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태도
미리보기 공유하기

참 괜찮은 태도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리뷰 총점 9.5 (285건)
분야
인문 > 심리/정신분석
파일정보
EPUB(DRM) 27.2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14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태도 평점10점 | j********2 | 2022.12.07 리뷰제목
20대엔 주로 소설을 읽었다. 종종 시집도 들춰보고..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되었다. 왜 나는 에세이를 좋아할까 생각해보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 생활반경은 비교적 협소했다. 단조로웠다고 삶이 쉬웠던 건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건 사실이다. 사회생활을 일찍 접은 미련이 남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나와
리뷰제목

 


 

 

20대엔 주로 소설을 읽었다. 종종 시집도 들춰보고..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되었다. 왜 나는 에세이를 좋아할까 생각해보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 생활반경은 비교적 협소했다. 단조로웠다고 삶이 쉬웠던 건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건 사실이다. 사회생활을 일찍 접은 미련이 남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이 좋다



책의 저자는 꼬박 챙겨봤던 <다큐멘터리 3일>의 VJ를 거쳐, <유 퀴즈 온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깨우친 인생의 지혜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그녀의 겸손하고 따스한 시선들이 가득하다. 



연탄 배달을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남편은 3년 전부터 투석을 받고 있어 하루를 쉬면 그 다음날 병원을 갈 수 없다. 배달하는 연탄이 내일의 병원비이기 때문에.

아침에 나와 밤에 무사히 들어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다행히 트럭을 몰 수 있는 만큼만 눈이 내려서, 아내와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어서, 내일 또 그런 하루를 살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남편.  열심히 살아도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의 굴레를 원망하지 않고 지금 이런 삶을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철학자 부부.

과연 나는 저런 상황에서 세상을, 배우자를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때로 고맙다는 말은 삶이 나를 종종 배반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상처 없고 고통없는 인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버텨 내다 보면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믿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포용의 말이 아닐까.(P279)



출장 중 모텔에서  인쇄소 사장님의 전화를 받은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3일내내 충무로 인쇄소에서 만난 사람들만 20명이 넘기에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너무 절박한 목소리에 차마 기억에 나질 않는다는 말은 못했다고.
지인에게 본인에게는 전부인 거액을 사기 당했는데, 경찰도 변호사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말만 한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새벽에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장님. 자신에겐 그럴 힘이 없다고 하자 그는 그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았냐고, 누구도 그렇게 자신의 생을 궁금해한 사람이 없었다고..제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몇 시간을 통화한다. 


인생의 가장 절망스런 순간에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려 했던 낯선이의 구원의 손길을 내치지 않고 저자는 오롯이 받아준다. 


" 밖에서 보기에 별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이유들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 듯 보잘것없는 작은 것들이 또 누군가를 살아 있게 만든다. 어스름한 미명과 노을이 아름다워서, 누군가 내민 손이 고마워서,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지금껏 버텨온 자신이 불쌍하고 대견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울산 3인 자살 미수 사건 재판의 판결문>



책을 2주일에 걸쳐 조금씩 읽어내려갔다. 이야기마다 울림이 커서 종종눈물을 훔쳐내며, 마음을 꼭꼭 눌러가며 읽어나갔다.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추려내기가 힘들었다.

노숙자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매일 아침 2500원짜리 콩나물국밥을 만들고, 그들의 통장을 만들어주는 사장님, 고물을 주우며 삶을 윤이나게 가꾸는 사람들, 노인들을 위해 먼거리 왕진을 다니는 의사, 사명감 하나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험하게 변했을까 싶은 잔인한 뉴스들이 매일 나오지만 아직 세상은 따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추워진 날씨,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이 책 추천해봅니다


내가 마주한 사람이 오늘 하루 내 앞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과 적게든 크게든 연결돼서 내 앞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래서 내가 조금의 여유와 선의로 대한 것이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이 덜 삭막해지지 않을까. (87)



 

