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집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닌데 어쩐지 요즘 한국 단편 소설에 꽂혔는지 계속 단편을 읽다보니 괜히 이효석 문학상 수상집도 읽어보게 된다. 읽는 것 까지는 좋은데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아 자꾸만 미루다 보니 책 내용을 떠올릴수가 없다. 한달도 아니고 겨우 열흘정도 전에 읽은 책인데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심사평은 건너뛰었다. 평론가가 되려는 생각도 없고 내 느낌을 정리하기 전에 평론을 읽어버리면 나의 생각을 잃어버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아니, 사실 전혀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2021년도 이효석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은 왠지모를 그로테스크함의 느낌이 전해져 소설을 다 읽고난 후에도 이건 뭐지? 하는 느낌이 강했다.
'소유의 문법'은 장애를 가진 아이로 인해 평범한 일상이 힘들어진 가족이 은사인 P교수의 배려로 S계곡에 있는 산골마을의 그의 집에 살게 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폐로 짐작되는 동아는 사춘기가 되어가면서 시간을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이웃의 민원이 많아지며 동아와 함께 지낼만한 곳을 찾던 '나'는 P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은사의 산장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 본 계곡 마을의 모습은 평온해보이는 산골마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속내를 보여준다. 한동네에 사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단지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였을뿐이고 그들의 계획이 어긋나게 되자 그 이후로는 온전히 소외된 거주자가 되었을 뿐인 '나'의 모습은 놀라우면서도 놀랍지 않았다.
어느날 동아의 고함소리가 계속되고 계곡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그곳을 떠나게 되는데 그날의 폭우로 계곡의 집은 무너져내렸고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욕심이 없는 듯 소유에 대한 관심이 없어보이지만 결코 그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 집주인 P교수의 존재도 그렇지만 그의 집에 살고 있으며 그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장 대니얼의 존재가 상징적인 듯 하면서도 내 주위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에 흠칫 하게 되어 그로테스크함을 느껴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소유하고자 애썼던 모든 것은 사라져버렸다,라는 것으로 '소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소유의 문법'이 말하려고 한 것들에 대해 소설의 흐름을 따라 되새겨보게 된다.
소유의 문법에 동아는 어떤 규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깊이 생각해보고 싶어지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보기로 한다.
"어엿한 숙녀가 된 동아가 고함으로 우주에 전언을 보낼 때의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그녀 편에서는 절실하고 보는 우리는 애달프며 그 느낌은 늙을 줄을 모른다"(37)
2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대상을 받은 최윤 작가의 자선작을 포함하여 수상작들과 기수상자 장은진 작가의 자선작도 수록되어 있다. 수상작가 소감, 정홍수 평론가의 작품론, 최윤작가의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도 좋았는데 역시 단편이 어렵다고 해도 그 문화의 켜를 이해할 수 있는 한국단편소설은 그 여운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좋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바람은 차고, 햇살은 아직 선명한 어느 가을날, 분홍빛의 은은한 톤으로 장식된 책 한권이 도착했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2020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최종심에 오른 18편의 작품 중 대상을 수상한 최윤 작가의 소유의 문법을 비롯하여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여기에 대상 수상작가의 자선작과 2019년 대상 수상작가 장은진 작가의 자선작 역시 함께 담겨 있다. 매년 찾아 읽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읽어왔던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늘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단편이 주는 간결한 속도감과 시대를 반영하는 소재들은 매년 기대와 설렘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대상을 수상한 소유의 문법은, 마음이 아픈 자폐 아이를 둔 가장의 이야기다.
나는 아이에게 마음의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갑작스레 괴성을 지르는 아이가 더 이상 사람들 틈에서 살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그때 운 좋게도 과거 은사인 p교수의 도움으로 조용한 산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나는 아이의 괴성에도 더 이상 주변의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 감사하지만 문득 관계가 얕은 은사의 배려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 즈음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일반적이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끼게 되고, 자신과 비슷하게 은사가 소유한 윗집에서 거주하는 대니얼 장씨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과 합심하여 그가 3년을 머문 집을 소유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일에 나의 동참을 강요받게 된다. 급기야 마을 사람들은 하나로 뭉쳐 원 주인인 은사를 비난하고, 나는 그 현장을 거절한 채 돌아서는데...
