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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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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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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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관람 전 잊지 말아야할 것들 - [박물관의 최전선]을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o | 2021.06.11 리뷰제목
관람 전 잊지 말아야할 것들 <박물관의 최전선>을 읽고       [관람전]     책을 집어들어 눈길은 책제목에 고정시킨 채 머릿속이 바빠진다. 박물관의 최전선,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의 제목치고는 어쩐지 의미심장하면서도 비장하기까지하다. 책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박물관으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나를 맞아주는 큐레
리뷰제목

관람 전 잊지 말아야할 것들

<박물관의 최전선>을 읽고

 

 

 

[관람전]

 

  책을 집어들어 눈길은 책제목에 고정시킨 채 머릿속이 바빠진다. 박물관의 최전선,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의 제목치고는 어쩐지 의미심장하면서도 비장하기까지하다. 책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박물관으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나를 맞아주는 큐레이터, 아니 지금은 이 박물관 저 박물관을 방랑하는 관람객이자 이야기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보인다. 십여 년간 박물관에서 유물을 수집, 연구, 전시, 교육하는 일을 했던 그가 인사를 건넨다.

  관람객들이 어떻게 전시를 보는지 살펴보며 박물관의 확장성에 대해 고민중이라는 그는, 요즘 관람객이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박물관을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라는 걸 부쩍 느낀다고 말한다. 책에서 눈걸음을 떼자마자 참지 못하고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진다. "박물관의 최선선이 어딘가요?" 그곳은 바로 박물관의 '전시실'이라고 저자는 답한다. 전시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면, 전시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입체적으로 보이고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되며,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찾는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관람중]

 

"전시실과 가까워지는 방법이 있나요?"

  전시실의 주제는 피라미드처럼 전체 주제, 중간 주제, 소주제로 이어져 있는데, 마치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 차례를 훑어보듯이 전시실에서도 제목 훑어보기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주제를 소개하는 설명판, 유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이름표를 유심히 보면, 설명판의 핵심내용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고, 이름표는 유물의 이름, 제작 연대 혹은 시기를 포함하여 유물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유물의 이름은 사람의 이름과 달리 좋은 뜻이 아니라 유물에 관련된 핵심 정보를 모아서 짓기 때문에 유물 이름을 알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시실에서 특별히 중요하거나 부각시켜야 할 유물은 진열장 한가운데 배치하는 게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만약 전시실을 꼼꼼이 둘러볼 여유가 없다면, 홀로 전시된 유물, 가운데 있는 유믈, 높이 전시된 유물을 중심으로 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꿀팁임을 저자는 넌지시 알려준다. 아울러 유물의 도난과 파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시실의 진열장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전시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유물의 안전을 위해서 조명을 잘 다뤄야 하는데, 흔히들 조명발이라는 말처럼 유물을 살리고 죽이는 게 바로 조명이라는 설명이 흥미롭다. 빛에 의한 변색을 막기 위해 서화나 불화는 조명의 밝기를 낮추고, 때로는 극적효과를 주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물도 있으며 반대로 형광등 아래에서는 관람객의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유물이 좀 더 잘 보이는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전시를 연다는 건 큐레이터가 만든 작품을 공개한다는 것이고 전시를 본다는 건 이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다.(82쪽)

 

 

박물관의 동선은 단지 사람이 움직이는 선이 아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선이다. 사람들은 걷고 멈추고 보고 느끼고 또 걷고 멈추고 보고 생각한다. 동선은 사람이 움직이면서 만드는 감정의 떨림과 흔적이다.(89~90쪽)

 

"지금 가장 머물고 싶은 전시실이 어디세요?"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의 큰 불상 전시실을 으뜸으로 꼽는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불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돌로 살아있는 듯한 불상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감탄과 함께 불상의 얼굴을 보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질 뿐만 아니라 전시실에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낀단다. 그렇지만 아마 '이것'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감동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이것은 유물이 아니라 현대의 물건인데, 바로 전시실에 있는 둥그렇고 푹신한 소파다. 어째서 박물관에 소파가 놓여 있는걸까. 그동안 지역 박물관들을 다녀봐도 소파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관람객이 쉬어가고 불상도 앉아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소파를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수학의 정석》입니다."

