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좋다 : 29인의 작곡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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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좋다 : 29인의 작곡가를 만나다

29인의 작곡가를 만나다

리뷰 총점 10.0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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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대중문화 >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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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클래식 거장들 29인과 함께한 여행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l*****6 | 2021.03.11 리뷰제목
클래식의 사전적 의미는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이며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나는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넘쳐 해박하지도 않고 대중음악을 등한시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저마다 나에게 주는 감동 또한 다름을 안다. 좋은 클래식 곡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반복해서 듣는 단순한 감상
리뷰제목



클래식의 사전적 의미는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이며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나는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넘쳐 해박하지도 않고 대중음악을 등한시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저마다 나에게 주는 감동 또한 다름을 안다. 좋은 클래식 곡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반복해서 듣는 단순한 감상이지만 이 책 제목처럼 그냥 클래식이 좋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인지 딱히 클래식이 차별화된 음악이고 별스럽고 범접하기 힘든 음악이 아닌 그냥 일상의 음악처럼 여겨졌고 어린 맘에 음악에 대한 깊이를 이해하고 느꼈다기보다는 연주 실력을 빨리 성장시키는 것이 큰 목적이었고 주변에 나보다 더 피아노를 잘 치는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거장들의 천재적인 연주 실력에 대한 동경심이 클래식에 대한 나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 초보 아마추어 연습생의 마음에서 어느덧 나이가 들며 곡들이 전해주는 느낌이 좋았고 클래식 곡들을 만든 작곡가들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가지게 되었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이 어떠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도착하기 전부터 너무 기다려졌다.

 

음악 평론가인 저자 조희창은 작가의 성품이나 삶의 형태는 작품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며 클래식 음악을 좀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밝힌다. 월간 객석기자, 월간 그라모폰 코리아편집장, KBS 클래식 FM 작가, KBS 1TV <클래식 오디세이대표작가, <윤이상평화재단의 초대기획 실장 등을 맡았으며, 지금은 천안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외 여러 기관에서 음악 강의와 공연 해설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설 속의 거장>, <클래식 내비게이터>, <베토벤의 커피>, <조희장의 에센셜 클래식이 있다.

 


 

29명의 작곡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단락을 나누었지만 작곡가들의 태어난 연도순으로 정리가 되어 있기에 시대적인 흐름과 같이 이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이런 클래식 관련 서적의 트랜드인 QR코드 검색으로 작곡가 별로 6곡씩 유튜브로 명연주자의 영상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작곡가를 실제 주인공으로 하거나 작곡가의 음악이 주된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영화도 각 작곡가별로 29편이 소개되어 있기에 영화감상 시에도 참고할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클래식 지식이라고 하면 아마도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이라 불린다는 걸 떠올릴 것이다. 학창시절 정확히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왜 그렇게 불리는지는 궁금해하지도 않고 암기로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는 이 말의 의미를 알아보자.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독일)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 독일)은 같은 해 독일 태생인 것 외에는 여러모로 다른 성격의 작곡가였다. 바흐는 비록 가난했지만 유서 깊은 음악가의 집에서 태어난 반면 헨델의 아버지는 이발사, 의사, 와인 판매상을 다양하게 소화해내는 열정적인 사업가였다. 바흐는 두 번의 결혼과 스무 명이나 되는 자식을 낳았으나 현델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바흐는 귀족이나 교회소속으로 적은 월급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헨델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업가적인 기질로 크게 망한 적도 있지만 결국 이겨내고 재기했다. 바흐는 교회에서 일했기에 오페라를 제외한 곡을 대부분 썼지만 헨델은 오페라에 관심이 많았다. 바흐의 음악 세계가 엄격하고 절제되었다면 헨델은 명쾌한 어법과 극적인 진행으로 대중의 기호에 맞추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같은 안과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는데 둘 다 수술 후에 눈이 완전히 안보이게 되었다. 바흐는 시력을 잃은 그해에 세상을 떠났으며 한동안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작곡가였지만 헨델은 수술 후 몇 년 더 살며 당대 최고의 거장으로 칭송받으며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묻히는 영광을 얻었다. 헨델은 체구가 체구가 작고 뚱뚱하며 대식가였고, 술과 도박도 좋아하며 공연기획으로 거부가 되는가 하면 곧 파산하여 무일푼이 되는 둥 생활의 기복이 심했다. 바흐는 전통적인 대위법을 죽는 날까지 연구했고 그의 마지막 미완성 작품이 푸가의 기법이었다. 고도의 균형과 깊이로 무장한 음악, 어떤 음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호소력이 바흐의 음악을 계속 듣게 만드는 이유다.

 

헨델의 작가 로맹 롱랑은 헨델의 음악을 단적으로 낙천적인 예술이라 표현했다. (P.31)

괴테는 바흐의 음악이 가진 깊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흐의 음악 그것은 천지창조 이전에 하나님이 자신과 나눈 대화다.” (P.42~43)

 

이처럼 두 음악가의 주변 환경도 음악에 대한 관심 분야도 달랐기에 우리는 동시대에 살았지만 서로 다른 음악의 길을 걸었던 거장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바흐가 사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그의 음악을 거의 100년쯤이 지나 멘델스존의 할머니가 그의 열네 번째 생일 선물로 마테의 수난곡필사본을 주면서 그는 이 악보를 연구해서 1829년 열아홉의 나이에 베를린에서 이 곡을 지휘하게 되면서 바흐의 음악은 그때부터 제대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참조 : 바흐 작품들의 일련 번호 앞에 붙는 분류 기호 BWV는 Bach-Werk-Verzeichnis의 약자로 말 그대로 바흐의 작품번호라는 뜻이다. 1950년 볼프강 슈미더가 바흐의 작품을 정리하면서 붙였다. 바흐의 작품은 한동안 사장되다시피 했다가 늦게 발굴되었기 때문에 작곡년도를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대작곡가들과 달리 연도순으로 정리되지 않고 장르별로 묶어서 정리하였다.

