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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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리뷰 총점 8.7 (66건)
분야
사회 정치 > 여성/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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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평점8점 | a*******5 | 2017.05.11 리뷰제목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뭘 말하고 싶은 책인지 제목만 봐서는  선뜻 들어오지 않았다.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라는 부제를 보고서야 '아하' 했다. 바로 요즘 내 관심과 딱 맞는 책을 만났다.    작년 중반쯤 여성혐오가 뭔지 궁금해서 몇 권의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나는 요즘 페미니즘에 눈을 뜨게 됐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과 안 후의 나는 분명한
리뷰제목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뭘 말하고 싶은 책인지 제목만 봐서는  선뜻 들어오지 않았다.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라는 부제를 보고서야 '아하' 했다. 바로 요즘 내 관심과 딱 맞는 책을 만났다.

 

  작년 중반쯤 여성혐오가 뭔지 궁금해서 몇 권의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나는 요즘 페미니즘에 눈을 뜨게 됐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과 안 후의 나는 분명한 차이를 경험한다. <정희진처럼 읽기>를 재작년 처음 읽으면서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라는 부제를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 머릿속도 아니고 어떻게 몸을 통과한담? 은유인 건 알지만 과장이 심한 것 아냐,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페미니즘에 눈을 뜨니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 거다. 내가 읽은 한 권의 책이 머릿속이 아니라 몸을 통과할 때 비로소 이해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이해한 사실은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닐까. 

 

 이 책의 제목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가 의미하는 것은 정체성의 혼란이다. 당연하게 여기며 믿고 자라온 상식과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일을 경험할 때 느끼는 불안정한 정서다. 사회는 당연한 듯이 말하는데 내 경험이나 진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을 갖게 되는 순간이 온다. 어느 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비장애인, 젊은 남성이거나 그들 남성의 관점과 동일시한 관점을 받아들이고 사는 여성일 것이다.

 

 나는 몆 년 전까지만 해도 <크리미널 마인드>류의 범죄 스릴러물을 즐겨 보았다. 악의 화신 같은 범인은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독버섯을 먹고 자란 남성이고, 그런 범인을 잡는 역할은 지적으로 우수하고 정의감에 사로잡힌 남성 수사관들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인질이 되거나 희생되는 억울한 피해자는 백발백중 여성이다.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다보면, 현실에서 여성으로서 정상적인 느낌을 가지고 살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진다. 한동안 내가 푹 빠져 보던 <크리미널 마인드>류의 미드와 작별한 데는 이런 판단이 작용했다. 빈부격차로 점점 불안정해지는 사회구조 속에서 범죄의 피해자가 될 것 같은 망상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여성으로서 이 장르의 팬이 된다는 것은 시련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운명을 함께 할 여성 캐릭터를 찾는 것은 여성혐오에서 자유로운 한국 언론 기사를 읽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여성이 탐정(형사)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경우는 다를까? 그녀에게 다행히 죽음은 찾아오지 않더라도 납치되거나 강간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자주 쓰는 말과 글이 현실을 반영한다기보다 그래야 한다는 당위를 반영한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산다고 믿고 있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된 적은 한 번도 없고 오직 가능성을 향한 개념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평등해야 한다고 믿지만 다른 성(sex)을 가지고 태어난 사실만으로도 불평등이 시작된다. 자유주의 시장질서를 표방하는 것이나 평화를 외치는 것은 자유롭지 않고 평화롭지 않다는 대표적인 반증이 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듯 "말과 글이 아니라, 지적받아야 할 것은 바로 그 말과 글을 낳은 생각이다."

