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페이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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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8.8 (15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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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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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치밀한 구성과 탁월한 감각에 감탄하는 평점9점 | r*********s | 2019.06.14 리뷰제목
살의에 도달하는 분노나 누군가를 죽이게 되는 감정은 기억보다 이전에 속하는 곳, 아주 어린 유년기 세상에서 학대와 혹사를 당하는 가운데 오랜 세월에 걸쳐 생겨나고 결국에는 폭발한다. 가끔은 엉뚱한 상대를 향해 폭발하기도 한다. (62쪽) 의사를 전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말이다. 상대의 눈을 보고 직접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감정에 따
리뷰제목

살의에 도달하는 분노나 누군가를 죽이게 되는 감정은 기억보다 이전에 속하는 곳, 아주 어린 유년기 세상에서 학대와 혹사를 당하는 가운데 오랜 세월에 걸쳐 생겨나고 결국에는 폭발한다. 가끔은 엉뚱한 상대를 향해 폭발하기도 한다. (62쪽)

 

의사를 전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말이다. 상대의 눈을 보고 직접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감정에 따라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를테면 큰소리를 내 거나 욕설이 나오거나 조리가 맞지 않는다. 그럴 때 말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다. 잠깐 호흡을 고르며 말을 멈춘 후 상대의 입장을 듣고만 있거나 편지나 문자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은 대화의 단절이다. 스스로 입을 닫거나 극도로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을 때 말을 잃어버린다. 후자의 경우는 자발적인 게 아니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남편을 잔혹하게 죽인 아내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대체로 전자의 경우라 생각할 것이다. 묵비권을 행사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있는 게 아내뿐이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의『사일런트 페이션트』속 아내 앨리샤의 이야기다.

 

화가인 앨리샤는 남편을 죽인 후 자해를 시도했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6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살해 동기를 밝히거나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상태지만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심리상담사 테오와 만났다. 여타의 의사나 치료사에게 그랬듯 앨리샤는 테오를 폭행하고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는다. 소설은 앨리샤와 테오의 목소리를 교차로 들려주면서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과거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행으로 상처를 입은 테오는 상담을 통해 치유를 받으면서 상담사의 길을 선택했다. 앨리샤에게도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 직감한 그는 주변 인물과 연락을 시도한다. 단순 치료를 위한 만남일까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앨리샤에 대해 탐문한다. 앨리샤와 테오가 상담을 하는 장면은 짐작할 수 있듯 테오 혼자서 말을 하는 게 전부다. 마치 삶을 포기한 듯한 앨리샤는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심리상담사 테오의 상담 과정이나 그의 생각을 읽노라면 마치 내가 상담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앨리샤의 고모와 사촌, 동료, 친척, 이웃을 통해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과 함께 죽으려 했다는 걸 확인한다. 어쩌면 테오의 치료가 보통의 환자(내담자)를 상대하는 그 이상으로 앨리샤에게 매달리는 게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자신과 같은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어머니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고통,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상태, 그것을 테오는 소설에서 ‘사랑받지 못했던 고통’이라 설명하는데 무척 강하게 다가왔다. 자아, 가치관의 씨앗이 자라는 유년시절의 기억과 슬픔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으므로.

 

갑자기 아이 모습의 내가 떠올랐다. 불안감에, 온갖 공포와 온갖 고통을 끌어안은 채 터지지 직전인 아이. 끝도 없이 서성거리고 가만히 있지 못하면서 두려워하는 모습. 혼자서 미치광이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견뎌내는 아이. 얘길 할 사람은 없었다.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앨리샤는 나와 비슷하게 절망적인 기분이었을 것이다. (253쪽)

 