 

바흐를 제대로 재조명한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 독일)은 독일 부유한 집안의 금수저출신에 수영, 승마, 미술, 문학, 역사, 철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학문을 익힌 천재적인 작곡가였다. 작곡가, 피아니스트, 최고의 지휘자, 음악 행정가이며 교육자였던 그에 대해 슈만은 완벽 그 자체라 평가했다. 그가 보기 드물게 음악사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었지만 38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점이 그를 향한 질투의 시선으로 봤을 때의 유일한 위안일 것이다. 자기관리가 철저했고 항상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만성적인 피로가 누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아버지 때에 개신교로 개종을 했으나 독일인들에게 그는 유대인이라고 인식되고 훗날 바그너도 그의 작품을 비판했다. 멘델스존이 너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특급 교육을 받은 것도 그의 작품이 폄하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다행히 2차 세계대전이 지난 후부터 멘델스존의 음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오늘날에는 역사상 최고의 천재 작곡가로 거론되고 있다.

 

2009년 영국 <BBC 뮤직매거진은 역사상 최고의 천재 작곡가들을 거론하면서 천재 1순위로 슈베르트도 모차르트도 아닌, 멘델스존을 선정했다. (중략) 괴테를 멘델스존의 연주를 듣고는 저 아이의 실력에 비하면 모차르트는 어린애가 빽빽거리며 소리 지르는 수준일 뿐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P.129)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음악, 화학, 천문학, 건축학, 해부학까지 섭렵한 사람이었다. 이런 경우처럼 여러 분야에 두루 통달한 교양인에게 르네상스맨이라는 말을 쓰는데, 맨델스존이야말로 19세기 초의 르네상스맨이라고 할 수 있다. (P.130)

 

이 책을 통해 다른 작곡가들보다 멘델스존의 삶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가 유독 더 기억에 남으니 평소 즐겨듣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도 전보다 더 의미있는 곡으로 다가왔다.

 

현란한 바이올린의 연주곡, 난해한 바이올린 연주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곡가이지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였던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 이탈리아). '악마의 바이올린’, ‘비르투오소라고 불렸는데 이 비르투오소라는 말은 장인적인 테크닉과 더불어 심오한 예술성을 겸비한 연주가라는 뜻이다. 10대후반에 이미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고, 1820년에 환상적인 기교와 연습 효과를 모두 담은 <24개의 카프리스라는 연습곡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인간이 연주할 수 있는 연습곡이 아니라고 평가를 했다. 그는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했고 성격도 괴팍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그의 주위에는 사기꾼들과 아첨꾼들이 들끓었기에 재산의 절반을 잃기도 했다.

 

이 남국에서 온 마법사의 연주는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불가사의해진다. 알면 알수록 그의 연주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이 멈추는 순간에 파가니니는 연주를 시작한다.” 파가니니의 베를린 공연 후에 현지 신문에 실린 기사의 한 부분이다.

그의 연주는 누구도 모방할 수가 없었다. “기적적이며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라고 했다. 로시니는 살면서 세 번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본 직후라고 했다. 청년 쇼팽은 1829년 바르샤바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파가니니의 추억이라는 소품을 남기기도 했다.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보고서 큰 자극을 받아 미쳐 죽든지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든지 하겠다라고 선언한 뒤 정말 미친 듯이 건반에 매달렸다. (P.91)

 

이렇게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파가니니의 연주를 실제로 본 사람들이 열광했을 모습은 상상이 어렵지 않다. 이 환상적인 카프리스 24번의 연주 볼 수 있는 QR코드가 하필 인쇄의 오류인지 이 부분만 책에 기재되지 않았다. 그래서 막심 벤게로프 연주자로 검색해서 들어보았다. 이 곡은 바이올린이 표현할 수 있는 기교를 총 망락한 작품으로 더블스톱, 왼손 피치카토, 하모닉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파가니니의 연주에 매료된 리스트, 슈만, 브람스,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을 찾아 들어보는 것 또한 파가니니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1840~1893, 러시아)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협주곡이다. 여러 작곡가들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이 있지만 이 곡을 가장 좋아하는 건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도 관계가 깊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라며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공연한 날 이 곡을 연주했을 때의 그 느낌이 강렬해서 그 이후로 이 곡을 연주한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찾아 들을 정도로 좋았다. 그러면서 그가 동성연애자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삶을 살았었다는 걸 알게 되어 안쓰러운 마음에 더 알고 싶어졌던 작곡가였다. 22세의 나이에 다른 음악가들보다 늦은 출발을 했지만 그의 재능은 놀라웠고 1868년 교향곡 1번을 초연하면서 모스크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곡가로 급부상한다. 차이코프스키를 짝사랑한 제자였던 안토니나 밀류코바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녀와 결혼을 하지만 곧 그녀 곁을 떠나 프랑스로 잠적하고 형제들이 그녀가 행여 쓸데없는 말을 하고 다니지 못하게 생활비를 지원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인생의 또 한 명의 여인은 바로 폰 메크 부인인데 그녀는 부유한 미망인으로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한다. 실제로 두 사람은 우연히 한 번 마주친 것을 제외하면 죽는 날까지 만나지 않고 편지만 주고받았고, 그가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가 1200통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고 한다. 그의 사인은 공식적으로 콜레라이지만 동성연애자인 그를 압박한 사람들에 의한 독살설과 음독자살설도 제기되었는데 아직까지도 명확한 사인은 알 수 없다고 한다. 당시의 슬라브주의자들로부터 지나치게 서구적이라는 공격에 시달렸고, 낭만성이 과도하다거나 통속적이라는 비판을 자주 받았는데 그의 후배인 스트라빈스키가 공연기획자인 댜길레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차이코프스키는 위대한 선율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교황곡이나 오페라, 발레곡에서 중심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선율이 일정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은 전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인 것은 그가 선율을 창조할 줄 알았으며, 매우 진귀하고 소중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특별하게 러시아적으로 들리지 않겠지만 근본적으로 볼 때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아기자기한 모스크바 사람의 심성을 드러내 주는 음악으로서 매우 러시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220)

 

 

