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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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리뷰 총점 9.3 (884건)
분야
소설 > 추리/미스터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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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용서받지 못한 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4.02.07 리뷰제목
가끔 뉴스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살리고 대신 아빠나 엄마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살아남은 아이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까 하는. 아버지나 다른 누군가의 목숨 대신 살아간다는 것. 살아서 감사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그때 죽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아파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양가감정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
리뷰제목

가끔 뉴스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살리고 대신 아빠나 엄마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살아남은 아이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까 하는. 아버지나 다른 누군가의 목숨 대신 살아간다는 것. 살아서 감사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그때 죽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아파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양가감정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존재할 것 같고, 미안한 생각이 들 것도 같고, 심리적인 압박감이 인생 전반을 짓누르는 기분이 들 것도 같고.

 

주인공 유키히토에게 고향은 어머니가 의문사하고 아버지가 살인 누명을 썼고, 누나가 번개에 맞아 불구가 된, 그래서 좋은 기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곳이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 고향에서의 일을 잊었다고 생각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유키히토의 딸은 이제 스무 살이 되었고, 그에게는 비밀이 있다. 바로 딸 유미가 네 살 때 아내를 죽였다는 것. 이사를 하고 아무도 모르게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15년 전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람에게서 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온다. 이 협박 전화로 유키히토의 일상은 다시 비극으로 물든다. 심지어 딸 유미는 아빠의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고향에 도착하니 지난 일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31년 전 누군가에게 폭행당한 채 숨지고, 이후 어머니를 폭행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마을 유지 네 명이 독극물을 마시고 숨을 거두거나 중태에 빠진다. 용의자는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는 완벽한 알리바이로 범인에서 제외. 아내의 복수를 하고 싶었던 남편과 딸의 죄를 덮고 싶은 아버지. 30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온 두 아버지의 슬픈 사연. 어머니를 죽인 사람은 누구고 아버지는 과연 복수한 것일까? 그리고 자신을 협박하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30년 전 사건과 현재의 사건. 아버지가 되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두 아버지의 이야기.

 

사연 많은 사람의 인생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은 없겠지. 부모는 그런 존재 같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외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한결같은 건 자식들이 모두 잘 되면 좋겠다는 바람. 평범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내 아이를 위협하는 어떤 것도 막아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인생에서 한 두 번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모는 아마 그 선택이 최선이라 생각되면 흔들리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을지도. 무덤까지 가지고 갈 비밀일지라도. 미치오 슈스케의 책을 찾아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은 찾아서 읽고 있는데 나름 매력적이다. 다만 이 책은 살짝 지루한 면도 있다. 너무 길게 늘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나 할까? 차라리 간결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의 문장도 좋은데 말이다. 그래도 소재나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니까.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만날지 모르겠지만 다음이 기대되는 작가의 책이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2
종이책 [용서받지 못한 밤]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c********i | 2023.02.07 리뷰제목
♣♣♣   * 발행일 : 2022년 3월 17일 * 페이지 수 : 424쪽 * 분야 : 스릴러 소설 / 일본 소설   * 특징 서로 다른 두 사건이 엮이며 펼쳐진다   * 추천대상 1.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2.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미스터리·스릴러를 찾는 사람   ♣♣♣     주인공 유키히토는 오래전 아내를 잃고 딸 유미를 홀로 키워왔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리뷰제목


 

 

♣♣♣

 

* 발행일 : 2022년 3월 17일

* 페이지 수 : 424쪽

* 분야 : 스릴러 소설 / 일본 소설

 

* 특징

서로 다른 두 사건이 엮이며 펼쳐진다

 

* 추천대상

1.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2.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미스터리·스릴러를 찾는 사람

 

♣♣♣

 

 

주인공 유키히토는 오래전 아내를 잃고 딸 유미를 홀로 키워왔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얼마 전 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15년 전 아내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고, 돈을 내놓지 않으면 딸에게 그 비밀을 모두 폭로하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사실… 그의 아내는 오래전 딸아이 때문에 사고를 당해 죽었고, 아이가 받을 충격과 상처를 생각해 이 일은 비밀로 덮어 두기로 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곳을 떠나 이사도 왔고, 철저한 입단속으로 주변의 누구도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런 전화가 걸려오는 걸까. 그리고 협박범은 대체 누구일까.

