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력의 호강이다. 대단한 상상력의 공간 속에 들어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가고 글이다. 작가의 작품을 몇 개 읽었다. 대다수가 진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인지하게 만든다. 또한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바탕이 되고 있다. 그것이 원천이 되어 이야기가 탄탄한 구성이 되도록 만들어 나간다. 상상력과 지식 두 개의 큰 재료가 잘 버물려져 멋진 조각품이 되고 있다. 베르베르의 글은 하나의 조각품이다.
문명을 읽으면서 경이의 세계를 보고 있다.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만들어나가는 세상, 그 세상은 인간들의 과욕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가고 그 후에 남겨진 세상의 이야기다. 나 고양이는 이제 인간들이 애완동물이 되고, 고양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리고 쥐들과 전쟁을 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대한 지식을 소유한 고양이, 쥐들의 세계에 인간들이 자신을 주장할 여지는 없다. 고양이를 통해서 만들어나가는 새롭고 경이로운 세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보면서 미래의 특별한 세상을 마음에 담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난 독립성이 유달리 강해. 남이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걸 참지 못해. 한마디로 <길들여지길 거부하는> 고양이지. 주인도 배우자도 사랑한다는 게 내 삶의 모토야. <목걸이도 목줄도 사양한다>던 우리 엄마의 영향 많이 받았어. 물론 엄마에 비하면 나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야. 필요에 따라 가끔 벼룩 방지용 목걸이는 하거든. 알다시피 피부에 착 달라붙어 발톱으로 솎아내기도 힘든 성가신 벌레들을 퇴치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잖아.
화자인 나(바스테드)의 성격이 잘 제시되고 있는 내용이다. 자존심과 독립성이 강하고 철저한 실용주의자인 화자, 고양이들을 이끌어나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화자인 나는 몇 남은 인간 집사들과 고양이들을 이끌어가는 존재다, 시뉴 섬이란 곳에서 살고 있었는데, 쥐들의 습격에 방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파리 근교에 있는 시테 섬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 파라다이스를 만든다. 그들 중에서 지식의 보고 피타고라스, 싸움꾼 사자 한니발 화자의 자식 안젤로 등이 중요 인물들로 나타난다.
그녀는 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반응이 없다. 이번에도 소통에 실패했다. 피타고라스처럼 내가 집사와 대화하는 날이 오려는 아직 멀었다. 나는 조급함을 달래려고 심호흡을 하다가 집사 곁에 있는 파트리샤를 발견한다. 그래, 지금 당장 집사와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파트리샤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 보자. 이미 몇 번 소통에 성공한 적이 있는 파트리샤에게 다가가 애기를 나누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자 그녀가 메시지를 받아들일 자세를 취한다.
나탈리는 나의 집사다. 서로 애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글의 화자가 고양이인 상태에서 인간 나탈리는 분명 나의 애완동물이다. 호칭은 집사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나는 인간 집사인 나탈리와 소통을 하고 싶어 한다. <나탈리한테 분명히 내 뜻을 전해 줘요. 나는 내 자유의지대로 행동한다고.> 내가 나탈리와 소통을 하기 위해 파트리샤에게 도움을 청한다. 파트리샤는 주술사다. 이리 소통을 해 그들은 시테 섬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
30대가 된 티무르는 사마르칸트 공략을 위해 매부인 후세인과 손을 잡지만, 정벌 후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그를 죽인다. 그는 새로운 수도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장 다시 대군을 일으켜 정복에 나선다. 이후 30년 동안 파괴와 학살, 약탈을 일삼으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다가 처형한다.
역사 속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티무르, 이 글에선 쥐들을 이끌어나가는 대단한 존재로 그려진다. 수많은 쥐들을 대동해 고양이와 다른 짐승들의 세계를 공격해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어나갈 것을 천명하고 있다. 그 존재가 다름 아닌 티무르다. 티무르는 잔인했던 사람이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가져왔다고 제시한다. 글의 중간 중간에 이렇게 출처를 제시하는 것도 신빙성을 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겠지 생각해 본다. 인물 타무르의 잔인성을 쥐의 대장인 타무르가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리라. 티무르는 컴퓨터와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쥐들의 대장 노릇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지식에 기반을 하고 있다. 타무르는 시테 섬 전역을 포위한다. 그리고 장기전을 편다. 음식의 통로를 끊고 고양이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다.