앨리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일기장의 기록은 예술가의 고뇌와 그녀의 심리적 상태를 잘 보주는 것으로 이 소설에서 결정적인 단서이자 증거로 매우 중요한 물건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탁월한 감각에 감탄하는 장면이 있는데 앨리샤가 일기장을 숨겨놓은 곳 역시 그러하다. 작가 알렉스 마이클리디스의 첫 소설이라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 의사였던 누나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곳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해도 말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끝까지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몰입도가 최고인 소설이다. 상상할 수 없는 반전은 두말할 것도 없는 만족도를 선사한다. 진정한 심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4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1 댓글 66
종이책 『사일런트 페이션트』탄탄한 스토리, 압도적인 심리학 스릴러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9.06.17 리뷰제목
우연찮게 연이어 추리소설을 읽게 되었다.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 심리 스릴러였다.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와 비슷한 제목의 소설, 더군다나 저자의 첫 소설이기도 한데 남편에게 다섯 발의 총을 쏘고 살인범으로 잡힌 화가와 그녀의 침묵에 맞서 마음을 열어보려는 심리 상담가의 글이 무척 궁금해졌다.  남편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우발적
리뷰제목

우연찮게 연이어 추리소설을 읽게 되었다.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 심리 스릴러였다.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와 비슷한 제목의 소설, 더군다나 저자의 첫 소설이기도 한데 남편에게 다섯 발의 총을 쏘고 살인범으로 잡힌 화가와 그녀의 침묵에 맞서 마음을 열어보려는 심리 상담가의 글이 무척 궁금해졌다.

 

남편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우발적 살인이든, 계획적인 살인이든 자기를 변호하기 마련이다. 자기가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고 여러 정황상 또는 증거물에 의해 살인을 했다고 해도 심리 상담가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가 관건이다.

 

남편 가브리엘에게 다섯 발의 총을 쏜 뒤 앨리샤는 침묵에 빠져든다. 어느 누구에게도 입을 열지 않는다. 범죄 심리상담가인 테오 파버는 앨리샤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수감된 그로브 정신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고자 한다.

 

소설은 앨리샤의 일기와 테오의 심정이 담긴 1인칭 시점의 글이 교차되어 진행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앨리샤와 테오가 사랑하는 아내 캐시에 대한 것, 어릴적 상처와 트라우마로 역시 상담을 받고 있는 내용이었다.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테오가 바라보는 앨리샤에 대한 모든 것이 나타날 것 같았지만 예상과 달리 테오의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테오이므로 테오의 시선에서 앨리샤를 바라보게 된다.

 

 

 

소설에서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알케스티스'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알케스티스의 남편 아드메토스가 이승에서의 명이 다하여 죽게 되었을 때 그를 대신해 죽을 사람이 나타난다면 다시 한번 이승의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했을 때 알케스티스가 그를 대신해 죽겠다고 했다. 헤라클레스에 의해 죽은 알케스티스가 다시 살아났다. 이 이야기는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제대로 드러나는데 결국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동물인가 싶어 씁쓸하다. 

 

마음속 깊이 자리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심리 상담으로 치료 효과를 보았다고 여겼기 때문에 테오는 앨리샤 또한 자기에게 마음을 열어 말을 할 수 있게 될거라 여겼다. 심리 상담가가 아닌 마치 형사처럼 사건에 파고들며 앨리샤 주변 인물들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모두들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슬쩍 빼거나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은 건너뛰는 것을 보며 이게 인간의 본심인가 싶기도 하다. 내게 불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여긴 부분만 말하는 식이다.

 

앨리샤가 침묵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언가 다른 기대를 했었다. 변한 것은 없고, 인간의 감정은 이처럼 자기 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자기의 가정을 지키려 했던 행동이 도리어 누군가를 죽게 만들 수도 있었고, 결국엔 자신 또한 감정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중요한 하나를 얻으려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만 형국이랄까. 영원히 묻히길 바랐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고 만다. 탄탄한 스토리와 압도적인 몰입감, 인간의 감정때문에 씁쓸한 여운을 길었던 작품이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8
종이책 [사일런트 페이션트 완전체 리뷰] 자신의 약점이 최대 무기로! 평점10점 | h******o | 2019.08.06 리뷰제목
1."아기를 가졌으면 해."금방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깜짝 놀라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렇지만, 당신은 아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잖아. 당신이…….""그건 잊어. 마음이 바뀌었어. 함꼐 아이를 키우는 거야. 당신 생각은 어때?"가브리엘은 내 대답을 기다리며 기대에 차서 희망을 품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좋아." 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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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기를 가졌으면 해."