이번에 이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큰 영향을 받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러시아)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그는 뼈대 있는 공작 집안 출신으로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스승의 뜻과 달리 차이코프스키 같은 작곡가가 되길 희망했다. 음악원 졸업 시험에서는 최고상을 받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1987년 교향곡 1번을 작곡해 초연에 올리지만 실패한다. 그 충격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급기야 심리 치료를 받게 된다. 니콜라이 달 박사는 뛰어난 첼리스트이기도 했고 라흐마니노프에게 끊임없이 자기 암시로 그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안정시켜 결국 치료를 받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새로운 곡을 쓰게 되고 마침내 불멸의 명곡 피아노 협주곡 2C단조 Op.18이 탄생한다. 이 곡을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을 하고 러시아 음악계 최고의 상인 글린카상을 받았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귀족 가문 출신이자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그는 위기감을 느끼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미국에서의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라기보다는 피아니스트로 인식되었다. 미국으로 간 이후 작곡은 불과 몇 곡을 쓰지 못하고 그 대신 연주와 녹음으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관절염과 요통에 시달리며 70세 생일을 나흘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2미터 가량의 키에 손가락을 벌리면 거의 30cm에 가까운 큰 손으로 순전히 자신의 손을 위해 썼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연주 스타일은 누구도 모방하기 힘들었다. 나중에 의사들은 그가 마르판 증후군이었다는 견해를 내놓았는데 이는 파가니니도 비슷한 증상으로 보여지는데 선천적으로 발육이 이상해지는 병으로 비정상적으로 키가 크거나 관절이 유연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건 어쩌면 나태함이나 아니면 잦은 연주회로 인해 마모되고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내가 중요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장르의 음악이 오늘날에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게 진정한 이유는 아닐 겁니다. 러시아를 떠나면서 나는 작곡하려는 욕구를 뒤에 두고 버려두고 온 겁니다. 조국을 잃어버리면서 나 자신도 같이 잃었습니다. 망명 과정에서 내 뿌리, 내 전통이 떨어져 나가 버렸고, 나를 표현하려는 욕구를 다시 찾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P.304)

 

 내가 개인적을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 2번 Op. 18 이 우울증을 벗어나고 작곡해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곡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무게감이 느껴지는 도입부의 의미를 우울증에 빠져 있던 자신의 속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하는 나름의 해석도 해보고 다른 곳에서 이곡의 해석을 찾아보니 절망의 심연으로부터 서서히 떠오르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설명이 되어 있었다.


시작은 1678년에 탄생한 안토니오 비발디에서부터 1921년에 태어난 아스트로 피아졸라까지 거장들의 이야기와 QR코드로 검색해서 음악감상도 함께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난한 작곡가의 삶을 살았던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사후에 인정을 받은 바흐와 슈베르트, 열여덟 살이던 1876년 피사에서 베르디의 아이다를 본 후부터 게으르기로 유명하던 푸치니가 마음을 바꾸고 음악에 매달려 베르디의 후계자로 인정받은 이야기, 동양인으로 유학길에 올라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라 동서양과 남북의 화합을 꿈꿨던 윤이상, 서민의 악기였던 반도네온으로 발보다는 귀를 위한 탱고로 발전시킨 아스트로 피아졸라 등 29인의 작곡가들을 모두 다 언급하지 못했지만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나에겐 모두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천재적인 면모도 갖추었지만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 또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본능에 충실하다 못해 괴팍한 성격까지 모두 다 그들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학창시절엔 큰 나무의 푸르른 잎을 중심으로 보았다면 지금은 그 나무가 자라기까지의 과정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에 곡 자체에 대한 해설도 중요하지만 그런 곡들을 만든 작곡가의 삶 또한 중요하다 생각되었다. 이 책을 보니 더 욕심이 생겨 비르투오소, 유명 성악가, 지휘자등의 삶을 다룬 책도 출판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더 관심이 가지고 알아가고 싶은 푸치니, 파가니니, 멘델스존, 라흐마니노프의 전기를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클래식이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생소하다만 생각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생각이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귀에 익숙한 클래식 곡들이 많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 CF, 드라마, 영화, 공원, 지하철 등에서 의도하지 않았으나 듣게 되고 귀에 익숙해지는 곡들이 많으니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음악이다. 그냥 들어서 좋고 좋아서 다시 듣고 싶은 곡이 한 곡이라도 있으면 그게 클래식 입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클래식 초보자를 위해 적합한 책이라 여겨진다. QR코드로 바로 찾아 들을 수 있기에 그 곡들 중에 분명 맘에 드는 곡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더 알고 싶어질 것이다. 아니면 책에 소개된 영화를 보며 좋은 곡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루에 한 명씩 만나 그들을 조금씩 알아가면 한 달이면 이 책에 소개된 29명의 작곡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정말 편하게 클래식 작곡가들과 만나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출처 : 막심 벤게로프 Maxim Vengerov 파가니니 카프리스 No.24 Paganini Caprice No.24             https://youtu.be/iG-bNnDWAN4 - crediatv>
(책에서 QR코드가 빠진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No.24 Paganini Caprice No.24 연주곡 동영상을 첨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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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이 좋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6 | 2021.04.25 리뷰제목
작년까지는 나름 워라벨을 지키며 살았다. 좋아하는 독서는 물론이고 독서 후 리뷰 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틈틈이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연초부터 회사 업무가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나의 워라벨이 깨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바쁜 회사 업무에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평일에는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기 일쑤다(사실 작년 여름에 내가 원해서 지금의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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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까지는 나름 워라벨을 지키며 살았다. 좋아하는 독서는 물론이고 독서 후 리뷰 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틈틈이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연초부터 회사 업무가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나의 워라벨이 깨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바쁜 회사 업무에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평일에는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기 일쑤다(사실 작년 여름에 내가 원해서 지금의 팀으로 옮겼으니 누구한테 하소연 할 처지도 아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년부터 편찮아지신 장인어른께서 올 설 연휴부터 병환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계신다. 이제 처가에서 전화가 오면 괜한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지치고 힘든 내게 작은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 있으니 몇 해 전부터 즐겨듣고 있는 클래식 음악이다. 

