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
베르나르 베르베르/전미연
열린책들/2018.5.30.
sanbaram
안젤로를 찾아 서쪽 숲으로 가는 도중에 쥐와 개를 만나 개떼에게 죽을 고비를 맞지만, 사자의 도움을 받아 불로뉴 숲에 도착하고 아들도 찾는다. 피타고라스와 대통령의 고양이었던 볼프강이 합세하여 함께할 고양이들을 모집하여 식량을 찾으러 떠난다. 인간들이 페스트 때문에 버리고 간 대통령궁 지하 방공호에 있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숫적으로 많이 우세한 쥐와 전쟁을 치룬다. 사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쥐들을 물리치고 식량을 확보하지만, 안전을 위해 진지를 옮기기로 결정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래서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는 나탈리를 찾아 길을 떠난다. 어렵게 나탈리가 있는 숲에 도착하지만, 어린 인간들이 쳐놓은 함정의 그물에 걸려든다. 네 다리를 묶여 불에 구워지기 직전 바스테트가 간절한 마음으로 내는 소리를 듣고 나탈리가 나타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바스테트는 다시 만난 나탈리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꿈에서 인간 샤먼 파트리샤와 영혼끼리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협조를 얻게 된다. 인간들의 힘을 빌어 식량과 무기를 센강의 인공섬 시뉴섬으로 옮기고, 쥐떼의 습격을 방어하기 위해 다리를 폭파한다. 이어서 쥐들의 총 공격이 시작되고 인간과 사자, 그리고 고양이들이 힘을 합쳐 막아내는데…….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영혼이 있다. 영혼을 가진 것은 모두 소통이 가능하다’고 확신하는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이웃집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통해 인간 세계의 지식을 접하게 된다.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와 함께 고양이 군대를 결성해 쥐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모든 존재는 육신의 껍데기에 국한되지 않고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을 깨달은 바스테트는 꿈속에서 그토록 바라던 인간과의 소통에 성공한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종간 연대와 공존에 바탕한 새로운 사회를 이루는 시대를 꿈꾼다. 이런 가치의 실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소통이다. 바스테트가 꿈꾸는 ‘정신대 정신의 소통’이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영혼이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할 수 있는 꿈의 세계’는 작가인 베르베르가 상상하는 세계일 것이다.
“내가 암고양이라는 사실이, 내가 해낸 일이 자랑스럽다.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물질의 경계는 주관적인 믿음에 불과하다는 깨달음. 내가 이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p.109)”
다른 고양이들과 사자를 설득하여 쥐들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새로운 식량을 확보한 다음에 주인공 바스테트가 느끼는 감정이다. 인간도 이와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면 같은 벅찬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남들이 포기한 일을 시도하여 성공하는 것은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동물종도 다른 종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구는 어떤 한 종의 소유가 아니에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지구의 주인이죠. 어떤 종도 스스로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권리는 없어요. 인간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요. 파트리샤. 인간은 고양이만큼 예민하지 못해요. 그들은 우리만큼 많은 것을 지각할 수 없어요. 형편없이 무딘 감각을 지니고 있죠. 밤에는 볼 수도 없어요.“
“맞아요. 인간이 볼 수 있는 색깔은 아주 한정된 스펙트럼뿐이죠. 우리들은 초음파를 듣지도 못하고 자기장이나 에너지의 이동을 감지하지도 못해요.”
“그것 봐요. 그렇다니까요.”
“그렇다고 우리 인간들이 열등한 건 아니에요. 단지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에요. 나는 모든 동물종이 상호 보완적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이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성을 경이롭게 느끼죠. 이 수천수만 가지 종의 곤충, 포유류, 새, 물고기, 식물을 우리가 어떻게든 지켜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p.157)
고양이인 바스테트의 영혼과 인간 샤먼인 파트리샤의 영혼이 꿈속에서 만나 이야기 하는 장면이다. 파트리샤나 바스테트의 말처럼 지구는 어떤 한 종의 소유도 아니며, 어떤 종도 다른 종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다. 생명을 가졌다는 것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고 서로 다름을 존중해줄 때 비로소 지구는 평화로워 질 수 있으며, 모든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전쟁은 단순히 영토 전쟁이나 생존 전쟁이 아니다. 이것은 문명 대 야만의 전쟁이다. 바스테트를 숭배하던 사제들을 죽인 캄비세스 2세, 피타고라스의 제자들을 죽인 킬론, 무종교 학교들에 테러를 자행한 광신도 테러리스트들, 그리고 지금 우리를 공격하는 쥐들.(p.198)”
바스테트가 고양이의 역사와 피타고라스의 일을 통해 영토 전쟁이 아닌 문화의 전쟁으로 문명과 비문명의 충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모두가 욕망을 앞세우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처럼 베르베르는 이성을 존중하는 집단과 감정을 부추기는 집단 간에 충돌로 이뤄지는 폭력 사태를 떠나,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하는 것을 소설 <고양이>를 통해 제기하는 것이다.
지금 싱가포르에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회담을 앞두고 있다. 서로를 존중해주고 상대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면서 평화로운 한반도와 지구촌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의 주인공 바스테트가 염원하는 종간 소통을 하기 전에 인간끼리의 소통으로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서 모든 종류의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지구가 이루어 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열린책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