2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4 댓글 18
eBook 구매 이미 하고 있어요, 괜찮은 태도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y | 2024.03.29 리뷰제목
나의 흐릿한 기억 속엔 2000년대 초중반 즈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나 소설들이 매체에 자주 등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소설 '연탄길'이 베스트셀러였고, 방과 후 TV를 틀면 따뜻한 성우의 내레이션 뒤로 우리네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각색한 동화를 방영해주곤 했다.  '참 괜찮은 태도'는 그 시절 느꼈던 푸근하고 고요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읽는
리뷰제목
나의 흐릿한 기억 속엔 2000년대 초중반 즈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나 소설들이 매체에 자주 등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소설 '연탄길'이 베스트셀러였고, 방과 후 TV를 틀면 따뜻한 성우의 내레이션 뒤로 우리네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각색한 동화를 방영해주곤 했다. 

 '참 괜찮은 태도'는 그 시절 느꼈던 푸근하고 고요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온도를 쉬이 높일 수 있었던 이야기들. 더 세고 더 큰 자극에 오감을 열어놓고 좇는 일상 속에서 한 템포 쉬게 만들어주는 에세이집이다. 유퀴즈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 박지현 작가가 이제껏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에 초대되어 관찰자로 인터뷰하며 배웠던 괜찮은 태도, 삶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공유해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들이 모두 인상 깊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끄집어 올려준 <무례한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이라는 에피에서 다룬 김영하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

??‘과거는 외국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는 말이 있다. 나의 청년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지금과 달리 집집마다 차가 있지 않았고, 골목은 비어 있고, 돈은 거의 아버지 혼자 벌고, 자식들은 별걱정 없이 구슬치기하고, 대학 나오면 쉽게 취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그러므로 청년들에게 “나도 마찬가지고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이래라저래라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청년들도 그 말을 새겨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한 직장에서 벌써 11년 차가 되어버린 내가 어느덧 10살 이상 차이나는 후배들과 일을 하게 되며 내가 취해야 할 태도를 재정립하게 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직장을 대하는 태도도, 생각도, 범주도 확연히 '우리 때'와는 다른 친구들을 보며 주변에서는 '요즘 MZ란 말이야~'라는 말로 간단히 그들을 획일화시키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라떼는 말이야~'라며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묘하게 압박감을 주는 방식과는 결이 다른, 'MZ'라는 단어는 개인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일축시키는 마법의 단어다. 

  언젠가 예능에서 가수 양희은이 첫 차를 뽑고 '초보운전' 대신 '당신도 초보였다'라는 문구를 써붙이고 다녔다는 일화가 인상 깊었다. 맞다. 당신도 초보였다. 모두 초보인 시절이 있었다. 그들도 초보 시절을 관통하는 중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언제든 '처음'을 쉽게 맞이한다. 

  사회생활에서 상식적으로 통용(경계가 모호하지만)되는 범주안에 들어오기까지는 분명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잘 모르고 미숙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도 'MZ'라는 용어 안에 꾸역꾸역 집어넣어 버린다면 다양함을 받아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영영 허용되지 않을 것만 같다. 나와 다른 문화를 접하고 성장해 온 신인류인 그들은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모국어를 나누는 외국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친구들을 보며 나의 초보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나 또한 신규자 시절에는 '요즘애들이란~'소리를 들을 법한 행동을 많이 했었고, 지금도 내 선배들에게는 그렇게 비추어지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에 대한 자아(?)가 형성되기 전에 기성세대들로부터 굳이 귀담아들을 필요 없는 껍데기 같은 철학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땐 그것이 진실인양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르며 나만의 경험이 만들어낸 거름망이 그런 껍데기들은 말끔하게 걸러낸 것 같다. 그래서 후배들이 고민을 이야기할 땐 괜스레 해결책이랍시고 나의 편협한 사고를 해답인양 들이밀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늘 기저에 깔려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무의식이 내뱉는 껍데기 철학 폭격을 나의 후배들도 맞지 않았을까라는 진지한 고민을 3초 정도 해본다. 그리고 김영하 작가가 하는 "그 말을 새겨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에 힘을 싣고 싶다. 덧붙여 힘이 없기에 당하는 부당한 일에 크게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나의 후배들도.

