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 문예 세계문학선 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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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 문예 세계문학선 031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리뷰 총점 8.4 (4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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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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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 문예 세계문학선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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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리뷰] 능청스런 소세키의 강단 있는 도련님 평점10점 | a*********9 | 2012.03.10 리뷰제목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2층에서 뛰어내려 허리를 삐는 바람에 1주일가량 꼼짝도 못 한 적이 있다- 새로 지은 건물 2층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같은 반의 한 녀석이 농담으로 ‘아무리 잘난 체 으스대도 거기서 뛰어내릴 수는 없을 걸, 이 겁쟁이야.’ 하고 자꾸만 놀려 댔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초등학교 3년을 시골 외가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 시절 난 등하굣
리뷰제목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2층에서 뛰어내려 허리를 삐는 바람에 1주일가량 꼼짝도 못 한 적이 있다- 새로 지은 건물 2층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같은 반의 한 녀석이 농담으로 ‘아무리 잘난 체 으스대도 거기서 뛰어내릴 수는 없을 걸, 이 겁쟁이야.’ 하고 자꾸만 놀려 댔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초등학교 3년을 시골 외가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 시절 난 등하굣길에 물 빠진 방죽 길을 거닐곤 했다. 내가 그 길을 고집했던 이유는 오며가며 어른들과 부딪히기 싫고 부산스런 머슴애들과 대거리하기 귀찮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방죽 길을 메우고 있는 자연과의 대화를 위해서였다. 살아보겠다고 돌멩이 틈새를 비집고 불쑥 자라 오른 들풀과 들꽃들, 거의 사라진 쫄쫄대는 물로 몸을 적시는 작은 청개구리들, 울퉁불퉁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던 자갈들... 내가 만나는 어른들과 머슴애들의 말은 죄다 먼지 풀풀 날리는 소음으로 다가오는데, 왜 길이라고 볼 수도 없이 푹 꺼진 그 방죽 길에 생겨난 모든 것들은 다 살갑고 다정스럽게 다가오던지... 소곤소곤 거리는 자연의 재잘거림을 떨어져서는 너무 그립고 불안해서 잠시도 참아내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는 또래 친구들에게는 이해받지 못 하는 부류이자 장난 걸고 싶은 아이였나 보다. 그렇다고, 내가 장난에 말려들었다고 해서 순전히 당하기만 한건 아니었다. 딴엔 오기와 강단도 있었으니까.

 

 

그날도 방죽 길로 하교하던 나를 향해 머슴아들이 외쳤다. 야! 넌 왜 맨날 거 밑으로만 댕기냐. 거기가 그렇게도 좋으냐. 돌멩이가 니 친구라도 되냐. 돌멩이라면 요기도 있는디, 우덜이 발로 차서 돌멩이 보내주끄나. 그럼 난 지지 않고 딱 한마디 던졌다. 발로 차든지 덴지든지 니들 맘대로 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키득거리던 머슴애 하나가 발로 찬 돌멩이가 굴러 떨어져 내 머리를 강타해 피가 철철 흘렀다. 상황판단할 리 없는 머슴애들은 이미 그 자릴 떠난 뒤였고, 나는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은 채 눈물만 찔끔거리며 외가에 도착했다. 피와 눈물범벅이 된 내 모습을 본 외삼촌은 이내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도대체 언눔의 자슥이 니 머리를 일케 맹글었냐. 울지 말고 얘기혀 봐라잉. 사실 그 때 내가 운건 깨진 머리와 피 때문이 아닌, 그 사건으로 인해 들풀과 들꽃과 돌멩이와 청개구리와 대화를 하지 못한데 있었다. 그러나 삼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머리에 피를 보게 만든 그 머슴애를 끝끝내 찾아내서는 아랫도리를 벗긴 후 볼기짝이 피멍이 들 정도로 패주었다.

 

 

다음 날 아무 생각 없이 교실에 들어섰더니 칠판이 꽉 찰 정도의 커다란 글자로 ‘덴푸라 선생님’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덴푸라를 먹으면 그렇게 우스운 것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학생 한 녀석이 ‘하지만 네 그릇은 좀 너무하잖아유.’하고 말했다- 10분 뒤 다음 교실에 들어가자 ‘덴푸라 국수 네 그릇. 단 절대 웃지 말 것.’이라는 글이 칠판에 쓰여 있었다(본문 중에서).