 

 클래식 애호가라고 하기에는 아직 클래식과 함께 보낸 시간과 깊이에서 한참 먼 입문자 수준이지만 이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지친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가 된 나에게 반가운 클래식 책 한 권이 찾아왔다. 바로 조희창의 <클래식이 좋다>이다. 전작 <에센셜 클래식>을 통해 25인의 클래식 마에스트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핵심적으로 뽑아내 클래식의 흥미를 배가시켰다면 이번 책에서는 바로크시대에서 현대까지 클래식 대표 작곡가 29명에 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 했던 작곡가의 삶과 흥미로운 에피소드, 사상 등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클래식 마니아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입문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쓴 책입니다. 그래서 29명 작곡가의 삶에 관한 얘기를 하되, 연대기적 설명보다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단락을 나누었습니다. 작곡가에 대한 흥미가 음악 감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표적인 곡을 여섯 곡씩 선정했습니다(중략). 그 중에서 몇몇 부분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면, 그래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저는 행복할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p.6

 

 

 비발디, 헨델,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피가니니, 로시니,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펭, 슈만,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브람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푸치니, 말러, 드뷔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비치, 윤이상, 피아졸라 

 - 책에서 소개하는 29인의 작곡가들 

 

에피소드

 [클래식이 좋다]는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설명했다시피 연대기별 설명이 아닌 작곡가의 생애 중 기억할만한 주요 에피소드를 주제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만 못 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선망의 직업 중 하나인 판,검사를  당대 작곡가들이 살던 시대에도 선망의 직업이었나보다. 헨델, 슈만,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 등이 부모의 희망으로 법대를 다녔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물론 거의 중도에 포기를 했지만). 여기에 피가니니, 리스트, 바그너, 푸치니, 드뷔시 등 당대 최고의 인기 작곡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바람둥이 기질이라 하겠다. 특히 드뷔시를 사랑했던 두 여인은 친구 사이로 드뷔시에게 실연을 당하며 둘 다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봄 기운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 했지만 봄만 되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나 로이킴의 "봄봄봄" 등 봄 기운 가득한 가요들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도 활짝 핀 봄꽃들과 함께 자주 듣게 된다. 사계의 작곡가 비발디는 빨간 머리칼의 신부협주곡의 대가로서 평온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힘든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자유분방했던 비발디는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을 오가며 음악 작업을 하다가 사제의 본분을 잊었다는 이유(여가수와의 염문이 큰 이유 중 하나지만)로 여러 번의 경고 끝에 피에타 보육원의 음악감독직에서 불명예스럽게 해고가 된다. 일자리를 잃은 비발디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 재기를 꿈꾸지만 후원자를 끝내 찾지 못해 말년에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급성폐렴으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다. 

 역사상 최고의 천재 작곡가 하면 누가 떠오를까? 모차르트? 슈베르트? 2009년 영국 <BBC 뮤직매거진>은 멘델스존을 선정했다고 한다. 같은 나이에 이룬 업적들을 비교해보면 멘델스존이 가장 앞선다는 것이다. 멘델스존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당대 최고의 선생들에게 음악을 배웠다고 하지만 10세가 될 무렵 케이샤르와 오비디우스의 저서를 원서로 읽고 11세에는 호라티우스의 <시학>을 번역했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천재였다고 한다. 15살에 작곡한 교향곡 1번을 들으면 그를 왜 천재라고 하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었던 멘델스존에게도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모든 것을 잘해야한다는 완벽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갑작스런 누나의 죽음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겹치면서 그 또한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최고의 클래식 명곡들을 후세에 남긴 모차르트, 슈베르트, 멘델스존 등의 이른 죽음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유명한 드로르자크는 기차 마니아였다고 한다. 그는 매일 아침 프라하 중앙역으로 가서 열차의 번호와 생김새, 도착시각 등을 기록하는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연주 여행을 다닐 때도 그의 최고 기쁨이 그 지역의 기차역을 들리는 것이었고 아침 약속이 있어 기차 기록을 못 하는 날에는 제자 수크에게 부탁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63세의 드브르자크는 새벽에 기차를 보러 나섰다가 걸린 독감이 악화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고하니 그의 남다른 기차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늘나라에 있는 드보르자크가 요즘 최대 시속 300km까지 달리는 고속 열차를 보고 있다면 신세계를 제대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 밖에 교향곡 "놀람", "고별",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로 유명한 하이든이 어릴 적 카스트라토가 되기 위해 수술을 하려다가 수술하는 날 배탈이 나서 수술이 연기되는 바람에 카스트라토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하이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중년에 산타클로스 같은 푸근한 인상을 남긴 브람스가 어린아이처럼 높은 톤의 목소리 때문에 거창한 수염을 길러다는 이야기, 음악사에서 작곡가의 부인으로 억세고 드센 세 명의 아내 중 한 명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아내 이야기(나머지 두 명은 하이든과 푸치니 아내이다), 불과 서른 한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마지막 순간 남긴 편지와 총 재산 63플로린 등 당대 작곡가들의 주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주고 있다.

 

쇼버에게.

 몸이 안 좋네. 11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고 마시지도 못했어. 비틀거리며 의자와 침대를 오가는 신세야. 리나가 옆에서 나를 돌보고 있어. 뭐라도 먹으면 금방 토할 것 같아. 절망스러운 이 상황에서 문학으로 나를 도와주지 않겠나. 쿠퍼의 소설 중에서 <모히칸 족의 최후> <스파이> <키잡이> <개척자들>을 읽었는데, 혹시 이것 말고 다른 그의 소설이 있으면 커피하우스의 폰 보그너 부인한테 맡겨놓지 않겠나. 양심적인 내 형이 틀림없이 나에게 전달해줄 것이네. 어떤 책이든 괜찮네.

                                                                                                                   다정한 친구 슈베르트가

                                                                            - 죽기 7일 전 1808년 11월 12일에 쓴 마지막 편지 

 


 

 <비발디>, <파리넬리>, <바흐 이전의 침묵>, <버드 박스>, <아마데우스>, <불멸의 연인>,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미세스 다웃파이어>, <아무르>, <원스>, <피아니스트>, <클라라>, <토일렛>, <지옥의 묵시록>, <귀여운 여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블랙 스완>, <암살>, <문스트럭>, <베니스에서의 죽음>, <릴리 슈슈의 모든 것>,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다이하드 2>, <샤인>,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알렉산더 넵스키>, <번지점프를 하다>, <윤이상-남과 북의 경계에서>, <탱고 레슨>

  - 책에서 소개하는 29편의 영화들

 

영화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가 작곡가들과 연관된 영화 소개다. 각 장마다 작곡가 또는 관련 음악들이 나오는 29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29편의 영화 중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몇 편은 예전에 극장 또는 집에서 케이블 TV로 봤지만 영화 속에서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는 것을 모르고 본 영화들이 꽤 있다. 작곡가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그린 <비발디>,  <바흐 이전의 침묵>, <아마데우스>, <피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불멸의 연인>, <클라라> 속에서 만나는 클래식 음악도 반갑겠지만 <미세스 다웃파이어>, <아무르>, <원스>, <귀여운 여인>, <암살> 등의 영화 중간 중간 흐르는 클래식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또다른 흥미를 줄것이다.

