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클래식 100』 목차를 살펴본다. 눈에 띄는 125페이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흥행시킨 음악. 바로 설명을 읽으면서 유튜브에 야나체크 ’신포니에타’를 틀어서 듣는다. 음악을 들으니 초반부터 팡파르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그러자 『1Q84』의 아오마메와 덴고가 떠오른다.
『하루 하나 클래식 100』은 1일부터 100일까지 매일 한 곡씩, 음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음악가의 배경 상황, 그리고 곡을 만들었을 때의 일화를 알려준다. 음악 외에 이런 곁가지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리고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되도록 저자들이 사랑하는 부분, 추천하는 부분도 초 단위로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음악을 감상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3인의 큐레이터와 3인의 에디터가 모여, 400년을 아우르는 역사의 클래식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모든 글에는 연주 영상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서, 영상을 감상하며 『하루 하나 클래식 100』을 읽으면 보다 더 제대로 클래식을 이해할 수 있다. 부록 ‘두고두고 꺼내 듣는 클래식 음반 Best 10’으로 선별된 클래식 명반을 감상할 수 있고, 작곡가별 작품 찾아보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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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명은 어렵다. 하지만 들어본 음악이다. “아, 이게 이 음악이었어?” 생각이 들게 하는 곡들이 꽤 많다. 책장을 넘기며 QR코드를 찍고 영상이 나오기 전, 이번에는 어떤 곡일까? 하는 설렘이 생긴다. 마치 어릴 적 뽑기를 할 때처럼.
책에서는 다양한 악기를 특징과 함께 소개하는데, 몰랐던 악기들이 있었다. 하프시코드, 만돌린. 하프시코드의 현을 뜯는 멜로디는 상당히 감미롭다. 『하루 하나 클래식 100』 덕분에 지금은 오케스트라 속에 들리는 다양한 악기 소리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들은 영상 또한 중요시하는데, 소장용 영상 추천도 하고 있다. 오래된 영상 역시 많이 나오는데, 저화질과 흑백이라는 특징은 오히려 클래식한 맛을 더 살려준다. 수록된 영상에는 “클래식과 오케스트라에 이런 연주가 나올 줄이야” 했던 부분도 있다. 특히 캐스터네츠가 메인이 되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처음 봤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베스트를 이 파트로 정했다. 27페이지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추는 춤”, 『 J.-M. Leclair: Sonate en mi mineur, I Gavotte 』. 음악도 아름답고 영상미도 뛰어나다. 특히 초반부터 현을 뜯으며 연주하는 하프시코드의 멜로디는 환상적이다. 제목도 흘륭하다. 51년 시간차의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와 바이올리니스트의 조화로운 연주를 잘 표현했다. 요즘 매일 듣고 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앉아서 휴대폰으로 QR을 찍고, 유튜브로 수백 년을 아우르는 클래식 감상이 가능하다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책에 나오는 영상의 길이는 길면 수십 분, 짧으면 3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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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페이지, 리하르트 데멜의 시 『두 사람』을 토대로 만든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 실려있는데, 책의 추천 법대로 시를 먼저 읽고 음악을 감상하면 작곡 당시의 쇤베르크 심정을 조금 더 알게 되는 느낌이다.
이처럼 책 속에는 곡의 어떤 부분이 감상 포인트가 되는지 콕 집어서 알려준다. 그 덕분에 책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클래식 곡들을 감상할 때에도, 곡의 감상 포인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클래식을 많이 들으니 유튜브의 자동 추천 알고리즘 기능으로 인해, 더욱 다양한 클래식 곡들을 알게 되는 건 덤. 책을 읽다가 내가 좋아하는 곡과 이미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을 언급하는 파트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소개된 곡을 유튜브로 감상하며 휴식하면 힐링 그 자체다. 마치 격렬한 운동 후 샤워하고 나올 때의 기분. 퇴근 후 페이지에 소개된 음악과 영상을 차와 함께 즐기니 정말로 느긋하게 휴식하는 느낌이다. 이 책은 나에게 정말 딱 맞는 책이다. 이 책 덕분에 좋은 곡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개인 취향에 맞는 곡들은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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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나 클래식 100』을 보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가 생각났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칭찬.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지만, 그중 가장 큰 수확은 하프시코드의 발견이다. 정말 좋다.
음악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어도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고급 레스토랑이 되는 것처럼. 평소 클래식 영상을 종종 감상하는 편이다. 하지만 듣던 곡들 위주로만 듣다 보니 그 범위가 좁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더 넓은 클래식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클래식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클래식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다음에 나올 후속 책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서 후속책이 나오길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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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개인적인 이야기. 나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특히 바이올린의 빠른 독주를 선보이는 3악장 부분을 가장 좋아해서 여러 가지 연주 버전을 들어본다. 이러한 집요한 집착은 몇 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아서 수십 가지 버전을 다 들어본 후 내린 결론이 있다. 비발디 여름에 관한 나의 베스트는 ‘Voices of Music’, 그리고 ‘Orchestre l'Opera Royal de Versailles-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그런데 이 책에서 ‘Voices of Music’ 단체를 추천하는 부분이 나와서 정말 너무 반가웠다. 참고로 스테판 플레브니악의 거칠고 섬세한 연주는 정말 멋있다.
https://www.instagram.com/nemo_sparrowhttps://m.blog.naver.com/curlyhoney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