 

 작년에 읽은 <독서치유의 모든 것>을 보면 자가 독서치유가 일어나는 대상은 책에 한정되지 않는다. 책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는 감동적인 드라마, 영화, 그림 작품 등도 넓은 개념으로 보면 모두 동일시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통찰을 얻음으로써 치유가 일어날 수 있는 '읽기'를 선사한다. 그때 비로소 '나'는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 '페미니즘적 (책) 읽기'도 자가 독서치유처럼 내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소중한 관점이다.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단지 독서의 기술이 아니라 '여성주의 관점'에서 고민할 때 인생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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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평점8점 | e******i | 2017.06.03 리뷰제목
내가 읽은 것과 경험한 것, 배운 것, 느낀 것 사이에는 늘 이해할 수 없는 틈이 있었다. 아무도 그 차이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여자인 것과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p. 12~ 13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의 부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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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것과 경험한 것, 배운 것, 느낀 것 사이에는 늘 이해할 수 없는 틈이 있었다. 아무도 그 차이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여자인 것과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p. 12~ 13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의 부제는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다. 이다혜 기자가 말한 ‘늘 이해할 수 없는 틈’은 페미니즘적으로 읽으면 더 벌어진다. 다행이라면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그 세상을 대하는 작가들의 관점 역시 변한다.

 

전통적으로 여자가 등장하는 모든 전래 동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극강의 인내심으로 복을 받았다. 모든 여자들은 그런 동화의 주인공을 꿈꾸는 소녀 시절을 보냈다. 왕자님이 올 때까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누워 있거나, 구멍 뚫린 독에 물을 붓거나, 여하튼 신데렐라부터 콩쥐까지 다들 그렇게 인내의 제왕들이었다. 모든 모험은 그녀들이 어디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대신, 행운의 존재들이 그녀를 찾아오면서 비롯된다. 여성들은 투덜거리기보다 인내하는 쪽을 선택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누군가에게는 남편의 폭력이 그렇고, 바람기가, 거짓말이, 불법행위가 그렇다.『걸 온 더 트레인』,『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나를 찾아줘』의 궁극적인 공통점은, 여자가 남자를 죽이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살인 행위로부터 처벌받지 않는 이야기들.〈델마와 루이스〉처럼 세상에서 일탈한 뒤 죽음으로 마무리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없다. 이런 맥락으로 생각하니 옆에 있는 여성을 보며 오싹한 기분이 드는가? 에이, 그건 그냥 당신의 기분 탓이겠지.

                                                                            -p. 262~ 263

 

부제가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이긴 하지만, 책만큼 영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다혜 기자의 사적인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같은 곳에서 일했다고 같은 처우를 받지는 않았다. 같은 일을 한다고 같은 돈을 주지 않는다. 어디서는 학력을 가지고, 어디서는 성별을 가지고 당연하다는 듯 차별을 둔다.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나 조건, 그 자신이 선택한 적 없는 피부색이나 성별로 임금에 차등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혜택을 입고 있다.

                                                                           -p. 118

 

대학교 1학년 때 했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통해 이다혜 기자가 내린 결론인데,『십 대 밑바닥 노동』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 “가난한 사람 없고 굶는 사람 없는 것처럼 보여도, 당신의 각종 주문을 받는 사람들 중 다수가 최저 시급을 받는다. 십 대라는 건 그마저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일 뿐이다.”(p. 116~ 117) 페미니스트는 단순히 여성의 인권 신장만을 주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성과 동성애자를 포함한 소수자들의 인권 신장을 주장한다. 이다혜 기자 역시 여자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십대 밑바닥 노동을 이야기하고, 기부를 권한다. 소녀들에게 야망을 가지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마흔 살 기자는 스무 살의 자신에게도 말을 건넨다.

 

인생은 짧고 굵은 게 멋지다고 생각했던 스무 살의 나에게 마흔 살의 나는, 타인의 시선에 멋진 것은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스무 살의 나는 아마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구질구질한 건 싫다고, 그럴 거면 때려치우라고 마흔 살의 나에게 충고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쓰게 웃으며, 여기 사람 있어요, 하고 누구에게랄 것 없이 구조 요청을 하리라. 시야 밖으로 밀어내지 말아 주세요, 하고.