모든 사람들은 살아있음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의 파고속에서 쓰러지고 다치기를 반복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들. 혹자의 거창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태도도 결국 소소하게 꿰어지는 평범한 너와 나의 일상과 맥을 나란히 하는 것이므로, 견뎌내는 삶 자체로 응원받아 마땅한 태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참 괜찮은 태도'는 우리 모두 이미 갖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9
종이책 참 괜찮은 태도 평점10점 | b*****o | 2022.10.06 리뷰제목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기를..." 이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 속에 맴돌았다. 책 표지에 적힌 문장인데, 이 문장을 접하는 순간 아차 싶었던 일들이 떠올라 죄책감이 들었고, 앞으로는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 한 문장의 파급력이 대단했던 만큼, 책 속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큰 울림을 주어 읽는 내내 마
리뷰제목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기를..." 이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 속에 맴돌았다. 책 표지에 적힌 문장인데, 이 문장을 접하는 순간 아차 싶었던 일들이 떠올라 죄책감이 들었고, 앞으로는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 한 문장의 파급력이 대단했던 만큼, 책 속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큰 울림을 주어 읽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삶을 하루하루 버텨 나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퇴근 후, 하루 종일 내 신경을 건들였던 동료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괴로웠던 순간이 있었다. 참 철없는 생각이지만, 확 그만둬 버릴까 라는 생각도 순간 스쳐갔고, 남들에겐 별일 아닌 일로 인해 생을 마감해버리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잠시나마 이해가 되어 마음이 갑갑했다. 그때 이 책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을 해온 저자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과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사람과 부대끼며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사람 냄새가 진동했다. 가슴이 아려왔다가 이내 몽글몽글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고, 울고 웃으며 책 한 권을 읽었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도 고요해졌다. 거칠게 일던 파도가 잠잠해지며, 파랗고 광활한 태평양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과 같은 평화가 찾아왔다.

 

이 책은 총 7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챕터별로 8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좀처럼 여유를 갖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애를 쓰는 이웃들,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겪고도 상대를 용서를 하는 사람, 각종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고 간 여운 등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결국 우리를 살게하는 건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이란 생각이 든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eBook 구매 011_참 괜찮은 태도 평점10점 | s********d | 2022.11.25 리뷰제목
박지현 작가님의 < 참 괜찮은 태도 > 을 이번에 100%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서 감상하고 후기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일을 하며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태도 덕분에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남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흔들릴지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나에게도 전달해주는듯해서 지혜를 얻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리뷰제목

박지현 작가님의 < 참 괜찮은 태도 > 을 이번에 100%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서 감상하고 후기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일을 하며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태도 덕분에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남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흔들릴지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나에게도 전달해주는듯해서 지혜를 얻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나를 아끼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달 가장 알찬 도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참 괜찮은 태도 / 박지현 / 메이븐 평점10점 | f********1 | 2022.11.05 리뷰제목
그녀는 담백하게 썼는데,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다큐멘터리 3일', '유 키즈 온 더 블럭' 둘 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에서 사람을 존중하는 따뜻한 시각이 느껴지다니 신기한 일이다. 저자는 15년 넘게 카메라를 들고 길 위에서 수많은 현자들을 만났다. 세상에는 얼핏 아는 것 같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많은 곳들이 존재한다. 교도소,
리뷰제목

 