  두꺼운 책장은 넘길수록 더 무거워져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전시실을 돌아도 돌아도 계속 이어진다. 책의 1장인 집합만 수없이 공부하듯이 박물관도 앞쪽 전시실인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삼한실, 고구려실까지는 사람들로 복작거리고 다음 전시실로 갈수록 발길이 줄어든다는 저자의 비유에 피식 웃음이 난다. 공부 얘기가 나온 김에 학생들의 박물관 교육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는데, 그동안 학생들이 박물관에서의 관람 예절은 배웠지만 박물관을 흥미롭게 관람'하는' 교육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박물관을 잘 볼 수 있나보다는 하지 말라는 경고의 글을 먼저 만나게 되는 게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행히 최근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설명회, 활동지, 멀티미디어와 체험활동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박물관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내가 사는 곳에 한 지역대학의 박물관도 해매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피란시절의 역사와 유물에 대해 알려주는 '피란수도 부산야행(夜行)'이라는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행사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박물관을 관람하고 박물관 일대의 거리를 누비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걸 지켜본 기억이 난다. 저자가 강조하는 참다운 박물관 교육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자체가 특별한 작품이다. 건축가는 그 안에 대지, 유물, 사람, 역사를 담는다. 넷은 서로 어우러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동과 울림을 만든다. 그래서 박물관은 명사인 동시에 동사로 존재한다. 박물관을 명사에서 동사로 만드는 사람은 건축가뿐만 아니다. 관람객이 박물관 건축을 읽어낼 때 박물관은 언제든 동사로 바뀐다.(97쪽)

 

"박물관은 새로움을 만나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이 박물관에 가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평소 유물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즐겨 가거나 어떤 작품으로부터 위안을 얻어 다시 찾게 될 수 있다. 또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동행했다가 박물관의 매력에 빠지거나 아이들이 박물관을 놀이터로 활보하는 동안을 휴식의 시간으로 삼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저자가 아이와 박물관에서 어떻게 보냈는지에 관한 경험은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와닿는 부분이 많다.

  우선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아이가 멈추는 유물 앞에서 같이 멈추고 아이가 소감을 말하면 귀담아듣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이다. 대개의 부모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알려주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때 저자는 그 욕심을 내려놓으면 아이와 더불어 부모 자신에게도 더 많은 것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구석구석 박물관1(저자 지음)>이나 <잼잼이의 박물관 탐구생활(저자 감수)>은 머지않아 초등학생이 될 아이에게 유용한 유물찾기 지도가 되어줄 것 같다.

  박물관이 놀이터가 되는 상상을 해보려는 찰나, 이미 저자는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귀뜸해준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머리에 쓴 것으로 알려진 신라의 금관이 어쩌면 죽은 자의 얼굴에 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저자는 금관과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든 종이관을 써봤다고 한다. 또한 어느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대동여지도 전체를 마주하고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온 국토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느낌에 두 번 놀랐다는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감동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동여지도를 실물 크기로 복사한 종이들을 이어붙여 여러 사람들과 함께 '대동여지도와 놀기'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구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인 주먹도끼를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한 돌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각하는 힘'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말입니다."

  1990년대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 낳은 최고의 문장이기도 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모르지 않는다. 저자는 이 말이 역설적으로 '딱 그만큼만 보인다.'는 말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내 눈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자신의 안목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몽유도원도, 세한도, 반가사유상, 고려청자, 조선백자, 단원 풍속도첩 등 박물관의 슈퍼스타들로 불리는 유물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감상법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다음에 박물관의 실제 유물들을 마주했을 때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백자 달항아리는 이미 신화가 되었고 신화의 힘은 막강하지만 내 눈으로 볼 떄 신화는 깨지고 그래야 백자 달항아리는 다시 살아난다. 백자 달항아리를 말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 달 그 자체가 아니다.(238쪽)

 

[관람후]

 

  유쾌했던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을 나오는 길에 문득 괘불(掛佛)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괘불은 법당 밖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 놓는데 이때의 분위기는 문자 그대로 야단법석(野壇法席)일 것이다. 괘불이 전시된 박물관의 어느 전시실뿐만 아니라 어쩌면 박물관 전체가 소리없는 야단법석의 현장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바람이 현실화 된다면 다양한 음역대를 가진 박물관을 만나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책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적과 맞서는 맨 앞의 전선은 저자에게 있어 관람객과의 최접점인 박물관의 전시실이며, 책을 통해 그곳이 가진 여러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리라. 개개의 옛 물건들을 좀 더 새롭게 감각하고, 이에 더해 박물관의 진화를 기대해보게 만들어준 저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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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박물관에는 그곳을 가야 경험하는 세상이 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c | 2021.06.18 리뷰제목
지난 4월 나는 서둘러 국립경주박물관을 다녀왔다. 고대 한국의 유리 공예전이 거의 막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리가 출현한 것은 기원전 2세기. 한반도 서남부지역 초기철기 시대 무덤의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유리제 대롱구슬(管玉)의 등장을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전시회는 부여와 낙랑시대를 비롯하여 삼국시대와 가야 그리고 통일신라까지 유리 공예품
리뷰제목