 

 

문득 소세키의 도련님과 어린 시절 나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에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실소를 터뜨렸다. 이유 없는 빈정거림과 불의 앞에서는 결코 참지 못한 덕인지 탓인지 도련님은 번번이 당한다. 그러나 중요한건 정작 본인은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 다리가 부러지고 손가락이 베이고 심지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학생들에게조차 수차례 놀림을 받아도 말이다. 거기까지라면 그나마 다행일까. 경단과 국수 한 그릇(아! 도련님은 국수 네 그릇을 해치우는 바람에 다음날 전교에 소문이 퍼져 놀림거리가 된다)도 못 먹게 되는 건 약과이고, 이제 그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일파만파 퍼지는 바람에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는 상태에 처한다. 마치 그의 주변을 배회하는 잠복근무조라도 있는 듯이. 이제 도련님은 할 일 없고 참으로 터무니없어 뵈는 그 잠복근무조의 비열함과 옹졸함에 치를 떤다. 유독 자신의 행위에 배 나라 감 나라 참견하는 치들을 향해 이를 간다. 정확한 배후를 알지 못하는 데도 어쨌든 그는 투덜댄다. 그들이 자신에게 그럴만한 하등의 이유가 없으므로 도련님의 성냄은 매우 정당하다. 아니, 국수와 경단 먹은 것과 온천에 옴서 감서 빨간 수건을 목에 걸고 다닌다고 해서 타인에게 무슨 피해가 있단 말인가.

 

 

-자네는 그처럼 솔직하니까... 그러니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인데(빨간 셔츠 교감)/어차피 경험은 부족합니다. 이력서에도 써 두었지만 23년 4개월 살았으니까요(도련님)/아,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 않는 데서 이용당하는 일이 있을 거란 말 일세/정직하게 살면 누가 이용을 한 대도 무서울 것 없습니다(도련님)/-못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그는 믿는 듯하다- 이럴 바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게 살아라’ 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좋다(본문 중에서).

 

 

세상은 왜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찔벅찔벅 건드리는 걸까. 옳은 소리에 귀를 닫고 아첨하는 소리에만 귀를 여는 걸까. 내가 초등학교 3년을 외가에서 보낸 이유 역시 담임선생님께 밑보였기 때문이다. 내 나이 일곱에 아빠가 일찍이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엄마는 우리 세 자매를 키우시느라 늘 동분서주하셨다. 그러니 우리 엄마는 다른 집 애들 엄마처럼 개소주네 쌀 한가마니네 돈이네 바리바리 싸들고 딸래미들 담임을 일일이 쫓아다닐 여유가 없었던 거다. 거기다 모르긴 해도 나의 당돌함이 더해져 담임의 미움을 샀을 만한 일이 있긴 있었다. 실은 이 책의 도련님처럼 당시 나는 내가 했던 행동과 말들이 담임에게 그렇게 미움을 받을 만한 일인지도 몰랐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손든 아이들이 부지기수인데 왜 나까지 꼭 손을 들어 꼭두각시 앵무새처럼 선생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인지, 추기 싫은 춤을 억지로 춰가며 부모님께 거짓 몸짓으로 미소를 드려야하는 것인지, 난 그런 일들이 싫었고 그래서 안했다. 신학기 부모참관수업에 다들 예쁜 몸짓으로 흔들어대는데 나만 그대로 멈춰라 자세로 있던 것이 화근이 되었고 참다못한 담임의 꾸중을 들었던 엄마는 발끈하셨고 두 분은 서로 격렬히 말다툼하셨고 엄마는 교육청에 담임을 신고하셨고 나는 시내 어느 초등학교서도 안 받아줄 거라 했고 그래서 시골 외가댁으로 보내졌다.

 

 

말솜씨 좋은 사람이 착하다는 법은 없다. 공격을 당한 쪽이 반드시 악인인 것도 아니다. 겉으로는 빨간 셔츠(교감)가 옳지만, 겉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뱃속까지 상대방의 마음에 들게 만들 수는 없다. 돈이나 위력이나 이론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고리 대금업자나 경찰이나 대학 교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남의 호감을 사게 되어야 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유순한 끝물호박(영어 교사)을 내몰고, 부하 교사(역시 끝물호박 선생을 칭함)의 애인을 빼앗는 등 직분과 도덕을 망각한 빨간 셔츠(교감)와 미술교사. 비분강개한 도련님은 이제 불의에 맞서 거센 바람(수학 교사)과 함께 복수일전을 펼친다. 마치 어린 시절 내 외삼촌이 머슴애의 볼기짝을 앙칼지게 패준 것처럼 엄마가 촌지를 바치지 않았다고 날 미워한 담임을 처단한 것처럼, 도련님과 거센 바람 역시 빨간 셔츠(교감)와 아첨꾼(미술 교사)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러준다. 이 부분에서 나는 통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찌나 속이 다 후련하던지. 마치 적을 KO펀치 일타 한방으로 쓰러뜨려버린 기분이었달까.