                                                                         -p. 163~ 164

 

마흔을 불혹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이다혜 기자의 혼란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공감과 동시에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요즘 부쩍 페미니즘 관련 도서와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으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혼란이 온다. 그러나 혼란으로 그치면 안 된다.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그런 목소리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우리들도 목소리를 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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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j****3 | 2017.05.10 리뷰제목
성에 따른 문제는 존엄성을 가진 인간에게 있어서는 정말 해결되지 않는 난제다. 이것의 해결책으로 페미니즘이라는 흐름이 생겨났지만, 그것이라고 문제의 해결을 이룰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남성과 여성, 물론 인식적으론 동등하게 모든 조건들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아니다. 역할 분담이라는 것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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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따른 문제는 존엄성을 가진 인간에게 있어서는 정말 해결되지 않는 난제다. 이것의 해결책으로 페미니즘이라는 흐름이 생겨났지만, 그것이라고 문제의 해결을 이룰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남성과 여성, 물론 인식적으론 동등하게 모든 조건들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아니다. 역할 분담이라는 것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혀 성장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가정을 이뤄 살게 되고, 모든 것들을 공유하면서 살아간다. 자녀들을 가지게 되고 그들을 보살피면서 키워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남자들이 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다. 그런 것까지 대등하게 인식하게 되어나가는 과정은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다. 반대적으로 여성들이 힘에 부치는 부분도 있다. 이런 것들에 서로의 능력을 조화롭게 가미해 복된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관계고 길이라 생각이 되는데, 특별한 사람들은 생각이 많다.

 

문제를 지금은 가정 내의 부부관계로 국한해 생각해 본다. 어느 한 쪽이 말이 강하면 다른 한 쪽에서 숙이지 않으면 부서진다. 그리고 그것은 부부 사이의 문제다. 그것을 남녀 전체의 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온전하지 못한 듯하다. 가정에서 주도권을 쥐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 집의 분위기가 정해지는 것이다. 단지 경제력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 힘이 되어 가정에서의 역할이 결정되어 갈 것이지만 말이다. 이런 경우 전업 주부라는 말이 있듯 대개의 경우 여성들이 집안일을, 남성들이 바깥의 삶을 책임지고 만들어 나간다. 특별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나 많이 사용될 듯한 일일 듯하다. 그래서 성에 따른 역할 분담의 보편성이 언급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에 요즘은 여성들이 반발하면서 1인 가정이 늘어난다. 경제력 있는 여성들 중심으로 구태여 지신의 삶이 저당 잡히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관점이 작용하는 듯하다. 인간의 미래를 도외시한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그런 결정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아지게 되는 듯하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성의 균형적인 배분과 관련하여 짝을 찾지 못한 남성들이 많아지게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이유가 되어 저 출산의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사회인구비율의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 자기중심의 성역할에 대한 생각이다.

가정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런 문제들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여성에 대한 불공평한 사회적 인식이라는 점이다. 여성이라고 어떠한 상황, 조건에서도 남성과 달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저자는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에서, 영화에서, 각종 일들에서 그 차별적인 내용을 들춰내고 있다. 그것의 불합리함을 제시하고 있다. 즉 모든 일들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읽고 보고 느끼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여의사, 여군, 여사장, 여대통령이라는 말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라는 말이 붙는 것은 그만큼 약자이니까 그렇게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보다는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해버리면 될 것인데 말이다. 이제까지 보편적인 요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강한 인식이 그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저자와 같은 분과 함께 한 집에서 사는 남자들의 삶이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하단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제목을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로 하고 있다. 이 문맥 속에 페미니즘의 고민이 그대로 들어 있는 듯하다. 어린아이일 적에는 여성이라서 남성과 달리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 남자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오히려 남자들보다 인지 발달이 더 빠르니까 우위에 설 수가 있었다. 그런데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육체적인 힘의 우위가 결정되면서, 또 역할이 달라지면서 생각과 생활의 괴리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자신은 사람이고 싶은데, 타인들은 자신을 여자로 본다는 것이다. 모두가 사람이 되어 같이 세상을 누리고 살아가면 될 것인데 여성들은 제약하는 요소가 많이 진다는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어두운 밤길을 조심하라’ ‘술 취한 사람 옆에 가지 말라’ ‘혼자서 길을 가지 말라등의 주문을 받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러면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여자이기에 그렇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단 말이다. 남자들이 오히려 조심을 해줘야 할 일이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여성들에게 그런 주의를 주는 것이 왜 필요하냔 것이다. 말은 맞은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다 윤리적이고 보편성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하면 미리 조심을 해야 한다는 말은 능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저자의 입장에서 수많은 세월 동안 흘러온 관습들이 매우 불공평한 것으로 다가들고, 그것은 고통이지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은 저자의 몫이다.