 

지난 4월 나는 서둘러 국립경주박물관을 다녀왔다. 고대 한국의 유리 공예전이 거의 막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리가 출현한 것은 기원전 2세기. 한반도 서남부지역 초기철기 시대 무덤의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유리제 대롱구슬(管玉)의 등장을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전시회는 부여와 낙랑시대를 비롯하여 삼국시대와 가야 그리고 통일신라까지 유리 공예품과 장신구, 사찰 사리기까지 전국 박물관 등에서 소장된 것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유리의 영롱한 빛깔과 아름다움 그리고 고대 장인들의 솜씨에 감탄하여 마지않았다.

 

이때 특이했던 경험은 앱을 설치하고 주요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나레이션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예전에 일정 금액을 내고 기기와 헤드폰을 빌려서 들었던 것에 비하면 크나큰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며칠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들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MMCA’를 설치하니 전시회의 작가와 주요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었다.

 

이렇듯 박물관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박물관에 대해 제대로 보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박찬희 박물관연구소장이 쓴 박물관의 최전선은 이에 딱이다!

 


▲경천사지 10층 석탑 옆에 선 박찬희 소장

 

박찬희 소장은 대학에서 역사를,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하고 호림박물관에서 30대를 온전히 보냈다. 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우려고 아내 육아휴직이 끝나자 박물관을 그만 뒀다. 육아가 끝나고 생활이 잔잔해졌을 무렵 이번에는 큐레이터가 아니라 관람객이 되어 전국의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그러기를 얼마간 했을까, 이제 평론가의 눈으로 박물관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유물을 대하는 관점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유물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유물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이제 저자는 호림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유물에 대한 이야기 서른 가지를 펼쳐보인다. 본디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은 터에 열정 열두 스푼까지 보태졌으니 어련하겠는가.

 

신선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인 서울역사박물관의 기획전시실, 공간을 알차게 활용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섬세한 전시가 돋보이는 온양민속박물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국립기상박물관까지 손가락으로 꼽자면 두 손으로는 어림없다. 규모가 크건 작건 박물관마다 저마다의 빛깔을 드러낸다. 다녀와서도 문득문득 기억을 떠올리며 괜스레 미소 짓는 이유는 두 가지다. 마음을 사로잡은 유물이나 공간 혹은 전시를 보았거나 박물관 사람들의 정성과 관심으로 가꾼 곳을 만나서다.” (144~145)

 

그는 개중 경기도 연천에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이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박물관이 주변 환경과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단다. 한번은 박물관에서 돌도끼로 나무를 베고, 그 배를 깎아 만든 통나무배를 한탄강에서 띄우는 실험을 하고, 그 배를 전시한 돌과 나무의 시대을 열었다. 이때 받은 강렬한 인상은 지울 수 없었단다.

 

우선 저자의 열정을 물씬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대동여지도에 관한 것이다. 대동여지도를 손쉽게 볼 수 있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실이다. 조선실에는 큰 진열장 안에 대동여지도 영인본 일부와 대동여지도를 인쇄하는 목판(보물 1581) 원본을 전시하고 있다. 대동여지도는 한양을 중심으로 위아래 지역을 선택해 보여준다. 전도를 보여주기에는 지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대동여지도 전체를 직접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박 소장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여주기로 했다. 영인본 22권의 지도를 실물 크기에 맞춰 복사하고 두꺼운 종이에 덧붙인 뒤 이 종이들을 이어 붙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온 국토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지도를 뛰어넘은 거대한 예술 작품이었다.

 


▲대동여지도와 놀기

 

이어 아이들이 지도 위에 올라가 뛰어놀게 했다. 대동여지도와 놀기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답사의 히트 상품이 되었다.

 

유물 이야기 중에서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국립중앙박물관 실내에 전시된 경천사지 10층 석탑이다. ‘경천사는 개성의 남쪽, 부소산 자락에 있던 절이었다. 고려인으로 원나라에 가서 크게 출세한 강융과 고용붕은 원의 장인들을 불러 고려와 원의 스타일을 합쳐 대리석으로 화려한 탑을 만들었다.

