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에는 미술가가 경험한 자연 및 인문 환경,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미술가들은 그들이 경험한 공간을 미술 작품에 표현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기 마련이다. 이 책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미술 작품을 지리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미술과 지리 교과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자연, 사람, 도시, 평화, 우리나라의 수도인 한양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평소 미술 작품에는 큰 관심이 없어 미술과 관련된 책은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왜 이러한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는지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공간을 토대로 친절하고 흥미롭게 설명해주어 그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특히 파리의 도시 경관과 도시인의 생활 양식을 그려낸 카유보트, 산업혁명의 어두운 이면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려낸 라우리, 인종차별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바스키아, 공간을 무대로 삼아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뱅크시의 작품과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우리는 한 장의 이미지가 수많은 텍스트를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작품에 담긴 지리적 요소를 찾아보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융합과 통섭이 강조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 책은 더욱 뜻깊은 가치를 지닌다.
정선이 바라본 서울 장동 속 필운대에서
반 고흐가 지나친 프랑스의 아를의 지중해성 기후 경관 속 포도나무부터 삼나무와 밀밭까지
부악 36경이라는 판화에 담긴 후지산 전경
다양한 사람들이 이주한 신대륙의 모습부터
현재도 이어지는 차별을 풍자한 그래피티까지
고갱이 타히티에서 그린 원주민의 모습들
귀스타브 카유보트가 담아낸 파리 오스만 대로의 그림들
인종, 분쟁, 구한말 식민지배를 넘어 굴곡진 근현대사까지
미술이라는 예술이 공간과 이어지는 모습을 담백하게 잔잔하게 그려낸 책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