 

인간에게는 지성과 육체적 특성이 있다. 지성적인 측면에서는 성별을 구태여 구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육체적인 특성에서는 그 구분이 어쩔 수가 없다. 이 책에서는 지성적인 측면만 제시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읽기, 보기, 쓰기 등의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다. ‘무진기행도 나오고 나를 찾아줘도 나온다. 자자의 추억도 나오고 강연도 그려진다. 모두가 지성적인 측면의 얘기다. 이 문제를 똑같은 관점으로 육체적인 특성에 까지 가져오면 곤란하다. 그것은 엄연히 다른 조건이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점지된 조건, 그것은 하늘이 준 것이다. 그것까지 우리가 언급해 판단 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 둘을 잘 조화롭게 만들어 처신해 나가는 일이야 말로 인간에게 부과된 지혜다. 특히 그 문제들은 가정에서 조화롭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저자의 자료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무척이나 양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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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다혜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_현암사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5 | 2017.05.25 리뷰제목
전통적으로 여자가 등장하는 모든 전래 동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극강의 인내심으로 복을 받았다. 모든 여자들은 그런 동화의 주인공을 꿈꾸는 소녀 시절을 보냈다. 왕자님이 올 때까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누워 있거나, 구멍 뚫린 독에 물을 붓거나, 여하튼 신데렐라부터 콩쥐까지 다들 그렇게 인내의 제왕들이었다.               262 page   현암사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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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여자가 등장하는 모든 전래 동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극강의 인내심으로 복을 받았다. 모든 여자들은 그런 동화의 주인공을 꿈꾸는 소녀 시절을 보냈다. 왕자님이 올 때까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누워 있거나, 구멍 뚫린 독에 물을 붓거나, 여하튼 신데렐라부터 콩쥐까지 다들 그렇게 인내의 제왕들이었다.

              262 page

 

현암사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이다혜 기자의 에세이다.

소제목이 페미니즘적 책 읽기인데 비단 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잡지 기자이신 만큼 영화들이 포함되고 미드와 대중문화 전반이 글의 소재가 되었다.

이하 제목을 어른이 되어로 줄여 쓰겠다.

 

지난달에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벨 훅스 책을 읽었다. 미국적인 이론이라 만만하지는 않았으나 흑인 페미니스트의 해박한 언변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이다혜 기자의 이번 책은 결론부터 말하면 본 블로거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뼛속까지 영화매니아인 나의 DNA와 같은 팬심을 갖고 있음도 너무 좋았다. 미처 몰랐는데 동족을 만나 미주알고주알 수다 떠는 기분이어서 넘 감격스러웠다각설하고.

 

그래도 부제가 책 읽기 이니만큼 전체에서 책 이야기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이다혜 기자가 어려서부터 책 벌레였고 지금도 책 읽기를 즐겨하는 분이었다. 씨네21을 읽을 때 이다혜의 책 소개 코너는 꼭 읽고는 했다. 특별히 기자의 팬이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면 기사가 늘 편안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처음 펼쳐보며 놀랐던 이유 첫째는 콤팩트하고 이쁘장하기 까지 한 외양이었다. 페미니즘 이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인쇄한 책이 아직까지 마냥 편하지는 않다. 나 진지한 얘기요라고 서슴없이 외치는 메시지인 것이다.