 

1907년 궁내부 대신 다나카는 탑을 일본으로 약탈해갔다. 국내외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탑은 1918년 반환되어 경복궁 근정전 회랑에 놓여졌다. 그간 우여곡절 끝에 복원을 거쳐 2005년 지금의 자리에 옮겨졌다. 1907년 약탈된 지 근 백 년여 만에 유랑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저자는 유물의 이동 역시 유물의 역사라고 말한다.

 


▲철조 석가여래좌상

 

이외 2004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사하면서 10만 점의 유물을 옮길 때, 실내 유물 중 가장 컸던 철조 석가여래좌상(높이 281센티미터 무게 6.2)을 어떻게 옮겼는지, 2006년 일본의 사가와 미술관이 호림박물관 소장 도자의 명품전을 개최할 때 호림박물관에서 백자와 분청사기 120점을 어떻게 출품했는지 하는 이야기도 자못 흥미롭다.

 

조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박물관은 전시실 분위기에 따라 적절한 조명을 선택한다. 이때 조명에 유난히 까다로운 유물이 있다. 저자에 의하면 청자. 청자는 빛을 흡수하기 좋아해 카멜레온처럼 변신한다. 붉은색 조명 아래서는 붉은 청자로 바뀌고, 푸른 조명 아래서는 파랗게 질린 청자로 바뀐단다. 그래서 우리는 청자의 비색을 전시실에서 제대로 볼 수없다고 한다. 어이쿠!

 

게다가 종이나 천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서화는 (색이 변하는 걸 막기 위해) 조명의 밝기를 최대한 낮춘다. 특히 고려불화는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처리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고려불화를 제대로 보려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국 사진작가가 찍은 조선 의병(오른쪽 네 번째 검은 복장을 한 이가 대장)

 

말미에 등장하는 사진 한 장이 묘한 느낌을 안긴다. 우리가 국사 교과서에서 봤던 의병 사진이다. 이 사진이 나오게 된 내막을 저자의 설명으로 알게 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광성보 손돌목 돈대 전투 사진도 마찬가지다.

   


▲광성보 손돌목 돈대 전투

 

그렇다면 저자가 지금 가장 머물고 싶은 전시실은 어디일까? 바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의 큰 불상 전시실이다. 그에 따르면 전시실은 좋은 기운으로 꽉 찬 것 같다. 전시실의 가장 큰 매력이자 진짜 비밀은 저녁에 드러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저녁에도 문을 여는 날, 아무도 없는 전시실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의 큰 불상 전시실

 

가끔 이 순간, 독특한 경험을 한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이 순간적으로 열려 공간이 충만해지고 다른 세상인 듯 신비로워진다. 그곳에는 그곳을 가야 경험하는 세상이 있다.” (151)

 

저자는 독자가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떤 변화가 찾아오리라고 예견한다.

박물관 전시실에 갔을 때 설명판을 읽고 조명을 살펴보고 진열장 안의 장치들을 눈여겨본다. 전시실이 가까워진다는 신호다.” (107)

 

박물관에는 박물관을 가야 비로소 경험하는 세상이 있나니.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박물관을 찾는지 모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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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박물관의 최전선 평점10점 | t*****1 | 2021.06.13 리뷰제목
“박찬희박물관연구소 소장이자 이야기꾼” 책 날개 저자 소개의 첫 줄이다. 박물관연구소 소장이라 끝내도 충분할텐데 굳이 “이야기꾼”을 붙인 이유는 책을 읽다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선재동자에게 열 가지 가르침을 줄 때 모공 하나하나에서 빛이 나와 세상을 비추었다는” 보현보살처럼 페이지마다 박물관과 유물, 전시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저자의 애정과
리뷰제목

 

“박찬희박물관연구소 소장이자 이야기꾼”

책 날개 저자 소개의 첫 줄이다.

박물관연구소 소장이라 끝내도 충분할텐데 굳이 “이야기꾼”을 붙인 이유는 책을 읽다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선재동자에게 열 가지 가르침을 줄 때 모공 하나하나에서 빛이 나와 세상을 비추었다는” 보현보살처럼 페이지마다 박물관과 유물, 전시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저자의 애정과 열정이 퍼져 나오듯 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저자는 박물관에서 10년 간 일을 하기도 했지만 육아를 위해 박물관을 그만 둔 후 관람객으로 박물관을 자주 다니면서 이전과 다른 시각을 얻게 되었고, 다시 사람들과 함께 박물관을 답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더욱 풍성해진 통찰을 이 책에서 들려주고자 한다.

