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은 급격한 사회 변화 가운데 발생하는 공백을 메울 해결책이라 여겨졌고,
그 결과 기업을 비롯한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인문학적 소양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철학이기에 이를 기르기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인문대학(사학과)을 나왔지만 그럼에도 철학은 나에게 결코 익숙지 않았다.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을 통해 철학을 접하며 어느 정도의 지식을 쌓았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췄다고 자신할 수 없다.
인문학을 전공한 나조차 철학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걸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애초에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와 관련된 소양을 갖추라는 건 가혹한 요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가 갖춰야 하는 부분은 철학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이는 내용이 적을뿐, 내용 자체는 어렵기에 결코 쉽지 않다.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은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철학에 흥미가 없지만 배워야 하거나, 혹은 배우고 싶어도 내용이 어려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게 느꼈던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우선 책 내용에 있어 군더더기가 없었다.
지금까지 접해왔던 철학 분야 책들은 너무 철학적이었다.
물론 철학 책은 철학적인 이야기로 채워져야 하지만,
대부분의 책이 전문성에 치중한 나머지 대중성을 경시하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
그 책의 저자들은 독자에게 많은 내용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과도했던 나머지 독자가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했다.
이는 철학을 소양, 교양 수준까지만 기르고 싶은 독자들에게 역효과가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무려 30명의 철학 사상을 이야기하지만 책은 300페이지 정도로, 양이 많지 않다.
(1차원적인 계산으로는 철학자 한 명이 대략 10페이지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저자는 짧은 분량 속에서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만을 뽑아 이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나갔다.
이러한 전략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다음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활 속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책의 제목은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으로 제목만 봤을 때는 철학 관련 서적임을 유추하기 어렵다.
표지에 적힌 '내 삶에 돌이키고 싶은 순간마다 필요했던 철학 솔루션'까지 봤을 때, 그제서야 이 책이 철학 책임을 알 수 있다.
제목을 통해 유추해보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철학을 쉽게 전달하려는 목적을 넘어 그것을 실생활에 제대로 적용하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싶어 한다.
실제로 저자는 각 장에 등장하는 사상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예시를 들어주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혹여나 사상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문을 가졌다면 저자가 제공하는 예시를 주목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저자의 문장력이 참 좋았다.
나는 좋은 글이란 가독성이 높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단어와 많은 비유로 치장한 글도 좋은 글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글들은 자칫하면 저자의 의도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좋은 글의 덕목이 화려함보다는 담백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내 취향이다.)
그래서 나와 같이 깔끔한 글을 좋아한다면 이 책이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저자는 짧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여 독자들이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가며 읽는 수고를 덜어준다.
위에 언급한 장점들과 함께 고려해보면, 이 글이 얼마나 가독성이 좋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철학 걸음마를 시작한 독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핵심 사상으로 시작해 일상생활 적용까지 모두 이끌어 준다.
깊은 철학적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싱거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얕고 넓은 지식, 교양과 상식선의 지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저자가 당신의 철학적 뼈대를 세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