 

 

신문사 측과 한패가 되어 도련님과 거센 바람을 학교에서 몰아내려던 잔당들은 이제 침묵한다. 그러나 아주 잠깐일 것이다. 왜? 곧 온순한 끝물호박 선생이, 패가망신한 소녀 가장이, 또 다른 아첨꾼이, 할 일 없이 괴롭혀대는 잠복근무조가 그 잔당들 곁을 채울 것이기에. 이 괴상망측한 삶의 가르침을 소세키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나열해 보인 것이다. 잔당들과 결탁한 그 혹독한 가르침이 가해오는 채찍의 고통과 사랑의 매 앞에 얼마나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혹은 의연할 수 있을까를. 그런가하면 지뢰로만 가득해 보이는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 소세키는 일말의 희망을 던져본다. 그 파동이 몰고 올 두 번째 세 번째 희망의 연쇄 고리를 스리슬쩍 숨겨놓은 채, 응큼하게도 그의 묘사는 결말 직전까지도 가차 없다. 이래도 참을 수 있겠어? 정말 못 살아 먹겠지? 그냥 포기하지 그래? 이렇듯 더 깊은 늪으로 밀고 밀어 넣는 듯 보이지만, 실은 구원의 동아줄 하나를 감춰 놓고선 태연하게 능청을 떤다.

 

 

온갖 처방전으로도 퇴치되지 않는 메뚜기 떼로 득시글거림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돌진하는 무소의 뿔이, 바로 우리의 도련님이라면, 세상물정 모르고 지기 싫어하고 때때로 제멋대로이기까지 했던 그의 무모한 배짱과 옹고집은 바로 처방전이다. 신혈이 나고 토하고 기침하는 잠복기를 거친 후의 처방전은 대개는 면역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제 두 번의 신혈과 구토와 기침은 한 번으로 줄어들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 단, 그 잠복기동안 내 이마에 손 한 번 더 얹어주고 얼굴 한 번 더 들여다봐주고 땀 한 번 더 닦아줄 이가 있다면 우리의 병은, 세상은 좀 더 빨리 치료될 것이다. 바로 그 때, 도련님의 외짝이 뿔을 안쓰러워한 기요할머니가 기꺼이 그의 나머지 뿔이 되어 비로소 두 개의 뿔로 짝이 되어준다. 바로 저 기요할머니가 소세키가 숨겨놓은 히든카드, 희망임을 혹 당신은 눈치 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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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평점10점 | g*******7 | 2016.03.13 리뷰제목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적 유머소설!'이라는 <도련님>(문예출판사)의 소개 문구가 눈에 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소세키의 소설은 당시 지식인의 고뇌라든지 그의 자전적인 내용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기에 유머소설이라는 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글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리게 되었다. 사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기존의 체제와는 다른
리뷰제목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적 유머소설!'이라는 <도련님>(문예출판사)의 소개 문구가 눈에 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소세키의 소설은 당시 지식인의 고뇌라든지 그의 자전적인 내용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기에 유머소설이라는 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글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리게 되었다. 사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기존의 체제와는 다른 근대화를 통한 사회 전환기의 시점에서 소외된 지식 계층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다보니 전체적으로 무거우면서도 곱씹을만한 내용들을 떠올리곤 하였다. 물론 그의 또다른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같이 다른 소재를 다룬 작품들도 있겠지만, 내가 읽었던 작품의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 <도련님>은 그동안 읽어왔던 소세키와의 작품과는 이질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실제 이 작품에서 도련님이라 칭하는 '나'라는 주인공의 캐릭터 자체가 새롭다. 학생, 선생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소세키의 주인공과는 달리 <도련님>에서의 '나'는 세상 물정과는 전혀 담을 쌓은 고집불통의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이 워낙 막무가내인지라 손해만 보고 살았다. - p. 9 -