1783년 10월, 인간이 탑승한 열기구를 띄우는 최초의 실험이 파리 교외의 포부르 생탕투안에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밧줄로 기구를 땅에 묶어 놓은 상태에서 제한적 비행이 시도되었다. 같은 해 11월 21일, 팔라트르 드로지에는 아를랑드 후작과 함께 완전한 열기구 비행에 나선다. 그가 탄 열기구는 파리 서쪽의 포르트 드 라 뮈에트를 출발해 고도 1천 미터까지 올라간 다음 남동풍을 타고 뷔토카이유까지 날아갔다. 버너에서 나온 재가 종이 기낭에 옮겨 붙어 불이 나는 바람에 착륙해야 했지만, 이날 열기구는 25분 동안 9킬로미터 거리를 주파하기에 이르렀다.
열기구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이야기 중에서 열기구가 사용되어야 하니까 가져온 내용이다. 이처럼 역사를 적절히 제시하는 이유는 글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리라. 포위된 나와 고양이, 사람들의 집단은 포위망을 뚫고 쥐들에 대항할 세력들을 모으는 일을 하지 위해 열기구를 생각한다. 그리고 열기구에 나와 피타고라스, 집사 나탈리 그렇게 오른다. 열기구는 사명감을 지니고 떠나게 되고 조금 가다가 새들과 다툼으로 바람이 빠지면서 쥐들의 구역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들은 숨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익숙한 냄새를 맡는다. 고양이들의 냄새다. 철탑 안에 거주하는 8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도와줄 것을 권한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스핑크스 고양이는 털이 적고 조금은 이상한 모습이다. 그는 결정을 유보한다. 나는 밤에 몰래 스핑크스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유혹을 한다. 결정에 자신들에게 우리하게 되도록. 하지만 아침에 내려진 결정은 생각과 반대다. 그들은 쥐에게 저항하는 이들을 잡아 쥐 우두머리인 티무르에게 보내 그들과 평화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뜻하지 않게 그들에게 포로 신세가 된 것이다.
내가 고양이 무리에게 쫓기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적들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집사는 내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강물로 뛰어든 것이다. 피타고라스도 강으로 뛰어들더니 집사의 등을 붙잡고 헤엄치기 시작한다. 나는 어쩌란 말이야! <빨리 와!> 피타고라스가 멀리서 소리를 지른다. 적 고양이들의 존재가 바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순간, 나는 상상도 못했던 일을 감행하고 만다.
그들은 떠나면서 행로가 암담하다. 그래서 집사 나탈리를 통해 어떻게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 문의를 한다. 그들은 인간 나탈리의 도움으로 탈출을 하며 도망을 친다. 하지만 스핑크스 고양이들이 악착같이 쫓게 된다. 그들은 강 앞에 선다. 나는 물을 너무 싫어한다. 그런데 나탈리는 물을 건너는 것을 선택한다. 죽기보다 싫은 일을 나는 감행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었고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개들의 냄새를 맡게 된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나아간다. 하지만 개들에게도 쫓기게 된다. 개들에게 쫓겨 나무에 올라가 그들에게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들은 가지 않고 나무 아래를 지킨다. 내가 나탈리에게 연락해 그녀가 와서 문제를 해결한다. 개들이 그녀 앞에 고갤 숙이는 것을 보면서 안심을 하고 개들과 아울린다. 그리고 개들이 인도해 주는 대로 사람의 마을로 간다. 그곳에 있는 대학에서 연구실을 찾게 되고 피타고라스는 자기가 실험을 당하던 곳이라 한다. 티무르도 이곳에서 도망쳐 나갔다고 한다. 나(바스테드)도 컴퓨터와 연결해 그들의 지식을 알 수 있게 되는 제 3의 눈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수술을 받고자 한다. 1권의 마지막 부분이다.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아 파라다이스를 지킬 것인가 파라다이스는 어떻게 될까? 궁금증이 이는 시간이다. 2권을 빨리 읽어야 하겠다. 베르베르의 상상력, 인간을 대체한 고양이들의 지식, 동물들 간의 상호 작용 등이 놀랍게 그려진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재음미한 듯 이야기의 전개가 마음에 많이 다가온다.
놀라운 이야기다. 인간들의 망상과 과욕으로 인해 그 능력을 상실하고 동물들이 세상을 지배해 나갈 때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칩을 통해서 동물들도 인간과 같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인가? 변화해 나가는 이야기들이 재미와 경이를 두루 갖췄다. 2권이 기다려진다.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물고 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