 

이전에는 유물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유물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때로는 진열장과 박물관을 벗어날 때 속 깊은 이야기가 들렸다. 유물을 사람들과 연결시켜 살펴보자 유물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7

 

그래서 책에서는 박물관과 유물,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저자가 유물이나 전시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고 있기도 했으며 이러한 저자의 모습을 접하며 책 읽는 시간이 박물관, 유물, 전시, 그리고 그로 인해 떠오르는 삶에 대한 지금까지의 나의 관점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박물관은 혼자 어슬렁거리기 좋았다. 어슬렁거리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 어느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렇게 하기도 했다. 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다가온 건 이때였다. 전시는 내가 전시실에 들어갔다 떠나는 순간 완성되는 작품이었다. 마음에 드는 전시는 몇 번이고 또 봤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지 못할 작품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 가면 갈수록 좋아졌고 보면 볼수록 깊이 빠져들었다.

5

 

박물관뿐만 아니라, 관람객도 다시 보였다. 나도 관람객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전시를 보는 방법과 박물관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관람객이 어떻게 전시를 보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알기 위해 여러 그룹의 사람들과 함께 전시를 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열 사람이 오면 열 사람 모두 전시의 인상이 달랐다. 전시는 관람객의 마음 끝에서 완성되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물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이용하는지 묻곤 했다. 관람객이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박물관을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6-7

 

 

박물관의 동선은 단지 사람이 움직이는 선이 아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선이다. 사람들은 걷고 멈추고 보고 느끼고 또 걷고 멈추고 보고 생각한다. 동선은 사람이 움직이면서 만드는 감정의 떨림과 흔적이다. 음악가가 악보에 높고 낮은, 길고 짧은 음표들로 소리의 길을 만드는 것처럼 건축가도 드라마틱한 길을 만든다. 그 길은 건축이 완성되고 전시가 시작되면서 완결된다.

89-90

 

연구의 결과에 기대지 않더라도 반가사유상의 미소처럼 유물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유물마다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켜 웃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게도 한다. 유물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잘 느끼는 건 아니다. 나의 느낌과 감정에 집중할 때 유물과 접속하는 통로가 열린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물을 만나는 자신만의 접속 코드를 만든 사람들이다.

140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의 큰 불상 전시실을 가장 머물고 싶은 전시실로 꼽고 있는데 나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을 떠올리면 어느 불상과 깊은 교감을 이루었던 경험이 떠오르기에 반가웠다. 회사 일로 한창 바쁘기도 했고 모태 신앙으로 가지고 있던 경직된 종교의 이미지로 인해 힘들기도 하던 시절이었는데 박물관에서 만난 한 불상을 보며 묘한 위안을 얻었었다. 일반적으로 사찰을 방문하면 만나게 되는 불상과는 달리 관능적이면서도 여유롭고 유연한 모습이 힘 존 빼고 살라고, 너무 그렇게 자로 잰 듯 힘들게 살 필요가 없다고, 인간으로 살아가라고, 포근한 위로를 건네주는 느낌이었고 내 안에 쌓여있던 긴장이 신기할 정도로 많이 누그러졌었다. 단 한 번의 경험이지만 이로 인해 저자가 말하는 유물과 접속하는 통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아래처럼 말을 하는 분청사기를 보러 가고 싶어지기도 했다.

 

물고기 분청사기가 보물이 된 지 2년 뒤 다른 분청사기 병이 보물이 되었다. ‘분청사기 상감모란류문 병(보물 1541)’은 모든 게 꿈틀거렸다. 스피커처럼 생긴 병의 입마저 꿈틀거리는 듯했는데, 거기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난 평범한 것은 거부해. 틀에 맞추는 것도 거부해. 난 나야!”

296-297

 

전체 4장의 구성 중 “2장 박물관을 만나는 순간들”에서는 박물관의 건축, 전시실과 친해지는 법, 유물의 이름짓기, 유물의 이동 등 '박물관에서의 일'과 관련된 내용들도 접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이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부분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몽유도원도처럼 널리 알려진 유물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도 포함해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 백제 시대 화장실과 뒤처리 용품
  • 천의 얼굴을 가진 달항아리 감상법
  • 남나비라는 별명의 화가 남계우
  • 유물이 슈퍼스타가 되는 조건 등

 