소설은 미스터리 장르물처럼 궁금증을 끌고 간다. 마을 사람들이 남자를 보는 시선과 선뜻 집을 내어준 은사의 의도 역시 의문이다. 의문은 의심이 되고, 주인공 ‘나’와함께 마을이 숨기고 준비하고 있는 어떤 계획에 다가가게 된다. 그런데 제목이 말하는 소유의 문법이란 어떤 의미일까? 소유와 문법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어울리는지 정확히 결론이 서진 않는다. 다만 주인공 나가 겪게 되는 이야기가 대니얼 장씨의 그것과 어느 정도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 누군가의 선의를 꿰차고 앉아 이제는 배려를 욕심으로 덮어 소유하려는 사람들. 그들에게 필요한 소유의 문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닐까?
소유의 문법은 복합장르처럼 재밌는 소설이며 대상수상에 합당한 작품이었다. 남자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그들이 추구하는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종국에는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못마땅함마저 즐길 수 있었다. 그 외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각자의 개성과 재미로 만족스런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작품성과 재미로 무장한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한 권의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단편집들을 보면, 한권의 책에서 다양한 주제의 여러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이번에 읽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도 그러했다.
단편이라고는 하나 페이지수만 적을 뿐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들의 깊이는 너무 깊었다.
술술 읽혀지는 소설과 달리, 한 문단을 읽어도 다시 곱씹게 될때가 많고,
다 읽고 나서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책은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_최윤'을 비롯한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 박민정 작가의 '신세이다이 가옥', 박상영 작가의 '동경 너머 하와이', 신주희 작가의 '햄의 기원', 최진영 작가의 '유진' 등 5작품이 있었고, 기수상작가인 장은진 작가의 '가벼운 점심'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손수건' 이 함께 수록되었다.
대상 수상작인 최윤 작가의 ' 소유의 문법'은 자폐아를 키우는 한 아버지가 대학 은사 P의 제안으로 한 산골마을에 이사하며 벌어지는 그곳 마을 사람들 간의 심리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소유'에 대한 사람들 간의 시선차이가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은사 P가 생각하는 소유와 주인공인 '나' 가 생각하는 소유, 그리고 소유라는 것의 의미도 모를 '나'의 딸이 표현하는 '소유' 그리고 마을 사람 대부분이 느끼는 대중적인 '소유'의 의미까지...
나는 과연 그들 중에 어떤 사람이 정의 내린 소유의 의미를 품고 있는지 다시 되새겨본다.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은 단단했던 사제 지간의 관계가 스승의 불륜으로 어그러져 가는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생각했던 스승에 대해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제자인 주인공은 스승과의 선을 넘는 대화를 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사제지간의 관계는 아슬하기만 하다.
박민정 작가의 '신세이다이 가옥'은 감옥과도 다름없는 어린 유년 시절 할머니 댁(신세이다이 가옥)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내용이다. 어린시절 할머니의 손에 외국으로 입양 보낸 친척 언니가 자신의 피붙이인 막내 남동생을 찾아 한국으로 오게 되면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유년 시절의 할머니 댁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주인공. 내가 경험하고 기억에 남긴 따스하고 푸근한 할머니 댁의 이미지와 정 반대이지만, 주인공의 할머니 댁을 일제시대 억압받던 한국의 신세이다이 감옥으로 표현한 것은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장은진 작가의 '가벼운 점심'은 비록 메뉴가 패스트 푸드라는 점에서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굉장히 어렵고 무거운 마음의 점심이다. 10년 전에 엄마와 자신 그리고 남동생을 버리고 간 아버지와의 재회의 공간이자 10년 만에 함께한 식사자리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겨 어쩔 수 없이 함께했던 결혼 생활이 죽을만큼 힘들었다는 아버지는 남동생을 낳고, 두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까지 시들어 버린 꽃처럼 살다가, 가족을 비롯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꽃 피움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버린다. 죽음과 다름 없는 기나긴 세월을 살다가 정말로 숨쉴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해외로 떠나버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들은 아비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래도 현명했던 아니면, 나름의 방식으로 자식들을 아꼈던 부모 덕에 아이들은 10년 간의 부재인 아버지를 원망하기 보다 이해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빠르게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소비되는 패스트 푸드 처럼 지난 날의 빠르게 되돌아보고, 빠르게 이해하고, 어쩌면 그래서 쿨하게 헤어질 수 있었던 부자지간의 가벼운 점심. 그들이 나눈 점심 대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주인공의 가족처럼 서로의 목에 밧줄을 감고 목을 옥죄며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어야 한다면 그것은 비록 가족이라는 소중한 공동체임에도 칼로 끊어낼 줄 알아야 한다.