 

 

 불멸의 연인

 - 영국,미국. 1994. 감독 버나드 로즈, 주연 게리 올드만, 예로엔 크로버, 발레리아 골리노

 배우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 영화다. 베토벤의 오랜 친구인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이 마지막까기 가슴에 품고 있던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불멸의 연인'의 주인공이 동생의 부인이라는 황당한 결론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베토벤이라는 고집불통 마에스트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의 음악이 가슴에 스며드는 작품이다.

 

번지점프를 하다

 - 한국, 2001. 감독 김대승, 주연 이병헌, 이은주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을 사랑합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다. "왈츠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며 주인공 이병헌과 이은주는 손을 잡는다. 황금빛 노을을 배경으로 서툴고 순수하고 애틋한 왈츠 장면이 펼쳐진다. 외국에서 <아이드 와이드 셧>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퍼트렸다면, 한국에선 이 영화의 역할이 컸다.

 


 

대표곡

 클래식 초보자나 입문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아마도 작곡가의 이름은 알아도 작곡가의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 지 모르는 경우일 것이다. 저자는 책 속 에피소드를 통해 얻은 작곡가에 대한 흥미를 음악 감상으로 이어지도록 29명의 작곡가의 대표적인 곡 여섯 곡을 각 장마다 QR코드와 함께 선정해 주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는 하지만 아는 곡만 자주 듣고 있는 나로서는 책 속 작곡가들의 대표곡 6곡은 내 얕은 클래식 소양에 단비 같은 존재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잘 듣지 않던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이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등을 들으며 슈베르트가 그린 아름다운 선율에 한동안 빠져 지냈다.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A장조>, <교향곡 8번 B단조 '미완성'>, <현악4중주 D단조 '죽음과 소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 즉흥곡 3번 Gb장조>, 가곡집 <겨울 나그네> 중 "거리의 악사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대학축전 서곡>, <교향곡 4번>, <3개의 인테르메초 2번 Bb단조>, <클라리넷5중주 b단조>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교향곡 2번 '부활'>, <교향곡 5번>, < 교향곡 6번>, <대지의 노래>, <교향곡 9번>

 


 

클래식이 좋다>는 지난 2월말 벚꽃이 피기 전 서평단에 당첨되어 3월 초에 다 읽었지만 개인적인 일로 리뷰를 쓰지 못하다가 벚꽃이 다 지고 철쭉 꽃들이 만개한 4월 말이 되서야 뒤늦게 리뷰를 쓰게 되었다. 독서 시기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와 겹쳤지만 책을 읽는내내 작곡가들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클래식 음악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책은 클래식 대표 작곡가 29명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있는데 단순히 작곡가의 신변잡기식 에피소드가 아닌 작곡가의 주요 삶을 통해 그의 음악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소감을 말한다면 책 제목 그대로 <클래식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남겼듯이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책장에서 마음을 건드는 문장을 만나리라 생각이 든다. 이 좋은 클래식 책을 가슴 설레게 했던 4월의 봄 벚꽃들처럼 많은 독자들이 만났으면 좋겠다.

 


 


 

YES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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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 좋지,좋고말고, 아직은 어색하지만 친해지는 그 날을 위하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21.03.09 리뷰제목
조용히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듣고 곡의 제목을 말하는 친구를 보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난 비슷하게 들리는데, 어떻게 저 곡들이 구분이 되지?  은근히 부럽기도 했고, 왠지 멋있어 보였고, 나도 그렇게 되고싶었다.  평소 클래식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는데 그런 불순한(?) 의도로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심을 가지니 자연스
리뷰제목

 

  조용히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듣고 곡의 제목을 말하는 친구를 보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난 비슷하게 들리는데, 어떻게 저 곡들이 구분이 되지?  은근히 부럽기도 했고, 왠지 멋있어 보였고, 나도 그렇게 되고싶었다.  평소 클래식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는데 그런 불순한(?) 의도로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심을 가지니 자연스럽게 듣게 되고, 작곡가들이 궁금해져서 관련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작곡가들의 삶이나 그 곡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고 들었을 때, 더 와닿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냥 즐겨도 상관없지만, 작품에는 예술가의 삶과 추구하는 바가 담겨있기 마련인지라 예술가의 삶은 작품에 대한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저자는 음악평론가로서 여러 기관에서 음악 강의와 공연 해설을 하고 있고,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전설속의 거장> <클래식 내비게이터> <베토벤의 커피> <조희창의 에센셜 클래식>이 있다. 클래식 마니아를 위한 책이라기보다 입문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썼으며 연대기적인 설명보다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단락을 나누었다고 했다. 그러한 의도에 맞게 전문적인 내용은 거의 없고 작곡가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여있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QR코드를 이용해 저자가 엄선한 여섯 곡들을 바로 들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기에 음악 감상도 하면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작품이 삽입되었던 영화를 소개해주고 있다는 거였는데, 그것을 참고로 해서 영화를 찾아본다면 그 곡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되지않을까싶었다.