그녀는 담백하게 썼는데,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다큐멘터리 3일', '유 키즈 온 더 블럭' 둘 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에서 사람을 존중하는 따뜻한 시각이 느껴지다니 신기한 일이다. 저자는 15년 넘게 카메라를 들고 길 위에서 수많은 현자들을 만났다. 세상에는 얼핏 아는 것 같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많은 곳들이 존재한다. 교도소, 소록도, 조선소, 해병대, 알래스카, 국과수 부검실, 청와대, 인천공항 관제탑 등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부터 험지까지 취재했고, 덕분에 누군가의 인생에 큰 의미가 되는 순간들을 함께했다. 거리의 철학자들에게 배운 삶의 태도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5년 넘게 원고를 붙잡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손이 떨릴 정도로 두려워서 울먹거리고 있는데, 간호사나 의사들은 전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데, 의료진들은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다큐멘터리 일을 하며 이전에는 몰랐던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생각보다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의사의 입장에서 일상을 함께해 보니 환자로 왔을 때와는 다른 것들이 보였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불안한 마음에 거듭 질문을 하는 환자의 말을 끊는 의사가 냉정하게만 보였는데, 의사의 입장이 되어 보니 때론 냉정함이 다수를 위한 현명한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갈치 시장에서 할머니가 앉으시는 낮은 의자에 앉아보니, 어떻게든 생선 하나 팔겠다고 손님은 붙잡고 안 놔주는 시장 할머니들의 억척스러움이 이해되고, 할머니한테 붙들려 생선을 강매당해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고 웃어넘길 여유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서운함이 오해나 착각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속내를 알게 되자 화가 나거나 서운하거나 억울한 일들이 훨씬 줄어들었다." 나도 가끔,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봐야겠다.

 

한참 더운 여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창밖을 보았다. 보도블럭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시는 분들이 보였다. '더운데 일하시느라 힘드시겠다'라는 섣부른 생각과 '땡볕에서 일하지 않고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앉아 있다니 나는 참 감사하구나'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작가는 "상대방의 삶을 살아 보지 않고서 함부로 그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그런 시선을 보내는 것 자체가 잘못된 편견일 수 있다. 상대가 원하는 건 섣부른 동정의 눈길이 아니라 그 어떤 편견도 없는 시선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온몸을 덮는 작업복과 용접의 불꽃까지 더해져 땀으로 범벅되어 있는 용접 기술자에게 "힘드시죠?" 라는 말 대신 "멋있으세요"라는 말을 건네야 했다고 말한다. "온몸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 후 마시는 물맛을 못 느껴 본 내가 어떻게 감히 저 고생을 동정할 수 있을까"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만난 사람. 그는 '실패의 두려움이나 사업에 인생을 건 후회는 없냐'는 질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다'고 대답한다. "저희 어머니 치료비로 3,500만 원이 들었어요. 그때가 마침 IMF가 터졌을 때였고 그 돈이 저희 가족의 전 재산이었죠. 하지만 전부를 걸었는데도 살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때 전부를 걸었다는 것, 최선을 다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고요. 결과가 어떤든." 나 또한 성공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도전을 하고,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도전을 꺼리는 스타일이다. 작가님처럼 '불확실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기분 좋은 간결함'을 느끼며,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자기의 선택을 믿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는 간결함'을 갖고 싶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하루도 쉬지 않고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평생 일만 했다는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세상에 태어나 복이 많구나, 고생했어도 복이 많구나, 건강하게 일했으니까" 작가는 '인생의 시련과 고통을 온전히 자신을 몫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온 사람만이 가지는 저 깊이'를 어떻게 헤어릴 수 있겠냐면서, 마치 할머니가 '70년 넘게 험난한 고통의 바다를 헤처 오며 삶을 꿰뚫는 지혜를 터득한 거리의 현자'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결론은 그냥 한번 사람을 믿어 보고 싶어졌다는 것. 세상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기꺼이 마음을 나눠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기를..."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멋지다면 쉽지 않고, 쉽다면 멋지지 않을 것이다." - 밥 말리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깍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님

 

"'최후의 최후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가려 발버둥 치는 자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자'라고 말했다. 한없이 나약하고 일평생 엄살만 부리다가 죽는 사람을 '사이비 산 자'라고 했다. 조금만 힘들어도 불평을 쏟아 내고, 부드러운 말만 듣고 싶어 하고, 사실은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핑곗거리부터 생각하는 사람은 진짜 살아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17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5점 9.5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