여러개의 단편을 읽으며, 전혀다른 생각의 장르를 겪느라 멍때리는 시간이 단편들 사이사이에 존재했던 거 같다.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박상영 작가의 '동경 너머 하와이'나 신주희 작가의 '햄의 기원', 그리고 최진영 작가의 '유진'. 책의 말미에 각 단편에 대한 설명들이 있지만, 그것은 그 글을 쓴 사람의 이해라고 생각하고 덮어두려고 한다. 나머지 단편들도 나만의 언어로 내 속에 들어올 수 있게, 다시한번 곱씹으며 읽어봐야겠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을 통해 다양한 필력을 지닌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이번엔 누가 상을 받았을지에 대한 호기심과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라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설렘과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만났던 작가라면 반가움과 기존 소설과는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이번 <소유의 문법>의 최윤 작가님이 대상을 수상하였고 그 외 우수작품상으로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신주희,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두루 만나게 되었다. 대상 수상작인 최윤 작가님과 우수작품상의 신주희 작가님은 내게는 조금 낯선 작가님이었고 그 외 작가님들은 이런저런 소설들로 만났던 느낌이 있었기에 올해 이효석 문학상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은 제목부터 왠지 쉽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던 소설이다. '소유'란 낱말을 소설에서 만나게 되면 나는 '집착'이란 단어가 떠올라 왠지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지는 않는데 그런 '소유'란 단어와 '문법'이란 단어가 만나 제목이 되었으니 참으로 낯설면서도 감도 오지 않아 더욱 궁금증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 읽은 후 이어지는 정홍수 문학평론가의 작품론은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만큼 읽으면서도 온통 까마득한 느낌이라 이 소설을 더 모르겠는 소설로 만들어버렸으니 실로 글을 쓰는 이와 글 속에서 의미와 모순을 찾아내는 평론가의 예리함이라 말하고 다른 의미에서의 집착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일반 아이들과 다르게 태어난 동아는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의견과 다르게 정신지체를 앓으면서도 무럭무럭 자라난다. 하지만 열세살이 된 동아는 뭔지 알 수 없는 의미의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동아의 부모님이 어르고 달래도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아파트 경비실에 항의 전화가 들어가는 등 점점 살던 곳을 떠나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을 찾던 그때 아내와 CC였던 대학교 은사님이 계곡에 지은 자신의 별장을 잘 관리해 주는 조건으로 사는 것을 부탁한다. 이렇게도 시기적절한 은사님의 부탁은 부부가 학창 시절 은사님의 뛰어난 애제자도 아니었고 졸업 후 연락을 이어왔던 제자는 더더욱 아니었기에 독자로서도 의구심이 드는 장면인데 여하튼 그런 것을 더 머리 굴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하고도 딱히 살만한 곳이 없었으니 동아의 아버지이자 화자인 주인공과 동아는 계곡의 단층 주택으로 이사해 살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과는 도보로 5,6분이 걸리는 거리였고 동아가 고성을 질러대도 항의 전화가 올 염려가 없었으니 동아의 아버지는 안심하게 된다. 이사 와 낯선 환경에 동아의 증세가 나아지진 않았지만 차츰 뜬금없이 지르는 고성이 수그러들며 동아의 증세가 나아지는 상황에서 계곡 주변에 사는 이웃들과 왕래를 하게 된 동아 아버지는 계곡 주민들이 은사님에 대해 적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별장 위에 위치한 또 하나의 별장도 은사님이 것이었고 처음 이장의 입김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은사님의 험담이 쏟아지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장 대니얼을 두둔하는 사람들을 보며 동아 아버지는 차마 찬성한다는 사인을 할 수 없었고 그 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처럼 호의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된다.
지체장애, 십 년이 넘게 연락하지 않은 은사님의 호의, 은사님을 향한 험담의 진위, 계곡이란 환경과 왠지 돈독한 그들만의 세상에 첫발을 들인 주인공이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 일 등은 새롭게 등장할 이야기를 방해하며 너무도 익숙한 스토리를 상상하게 했는데 너무도 뻔한 상상력은 예상하지 못한 결말과 이어지지만 아마 독자라면 비가 오는 계곡의 한여름밤이란 대목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왠지 알 수 없는 기묘함이 들러붙어 그렇게 결말을 맞이한 이 작품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작품론을 읽으며 '그렇구나~, 그렇게 해석될 수 있겠구나' 싶어 더 알 수 없을 것 같은 소설이었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알 것도 같은 소설로 갈무리되었다.
그 외 이름만 봐도 쟁쟁한 작가님들의 공인된 필력만큼 작품들 또한 다양한 우울감과 다양한 관점을 통해 그 어느 수상작품집보다 풍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