생을 하면서도 자식 앞에서는 떳떳하고 당당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맛나게 그려지고 있다. 후한 인심을 버리지 않은 채 옛 방식대로 생활하며 불편을 참고 견디는 농촌 노인들의 생활 모습이 짠하게 그려지고 있다.

 

김채원의 흐름속으로-등잔 어렸을 때 겪은 6.25피난살이와 국군에 입대하여 소식이 없는 아버지와 인민군에 징집된 삼촌, 그리고 서울에 홀로 남아서 아들을 기다리던 할머니, 딸들과 힘든 피난살이를 하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려 노력했던 어머니, 동생을 살뜰히도 챙기면서 함께 성장했지만, 이국땅으로 이민을 가서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엄혹했던 그 시절 개인과 우리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손보미의 밤이 지나면은 부모의 이혼으로 10살의 나이로 외삼촌댁에서 생활하면서 말문을 닫고 자기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여자아이. 공부시켜 대학을 보냈더니 데모에 앞장서 감옥을 들락거리는 아들을 두고 다투는 외삼촌 내외의 고충을 그리며, 가정의 붕괴로 힘들어하는 성장기 어린아이의 생활을 통해 사회의 한 단면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정소현의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에서는 의사로서 바쁘게 살면서 100세 시대를 위한 프리미엄 치매보험을 비싸게 들었지만, 치매를 앓으면서 자기의 과거를 잊고 행복한 삶을 위해 현재를 각색하면서 살아가는 주인공을 그린다. 결국은 보험의 약관대로 안락사 위기에 몰리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우리 사회의 고민과 문제를 짚어보는 소설이다.

 

권여선의 희박한 마음에서는 함께 살던 친구가 은퇴 후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면서 겪는 외로움을 그린다. 친구와 함께했던 시절의 일을 낡은 아파트의 생활과 결부시키면서 점점 단조롭고 소외되어가는 노년의 삶을 그리는 소설이다.

 

(리뷰어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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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05.07 리뷰제목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장은진 외 6명 생각정거장/2019.9.10.   해마다 여러 문학상 수상작품이 발표된다. 그러면서 항상 우리문단의 르네상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심사위원들은 피력한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일본문학에 경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국내 작가의 작품이 소원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또한 독자들과 소설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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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장은진 외 6

생각정거장/2019.9.10.

 

해마다 여러 문학상 수상작품이 발표된다. 그러면서 항상 우리문단의 르네상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심사위원들은 피력한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일본문학에 경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국내 작가의 작품이 소원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또한 독자들과 소설가를 비롯한 모든이들의 염원을 담아 심사하여 가려 뽑은 우수한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짧고 감각적인 글과 동영상에 익숙한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얼마나 어필 할 줄 모르지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작가들의 고뇌가 담겨 있는 소설을 통해 시대를 함께하는 우리 작가들의 소설이 그래도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이효석문학상의 대상을 수상한 장은진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으며, 그동안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등 여러 권과 장편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등을 출간했다. 또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대상 수상작인 외진 곳은 다단계의 사기를 당하여 원룸에서 종점 근처 네모집의 작은 방 9호로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된 자매들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네모집은 대가족이 모여 살던 집으로 둘째 아들의 사업 실패 때문에 가족이 흩어지고 방을 수리하여 하나씩 월세를 받는 노부부의 보금자리다. 이곳 에서는 끝판으로 몰려 있는 하루살이 군상들의 현실을 그리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며, 말을 걸지 않으면서도 이웃에 신경을 쓰는 우리의 현실의 단면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자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들이다.

 

천사는 지옥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이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진 이상, 아무리 스스로를 포장한다고 할지라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그들은 자신의 죄를, 수치심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p.91)” 지옥이 삶의 전제가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이 소설은 지옥과 지옥이 아닌 장소를 구별한다. 그것이 비록 네모집 마당 한가운데서 네모난 불의 개수를 세는 헛된 몸짓이라도 그렇다고 작품론에서 이지훈은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비-장소를, 네모집을, 그리고 여기를 지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는 작고 부드러운 말들 속에서, 유사성이 아니라 정체성을, 고독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찾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회피나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무엇인가를 위한 감내일 수도 있다고 외진 곳의 작품을 해설하고 있다.