금방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깜짝 놀라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당신은 아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잖아. 당신이……."

"그건 잊어. 마음이 바뀌었어. 함꼐 아이를 키우는 거야. 당신 생각은 어때?"

가브리엘은 내 대답을 기다리며 기대에 차서 희망을 품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나는 말했다. "그래, 나도 좋아……."

우리는 서로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려고 웃었다.

- p.173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데 엘리샤는 남편을 왜 죽였을까? 아니, 왜 죽였다라고 우기는 걸까? 엘리샤는 수감되었고, 상담을 받는다. 그를 상담하는 건 테오. 그러나, 엘리샤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엘리샤는 정말로 남편을 죽인 것일까? 그녀는 왜 입을 열지 않는 것일까?

 

 

2.

가브리엘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철썩 때리든지 할퀴고 싶었다. 그이를 때리고 깨물고 테이블 위로 던지고 '당신은 빌어먹을 미친 년으로 생각하지만 난 미치지 않았어, 난 절대 미치지 않았다고!'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가브리엘의 손을 꼭 잡았다.

"알았어, 여보.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할게."

- p.282

 

그렇다면, 엘리샤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쯤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엘리샤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엘리샤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왜 말하지 않는지, 진범은 누구인지가 마지막 장에 가서야 밝혀진다는 사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엘리샤가 아닌, 또다른 "나"가 누구인지가 마지막에 밝혀진다는 사실. 그래서, 이 치밀한 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번의 정독만으로는 힘들다는 사실. 그래서,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언젠가 다시 읽어보리라 결심을 하게 된다.

 

3.

그렇게 된 거였군. 엘리샤 베런슨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얼굴 없는 침입자가 집에 들어왔고, 아무런 동기 없는 악의적 행동으로 가브리엘에게 총을 쏴 그를 죽이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앨리샤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 p.356

 

진실 속에 숨은 가면, 가면 속에 숨은 진실, 그것을 밝히기 위해 무언가를 집요하게 한다는 것이 어쩌면 가상한 일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여다본 속사정의 내면은 어쩌면 추악하다 못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사악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만의 진실게임은 어디에서 가면이 벗겨질까.

 

4.

상담 치료의 목표는 과거를 바르게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역사와 맞서서 슬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 엘리스 밀러 (p.295)

 

내가 특히 장편 스릴러나 미스터리 작품의 리뷰에 대해 1차 리뷰를 먼저 남기고 한참 후에 최종적으로 완성된 리뷰를 남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조금 이른 시기에 결론까지 다 읽고 리뷰를 남기면 마음대로 내 글을 쓰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론까지 말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올라와서. 그래서, 완전체 리뷰를 최대한 늦춰서 쓰는 이유가 있기도 하다.

 

『사일런트 페이션트』에서 맞서는 진실. 엘리샤는 자신의 역사와 맞서서 슬퍼하기도 하지만, 최대한 자신의 약점(수감된 신분이라는)을 이용해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다. 그 점이 이 작품에서 최대로 치밀한 점이다. 결국, 진실은 밝혀지고 엘리샤는 자신의 무기를 강점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한다. 아! 결국은 자신의 약점이 최대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 얼마나 가슴뭉클한 얘기인가!

 

5.