 

유키히토는 협박범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고 싶기도 했고, 정말로 어딘가로 떠나고 싶단 마음도 들었던 차에 자신의 누나와 딸과 함께 어린 시절 살았던 고향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그런데 그곳으로의 여행은 지금 그를 괴롭히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떠났지만, 과거 해결되지 못한 사건을 파헤치게 된 그들.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던 과거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아빠도, 고모도,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옛날에 살았던 곳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안 하니까 궁금해.”

그 마을은 나와 누나의 고향이다.

30년 전, 아버지와 함께 도망쳐 나온 곳이다.

일찍이 하타가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미는 모른다. 나, 누나, 아버지 모두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우리 셋끼리도 그 사건을 입밖에 내지 않았고, 여기 사이타마현으로 옮겨 온 뒤로 지금껏 잊은 척하며 살아왔다. 유미가 알고 있는 사실은 단 하나, 30년 전에 번개를 맞는 바람에 누나의 몸이 이렇게 됐다는 것 뿐이다. 】 (p. 42)

 

소설은 두 사건(아내의 사고에 대한 협박범과 고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범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나가면서 긴장감을 높여갔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머릿속에서 쫓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였다. 다만, 스릴러 장르답게 마지막 부분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반전을 보여주었지만, 반전이 생각보다 놀랍지는 않았고 풀어내는 방식도 앞부분에 비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진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적당하게 재미있는 소설을 기대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용서받지 못한 밤>의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의 대표 문학상을 휩쓴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은 결말 부분에 살짝 힘이 빠져 아쉽기는 했지만, 책을 덮은 뒤에 남는 여운에 무게가 있어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인상을 남겼다. 이 책은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릴러 ·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이에게,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에게 권해보고 싶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0
종이책 서른해가 흐르고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23.12.22 리뷰제목
이번 미치오 슈스케 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을 보니 예전에 본 소설 《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이 생각났다. 그 소설 본래 제목은 《바람 신의 손 風神の手》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본 것도 본래 제목은 《뇌신 雷神(라이진)》이다. 어떤 일이 다른 일을 불러왔다고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살다 보면 그런 생각할 때 있기는 하다. 자신이 한 일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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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치오 슈스케 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을 보니 예전에 본 소설 《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이 생각났다. 그 소설 본래 제목은 《바람 신의 손 風神の手》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본 것도 본래 제목은 《뇌신 雷神(라이진)》이다. 어떤 일이 다른 일을 불러왔다고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살다 보면 그런 생각할 때 있기는 하다. 자신이 한 일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하고. 그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그런 거 생각하면 뭐든 편하게 하기 어렵겠다. 지금 자신이 하는 게 시간이 흐르고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그건 그저 우연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기밖에는 생각나지 않지만.

 

 여는 이야기에서 사람이 죽는다. 그 일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다. 아빠를 생각하고 딸은 화분을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었을 뿐인데 그게 밑으로 떨어지고 차창에 부딪친다. 그 차는 아이 엄마를 치고 만다. 언뜻 보면 아이가 한 일 때문에 엄마가 죽은 것 같지만, 이것보다 먼저 아빠가 잘못했다. 어린 딸을 베란다에서 놀게 했으니 말이다. 거긴 발코니인가. 그래도 아빠인 후지와라 유키히토는 딸 유미가 베란다 난간에 둔 엉겅퀴 화분이 떨어져서 아내 에쓰코가 죽었다 여겼다. 누구 잘못이 아니기는 하다. 유키히토는 딸이 바깥에서 놀지 못하는 게 안 돼서 바람이 통하는 베란다(발코니)에서 놀게 했고, 유미는 엉겅퀴가 잘 자라면 아빠가 기뻐할 거다 여기고 화분을 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았을 뿐이다. 그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거 좀 억지스럽지 않나.