 

같은 작가의 울어본다는 밤이 되면 오래 된 냉장고가 우는 소리를 낸다. 주인공은 그런 냉장고 소리에 맞추어 울면서 지난날을 회상한다. 반 친구들 중에서 제일 늦게 냉장고를 마련한 집이었지만, 그 마저도 냉장고 마련 후 집을 장만하려 무리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냉장고는 주인공의 삶에 중심이 된다. 어린 나이에 살림을 도맡아 하다가 독립하여 혼자 살게 될 때도 아버지가 제일 먼저 장만해 준 것도 냉장고였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은 건너편 아파트에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집과 동질감을 느끼면서 안정을 찾는다.

 

김종광의 보일러는 절약하는 시골 노인네가 보일러 판촉사원의 꾐에 넘어가 비싸게 놓은 전기보일러가 고장이 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보여준다. 세상과 격리되듯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농촌 노인들의 삶에 대한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면서 고생을 하면서도 자식 앞에서는 떳떳하고 당당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맛나게 그려지고 있다. 후한 인심을 버리지 않은 채 옛 방식대로 생활하며 불편을 참고 견디는 농촌 노인들의 생활 모습이 짠하게 그려지고 있다.

 

김채원의 흐름속으로-등잔는 어렸을 때 겪은 6.25피난살이와 국군에 입대하여 소식이 없는 아버지와 인민군에 징집된 삼촌, 그리고 서울에 홀로 남아서 아들을 기다리던 할머니, 딸들과 힘든 피난살이를 하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려 노력했던 어머니, 동생을 살뜰히도 챙기면서 함께 성장했지만, 이국땅으로 이민을 가서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엄혹했던 그 시절 개인과 우리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손보미의 밤이 지나면은 부모의 이혼으로 10살의 나이로 외삼촌댁에서 생활하면서 말문을 닫고 자기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여자아이. 공부시켜 대학을 보냈더니 데모에 앞장서 감옥을 들락거리는 아들을 두고 다투는 외삼촌 내외의 고충을 그리며, 가정의 붕괴로 힘들어하는 성장기 어린아이의 생활을 통해 사회의 한 단면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정소현의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에서는 의사로서 바쁘게 살면서 100세 시대를 위한 프리미엄 치매보험을 비싸게 들었지만, 치매를 앓으면서 자기의 과거를 잊고 행복한 삶을 위해 현재를 각색하면서 살아가는 주인공을 그린다. 결국은 보험의 약관대로 안락사 위기에 몰리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우리 사회의 고민과 문제를 짚어보는 소설이다.

 

권여선의 희박한 마음에서는 함께 살던 친구가 은퇴 후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면서 겪는 외로움을 그린다. 친구와 함께했던 시절의 일을 낡은 아파트의 생활과 결부시키면서 점점 단조롭고 소외되어가는 노년의 삶을 그리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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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외진 자리에 평점10점 | s*****m | 2019.09.22 리뷰제목
그 집을 기억한다. 나이 든 주인 부부가 살고 있던 옆집. 대문을 들어서면 일렬로 문이 죽죽 있던 집.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들어갈 때마다 짖거나 졸졸 따라왔다. 거대한 한옥집이었는데 나는 다행히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세 들어 살 수 있었다. 보증금 오십만 원의 결과였다. 다른 방은 보증금 없이 일 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야 했다. 나는 그럴 돈이 없어 보증금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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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을 기억한다. 나이 든 주인 부부가 살고 있던 옆집. 대문을 들어서면 일렬로 문이 죽죽 있던 집.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들어갈 때마다 짖거나 졸졸 따라왔다. 거대한 한옥집이었는데 나는 다행히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세 들어 살 수 있었다. 보증금 오십만 원의 결과였다. 다른 방은 보증금 없이 일 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야 했다. 나는 그럴 돈이 없어 보증금을 걸어 놓고 날짜를 어기지 않고 월세를 내겠다고 했다. 그 집에서 십 년 남짓 살았다.