유물과 관련된 내용 중, “대동여지도와 노는 법”이라는 제목의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사진으로 접한 유물들의 실제 크기가 예상보다 너무 커서, 또는 작아서 놀라는 경우들이 있음을 들려주며 이러한 정보의 부족함이 이해와 판단에 영향을 미침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가 “대동여지도 영인본을 실물 크기에 맞춰 복사하고 두꺼운 종이에 덧붙인 뒤 이 종이들을 이어 붙여” 준비하고 박물관에 함께 답사갔던 사람들과 맞추고 감상하고 그 지도 속으로 들어가는 이벤트를 놀이처럼 진행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역사가 사람들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오는 방법을 하나 보는 것 같았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시 평면도, 대동여지도와 노는 사람들 사진(책),

대동여지도의 전시모습 3D 화면


이 부분에서 언급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지도예찬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해당 전시 안내와 페이지 하단의 VR보기를 통해 전시평면도와 아쉬우나 마 대동여지도의 전체 전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길이를 잴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지도의 위, 아래 길이를 재보니 7.44미터가 나온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exhiSpecialTheme/view/past?exhiSpThemId=292486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를 통해 방문해보시길!

 

전시가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졌다는 저자의 말이 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가능한 많은 전시를 봐두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는데, 홈페이지에서 이런 자료들을 접하니 박물관에서 이처럼 전시 자료를 잘 정리해서 공유하는 노력이 또한 감사했다.

 

저자는 “박물관과 유물에 대한 지식보다 주로 경험들”을 들려준다고 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세세한 지식보다는 박물관과 유물을 친근하게 느끼고 사람들의 삶과 좀 더 긴밀하게 연관시켜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런 접근 방식이 유용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박물관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다루는 이 책은 박물관에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도 절로 들었다.

 

서평단에 신청할 때는 함께 했던 중국 여행을 박물관 투어로 만들었던-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정보를 입수했는지 하루에 박물관 5곳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동생에게 건네주려 했는데, 책을 읽은 지금은, 깨진 그릇 조각만 있는 박물관에 왜 가느냐 하는 다른 동생에게 건네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동생도 박물관이 건네는 색다른 여행으로의 초대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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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박물관의 최전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a | 2021.06.17 리뷰제목
학창시절 박물관 견학은 왜 그리 지루하고 재미없었을까? 아마도 박물관 견학 시 늘 따라다니던 “관람 후 리포트 제출”이란 묵직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내가 박물관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오래전 TV로 방영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꽃보다 할배”란 프로를 통해서였다. 대만여행 중 출연진이 들렀던 대만의 “고궁 박물관”을 보면서 저런 데 꼭 가 보고 싶다고 생
리뷰제목

학창시절 박물관 견학은 왜 그리 지루하고 재미없었을까? 아마도 박물관 견학 시 늘 따라다니던 관람 후 리포트 제출이란 묵직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내가 박물관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오래전 TV로 방영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꽃보다 할배란 프로를 통해서였다. 대만여행 중 출연진이 들렀던 대만의 고궁 박물관을 보면서 저런 데 꼭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워낙 편집을 재밌게 한 면도 있고, 출연진의 감탄과 함께 살짝 공개되었던 유물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결국, 그 다음해에 뜬금없는 대만 여행을 감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너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 들른 데다, 사전지식 없이 유물을 감상하다 보니, 사진 몇 장밖엔 남는 게 없었다. 그 후 우리나라의 이런 저런 박물관이나 유물 전시회를 기웃거려 보았으나, 박물관 전시에 대한 지식이 워낙 전무 하다 보니, 들인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그런데, 반갑게 박물관의 최전선이란 책을 발견하면서, 박물관 관람의 친절한 안내서를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현재 박찬희박물관연구소소장이다. 호림박물관의 학예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퇴직 후 육아에 몰두하기도 하고, 그 후엔 방랑하듯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 책의 주 무대는 국립중앙 박물관과 호림박물관이다. 전문적인 지식도 있지만, 저자의 이야기와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어, 박물관을 관람하는 일반인으로서 특히 더 가깝게 느껴진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박물관과 유물을 소개하는 책답게 많은 유물과 박물관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책을 읽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1장 에서는 독자에게 그동안 그 쓰임새를 제대로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던 유물의 다양한 쓰임새를 소개하며, 유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첫 장에 소개된 신라의 금관은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얼굴에 씌운 마스크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학설이 있다고 한다. 물론, 머리에 쓰는 것인지, 죽은 자의 얼굴을 덮었던 것인지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상의 나래를 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유물을 대하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여겼던 대동여지도도 그 실제 크기를 직접 만들어 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크기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게 된다고 한다. 지은이가 학생들과 함께 실제 크기의 대동여지도를 만들고, 높은 곳에 올라가 완성된 지도를 보고 탄성을 질렀던 경험담은 무척 흥미로왔다.