 블링블링한 디자인에 비추자면 내용이 무거운 편임은 사실이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는데 재미있게 무거웠다. 그건 이다혜가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의 결핍되고 왜곡된 어느 지점을 정확히 향하고 있어서이다.

 

이다혜가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판타지와 의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어른이 되어.

스무살이 되서 대학에 가고 졸업해서 직장에서 일할 때에도 작가가 마주한 세상이 여성을 다루는 논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범죄 장르와 펄프 픽션부터 대세인 드라마들까지 히어로는 죄다 남성이고 여성은 보조적인 경우에 그친다. 심지어 주인공이 분연히 일어서는 행위의 동기가 되는 존재인 피해자로서 여친이나 아내가 설정되는 작품도 다반사이다.

 

왕성한 문화 소비자인 나도 이런 이야기와 영상을 자주 봤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많이 못해봤다. 이다혜 작가도 어렸을 때는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을수록 영화를 볼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대부분의 창작물들의 목적은 독자와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다. 그런데 독자와 시청자에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닐진대 왜 항상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심지어 히트를 치고 좋은 작품이다 칭송을 받는 것일까

 

이다혜의 책 읽기는 기존의 작품들을 평가절하 하거나 위상을 끌어내리고자 함이 아니다. 페미니즘이 여성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듯이 대중적인 소설과 창작물들도 여성을 존엄하고 주체적인 존재로 그려야 하지 않겠냐고 질문한다. 참 합당한 이의 제기이지 않은가. 이성적이며 타당한 제안이다.

 

어떤 주의 ism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르치려 하는 것보다는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법이 늘 나는 더 좋았다. 두께가 두텁지 않은 어른이 되어가 이해가 쏙쏙 되었던 것은 역시 작가의 편안한 목소리 덕분이다. 오랜 기간 글로 단련잡지 기자의 글이기에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몰랐으면 더 좋겠다 싶은 이야기도 있어 기겁하긴 했다. 90년대에 삼풍백화점 사고 때 한동안 암묵적으로 퍼져 떠돌았다던 도시 괴담이 그 하나였다. 아 정말 끔찍한 소문

  (181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전에 써니 영화 리뷰를 쓰면서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의 허구성을 말한 적이 있다. 이다혜 기자도 그 부분을 주목하여 다루고 있어 또한 반가웠다.

 

이왕 페미니즘 책을 읽었으니 한 가지 묵혀두었던 생각을 말하고 싶다.

한 때 한비야씨의 책이 페미니즘의 선봉장 쯤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분의 존재와 여행담에 당당하게 붙은 수식어는 남자도 못할 일을’ ‘남자 못지 않게 용감한그랬더랬다.

위험한 건 여자건 남자건 모두 위험한 것이다. ‘못지 않게라고 표현함은 어느 쪽이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인식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옳지 않다.

 

이다혜 기자는 여러 층위의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차별도 말하며 책을 마치고 있다.

부유함, 외모, 건강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골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소외당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취약한 부분이기에 동조하게 된다.

캠페인으로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여성 직장인들은 은밀한 성 희롱에 시달린다.

작년에 문학계와 미술계에서 이슈이기도 했는데 더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었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적으로 책을 읽기.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있냐고 혹자는 외면할지 모른다. 예전에 페미니즘과 영화에 대해 누구 맞다 남성이다-와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들은 적 있었다.

따지자면 안 그런 영화가 어디 있는가. 일일이 신경쓰면 영화를 어떻게 보냐.’

그때는 대충 넘어갔는데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를 읽고 나니 생각이 사뭇 달라진다.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알고 보면 그건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므로.

 

운명이 제인 에어의 문을 두드렸고, 그녀는 반겨 맞았다. 끝을 알고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면 두근거리는 것은 그래서다. 산책이 싫은 소녀는 이제 긴 여정을 떠나 성장할 것이다.

