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인생 그림』, 저자 이소영, 알에이치코리아(RHK), 2023년
나는 그림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런 지식도 없다. 관심도 없었고 즐길 시간도 없었다.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외국 여행가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어서면 크기에 압도되는 그림들에 괜히 주눅 드는 느낌이 들어 그냥 흘려 보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서양미술사를 보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쓰여져서 시대별 사조별로 간략하고 대표성을 갖는 작가나 작품을 꼭 짚어 그림에 대한 교과서처럼 정리되어 있어서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쉽게 읽혔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다른 그림에 관한 책들도 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는 미술 감상하기 어려운데요…”라며 망설이는 당신에게 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꼭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 반가웠다. 그리고 이 책을 잘 읽을 수 있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이 책은 미술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이소영 작가가 자신이 사랑한고 존경하는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미술 에세이다. 작가는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흥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은 작가가 과거에 썼던 세 권의 책을 바탕으로 하되, 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새롭게 쓴 것이라고 한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의 결을 바뀌지 않았지만 생각과 감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침을 밝히는 그림과 해질녘에 함께 볼 그림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기 32점 27점 해서 총 59개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제목은 작가가 하루에 한두 점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는 작가의 소명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독자들이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 그림과 인생 화가를 찾기를 바란다. 인생 그림은 화가보다는 하나의 작품이 나에게 영감을 준 사례라고 말한다. 인생 화가는 늘 봐도 시선이 오래 머무르고, 시간이 흘러도 인정하고, 살아가면서 더 이해하고 싶은 화가라고 정의한다.
작가는 이 책에 소개하는 작품들에 진심이 깃든 문자로 된 방호복을 입혀놓았다고 표현한다. 작가는 그림을 보면서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림이 살아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미술을 어렵고 복잡하게 다루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해설한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인생 그림과 인생화가를 통해 미술이 어떻게 자신의 삶과 가치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진솔하게 들려주면서, 독자들에게도 미술이 어떻게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책 속에서
# 로렌스 알마 타테마 ? 인생은 가까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일지도 모른다.
...다테마의 그림은 나에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거시적인 시선을 갖는 창의성을 주었지만, 그의 삶은 공간으로 비교하면 오히려 낮고, 좁고, 세밀하게 탐구하는 미시적인 것들이 완성해 나갔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사유의 힘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자유로운 발산적 사고와 면밀한 수렴적 사고의 균형을 아는 자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습관은 우선 다양한 각도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다.
# 월터 맥이 웬 ? 삶과 죽음은 어쩜녀 한 몸인데 모른 척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저 여인일지도 모르겠다.
...급한 것과 소중한 것을 헷갈리며 지낼 때가 많다. 항상 급한 일을 더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소중한 일을 자꾸만 미뤄 두었다. 내 가족은 당연히 이해해주겠지 생각하며…. 이젠 소중한 것을 먼저 생각하는 일상을 살고 싶다.
# 브리튼 리비에르 - “개를 좋아하지 않는 한 절대 개를 그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반려견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지만, 반려견은 우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 프레데릭 레이턴 ? 지금 만난 삶의 고비를 피하지 말고 담담하게 마주하자.
...꼬인 실타래를 보며 한숨 쉬는 당신에게 이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내 인생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지금 만난 삶의 고비를 피하지 말고 담담하게 마주하자고.
#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 내가 남겼던 뒷자리, 뒷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제한적인 삶 속에서, 시작보다 마무리를 더 잘하며 살고 싶다. 삶이 제한적이라서 다행이다.
# 존 컨스터블 ? 구름은 언뜻 보면 한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지만, 항상 움직이고 있다.
... 매일 같은 구름이 없는 것처럼 매일 같은 순간도 없으니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다 흘러가는 것이라고…. 가끔은 내 삶의 구경꾼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 피에트 몬드리안 ? 창작 활동에 있어서는 수직과 수평의 엄격한 절제를 추구했지만, 일상에 있어서는 그 역시 인간적인 구석이 많았던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 삶과 일의 균형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고 챙기며 살아가는 것에 있다. 이것이 내가 꾸준히 예술가들에게서 의외성을 찾아 나서는 연유다.
# 지나이다 세레브리아코바 ? 함께할수록 삶의 맛과 질이 더 좋아지고, 나를 괴롭히는 압력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주변에 많을수록 더욱 뿌리가 튼실한 삶이 될 것이다.
...함께 있으면 맛과 비타민이 늘어나는 채소처럼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공감의 마법을 부리는 질 좋은 채소같은 사람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좋았던 점은 작가는 미술 전문가이면서도 대중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미술 용어나 이론을 남발하지 않고, 쉽고 친근하게 설명한다. 또한 작품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그림관련 서적에 비해 작품의 이미지를 크고 선명하게 실었다. 작품의 디테일이나 색감을 잘 볼 수 있도록 편집했다. 또한 작품의 배치나 순서도 의미 있게 구성했다.
이 책은 나에게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흥미를 줬다. 나는 평소에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작품과 화가를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와 메시지에 공감하고 감동하게 되었다. 특히 작가가 자신의 인생 그림과 인생화가를 소재하면서 그림이 어떻게 자신의 삶과 가치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들려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또 이 책은 나에게 미술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줬다. 나는 이 책에서 많은 작품과 화가에 대해 배웠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하루 한 장씩은 아니지만 꽤 자주 그림을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림을 보면서 작가 알려준 것처럼 작품의 배경과 의미, 화가의 삶과 사상, 작품의 특징과 표현방식 등을 생각해보고 나만의 감상과 해석에 도전해 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술 대한 즐거움과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나와 같이 그림에 대해 무지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서 그림을 보는 재미를 알게 될 계기를 갖도록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추천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