 

 <사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로부터, <리베르 탱고>를 작곡한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까지 연대순으로 29명을 다루고 있었다. 이름은 익숙한 작곡가들이었지만 그들에 대해서 다 안다고는 할 수 없으니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클래식 입문자용으로 생각한다면 음악사조나 지역별로 나눈 것보다 흐름이 더 잘 잡혀서 좋았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예술이 '빼기'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더하라고 부추기는 세상에 거리를 두는 것, 일정 부분을 포기하는 것, 물리치고 덜어내고 시선을 돌려서 아름다움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 그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그 말이 한참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삶 자체에 있어서도 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하는 작곡가가 있었다. 그는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1865~1957) 였다. 시벨리우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마이너스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 시절에 바이올린을 더 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연주를 포기하고 작곡으로 길을 바꿨다. 유학 시절에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의 오페라를 본 후 자신에겐 오페라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몇 개의 습작 오페라를 쓰고는 더 이상 오페라는 만들지 않았다. 그대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해야 하는 것에 힘을 집중했다. 핀란드의 민속적 요소는 그가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하는 분야였다. 그는 이 음악 재료를 가지고 노래와 교향시, 교향곡에 집중했다. -P 290

 

 그렇게 탄생한 곡이 <핀란디아>였다. 한국의 <아리랑>처럼 핀란드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대표곡이 되었으며 핀란드의 정치적 사정을 세계에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잘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는 '마이너스 작업'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듯하다.

 

 하이든은 100개가 넘는 교향곡을 작곡해서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데 자신의 곡에 가장 많은 별명을 붙여놓은 작곡가라고 한다. '놀람'교향곡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다른 별명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역시 저자가 '별명 붙이기의 대마왕'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놓은 이유를 알 것같았다. '놀람' 2악장을 들으면서 쓰고 있는데 신나는 곡이다. 귀족들을 놀려주려는 하이든의 마음이 느껴져서 절로 웃음이 났다.

 

 재미있는 별명은 45번 '고별'같은 경우다. 1772년 여름, 에스테르하지 궁정에서 니콜라우스 공에게 연주자들이 여름휴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있다. 4악장에서 각 악기가 차례로 등불을 끄며 퇴장하는 아주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곡이다.96번 '기적'은 초연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연주회장의 샹들리에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기적처럼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데서 붙여졌다. 94번 '놀람'은 연주장에 와서 졸기나 하는 귀족들의 잠을 깨우기 위해 2악장 열여섯 번째 소절에 급작스러운 포르티시모를 삽입해서 만들어진 별명이다.-p 54~ p55

 

 푸치니는 대대로 내려오는 음악가 집안 출신이었기에 일찍 음악학교에 들어갔고, 교회에서 보조 오르간 반주자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교회 오르간의 파이프를 떼다 팔아서 담배를 사서 피우는등 말썽꾸러기였는데 열 여덟살에 베르디의<아이다>를 본 후에 음악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내게 음악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라고 일기장에 적었다 한다. 리스트도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듣고 인생에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으며,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보고 "미쳐 죽든가,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든가 하겠다" 라며 미친듯이 피아노 연습에 매달렸다. 이처럼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서 자신의 능력치를 끌어올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때론 경쟁하고, 때론 서로를 챙겨주며 발전해나가는 작곡가들을 만나면서 세상은 독야청청 혼자서 살아가는 곳이 아님을 느꼈다면 너무 비약한걸까?

 

 클라라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슈만의 삶은 항상 안타깝게 느껴졌다. 피아노를 가르쳐준  비크 선생의 딸 클라라와의 결혼 과정은 쉽지 않았는데, 결혼을 하게 되자 슈만은 기쁜 마음을 모두 노래에 담아 클라라에게 바쳤다. 그해에 작곡한 노래만 130곡 이상으로 1840년이 슈만 '가곡의 해'로 불려지는 이유였다. 이런 배경을 알고 <시인의 사랑>을 듣는다면 곡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옥의 티: 곡이 재생이 되지 않아서, 유튜브에서 다시 검색해서 들었다)

 


 


  29명의 작곡가를 만나는 여행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 중에서도 베르디의 삶이 묘하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유명한 오페라단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를 본 적이 있다. 실제 공연으로 만나서인지 그 작품의 곡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베르디는 안토니오 바레치의 후원으로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다. 딸, 아들, 아내가 차례로 죽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다른 사람이 퇴짜놓은 <나부코>의 대본 중에 "가라, 생각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서."라는 대목을 보고 홀린듯 악보를 완성했고, <나부코>는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일명 '노예들의 합창'은 이탈리아 제2의 국가로 불리며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고 한다. 베르디의 영구차가 출발하자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스칼라극장 오케스트라와 800명이 넘는 합창단이 <나부코>의 "가라, 생각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를 노래했다는데, 베르디의 음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 곡을 듣는데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음악이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없어도 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은 하지 않을까? 책 한 권을 읽고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마음을 건드리는 음악 하나로 삶의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작가 조승연은 책에서 읽은 내용을 어떻게 그렇게 잘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부분들을 만나게 되고 기억에 남는다는 얘기를 했었다. 나도 그 의견에 공감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경험을 했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부분들이 있어 다지고, 또 새로운 사실들로 빈 틈을 메우며 음악가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다. 한 인물에 대해 깊이있게 들어가지는 않지만, 그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어떤 작품 세계를 추구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덤으로, 대표적인 작품들까지 바로 바로 들어볼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클래식에 대해서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가볍게 작곡가들에게 다가가고, 아름다운 곡을 들어볼 수 있는 이 책을 만나보면 어떨까?

 

* 연도 표기가 많다보니 오타가 보였는데, 혹시라도 참고가 될까하여 적어봅니다.

p50 1868~ 1768  ,p80  1975~1864,  p152 1932 →1832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10
종이책 클래식이 좋다 평점10점 | y********7 | 2021.03.07 리뷰제목
클래식의 "클"도 모르던 내가 얼마전 송사비님의 "클래식 음악야화"라는 책을 접하고 푹 빠지게 되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음악이라는 것이 재미있다라는 것을 알려준 입문서 같았다.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만나게 된 "클래식이 좋다"역시 나같은 클래식 초보자에게 너무나 친절하게 다가갈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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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클"도 모르던 내가 얼마전 송사비님의 "클래식 음악야화"라는 책을 접하고 푹 빠지게 되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음악이라는 것이 재미있다라는 것을 알려준 입문서 같았다.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만나게 된 "클래식이 좋다"역시 나같은 클래식 초보자에게 너무나 친절하게 다가갈수 있는 책이다. 29명의 작곡가를 한 권에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부터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3명씩 알아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더니 시간이 조금 걸린 듯 하다. 그래도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어 가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령 <사계>로 유명한 비발디가 빨간 머리라던가 죽은 하이든의 뇌를 해부해보겠다고 두개골을 훔쳐가는 사건이 있었다거나 궁전같은 묘지에 묻혔을 거라 생각되었던 모차르트는 장례식 치를 돈도 없어서 공동묘지에 묻히고 비석도 세우지 못했다거나 음악사계에 최고의 금수저인데다가 천재성까지 갖춘 멘델스존이지만 38세에 세상을 떠났다거나...