작품의 첫줄로 등장하는 이 문구는 '나'에 대하여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성격으로 인하여 단순 무모한 그의 행동들에 대한 묘사는 '막무가내'라는 단어로 그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부모님과 형으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부모님은 그가 20대가 되기 전에 병으로 사망하게 되다. 유일한 혈육인 형마저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얼마 간의 재산을 나눠주면서 떠나기 때문에 '나'는 홀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고집불통에다가 막무가내로 그려지는 '나'는 순식간에 혼자가 된다. 그러한 주인공이 안타까웠는지 나쓰메 소세키는 하녀인 기요를 등장시킨다. 막부 시절에는 명문 집안 출신으로 그려지는 기요는 이상하게도 가족마저 외면한 '나'에 대하여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다. 항상 용돈과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 남들이 꾸짖는 '나'에게 칭찬만을 하는 것이다. 비록 외로움에 의지할 사람을 굳이 찾으려는 성격이 아닌 '나'에게 있어서 기요는 도련님의 유일한 위안의 대상이 된다. 단신으로 시골에 수학교사로 부임한 '나'의 유일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할머니와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인물이 기요라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반증한다.


 소세키의 작품에서 선생이라고 한다면 지식인의 상징으로 그려지는데, <도련님>에서 수학 선생을 하게 된 '나'에게 있어서 선생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주인공 스스로 고백했듯이 전문학교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시골의 수학선생 자리를 겨우 얻어서 가는 상황이었기에 기존의 작품에서 등장한 선생과는 확실히 구분이 된다. 실제로 '나'는 수학선생이라고는 하지만, 학문에 대해서 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직설적이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나'의 성격으로 인하여 다른 선생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며, 시골 학생들과도 잦은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나'의 행동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유쾌하다. 사실 막무가내라고 표현을 하였지만,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그의 행동은 왠지 먹고살기 위하여 가끔씩 부당함에 굴복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교감(상관)의 부당한 행위와 그러한 교감에게 아부하는 미술선생을 경멸하는 '나'의 모습을 통하여 유쾌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와 선생이 어색한 동거관계는 교감과 미술선생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인하여 짧은 기간으로 마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유쾌하고, 심지어 도쿄로 돌아오는 길이 반갑게 느껴지기만 한다. 


 <도련님>은 확실히 기존의 소세키의 작품과 달리 가벼우면서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유쾌함 속에서 '나'는 자신을 아끼고 각별히 보살펴주는 기요로 인하여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부임지에서 그동안 겉으로는 기요의 보살핌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기요의 편지를 기다리고 또 보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의 진지함과 간절함은 그가 점차 소중한 사람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과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기요. 나 돌아왔어" 하고 뛰어들어갔더니 "아이고 도련님, 우리 도련님, 일찍 돌아오시네요." 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나도 너무 기뻐서 "이젠 시골에 안 갈 거야. 도쿄에서 기요하고 같이 살 거야" 하고 말했다.

 - p. 181 -

그렇기에 위와 같이 어찌보면 평범할 수 있는 '나'와 기요의 해후는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도련님>은 개인적으로 그동안 읽었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소세키의 나름이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가 주로 다루던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기에 좀더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유쾌한 성장소설처럼 보이는 <도련님>에서 러일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연에서 벌어지는 학교 간의 패싸움을 통하여 전쟁에 대한 소세키의 비판적인 의식도 들여다볼 수 있는 듯하여 성장소설 이상의 내용도 담겨져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책에 실려 있는 또다른 작품인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런던탑>도 곁들여져 읽는다면 이 작품들이 소세키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이 두 단편은 아마도 문예출판사의 <도련님>에서만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심령소설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와 소세키가 영국 유학 당시에 접한 런던탑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며 발군의 상상력을 통하여 묘사한 <런던탑>은 분명 소세키가 다룬 주류의 작품들과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도련님>(문예출판사)는 나에게 있어서 소세키의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유쾌함과 새로운 방식의 그의 글쓰기를 옅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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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남자라면 매번 들어도 행복하고 즐거운 말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 2012.05.21 리뷰제목
주변머리가 좀 없는 대신에 남들이 하는 말들을 잘 기억하려고 한다. 문제는 누군지가 좀 가물가물하다. 하여튼 접때 블로그 이웃님이 댓글에 남긴 도련님이란 책을 보고 적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SNS매체보다 블로그는 이웃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듯 하다. 남자들이 도련님이라는 말에 깜박죽고, 서방님이란 소리에 사족을 못쓰듯 ^^;;무려 백년전에 씌인 소설임에도 지금
리뷰제목