(107)

 

 

나는 그 엔딩에서 잔인함을 느낀다. 사라져버리면 근사하게 전설로 추억해주는 거야? 스미처럼 좌천에도 굴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서는 안 되는 거야? 여자 소설가가 쓴 작품을 남자 감독이 영화로 옮기면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우연일까.    (163)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준 남성들이 많았던 이유는, 남성들이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압도적으로 많아서였다

이제 더 많은 여성들이 오래 일하게 된 지금, 기획과 실행을 결정하는 위치에 여성들이 많아진 지금, 여성들이 돈을 벌고 자신을 위해 쓸 수 있게 된 지금, 당연히 내게 일을 제안하는 사람들의 성별도 바뀌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 함께 진행하는 사람 모두, 이제는 여자들이 많다.

(272)

 

가난한 사람들은 오블리주는 해야 하면서도 노블레스취급은 받지 못한다생존의 요구에 시달리느라 자신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사라져버리고 말기에, 누굴 만나 이야기할 화제라는 게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현실 세계라면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는 최근 해고당하고 택시를 몰게 된 운전사와 결혼했을 것이다. 이 씁쓸한 깨달음에 이제 놀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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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모든 판단은 내가,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평점8점 | k****e | 2017.08.31 리뷰제목
어린시절, 그녀는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셀마 라게를뇌프의 '늪텃집 처녀'를 읽으며 막연히 작가가 되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어른이 되어 그 꿈은 이룰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 방향을 바꿔 꿈을 이뤘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다양한 책들과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녀가 부제로 언급하는 페미니즘적 책읽기가 그 주제다.     { 페미니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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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그녀는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셀마 라게를뇌프의 '늪텃집 처녀'를 읽으며 막연히 작가가 되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어른이 되어 그 꿈은 이룰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 방향을 바꿔 꿈을 이뤘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다양한 책들과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녀가 부제로 언급하는 페미니즘적 책읽기가 그 주제다.

 

 

{ 페미니즘 :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 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 -네이버 어학사전 발췌. }

 

 

대충 어떤 건지는 알아도 정확하게는 잘 몰라서 이번에도 어학사전의 도움을 받아서 확인해보니 위와 같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주인공이나 내용들이 남성 위주로 되어있고 피해자는 늘 약한 여성인 경우가 많다. 늘 연약해서 보호받아야 마땅한 존재인 것이다.

 

그녀는 묻는다. 왜 그래야 되냐고...
아니 그런 물음을 가져본 적이 있냐고...


그랬던 것 같다. 그냥 무심코 받아들이고 그런가보다라고만 생각했지, 진짜 왜 그런지에 대해선 일말의 의문조차 갖지 못했다. 이토록 길들여진다는 건 무서운 거다. 생각보다 여성 비하 표현들이 우리가 접하는 말과 매체 곳곳에 내포되어 있는 걸 알고는 놀랍기까지했다.

 

그녀는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단락에서 여자지만 동등한 인간으로 바로 설 것을 일깨운다. 그리고 몇 군데 강연을 진행하면서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는다. 주어진 환경의 차이. 뭔가를 생각하고 싶어도 생각할 수 없는 상황들. 또한 반성한다. 예전에 신문에 연재한 이야기 중 거기에 담긴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올려버렸던 것을. 후회는 쉬워도 반성은 어려운데...

 


***

 


제목만 얼핏 봤을땐 방황하던 소녀가 어른이 되어 더 방황과 혼란을 겪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훗, 착각은 자유다. 이 책은 페미니즘적 책읽기와 어른이 되어야만-진정한 어른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지만-할 수 있는 깊은 사유가 곁들여져 있다.

 

책장을 펼쳐서 읽어나가다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깨닫게 되면서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이야기 속에 나오는 책과 영화가 궁금해져 찾아보게되는 경험 또한 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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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덧붙여 엄청 주제 넘고 몹시 외람되지만 어떤 글에선 상실에의 아픔이 너무나 깊이 느껴져 가만히 고개 끄덕여주고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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