여름, 스릴러를 읽기엔 제격인 시기. 심리스릴러는 처음에는 밋밋한 듯,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최대로 고조되기에, 그 분위기에 도취되어 심리스릴러를 자꾸 찾게 된다. 엘리샤의 기막힌 한방을 기대하며 읽어가는재미, 두번째로 읽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도 그 한방이 내게 큰 시원함을 선사할 것 같다. 시원한 한방. 엘리샤가  그 한방을 위해 지었던, 알듯 모를 듯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 미소가 있는 페이지가 어디에 있는지 표시를 해놓지 못해 생략한다. 그 미소가 있는 페이지를 찾는 기쁨도 함께 즐기시기를....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1차 리뷰를 먼저 작성한 후,

최종적으로 남기는 완전체리뷰임을 밝힙니다 -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10
종이책 모든 베스트 셀러에는 이유가 있다 - 사일런트 페이션트 평점10점 | h*****h | 2019.06.26 리뷰제목
베스트 셀러가 되기란 여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작품자체의 매력과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출판사의 대대적인 홍보, 서점직원들의 판매를 위한 부단한 노력, 저자가 그간 출간해온 인기작품들이 만든 쌓아온 명성인 ‘이름값’이 있어야만 한다. (아무것도 해당안되면 ‘문학상’ 후보에라도 올라야만 한다) 여기, 그 모든 것을 가뿐히 뛰어넘고 보란 듯이 ‘작품의 매력’ 그 재미하
리뷰제목

 

베스트 셀러가 되기란 여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작품자체의 매력과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출판사의 대대적인 홍보, 서점직원들의 판매를 위한 부단한 노력, 저자가 그간 출간해온 인기작품들이 만든 쌓아온 명성인 ‘이름값’이 있어야만 한다. (아무것도 해당안되면 ‘문학상’ 후보에라도 올라야만 한다) 여기, 그 모든 것을 가뿐히 뛰어넘고 보란 듯이 ‘작품의 매력’ 그 재미하나로만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 있다. 출간 즉시 15주 연속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라는 기염을 토한, <사일런트 페이션트>이다.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의 조건을 다시 쓴, 스릴러 소설이다. 왜냐, 장기집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점이다. 어느날 남편을 살해한 화가, 그녀의 입을 열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 범죄심리상담가. 소설 <살인자들의 섬>, 영화 <돈세이워드>가 떠오르는, 얼핏 보면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내용. 과연,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걸까?

 

 

‘이제 알 수 있었다.

나는 절대로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내 모든 희망은 꺾이고 모든 꿈은 부서져 아무것도 전혀 남지 않았다.‘

 

 

 

- 남편을 총으로 쏴버린 여인, ‘침묵의 환자’ 앨리샤

그런 희대의 악녀이자, 천재화가인 그녀의 입을 열려는 상담가 테오. ‘진실은 무엇인가?'

 

아내이자 화가인 앨리샤는 행복한 여자였다. 그의 남편은 유명 사진가로 그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해주는 남자였으며, 경제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었다. 둘은 화려한 예술가부부로 살아갔다. 바로 그날이 있기 전까진 말이다. 어느 날, 앨리샤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 가브리엘을 죽인다. 그의 얼굴에 다섯 발이나 총을 쏴버린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것. 경찰이 출동할 당시, 남편의 시신은 손과 발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있었고, 아내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채, 그 앞에 피를 흘리고 서있었다. 심지어 총에는 그녀의 지문뿐. 정황과 증거는 모두 그녀를 가리켰고, 진술만이 남은상태. 하지만 앨리샤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말대신 손으로 무언가를 대답한다. 재판을 하기 전, 자택에 구금된 앨리샤가 한 작품을 완성한다. 그 작품으로 인해, 대중은 그녀가 남편을 살해한 잔혹한 살인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녀는 '자화상'을 그렸는데, 그 모습은 남편을 죽인 뒤, 나체로 피를 흘리며 서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제목은 ‘알케스티스’. 어떤 아내가 남편이 죽은뒤 아무렇지 않게 그림을 그릴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희대의 악녀’가 되었고, 남편을 죽인 아내의 그림은 높은 가격으로 치솟았다. 재판부는 그녀의 오래된 정신병 이력으로 정신질환 범죄자로 결론내렸고, 앨리샤는 감호병원에 수감된다. 그리고 6년후 어두운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 사건에 매료된 범죄 심리상담가 테오는 앨리샤의 입을 열기위해 감호병원의 의사로 지원한다. 자신의 과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호기심과 열망에 사로잡힌 그는, 앨리샤의 담당심리사가 되고, 그날의 진실로 다가서는데...