이런 에피소드를 알아가면서 음악을 들으니 왜인지 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29명 중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가 6명이나 되고 15명은 이름만 대충 알고 있고 나머지 8명은 아주 유명해서 초등학생도 알수 있는 작곡가니 나도 알 수 밖에 ㅠㅠ

그래도 책 안에 친절하게 나와있는 QR코드에 접속해서 들어가보니 어라~~ 들어봤던 거네!!하는 곡들도 몇몇곡 있었다.

참 너무 자랑스러운 것은 28번에 우리나라의 윤이상 작가님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도 조금 부끄러웠던 것이 나는 이 분의 존재조차 몰랐었다. 조금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조금 많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리뷰에서 29명의 모든 작곡가들을 소개하고 싶다. 나처럼 클래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도, 이제 슬슬 알아볼까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책 한 권을 고스란히 옮기는 것이 될 테고, 작가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몇몇 작곡가만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1. 안토니오 비발디 ( Antonio Vivaldi)  - 이탈리아 1678~1741

 


 

다른 책에서도 비발디가 1번으로 소개되었던 것을 보면 아마도 비발디가 클래식계에서는 시초가 아닌 가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번역은 이수, 총신대입구역입니다. **로 가실 분은 이번역에서 내려서~~~~"

지하철 환승곡으로 너무도 유명한 곡이 <조화의 영감>op.3-6 이다.  아마 들으면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곡인데 이것이 클래식인 지도 몰랐고, 비발디가 작곡한 것인 지도 몰랐으니 곡명을 모르는 것도 당연했지만, 이제는 이 정도쯤은 알 정도로 성장한 내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낀다. 

비발디는 출생 예정일부다 두 달이나 먼저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아주 허약했다고 한다. 성직자가 되기 위한 교육도 받았는데 천식과 협심증이 심해 다른 직분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가 이렇게 유명해진 것은 1920년대 이후라고 한다. 이탈리아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알프레도 카셀라가 비발디의 작품들을 복원하고 연주하면서 비발디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2.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 (Georg Fridrich Handel) - 독일 1685~1759

 


 

개인적으로는 헨델이 매우 매력적이다. 책을 읽을수록 알아갈수록  멋있어진다고 할까?

헨델은 체구가 크고 뚱뚱했으면 대식가였다. 술과 도박도 좋아했으며 공연기획에 손을 대 일약 거부가 되는 가 하면 곧 파산하여 무일푼이 되는 등 생활의 기복이 심했다. 급하고 다혈질적이지만 동시에 담백하며 친화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헨델의 친구는 "헨델은 숫자를 다섯까지 밖에 셀 줄 모르는 사람처럼 성미가 급했다. 하지만 타고나 재치와 유머 감각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면서 자신은 전혀 웃지 않는 재주가 있었다"고 그를 표현했다.

우리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 하나씩은 있다. 불같은 성격에 급하지만 따뜻한... 매력적인 친구다.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헨델과 친구하고 싶다.

 


 

영화" 파리넬리"에서 거세한 남자가 얇고 높은 음으로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데 바로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중 일부이다. 

또 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은 할렐루야 라는 합창으로 더 유명한 <메시아>도 참으로 웅장하고 멋지다.

이 책의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지만 특히 각 작곡가 마지막 장 마다 영화 속에서 소개하는 작곡가를 소개해 주는 데 이 부분은 정말 최고이다.

( P32 울게하소서 QR코드가 접속이 되지 않는다. 핸드폰을 바꿔서 해봐도 없는 영상이라고 나온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출판사에 문의해야 하나????)

하지만 어느 포털사이트나 유튜브에서 울게하소서 검색만 해도 몇 장에 걸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니까 걱정은 없다. 우리나라 조수미 소프라노가 부른 것은 정말 정점이다.

 

8. 조아키노 로시니 (Guiacchino Rossini) - 이탈리아 1972~ 1868

 

조금은 나에게 낯선 작곡가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세비야의 이발사>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이 오페라인지 영화인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니 조아키노 로시니는 당시 작고계의 아이돌 스타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기회에 알고 가니 정말 다행이다 싶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희곡으로 유명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로시니가 오페라로 쓴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의 초연할 때 많은 방해꾼으로 인해 엉망이 되었다. 1막에서는 기타 줄이 끊어지고 배우가 무대 바닥으로 떨어졌고, 2막에서는 고양이 한바리가 무대에 올라와 휘젓고 다녔다. 이렇게 첫 공연이 엉망이어서 풀이 죽었던 로시니에게 방해꾼이 없던 둘째날 부터는 환성과 박수가 쏟아졌다고 한다. 

유명 작곡가들 중 말년 즉 죽음은 초라하게 보낸 사람이 많았는데 오만가지 병에 시달렸던 로시니의 장례식에 4천명이 참석했다고 하니 나름 죽어서도 행복했으리라 본다. 참 그는 13일의 금요일을 두려워했는데 1868년 11월 13일 금요일에 세상을 떠났다.

 


 

로시니는 미식가로도 매우 유명했다고 한다. 주로 작곡가들이 다른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시대상으로 보아 성직자를 맡은 경우는 읽어봤어도 요리연구가였다는 것은 정말 너무 흥미로웠다.  또한 지금은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암스가 연기했던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도 곡이 나온다고 한다. 뚱뚱한 아줌마 복장을 한 로빈 윌리암스가 그리워 진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캡틴 오 마이 캡틴 아니던가 !!!!

로시니가 두번째로 울었다는 니콜로 파가니니는 이 책 7번째로 소개되어 있다.