 

 가장 앞에 나온 이야기를 보면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유키히토 아내인 에쓰코가 밖에서 집에 온 다음, 잊어버리고 사지 못한 걸 다시 사러 간 거다. 그걸 다음날 사러 갔다면 좋았을 거 아닌가. 나라면 그날 못 샀다면 다음날 사거나 조금 쉬었다 나갔을 거다. 사고는 일어났다. 유키히토는 그날 유미가 한 일을 묻어두기로 했다. 열다섯해가 흐르고 누군가 유키히토한테 전화를 하고는 딸이 한 일을 딸한테 말한다면서,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 돈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모르는 척하기 어려울까. 유미는 끝까지 그 일을 모르기는 한다. 모르는 게 나았을지. 유미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유키히토는 자기 잘못은 생각도 안 한 느낌이다. 에쓰코가 없을 때 유미를 베란다에 나가 놀게 한 것과 유미를 혼자 두고 밖에 나간 일 말이다. 잠깐이라도 아이를 혼자 두면 안 되는데. 이런 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것뿐이다.

 

 소설에서 다루는 건 열다섯해 전 일이 아니고, 서른한해 전과 서른해 전에 하타가미에서 일어난 일이다. 유키히토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는 서른한해 전에는 하타가미라는 곳에 살았다. 버섯이 잘 나는 곳으로, 축제가 있기 전날 어머니는 버석국(하타가미에서는 버섯을 버석이라 한다)을 끓이러 신사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가에서 찾았다. 어머니를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어머니는 숨을 거뒀다. 다음해 축제날엔 유키히토와 누나 아사미가 벼락을 맞고 병원에 실려가고, 마을 갑뿌(갑부를 갑뿌라 했다) 넷이 버석국를 먹고 두 사람은 죽고 두 사람은 살았다. 버석국에 독이 든 흰알광대버섯이 들어 있었다. 그 버섯을 유키히토 아버지가 버석국에 넣었다는 말이 있었지만 증거는 없었다. 아버지는 유키히토와 아사미를 데리고 그곳을 떠난다.

 

 지금 유키히토와 아사미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러 하타가미로 간다. 유미도 함께.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숨기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거 괜찮을까. 난 잘 모르겠다. 어떤 건 그때 아는 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한데. 숨기는 게 나은 일도 있기는 하겠지. 유키히토는 벼락을 맞고 기억이 사라진 걸 말했지만, 누나인 아사미는 그걸 숨겼다. 말 안 한다고 괜찮다고 여기다니. 서른해 전 일도 그렇지만 서른한해 전 일 유키히토와 아사미 엄마한테 일어난 일을 경찰한테 말했다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이듬해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때 유키히토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을 경찰에 말했다 해도 가해자는 벌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4
종이책 《용서받지 못한 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평점8점 | r*******n | 2022.03.24 리뷰제목
그 뒤의 기억은 몹시 뒤죽박죽이다. 지나가던 사람이 부른 구급차. 이명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 기묘한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구급대원들의 모습... 피투성이로 땅에 널브러진 에쓰코. 춤이라도 추듯 기묘한 방향으로 내뻗은 팔다리. 경차에서 내린 나이 든 여자는 망가진 기계처럼 온몸을 떨었다. 산산이 부서진 경차의 앞 유리창. 그 앞 유리창을 깬 물체는 박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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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의 기억은 몹시 뒤죽박죽이다. 지나가던 사람이 부른 구급차. 이명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 기묘한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구급대원들의 모습... 피투성이로 땅에 널브러진 에쓰코. 춤이라도 추듯 기묘한 방향으로 내뻗은 팔다리. 경차에서 내린 나이 든 여자는 망가진 기계처럼 온몸을 떨었다. 산산이 부서진 경차의 앞 유리창. 그 앞 유리창을 깬 물체는 박살 나서 아스팔트 위에 흩어졌다. 갈색 흙. 자홍색 꽃. 흰색 도자기 조각. 그 조각 중 하나에 ‘엉겅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내가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한 사이에 구급차는 달려갔다.       p.13~14

 

유키히토는 15년 전 아내가 죽은 뒤 딸 유미를 홀로 키워왔다. 그날 아내는 유미의 어린이집 등하원용 가방을 만들 천을 사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레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이 떨어졌고, 지나가던 경차 앞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면서, 그 차가 아내를 친 것이다. 그리고 그 화분을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려다 떨어뜨린 것은 바로 네 살 딸 유미였다. 사고 이후 유키히토는 딸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사고의 진상을 숨겨 왔다. 살던 동네를 떠나 이사를 했고, 사고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덮어버렸다. 그런데 15년 뒤,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비밀을 알고 있다고, 사고를 친 건 당신 딸이라고, 돈을 요구하는 그는 딸에게 전부 말하겠다고 그를 협박한다.