어떤 밤이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방에 살았다던 여인이 찾아왔더랬다. 이 집에서는 잘 돼서 나갈 거라는 축원 비슷한 말을 남기고 묘하게 사라졌다. 그 말을 들으며 내일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갖진 않았지만 오늘이라는 시간이 그럭저럭 괜찮아졌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에 실린 대상 작품 장은진의 「외진 곳」은 그런 이야기였다. 나의 이십 대가 고스란히 묻혀 있던 비가 오면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양이와 쥐가 천장 위에서 뛰어놀던 집에 관한 아득한데 가까운.

「외진 곳」의 세계는 낯설지 않은 지점에 닿아 있다. 여전히 주거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이고 실업의 날들은 지속되고 있다, 이곳은. 다단계 사기를 당한 두 자매가 쫓기듯 살러 온 집은 네모집이었다. 외풍이 심해 바깥과 안의 경계가 모호한 곳. 이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해서 이웃이라고 서로를 호칭하기 싫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무신 변기에 앉아 볼 일을 보는 것이 싫어 동생은 물을 마시지 않는다. 언니인 '나'가 할 수 있는 건 일본에 가겠다는 동생의 안위를 걱정해 주고 한동안 먹지 못할 음식을 사서 만찬을 즐기는 것이다.

아직 젊어 만만하게 보고 실패와 좌절이 이토록 자주 찾아오는 걸까. 젊음과 청춘이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약이라면 젊지 않은 나이에 실패와 좌절이 찾아오면 무엇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어떤 핑계를 대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될까. 나는 미래에 준비되어 있을 무수한 절망들을 어떻게 견대낼 것인지까지 앞서 생각하다 불현듯 두려워지고 말았다.
(장은진, 「외진 곳」中에서)

소리와 빛으로서 이웃을 실감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대답을 하면 방안에 깃든 불빛은 대답으로서 유효한다고 느끼는 장면. 우리는 중심에서 벗어나 외진 자리로 밀려난 기억이 있으며 어쩌면 여전히 구석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차분하고 성실한 문장으로 외로움과 상실감을 더듬는 「외진 곳」의 존재가 반갑다. 김종광의 소설 「보일러」는 웃기고 짠하다. 시골로 찾아와 거금 칠백만 원을 들여 보일러를 교체하라는 외판원의 말에 넘어간 김사또의 보일러 수리기를 다룬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하청에 하청인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은근슬쩍 섞어 놓기도 한다.

김채원의 「흐름 속으로-등잔」은 아름답고 서글픈 한 시절을 담아낸다. 죽은 언니와 함께 했었던 시간을 회상하는 소설이다. 책을 읽고 싶어 석유를 빌리러 다니던 언니의 옆얼굴을 추억하며 언니가 희생했었던 자신이라는 존재를 안타까워한다. 소설가의 언니가. 소설가와 함께 했었던 형제가. 죽었구나. 결혼할 때 받은 옷감을 떼어 동생의 블라우스를 만들어 주었던 다정한 혈육이. 소설은 현실의 슬픔과 상실을 달래주는 위로로 쓰인다. 「밤이 지나면」에서 손보미는 이상한 성장의 시절을 그린다. 부모의 이혼을 부모의 죽음으로. 비극의 서사를 덧씌운 어린 나는 결국엔 자라서 어른이 되고야 만다.

인간의 늙음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다룬 정소현의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 들어 놓은 보험이 특약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뒤늦게 알고서 좌절하는 주인공의 문제가 남 일 같지 않은 것이다. 치매에 걸렸을 때 안락사를 하겠다는 정신이 멀쩡할 때의 자신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죽고 싶은데 살고 싶은 삶의 아이러니를 기발한 서사로 다룬다.