"악마의 바이올린"이란 불린 니콜로 파가니니^^

 

15. 주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 이탈리아 (1812~1901)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시대적으로 민족상도 들어나고 아탈리아 국민들에게는 영웅과도 같았던 베르디에 대해 조금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베르디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는데 알고보니 나는 그의 오페라를 몇 작품 봤었다.  가족들 손에 이끌리어 " 아이다"와 "레퀴엠" "오텔로" 작품을 봤었다라고만 기억하지 그 내용이나 그 당시는 전혀 기억에 없을 정도로 나는 클래식, 오페라. 연주회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관심을 가지게 되고 보니 예전의 기억들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음악을 떠나서 베르디 라는 사람에 대해 참 연민이 많이 갔다. 

1838년 딸이 죽고, 이듬해 아들이 사망했고....... 그 이듬해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토록 참담한 인생이 있을 수 있을까? 사업은 망하다가도 다시 일으킬 수 있지만, 가족의 죽음 앞에서는 정말이지 산 목숨이 아니었을 것 같다.

"살아도 살아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어둠뿐이었다" -p190 

라고 그는 그의 심정을 말했다. 

이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이 " 가라, 생각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서"라는 어느 대본의 대사였다고 한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악보를 완성해 <나부코> 오페라를 완성하고 밀라노 도시 전체가 흥분에 휩싸였다.  아마도 이탈리아 애국주의 운동 시대상이 반영된 듯 했다. 한창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언 1830년대 <나부코>는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그의 위상이 어느정도였냐 하면 1901년 88세의 나이에 호텔에서 쓰러졌을때 호텔은 베르디를 위해 투숙객을 받지 않았고, 기자들은 시시각각 그의 상태를 벽보에 붙였으며 경찰은 베르디의 치료에 방해가 될까 호텔 주위 교통을 차단했다고 한다.

일주일 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밀라노 상인들은 대부분 가게를 닫았고, 국민적 애도기간이선포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촛불 두개와 십자가 한개만으로 장례를 치뤄달라 부탁한 그의 뜻을 따라 장례는 소박하게 진행되었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읽는 내내 전율을 느낄 정도여서 베르디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28. 윤이상(Isang Yun) - 대한민국 1917~1995

 


 

자랑스런 대한민국 작곡가 윤이상.

그는 당시 내로라하는 연대 음악가의 격전지라 불리는 서베를린음악대학에 입학하였는데, 그곳은 그와 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곳에서 백남준을 만났는데 두 한국의 예술적 천재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또한 그의 일생 역시 그다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일본 오사카에서 음악을 공부하던 시절 조선어 가곡을 지었다는 이유로 두달간 고문과 투옥을 겪었고 해방 후 결핵으로 사경을 헤매기까지 했었다. 그런가 하면 박정희 정부시절 부인과 함께 간첩 혐의로 기소되어 10년형을 선고받고 그 과정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약 200명의 유럽예술가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공동타원서를 내자 부담을 느낀 정부는 1969년 대통령 특사로 풀어주었다. 천신만고 끝에 독일에서 독일 국적을 취득해 신변이 안전하게 되었지만, 살아생전 다시는 고국에 돌아올 수 없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다행히도 2018년 베를린에 쓸쓸히 잠들어 있던 유해가 통영으로 이장되었다.

그의 묘비에는 

처염상정處染常淨 - 비록 혼탁한 곳에 있어도 항상 정결함을 잃지 않는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마치면서***

 

초반에는 주로 이탈리아, 독일의 작곡가들이 많이 소개되었는데, 뒷 부분으로 가면 러시아, 체코의 거장들이 나온다. 러시아 작곡가들은 우리에게 발레로 많이 유명한 편이다. 겨울만 되면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에서 공연을 하던 작품들도 있고, 크리스마스마다 가족들이 손잡고 보러가던 작품들도 있다. " 백조의 호수"라던가 " 호뚜까기 인형"이라던가. 사실 이 유명작품은 다 차이코프스키 한 사람의 작품이기도 하다. 매년 공연 1,2,3위를 다 휩쓸고 있는 작품들이 다 그의 머리와 손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관계는 음악사를 떠나서라도 꽤나 재미난 삼각관계라고 할까 내가 보기에는 브람스의 지나친 순애보같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 정말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는 연인이었는지? 남의 연애사는 이렇게 재미가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단순히 음악만을 소개하는 지루하고 어려운 책이 아니라 참으로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다.

 

TV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해서 콘서트장을 찾아가 열광을 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또 예전에는 나이 지긋하게 드신 어르신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트로트가 현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어른들 말에 다 때가 있다고 하였는데 옛말은 틀린 게 없는 듯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생기면서부터 클래식을 좀 알아야 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좀처럼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분야는 아니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이렇게 초보자들도 너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이 나와서 참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 들으면서 주말 오후를 마무리 짓고 싶다.

 

YES24 리뷰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구매 작곡가들을 통해 만나는 클래식 평점10점 | i***h | 2022.04.26 리뷰제목
창작자를 이해하는 것은 예술 작품의 감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결과물 뒤에 숨겨진 개인의 인생편력, 성향, 신념과 더불어 그 시대상황을 앎으로써 작품을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무엇보다 '이야기'에 끌리는 존재입니다. 음악 뒤에 숨겨인 창작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클래식의 주요 작곡가들을 선
리뷰제목

창작자를 이해하는 것은 예술 작품의 감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결과물 뒤에 숨겨진 개인의 인생편력, 성향, 신념과 더불어 그 시대상황을 앎으로써 작품을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무엇보다 '이야기'에 끌리는 존재입니다. 

음악 뒤에 숨겨인 창작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클래식의 주요 작곡가들을 선정하여 먼저 그들의 인생을 연표로 정리하고, 사적인 삶과 음악 여정을 뒤섞어 그들의 인생에 대해 살펴보고, 마지막으로는 대표적인 곡들에 대한 설명과 그 곡을 감상할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의 QR코드를 함께 제시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설명이 매우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습니다. 

너무 여담으로 흐르거나 지엽적인 부분으로 새지 않고, 작곡가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인연들이 그들이 음악에 끼친 영향들, 그들이 음악 커리어를 꾸리면서 집중했던 부분들, 각자가 다른 작곡가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되었던 특징들이 무엇이지 매끄럽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너무 과장하지 않고 설명하며,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부드럽게 언급해줍니다.  

은은한 유머는 덤입니다. 

QR코드로 연결된 음악 영상들 역시 훌륭한 연주들이 엄선되어 있습니다. 

초심자가 클래식에 부담 없이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적절한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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