 

협박전화를 받은 뒤 불안에 떨던 유키히토는 대학교 기말 사진을 찍으러 하타가미에 가보고 싶었다는 유미의 말에 30년 전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으로 향한다. 협박자로부터 딸을 떼어놓고 싶었고, 오래 전부터 마음에 남아 있었던 과거의 의문을 낱낱이 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고향은 어머니가 의문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자신과 누나가 벼락을 맞았고, 독버섯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이 죽었으며, 아버지가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 조사를 받았던 기억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누나는 번개를 맞은 뒤 몸에 무참한 흉터가 새겨진 상태로 살아왔고, 유키히토는 당시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었으며, 사건과 관련된 사실들을 외면하며 살았다. 그리고 수십 년 만에 다시 돌아간 고향에서, 어쩌면 죽은 아버지가 정말로 살인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살의는 분명, 언제나 수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겁니다. 그 대부분이 살인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그저 운이 좋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아야네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았다. 하타가미의 하늘은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저 새의 그림자만이 울음소리도 없이 시야 가장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벼락처럼, 끌어들이는 요소와 응하는 요소가 우연히 맞닥뜨려서 살인이 일어나는 거겠죠. 약간의 불운이 살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거예요.”
이 불운의 시초는 뭐였을까.         p.419

 

유키히토는 딸과 누나와 함께 찾아간 고향에서 자신이 외면하고 살아왔던 일들에 대해 직접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석 달 전까지 살아 있었던 아버지가 종잡을 수 없이 모호한 존재로 기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행복한 추억을 수없이 쌓아 왔고, 자신에게 요리와 장사를 가르쳐주었던 아버지였는데.. 자신이 알고 있었던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난 30년간, 아버지가 독버섯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믿어 왔는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가슴속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그 믿음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딸에게 비밀을 밝히겠다며 협박했던 남자가 고향에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유키히토는 딸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끝내기로 한다.

 

진실을 끝까지 숨기는 건 얼마나 큰 죄일까. 몰라도 되는 일을 영원히 알지 못하게, 기억에서 지워진 행동을 영원히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죄일까.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숨기더라도 용서할 수 있는 것일까. 유키히토는 수십 년 전 고향을 떠날 때 아버지가 중얼거렸던 '난 틀리지 않았어'라는 말을 그제야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가족을 지켰다. 그게 올바른 행동이었는지 그른 행동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그 마음만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아들의 딸에 이르는 3대에 얽힌 비극은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시작되었고, 각자 그 진실을 모른 채로 시간이 흘렀다. 이 작품은 '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에 대한 흥미로운 미스터리인 동시에, 수십 년간 이어져온 슬픈 가족사를 그려내고 있는 먹먹한 가족 드라마이기도 하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번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도 놓치지 말자. 특히나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 '앞으로 내가 쓰는 작품들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과 애정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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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용서받지 못한 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7 | 2022.08.24 리뷰제목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용서받지 못한 밤 이라는 책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 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 할 수 있으니 읽으실때 주의 부탁드리겠습니다 추리소설 장르에서 왠지 일본 소설을 많이 읽게 되는데 역시나 특유의 일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 다운 책이었습니다.책을 읽으면서 저 스스로도 추리를 같이 하게 되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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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용서받지 못한 밤 이라는 책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 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 할 수 있으니 읽으실때 주의 부탁드리겠습니다
추리소설 장르에서 왠지 일본 소설을 많이 읽게 되는데 역시나 특유의 일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 다운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 스스로도 추리를 같이 하게 되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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