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사 】-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
_소병국 / 책과함께
“다양하지만 공통점도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이 책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이 지역 ‘공간’에서, 고대부터 최근까지 2000여 년에 걸친 긴 ‘시간’을 거치며, 어떠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국가와 사회를 형성, 발전시켜왔는지를 개괄해본 역사서다.”
오늘날 ‘동남아시아(Southeast Asia)'라고 불리는 지역은 넓게 보아 유라시아 대륙의 동남부, 범위를 좁혀보면 인도의 동쪽과 중국의 남쪽 지역을 가리킨다. 이곳에 현재 11개 국가가 자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란 지명은 1839년 미국인 목사 하워드 맬컴(1799~1879)이 쓴 여행기에 ’South-Eastern Asia'로 처음 등장했다. 그 후 베트남전쟁이 절정에 다다른 196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는 세상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베트남을 비롯해 캄보디아, 라오스, 버마(미얀마),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을 포함하는 한 단위지역으로 세인들에게 각인되었다.
동남아시아라는 명칭과 개념이 길지 않다고 해서 이 지역 자체의 역사가 짧은 것은 아니다. 역사학자인 이 책의 저자 소병국 교수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동서세계를 해로로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아울러 이 나라들이 서로 유사한 지리적 환경에서 서로 포용하고 융화하는 세계관을 갖게 된 것을 주목한다. 즉,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창의적 융합(creative synthesis)'이라는 과정 속에서 시간이 축적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편성되었다. 1부 ‘동남아시아란?’에선 이 지역의 개념, 크기, 규모를 소개한다. 아울러 인문 지리학적 관점에서 자연환경이 토착문화의 형성을 이룬 과정, 문화의 다양성과 공통성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2부 ‘전통 동남아시아(18세기까지)’는 고대와 고전, 두 시대로 나누어 ‘수용과 변용’이란 키워드를 통해 근대 이전 국가와 사회의 변천과정에 나타난 창의적 융합을 고찰해본다. 3부 ‘근대 동남아시아(19세기~1945년)’에선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서구 식민지배 시기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근대성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융합하며 근대 국민국가의 토대를 마련해나가는가를 살펴본다. 마지막 4부 ‘현대 동남아시아(1945년~1990년대)’에선 ‘새로운 국가 건설과 발전’이란 키워드로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전후 냉전 질서 속에서 국제적인 영향 속에서 어떻게 독립을 이루고, 국민국가를 건설하고,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켜 갔는가를 정리하고 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서구 세계에 퍼져나가는 가운데, 서국 각국은 동남아시아를 원자재 공급처와 공산품 판매시장, 그리고 자본 투자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전 중상주의에 입각한 보호, 독점 무역에 대한 관심이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에 입각한 정치적 지배와 경제적 착취로 전환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의 변화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는 계기가 된다. 몇몇 통치자들은 이에 대한 대응을 잘 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통치력 미흡과 내부 분열로 식민지화 되고 만다. 사이공이 프랑스군의 공격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캄보디아도 프랑스의 보호령이 된다. 영국과 버마 전쟁, 네덜란드가 북부 수마뜨라의 아째 지역 공격, 말레이세계에 유례없는 백인 왕이 탄생하게 된다든가 하는 일들이 모두 이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미얀마(1962~1990년대)의 역사는 곧 군부의 권력 장악 역사이다. 군사정권에서 혁명평의회가 입법, 사법, 행정권을 모두 장악했다. 혁명평의회는 외국 기업과 대규모 국내 기업을 모두 국유화했다. 그 결과 1963~1964년 수천 명에 이르는 인도인과 파키스탄인이 재산을 모두 몰수당하고 남아시아로 돌아갔다. 네윈의 독재는 자연히 여러 사회계층과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1962년부터 1988년까지 대규모 시위가 빈발하고 그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사태가 반복되었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군사정권의 독재는 여전하고, 대규모 시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에 미얀마 정권이 안정되길 바랄 뿐이다. 미얀마 국민들의 희생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하지만, 그만큼 공통점도 많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더욱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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