주변머리가 좀 없는 대신에 남들이 하는 말들을 잘 기억하려고 한다. 문제는 누군지가 좀 가물가물하다. 하여튼 접때 블로그 이웃님이 댓글에 남긴 도련님이란 책을 보고 적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SNS매체보다 블로그는 이웃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듯 하다. 남자들이 도련님이라는 말에 깜박죽고, 서방님이란 소리에 사족을 못쓰듯 ^^;;


무려 백년전에 씌인 소설임에도 지금 읽어서 세월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역자의 창작인 즐라도 사투리가 되려 어색하다. 약력을 보다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는 말에 저자의 이름을 음미해보니, 동서양 대 문호들의 이름이 한국식으로 발음하니 참 독특도 하여라. 그런데 그 발음만큼 책은 즐겁고, 또 지나간 추억들을 생각나게 한다.


몇페이지만에 나타난 여러건의 도련님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도 도련님이란 말을 들어본적은 가족의 범위가 넓고, 사람도 많았던 벌써 오래된 시절이란 생각과 문득 수주선생은 술자시고 그렇다쳐도 이 주인공은 맨정신에도 참 용감무쌍, 기상천회란 생각이 든다. 나의 소식적 생활을 생각해보니, 기껏해야 짱돌한개 던지다가 담장이 넘어가 장독몇개 깨진정도니, 아주 바른 생활이라 할만하다.  어째 제목이 도련님이더라며 주인공에게 손가락질을 해보기도 했다.


책의 시작과 함께 가신과 같은 기요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미야자키 하야호 만화에 나오는 맘씨좋은 할머니나 꼭 호호아줌마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고뭉치 꼴통 도련님을 항상 응원하고, 격려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은 무엇때문일까? 한편의 측은지심, 한편 같이한 세월속의 애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래 같이 부비며 살다보면 가족보다 가족같은게 사람 그 자체다. 사람은 그럴수밖에 없는 태생적 동작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시절과 달리 신분제가 없어지고 보다 평등함을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헌신적인 가신을 만나기 힘들겠지만, 이런 관계를 떠나 살면서 헌신적인 사람을 만나는건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련님이란 말을 생각하면, 싸가지는 좀 없어뵈도 부러워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혼자가된 도련님이 스스로 자립해 나가고, 끊임없이 그를 떠나지 않고 응원하는 기요를 보면서, 먼저 떠나간 어머니와는 또 다르게 새롭고 애틋하다. 그녀가 무척외로웠겠지라고 위로하고 싶고, 비록 소설은 주인공의 흐름에 맞춰져있으나, 기요에겐 외로움을 극복하는 대상이 도련님으로 상징되엇을거라 생각한다. 꼭 세오녀처럼. 하여튼 누군가 나를 끊임없이 격력하고 채근하고 걱정하고 해주는걸 쬐만할땐 귀찮게 여기다 철들면 소중히 여기게되고 그 때쯤엔 한없이 눈물만 흘릴수 밖에 없는게 사람의 삶이란 생각도 든다.


어려서부터 재기발랄하게 지멋대로 큰 도련님이 사회에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기요의 따뜻한 마음때문인지 정의롭고, 융통성없게 커가신다. 사실 조금씩 멋있어져간다. 도련님이 선택한 선생님이란 직업이 작가의 경험에 의한것도 있겠지만, 사회의 기준, 모범을 상징한다면 융통성이란 말이 주인공과 양립하기 힘들겠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끔 노인네들이 융통성이 없다고 야단을 치는데 사실 이 말은 경우에 따라 매우 기회주의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절차와 과정이 있다. 어떤일의 목표에 효과적인가, 이일을 끝내는데 효율적인가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컬투의 "그때그때 달라요~"를 융통성이라는 말로 갖다붙이는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째던 삶이 기준이 없는자는 삶을 낭비하듯 가치없이 살고, 기준이 너무 밝고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은 고달프게 사는듯하다.  그래서 주인공이 고달프게 삶의 깊이를 배워가고 안으로 갈무리하는듯 하다.