 

 

 

- 모든 힌트는 이미 주어졌다 ‘알케스티스’.

끊임없는 혼란에 빠트릴 놀라운 교차서술의 심리스릴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반전’

 

<사일런트 페이션트>는 서스펜스를 만들어가는 놀라운 심리묘사,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두 인물의 교차서술, 그리스비극과 연관된 소재를 활용한 지적연계, 저자가 정신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만들어낸 소설속 환경의 사실성까지. 모든 조합들이 제 자리에서 역할을 해내며,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반전으로 결말을 선사하는 ‘심리 사이코 스릴러’이다.

 

<사일런트 페이션트>를 읽다보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알케스티스’라는 자화상 제목이 언급된다. 이것은 그리스비극에 등장하는 한 여인의 이름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커다란 단서로 적용한다. 잠시 신화를 언급하면 이렇다. 아드메토스는 운명의 신에게 죽음은 선고받지만, 아폴로에 의해 구원받을 방법을 찾아낸다. 그것은 다른 이를 설득해, 그가  자신 대신 죽어 지옥에 갈 경우, 본인은 구제 받을 수 있다는 것. 아드메토스는 자신의 부모에게 죽음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이를 본 그의 아내 알케스티스가 기꺼이 스스로의 목숨을 내놓는다. 그녀는 지옥에 가게되나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다시 죽음에서 살아돌아오지만, 기쁨과 눈물을 보이는 남편에게 단 한마디 말 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예상이 되는가? 알케스티스는 곧 앨리스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처럼 사일런트 페이션트는 처음부터 실마리를 내놓는다. 하지만 앨리샤의 시점과 테오의 시점, 과거 정신병 이력이 있는 살인피의자와 자살경험이 있고 알 수 없는 호기심으로 매료된 심리상담가의 교차서술은, 이 실마리에 대한 ‘확신’과 ‘의심’을 반복하게 만든다. 읽는 내내 둘중 누가 진실에 이르고 있는지, 또한 앨리샤의 일기의 내용과 테오가 조사한 주변인물의 진술들이 왜 엇갈리는지, 심지어 이 혼란들은 겹겹이 쌓여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것을 넘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기묘한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이 소설, 어렵다 재밌다 대단하다! 여태 보아온 심리스릴러와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이 있다. 인간의 욕망, 광기, 이기심, 사랑이 복잡하게 뒤엉켜, 그 어두운 심연의 그림자를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 그리고 그 떠오른 수면위에서 순식간 모든 것을 뒤엎어오는 해일같은 반전이 있다. 이 책을 읽어보자. 모든 베스트셀러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게 될 것이다.

 

+@  그리스비극을 이용한 실마리 제공은 인간의 내면을 어둡고 심층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주제와 연계되, 지적 호기심과 스릴러적 만족감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정신적으로 부정확한 두 인물, 진실을 향해 문을 닫은 자와 그 문을 열려는 자, 비슷한 성향이 있지만 다른 목표를 가진 두 인물의 기교넘치는 교차서술은 커다란 초반 실마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여운과 반전의 결말까지, 버릴게 없는 소설이다.

 

 

 

*이 리뷰는 예스24리뷰어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1
종이책 [사일런트 페이션트] 가볍게 그러나 진지하게. 평점10점 | h******o | 2019.06.20 리뷰제목
1.그이는 계속 잔소리를 했지만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글을 쓰라면서 이 작은 노트를 주었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두껍고 하얀 백지가 묶인 노트. 나는 첫 번째 페이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연필을 뾰족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p.13 가벼워지고 싶었다. 한없이 한없이. 무언가에 부담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내
리뷰제목

1.