백자 항아리 중 탯줄을 보관하는 태항아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렇게 낯선 유물들은 그 쓰임새를 알게 되면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려져 새로운 지식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된다. ,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를 실제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하면서, 인간의 생각하는 힘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생각나는 대로 깨뜨린 게 아니라 생각대로 깨뜨려 면을 만들고 날을 세웠다. p53

 2장은 박물관이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호림박물관의 신사분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예를 들어 건축물을 구성하는 요소로, “박물관을 구성하는 땅의 역사와 박물관 건물의 상징, 동선세 가지를 들고 있다. 박물관 건축을 제대로 답사하는 방법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다음으로 전시실과 친해지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전시실에는 전체주제, 중간주제, 소주제로 나뉘어 있고, 그런 주제를 생각하며 감상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주제는 보통 그 전시실의 이름이 된다. 특별히 중요하거나 부각시켜야 할 유물은 눈길이 집중되도록 배치한다. 또는, 진열대를 높여 전시하거나 다른 유물과 간격을 벌려 홀로 전시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별히 중요한 유물은 독방을 쓴다. 박물관 전시실을 감상하는 순서는 설명판을 읽고 조명을 살펴보고 진열장 안의 장치들을 눈여겨 보라고 한다.

유물도 사람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은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다. 유물이 움직일 때 안전을 위해 펼치는 작전은 흡사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보험을 들고, 포장부터 운송, 그리고 다시 포장을 벗고 새로운 장소에 전시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숨죽여 애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 크기가 커서 이동에 제약이 많았던 철조 서가여래 좌상이나, 유랑의 역사를 마침내 거의 100년만에 끝낸 경천사지 십층석탑의 숨겨진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우면서 짠하기도 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기획전시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온양민속박물관, 국립기상박물관은 저자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시실과 공간들로 소개하는 곳들이다.

박물관에도 슈퍼스타가 있다고 한다. 그 중 최고는 조선 초기 화가 안견의 작품 몽유도원도라고 한다. 일본 덴리대학을 설득해 딱 9일만 전시되었다고 하는데, 엄연히 우리나라의 유물인데 일본에게 사정해서 전시해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게도 다가온다. 또 다른 슈퍼스타는 세한도’. 그 외에도 반가사유상감상법, 세밀의 극치를 자랑하는 보현행원품’. ‘태평성시도등이 소개된다. 고려청자 비색의 찬란함, 백자 달항아리의 자연미등도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박물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이제는 유물로 남았으나, 그것을 만들었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도공들의 고단함과 눈물을 이야기 한다. 일본인들의 필요에 의해,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못하고, 경복궁 뜰로 이사를 오게 된 많은 탑들의 사연 또한 애절하다. 중앙 박물관에 전시된 압도적 크기의 괘불의 쓰임새는 원래 사찰에서 야단법석의 행사를 할 때 걸어 두던 불화라고 한다. 장소에 따라 사람들이 그것을 대하는 느낌과 인상이 변한다. 사찰에서의 괘불 앞에서는 사람들은 소원을 빌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괘불 앞에서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마지막은 유물이 아닌 사진으로 보는 근현대사의 박물관을 조명한다. 특히, 세장의 사진을 사진이 촬영된 맥락으로 보면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광성보 소 돈대 전투”, “수자기 앞에서 사진을 찍은 미군들”, “메켄지가 촬영한 의병이 세장의 사진이 우리에게 전하는 역사적 의미를 우리는 기억해 둬야 한다. 이름도 모르고, 직업도 모르지만, 그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박물관 견학이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이 책의 안내를 따라 꼭 다시 한 번 박물관을 찾으리라 다짐 해 본다. 이제 박물관은 틀림없이 나에게 다르게 다가 올 것 같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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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93. 박물관의 최전선-박찬희(2021. 06. 21.) 평점10점 | s*****n | 2021.06.21 리뷰제목
93. 박물관의 최전선-박찬희(2021. 06. 21.)   이번에는 확실히 리뷰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책은 박물관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래서 먼저 박물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박물관을 좋아하나요  저는 박물관을 매우 좋아합니다. 우선 조용하고, 경제적으로 부담 없고(대부분 국립 박물관은 무료입니다.) 주차가 편리하며 쾌적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리뷰제목

93. 박물관의 최전선-박찬희(2021. 06. 21.)

 

이번에는 확실히 리뷰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책은 박물관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래서 먼저 박물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박물관을 좋아하나요 

저는 박물관을 매우 좋아합니다.