최은영의 「일년」이 주는 울림은 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계급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우정은 가능한가를 질문하는 소설이다. 대화라는 것을 진정 나누어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평균적인 삶을 살지 않는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과 공포의 분위기를 권여선은 「희박한 마음」에서 다룬다. 한밤중에 들리는 소음을 들으며 위층의 여자의 무서움을 생각할 때. 곁을 떠난 한동안 함께 살았던 사람과의 과거를 떠올릴 때. 위층에서 들리는 소리라고 당연히 생각하며 한밤에 아랫집에 내려와 초인종을 누르는 무례함. 소설은 거기에 있지만 없을지도 모르는 마음을 담는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에 실린 소설에는 용기 내어 말하지 못한 사과의 말이 있다. 좀 더 잘해주지 못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해서. 그때 내가 했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던 것이 아니라고. 우리에게 자꾸 노력하고 분발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약한 분노를 드러냈던 것이라고. 불면의 밤 동안 냉장고 곁을 지키며 소설을 썼을 시간이 모여 있다. 우리가 과연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가를 물어 온다면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다. 소설에는 잔인했지만 서글펐던 과거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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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외진 곳에 있어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c****o | 2019.10.13 리뷰제목
개츠비의 첫 문장을 자주 생각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 두라던 화자 아버지의 말을 자주 생각한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그가 처한 상황이 그들이 원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네모집에 사는 아홉 가족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세상에 쫓겨 그곳까지 갔을 것이다. 주인공과 그녀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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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의 첫 문장을 자주 생각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 두라던 화자 아버지의 말을 자주 생각한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그가 처한 상황이 그들이 원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네모집에 사는 아홉 가족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세상에 쫓겨 그곳까지 갔을 것이다. 주인공과 그녀의 동생 역시 다단계 사기만 당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집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을까. 난 저렇게 창호지로 된 방문은 첨 봐'


그들은 각자의 방에서 나오는 법이 없다. 모두 각자 삶의 궤도로부터 일시적으로 이탈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간이 정거장 같은 곳에서 사람들과 친해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공동화장실과 세탁실을 쓰는 동안의 접촉은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세상의 시련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도망치고 싶어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길들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화장실에 앉아 있는 대여섯 번의 시간동안만큼은 꼼짝없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서 우연히 마주친 3번 방의 아가씨는 넉살 좋게 인사를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화자는 중등교원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동생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마저도 사장과 싸우고 쉬고 있는 중이다. 


9개 방의 사람들은 밤에 이사를 한다. 어렸을 때 밤에 이사온 작은방 사람들에 대해 부모님이 소곤거리는 말을 들었다. 이상하다는 투의 말들이었는데 밤에 이사하는 것이 왜 그런 것인지 어린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면 굳이 이사를 밤에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하고 생각해본다. 도망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밤에 떠날 필요는 없었을테니까. 네모방의 사람들 역시 밤에 이사를 갔다. 그들은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 앞에 엉덩이를 엉거주춤하게 들고 있는 육상선수처럼'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 시기가 낮이거나 밤이거나 큰 차이가 없었겠지만, 그러다보면 밤을 강요하는 상황이 있게 마련이었을 것이다.  


