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책의 판형과 내용이 쉽게 휴대하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혹여 있다면 개인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1층의 구석기부터 만나지 말고 3층부터 가보시라고 권한다. 3층의 조각과 공예를 본 다음에 잠시 쉬고 2층으로 가서 서화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이쯤에서 판단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갔을 경우 힘들면 과감히 집으로 돌아가시라. 필요하면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고. 아이들 교육시키려고 박물관 갔다가 박물관에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 일 없다고. 3층에서 2층, 2층에서 1층이라는 역순으로 오면 혼잡도 약간은 피할 수 있고 여유도 있다.
이 책은 구석기부터 시작하지 않고 있어 펼쳐 본 순간 내가 권하는 박물관 사용법과 비슷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부 '오르다'에서 2층과 3층의 유물들을 먼저 보고, 2부 '거닐다'에서는 1층의 선사~조선에 이르는 유물들 이야기다. 책의 구성대로 본다면 이틀에 나눠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개를 후르륵 훑어서 많이 보는 것 보다는 제대로 보자는 메시지를 저자는 던진다. 저자의 의도대로 우리의 관람 문화도 이리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느낌이 묻어나는 관람.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대로 유물을 읽어보고 자기 방식대로 시도해 봐도 좋겠다. 가령 유물 이야기는 아니지만 추사 김정희 부분. "70 평생에 벼루 10개를 밑창 냈고 붓 1,000자루를 몽당 붓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 문장을 볼 때마다 저게 무슨 의미일까 의문을 갖는다. 처음에는 노력을 많이 했다는 의미로 읽혔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김정희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란 생각을 했다. 난 원래 재주가 뛰어나기도 했지만 노력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는 거다. 시험붙은 사람이 "난 재수가 좋아서 붙었어"라고 하면 엄청 나게 센 겸양 어법이고 자랑질보다 더 센 말이기도 하다.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이뤄졌다는 말의 맥락도 비슷하다. 노력의 중요성이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영감이 1%는 되어야 한다는 영감의 중요성을 말하는 거기도 하다.
글이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박물관에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