우여곡절과 혈기방장함을 촌동네에서 다 보여주고, 도쿄로 돌아와 언제나 뛰놀다 돌아온 도련님처럼 "나 돌아왔어"라고 말하는 녀석과 "우리 도련님 일찍 돌아오시네요"라는 기요의 기쁨을 어느정도들 아실란가? 오밤중에 오래전 추억속에 나를 응원해 주시던분들을 생각해보다, 그냥 날 도련님대신 서방님으로 불러주는 주인님을 생각하며 행복한줄 알고 잘 살아야지. \( ´ ∇`)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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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련님 평점8점 | j*****n | 2015.04.04 리뷰제목
나쓰메 소세키 작품을 따로 챙겨 읽어 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모 출판사에서 데미안, 햄릿, 젊은 베르터의 고뇌, 변신과 더불어 이 책, 도련님을 새로이 선정했던 것이다. 앞의 네 작품이야 이미 섭렵했지만 도련님은 처음 접한지라 궁금했다. 일본 소설을 가까이 하지 않아 와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알고 있는 작가라고, 무라까미 하루끼이고 최근 읽은 일본 소설이 푸른 하늘
리뷰제목

나쓰메 소세키 작품을 따로 챙겨 읽어 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모 출판사에서

데미안, 햄릿, 젊은 베르터의 고뇌, 변신과 더불어 이 책, 도련님을 새로이

선정했던 것이다. 앞의 네 작품이야 이미 섭렵했지만 도련님은 처음 접한지라

궁금했다. 일본 소설을 가까이 하지 않아 와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알고 있는 작가라고, 무라까미 하루끼이고 최근 읽은 일본 소설이

푸른 하늘 맥주 정도.... 이것도 스스로 선택하게 했었다면 아마도 아직까지는

우리 소설과 고전 위주로 돌아 본다고 일본 소설까지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을 것인데,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의견과 눈으로 본다면, 내가 혼자서 생각

-하고 있던 범위를 벗어나게 해 주는 것 같다.

도련님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리 두껍지도 않았고 우동 한 그릇 처럼 얇은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서 읽기에 부담은 없겠다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1895년 영어 교사로 1년 근무한 경험을 살려서, 그 후 10년 뒤에

발표한 작품이라 한다. 천방지축이고 장난꾸러기로 자라는, 귀한 집 아들인

주인공은 못말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중학교의 수학 교사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겉보기 소개에서 볼 때와 읽기 시작했던 도입부에서는, 그냥 그런 종류의

소설이겠거니 라는 덤덤함으로 시작을 했었는데, 이 소설이 읽어 갈수록

재미가 쏠쏠하지 뭔가...

 

어릴 때 부모님 덕에 식모인 기요할멈까지 둔 부잣집 도련님 이었지만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후 기요할멈의 보살핌과 응원을 받으며 자라게 되고

결국 아버지까지 돌아가시자 형도 재산을 정리하고 떠난다. 여기까지는

부잣집 도련님에서 살아가는 환경 조건이 달라진다는 아주 평범한 시작인

이야기 인데 형이 나눠 준 돈으로 공부를 마치고 시골에 있는 중학교로

수학 교사가 되어 떠나는 주인공, 거기에서부터 이야기는 많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간다.  늘 정직하고 담백한 성격의 주인공이 겪는 시골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 별명으로 부르는 각 선생님들, 학생들의 소란과 행동들,

그 다음 내용은 어떻게 될 지 궁금해지면서 권력 앞에서의 등장인물들의

태도와 어떻게 정의로운 방식을 택하고 행동하는지, 독자들에게 감동은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의 성격 또한 들여다 볼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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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기대보다는 다소... 평점7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j*****s | 2003.12.23 리뷰제목
친구가 무척이나 재밌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명성과 책의 유명세에 비해서는... 난 다소 실망을 했다. 내가 유명작가의 작품이란 어느 정도는 현학적이야 하고 다소 지적인 측면을 바라면서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물론 내가 이 책을 읽고 미리 예상 했던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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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무척이나 재밌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명성과 책의 유명세에 비해서는... 난 다소 실망을 했다. 내가 유명작가의 작품이란 어느 정도는 현학적이야 하고 다소 지적인 측면을 바라면서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물론 내가 이 책을 읽고 미리 예상 했던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일본 문학의 대가라고 일컬어 지는 나쓰메 소세키가 아닌가! 하지만 그의 문체나 내용의 깊이라든가 하는 부분이 있어서는 역시 좋은 점수를 줄 순 없을 것 같다. 그래도 100년 이라는 시간을 감수 하고 본다면, 어쩜 지금보다도 더 유머있고, 세상을 단순화해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조금은 귀엽게까지 느껴진다. (대문호에게 귀엽다는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다. 좀 찔린다...) 한번 쯤은 읽어 볼만 하지만... 작가의 명성에 기대 책을 잡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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