그이는 계속 잔소리를 했지만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글을 쓰라면서 이 작은 노트를 주었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두껍고 하얀 백지가 묶인 노트. 나는 첫 번째 페이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연필을 뾰족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 p.13

 

가벼워지고 싶었다. 한없이 한없이. 무언가에 부담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내 인생이 아님을 알았기에. 리뷰쓰기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즐기면서 읽으라고 <서평단 당첨>순간부터 1차리뷰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지려고 한다. 그래, 이거 1차 리뷰다. 조금 더 오래 즐기고 싶어 쓰는 리뷰다. 그러니까, 내게 내용설명을 기대하지 마시라~ ㅋㅋ. 나는 그냥, 내용설명 안 할거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지금 현재, 침묵을 지킬 것이다. 그럴 것이다.

 

2.

디오메디스는 앨리샤가 미쳤다고 말하고 있었다.

앞뒤가 맞는 설명은 그것이 유일했다. 도대체 왜 사랑하는 남자를 의자에 묶고 바로 앞에서 얼굴에 총을 쐈겠는가? 그러고도 후회의 기색 없이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입도 열지 않는다? 미친 것이 당연했다.

- p.26

 

앨리샤는 미친 것일까, 아니면 계획적인 것일까. 어쩌면, 어느 정도 미쳤다고 해도 분명 일말의 의도는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인생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때, 때로는 신을 의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이 나를 돕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한번 가보는 거야, 그곳이 어딜지라도! 앨리샤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3.

정신벙원에 그로브에 수감된 사람.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진짜 죄인지 아닌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살인이나 폭력은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러나 그럼에도 그래야만 헀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상황. 이해와 수용은 다르다는 의미. 이해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상황. 과연, <사일런트 페이션트>에는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까요. 그리고 그들의 상황 속에서 어떤 주제가 드러날까요. 삶은 미궁으로, 책은 현실로, 서평은 단단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어울리게 만들어지는 멋드러진 스릴을 꿈꾸며. 서평 소망합니다. 

 

서평을 신청했을 때 나의 댓글이다. 서서히 드러나야만 하는 앨리샤의 실체는 오히려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주제는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느낌도 든다. 

 

4

멍청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놈 같으니, 무슨 짓을 한 거야? 엘리샤를 너무 멀리, 너무 강하게, 너무 급하게 몰아붙였어. 끔찍할 정도로 전문가답지 못했어. 빌어먹을 정도로 서툰 짓이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밝혀버렸잖아. 그러나 그건 엘리샤가 상대방을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그녀의 침묵은 거울과 같았다. 상대방을 거울처럼 비춰 보여준다.

그리고 그건 가끔 보기 흉한 모습이다.

- p.130

 

드러나지 않는 실체와 드러내기 싫어하는 정체. 그 실체와 정체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은 서로가 서로에게 불신하는 사회, 또한 때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무언가를 숨길 필요도 있음을 역설하는 듯 하다.  나는 숨길 것 없다, 하는 사람이 오히려 숨길 게 많음을 직시하게 되는 현대. 그 현대란 미물에게서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은근한 폭력. 그 폭력을 어쩌면, 사일런트 페이션트는 침묵이란 주제를 통해서 드러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5.

 

사람의 실체를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객관적으로 먼 발치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사일런트 페이션트』, 그러니까 실어증 환자. 어쩌면, 나 역시 실어증 환자일지도 모른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세상에서,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살고 있으니. 『사일런트 페이션트』에는 어떤 삶이,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 삶의 끝에도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오늘은 작기만 한 나의 소심한 리뷰를 마친다. 내일은 극찬할 얘기, 극찬할 리뷰, 극찬할 글이 써질 수 있기를 바라며.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해냄출판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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