우선 조용하고경제적으로 부담 없고(대부분 국립 박물관은 무료입니다.)

주차가 편리하며 쾌적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박물관의 내용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변하는 경우는 드물어도 조금씩 전시물이 바뀌거나 큐레이팅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저는 거의 매달 여러 박물관을 돌아가며 가는 관계로 약간의 차이를 알아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물관을 쉬기 위해서또는 위안을 얻기 위해서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혼자 아무것도 몰라도 가도 됩니다.

미술 작품 몰라도 미술관에 가잖아요

역사를 몰라도 박물관 가도 됩니다.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문화유산과 역사는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그래서 그냥 가시면 됩니다.

 

 

2.

이 책은 박물관에서 일하다 나오신 선생님이

박물관의 입장에서

그리고

관람객의 입장에서 두루 쓴 책이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까 

그리고 전시 오브제를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줄까 

박물관에는 어떤 다른 비밀이 없을까 

이런 궁금증이 있다면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의 1장에서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야기 한다.

금관에 관하여

유물에 관하여

그리고 유물들에게 어떤 이야기 숨어 있는지 말해준다.

 

 

 

2장에서는 박물관에 가는 관람객의 입장에 이야기 해준다.

박물관 건물이라든지

전시실이라든지 
또한 박물관에서 유물들에게 어떻게 이름을 짓는지 알려준다.

전시실 속 관람객 역시 상호교감하며

박물관을 만드는 요소로 말해준다.

 

 

1장과 2장에서 저자가 박물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낌 그대로 묻어난다.

박찬희 선생은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잘 하는 분으로

이쪽 업계(?)에서는 나름 이름이 있으시다.

(책이 나오고 얼마되지 않아 화상 강의도 있었는데..

블로그 이웃인 배성호 선생님 블로그에서 보았지만..듣지 못했다.)

아마 박찬희 선생의 강의 기회가 다시 온다면 꼭 들어보고 싶고

들을 기회가 되면 들어 보시길 추천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책에 담긴 이야기 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 틀림없다.

 

3.

3장에서 몇 몇 문화재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세한도반가사유상무령왕릉태평성시도..

책에서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주어도

본인의 경험이 없으면 크게 와닿지 않는다.

다행히 난 제시된 거의 대부분의 문화재를 본 까닭에 매우 공감갔지만

일부 보지 못한 내용들에 대해서

확실히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세한도는 지난 겨울 특별 전시 이후 다시 보니

그 느낌이 어마어마했다.

그 길었던 세한도의 길이..

(세한도 그림 뒤에 추천한 글이 길게 늘어서 엄청 길다)

그리고 반가사유상을 직접 마주했을 때 그 환상적인 기분은

아마 글로서 다 담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박물관을 다녀온 후 자신의 경험을 더듬어 가며

보면 좋을 것이다.

아니며

이 책을 읽고 당장 박물관으로 가서

말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4.

다 좋은 점만 말할 순 없다.

이 책도 단점은 있다.

좋은 디자인과 읽기 쉬운 어투다양한 사진과 적절한 예시 등 좋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유산 교육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시대와 사회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적다면

저자가 말하는 의도와 전체적이 흐름을 보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자를 이야기함에 있어

청자의 예술적 아름다움이나 관련된 내용을 맛깔나게 쓰셨다.

그러나

다른 도자기와 비교해보거나청자에 대한 심미안이 없는 독자 입장에서

그냥 유홍준 선생의 답사기와 유사한

박찬희 선생의 감상문일 뿐이다.

왜 저 비색을 내기 어려운지,

왜 저 도자기가 만들기 어려웠는지

이런 이야기 조금 더 있었다면

청자에 대한 공감을 조금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 살짝 든다.

 

그리고 전국의 많은 박물관들이

지금 각기 조금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의 최전선이라면

어느 전투에 어느 박물관이 있는지 알려주셨다면...

부족한 내가 뱀의 다리를 덧붙이자면..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 관련 내용

(각 종 무기류와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디오라마 및 시각자료 다수 ...초등학생에게 적합함)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관련 내용

(금관을 시기별로 구별하여 제시되어 있음신라와 삼국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음중고등학생들에게 적합함)

 

국립김해박물관 가야 관련 내용

(가야 철기와 관련된 내용소장 내용은 그리 많지 않으나주변 대성리 고분박물관 및 수로왕릉 함께 관람할 수 있으며체험활동 장소로 괜찮음)

 

경상권 일부 박물관에 대한 안내를 덧붙이며 글을 정리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나 감사해요리뷰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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