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이제 막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이 그 생각에 기름을 부어주리라 기대되었다. 특히 '어떻게 메타버스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완벽한 해답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왕 읽는 책,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실용적으로 들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메타버스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표지는 무언가 학술적이고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책장을 펼쳐들자마자 나에게 메타버스 세계로 안내해 준 책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이다. 생각보다 기대 이상의 몰입도를 선사해 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최형욱.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 '매직에코'의 공동대표를 거쳐 혁신기획사업들의 기술 전략과 혁신을 촉매하기 위한 전략자문과 함게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하고 있다. 또한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위해 XR 하드웨어 플랫폼 스타트업인 '질리언테크놀로지'를 창업하였다. (책날개 발췌)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때 보이는 현상들이 있다. 두 단계에 걸쳐 그 현상이 나눠지는데 첫 번째 단계는 여러 핵심 요소 기술이 각각 발전을 하다가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한 마지막 한두 개의 기술이 그 지점을 돌파하기 직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얼리어답터들의 손을 떠나 대중의 선택을 받기 시작하기 직전의 임계질량이 만들어지는 지점이다. 그 두 단계의 변곡점이 '메타버스'의 각 분야에 바짝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이 책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를 쓰기 시작했다. (서문 중 발췌)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평평한 지구가 온다. 경계 없는 메타버스와 가상경제의 시대'를 시작으로, 1장 '메타버스는 둥글지 않다', 2장 '연결의 진화가 모든 것을 뒤바꾼다', 3장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4장 '한번에 이해하는 메타버스의 역사', 5장 '메타버스를 향한 다양한 시도', 6장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과 극복해야 할 숙제들', 7장 '메타버스가 만드는 새로운 미래', 8장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의 시대', 9장 '아 유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나뉜다.
서문을 읽을 때만 해도 나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내심 긴장했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공기나 물과 같이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월드와이드웹, 아이팟,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가상현실 헤드셋, 테슬라 전기차, 비트코인 등 세상을 바꾼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는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아니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영향과 결과의 흐름을 거슬러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보다 훨씬 먼저부터 그 본질적인 동인과 시작점이 존재하고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10년 뒤, 20년 뒤에 세상을 바꿀 씨앗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 작은 떡잎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6쪽)
저자는 '지금 우리는 현실세계와 연결된 디지털로 만들어진 메타버스에 걸리버가 되어 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16쪽)'라고 한다. 그렇게 표현하며 설명해나가니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18세기 걸리버가 긴 시간 여행하며 방문했던 상상 속의 도시를 우리는 하룻밤 사이에 다녀올 수도 있고 매일매일 새로운 도시와 공간을 방문하고 모험할 수도 있다는 것! 메타버스의 세상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막상 책 속의 문장으로 체감하고 보니 무언가 들뜨는 기분이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에서다.
과거의 신대륙 발견은 지구가 만들어놓은 것을 찾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메타버스는 직접 만들거나 찾는 것 모두다. 메타버스에서는 신대륙도, 신우주도, 새로운 시공간의 축도 만들 수 있다. 몇 달간의 항해나 비행 대신 현실세계에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원주민을 착취하거나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디지털로 새롭게 만들고 창조해 낼 수 있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데우스》에서 제기한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메타버스에서는 "이미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 물리적 세계에서 신이 해왔다고 믿는 능력들이 메타버스에서는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다. (18쪽)
때로는 누군가가 짚어주어야 생각지 못했던 현실을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려울 거라 생각하던 것이 의외로 간단명료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이다.
싸이월드에 대해 짚어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조목조목 짚어주며 '초기 콘셉트로는 메타버스의 선구자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다(92쪽)'라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확장된 메타버스로 진화되지 못한 이유를 짚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획기적으로 나타나 우리의 일상을 점령하다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싸이월드에 대해 제대로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싸이월드, 포켓몬고,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언급되어 읽는 재미가 있다. 단순히 '아는 거다'라는 느낌 이상으로 날카롭게 분석하여 놓치지 않고 집어내는 힘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현재에 함께 하는 많은 기술 중 우리의 미래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부분도 있겠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메타버스에 관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10년 이상 걸릴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반강제적으로 1년 만에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어떤 미래가 나타나게 될지 예측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코로나19를 겪은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Z세대의 뒤를 이으며 특히 2020년에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연령대로 대표되는 세대인데 이들이 겪는 1~2년 덕에 IMF 세대, 5포 세대 같은 사회 현상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세대가 될 것이다. (256쪽)
이들을 C세대, 코로나세대라 하며,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머물고 보내는 시간이 리얼월드 오프라인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길어지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금 메타버스에 올라타려는 혹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싸이월드',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사례들로 쉽게 풀어가며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가지고 올 미래를 흥미롭게 전개해 나간다. "Are you ready?" 이 책을 읽고 모두 함께 메타버스에서 만납시다!
_데니스 홍· 로봇공학자, UCLA 기계공학과 교수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언제부터 생겼는지 메타버스의 역사부터, 메타버스를 향한 다양한 시도와 실패, 메타버스가 만드는 새로운 미래 등 이 책을 읽으며 메타버스에 대해 큰 틀에서 훑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메타버스에 대해 잘 몰라'라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이 책을 펼쳐들면 의외로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몰랐던 부분을 새로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탄생시킨 C 세대와 우리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거대한 세계를 흥미롭게 바라본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펼쳐들면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