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OCN 드라마 왓쳐에서 동료 경찰들을 감시해야 하는 감찰반장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배우 한석규. 멜로, 액션, 코미디 등 맡는 역마다 팔색조 연기를 선보였던 한석규를 한때 좋아해서 그가 나오는 영화는 빠짐없이 본 적이 있었다. 배우 한석규처럼 책이 출간 할 때마다 구입해서 읽는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이다혜 작가다. 이다혜 작가의 <책읽기 좋은날>,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아무튼, 스릴러>, <교토의 밤 산책자> 등을 읽으며 저자의 재미있고 친근한 글에 공감을 이어가고 있는데 오랜기간 씨네21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쌓은 내공(편집기자를 거쳐 지금은 편집팀장을 하고 있다)을 담은 글쓰기 책을 출간 했으니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이다. 작년 10월에 출간할 때 바로 구입했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아껴서 읽으려다가 본의아니게 조금 늦게 읽게 되었다.
이다혜 작가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한 글쓰기 특강들과 말과활 아카데미에서의 글쓰기 강의, 그리고 몇몇 도서관과 기업체, 교육기관에서 진행한 글쓰기와 말하기 관련 강좌들을 토대로 만든 책인데 지금 내가 블로그에 쓰고 있는 책과 영화 리뷰 쓰기 뿐 아니라 요즘 한창 출판계에서 유행 중인 에세이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들이 많이 있다.
책은 총 6장으로 1장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다, 2장 보고 읽은 것에 대해 쓰는 연습, 3장 삶 가까이 글을 끌어당기기, 4장 퇴고는 꼭 해야 합니다, 5장 에세이스트가 되는 법, 6장 이제 글을 써볼까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1장에서 글을 쓰는데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천기를 누설하자면, 글쓰기를 다루는 모든 책에서 강조하는 최고의 소설 쓰는 비법은 '무조건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뭐든 쓴다'다. 그렇게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느냐고? 자기계발서란 원래, 자기계발서를 쓴 사람이 가장 성공하는 장르다. 하지만 로또에 당첨이 되려면 최소한 로또를 사야 하는 법, 그러니 잠언을 마음에 새기고, 일단 써라.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도 <밥보다 일기>에서 "글을 배운다고 되는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써야 늡니다. 수 많은 글쓰기 책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라고 했듯이 글쓰기 실력을 늘리려면 무조건 매일 써야한다는 게 공통된 글쓰기 요령 같다.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는가? 솔직히 매일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막상 리뷰를 쓰려고 컴퓨터에 앉으면 어떤 내용을 쓸 지 고민만 하고 움직임 없이 한자리에서 깜박거리는 커서만 보다가 시간이 흘러 내일 출근 걱정에 그냥 포기한 적도 많다.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해 쓰기''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쓰기' 이 세가지 글쓰기 방법을 일단 해보라고 한다. 남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길게 쓰다보면 어느새 글쓰기 소재와 주제가 생겨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 이런 글은 보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메일의 '내게 보내기'기능을 이용하거나 블로그에 비공개 글로 올려야 한다.
이 책에서 제일 관심 갖고 읽은 부분이 "읽은 책에 대해 쓰기"이다. 블로그를 알기 전에는 책을 읽는 거에만(1년에 몇 권 읽었는지...) 관심이 있었지 독서 후 기록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했는데 블로그에 리뷰를 쓰면서 독서 후 리뷰 쓰는 것이 책 내용을 상기시키고 좋은 문장들을 기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독서 리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아래는 저자가 알려주는 도서 리뷰 쓰기 방법이다.
1. 완독하기
▶ 무엇보다 먼저 책을 다 읽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 중요하거나 인상적인 부분을 따로 메모하거나 자신이 알아보기 좋은 방식으로 표시해 둔다.
2. 요약하기
▶ 책의 모든 부분을 기계적으로 축약하는 식이 아니라, 읽으면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자신이 읽으면서 설득된 부분을 중심으로 적는다.
3. 나와 연결 짓기
▶ 읽은 책이 나의 고민이나 관심사와 관련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며 책이 어떤 도움이나 제안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4. 세상과 연결 짓기
▶ 읽은 책과 관련된 다른 책, 영화, 음악, 뉴스를 찾아보면 개인의 '감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타인과 소통이 가능한 '이슈에 대해 쓰기'가 가능해진다.
5. 리뷰 쓰기
▶여기까지 정리한 뒤 책에 대해 쓰기를 시작하는데, 무엇보다 먼저 어떤 방식으로 서두를 시작할지 생각해보고 리뷰를 쓰기 시작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도서 리뷰 방법은 평소 도서 리뷰를 잘 쓰는 사람들에게는 되새길 수 있는 방법이고 리뷰 쓸때마다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는 도서 리뷰 쓰기 방법이 되겠다. 책은 도서 리뷰 쓰기외에 영화 리뷰 쓰기, 연하장, 편지 등 여러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읽은 책에 대해 쓰기" 외에 관심 갖고 읽은 부분이 퇴고와 관련된 부분인데 저자가 현재 <씨네21>에서 편집팀장을 하고 있어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요즘은 서평단에 당첨된 책들을 리뷰 쓰는 경우가 많은데 서평단에 당첨된 책들은 리뷰기한 내에 써야하기 때문에 종종 오타나 문맥을 제대로 확인 못하고(퇴고) 기한에 쫓겨 리뷰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글을 올린 후 나중에 오타나 문맥상 글이 안 되는 부분을 알게되서 뒤늦게 여러번 고칠 때가 있는데(고쳐도 아쉬운 글들이 많지만) 저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꼽는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끝까지 쓰기'와 '퇴고하기'라고 한다. 퇴고를 할 때는 '남의 시선으로 읽기'가 중요하고(작가가 아닌 이상 이 부분은 우리가 실천하기는 어렵다) 반복을 잡으라고 한다. 누구나 자주 반복하는 단어나 표현이 있다. 즉 내 습관을 알아야 습관을 교정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 외 저자의 퇴고에 대한 글 중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부분이 있는데, '것' 지우기와 '-하고 있는' 줄이기다. 글쓰기를 하다보면 은연 중에 ~ 것을 알게 됐다. ~ 것만으로도, ~ 할 것이다. 등 "것"을 많이 쓰게 되는데 여차하면 문장이 "것" 폭탄이 떨어진다고 하니 앞으로 글쓰기 할 때 주의해야겠다. '-하고 있는'은 문맥상 문제는 없지만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줄일 수 있으면 줄이라고 한다.
이다혜 작가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씨네21>의 편집팀장으로 여러 강연에서 글쓰기 강의한 내용들을 토대로 한 글들이라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글을 쓰고 있지만 왠지 아쉬움이 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으로 친근하고 재미있는 저자의 글쓰기 세계로 빠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평소 즐겨 마시는 카라멜마키아또를 한잔 하면서 이다혜 작가의 글쓰기 강의를 듣고 있듯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글을 잘 쓸 것 같다.(이런! 리뷰 마지막에 습관적으로 "것"을 또 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