화자는 시험에 떨어지고 동생은 '우린 아직 젊다'며 위로한다. 그래도 젊으니까. 그렇다면 나이가 들고 젊지 않은 나이에 찾아오는 실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한다. 동생은 그때는 연륜이 생기지 않겠냐고 답한다. 연륜은 나무 나이테처럼 나이를 먹으면 삶에 그려지는 무늬이다. 나이테는 나무가 겨울을 지나는 동안 생긴다. 인생의 빙하기를 지날 때마다 우리 삶에는 나이테가 새겨진다. 그들은 네모집에 사는 동안 성장을 잠시 멈추고 추운 계절을 지나는 연륜을 몸에 새기게 될 것이다. 수상작 '외진 곳'은 사람의 발길조차 잘 닿지 않는 외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생떼쥐베리는 '인간은 어떠한 장애물에 맞설 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밑바닥을 걷고 있을 때 그것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동생은 더 큰 꿈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그들은 언젠가 그 네모집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을까. 아마도..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구매 삶의 슬프고 어두운 면을 어루만지는 작품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o*****1 | 2019.10.02 리뷰제목
?? 올해로 20회를 맞는, 2019년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대상 수상작인 장은진 작가의 [외진 곳]을 포함해 총 8편의 수상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난번에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은 이후로 이런 형식의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두 번째인데 결론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개인적으로는 8편 중 4편 정도, 그중에서도 3편만이 인상 깊었지만(이 중 1편은 얼마전 출간된 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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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20회를 맞는, 2019년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대상 수상작인 장은진 작가의 [외진 곳]을 포함해 총 8편의 수상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난번에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은 이후로 이런 형식의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두 번째인데 결론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8편 중 4편 정도, 그중에서도 3편만이 인상 깊었지만(이 중 1편은 얼마전 출간된 정소현 작가의 단독 작품집에서 이미 읽은 단편이었음)...그래도 이런 수상작품집을 읽으면, 일부는 낯선 이름이었지만 꾸준히 활동을 해온 작가들과 다양한 작품들을 알게 되어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1) 가장 인상 깊었던 2편의 작품 중 하나는, 대상 수상작인 장은진 작가의 [외진 곳]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진 곳'이란 일종의 '여관' 같은, '이리저리 떠밀리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존재들이 모여 잠시 머물다 가는, 어둡고 구석진 곳'이다.
_주인공과 여동생도 다단계 사기피해를 입어 버스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이 '외진 곳'까지 떠밀리듯 오게 된다. 그곳에는 한 채의 집을 9개 방으로 나누어 사람들이 사는, '네모집'이라 불리는 집이 있다. 자매는 번호로 매겨진 방들 중 9번 방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사정이 나이지면 언제든지 곧장 다른 데로 옮길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기에, 서로의 눈빛과 관심을 애써 외면하며 지낸다.
이곳까지 오게 된 서로의 사정을 거울을 비추어 보듯이 잘 알기에, 서로에게 관심 갖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배려이고 미덕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다른 방문들 틈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사람들의 존재를 짐작하며 지낸다.
_어느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그녀는 네모집 9개의 방 전부 빛이 밝혀져 있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자신들처럼 중심가로 나가지 않고 이 외진 곳에서도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불빛은 중심가뿐만 아니라 외진 곳에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더 이상 밀려난 곳이 없어 오게 된 지옥과도 같은 외진 곳이라 생각했지만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희망을 찾고, 버티고 견디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도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본다.
_갈 곳이 없어 외진 곳까지 와서 살게 된, 소외된 사람들의 음울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읽는 내내 희미하게 옅은 온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대상 수상 작가 인터뷰가 실린 부분에서 '소외된 자리에 가닿는 것만이 소설가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장은진 작가의 작가의식도 와닿았다. 이렇게 나는 또 한 명의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
2) 개인적으로 대상작 [외진 곳] 못지 않게, 좋았던 작품은 최은영 작가의 [일년]이라는 작품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된 동갑의 두 여성 - 한 명은 정규직이고 다른 한 명은 인턴이다 -의 이야기다. 함께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동안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며 가까워진 그녀들이 결국 회사 내 계급의 차이와 생존을 위한 이전투구로 인해 멀어질 수 밖에 없게 된...어쩌면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였다. 나도 10년이 넘는 사회생활 경험을 통해, 사회에서 알게 된 인연과 우정의 대부분이 가식적이고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많이 봐왔고 또 겪어도 봤기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접한 다른 작품들을 읽어서 알고 있었던 최은영 작가만의 차분하고 섬세한 문체와 예민한 감수성이 이 작품에서도 녹아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 전년도 이효석 수상작품집들도, 다른 문학상 수상작품집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가끔 이런 수상작품집들을 읽는 것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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