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작지만 견고한 좋은 습관(루틴)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작은 습관들을 들이려, 자기 전 내일 아침을 조금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두거나, 온 몸을 쭉쭉 펴서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하루에 하나씩 작은 것들을, 하다못해 가방이라도, 정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어느 정도 습관이 들었다 여겨지다가도,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를 건너뛰면 어쩌면 그리도 빨리 어색해지는지, 정말이지 ‘좋은’ 습관은 들이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반면 고치고 싶은 ‘나쁜’ 습관들은 왜 이리 고치기 어려운지 그것 역시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이런 내게 이 책의 제목과 서평단 모집글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습관에 대한 많은 것들이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좋은'습관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나쁜’ 습관들에는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는, 도움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책을 읽기 시작하자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실용서라 생각했던 책에서 영적인 깨달음을 논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중에는 익숙해지긴 했으나 다소 낯선 문장 구조 덕에 어떤 대목은 다 읽고 나서도 무얼 이야기 하는지 몇 번을 곱씹어 읽어야 했다.
‘The Little Book of Big Change : The No-Willpower Approach’라는 원제를 가진 이 책은 다음의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원서에서는 조금 다른 제목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1부 어쩌다가 나쁜 습관을 갖게 되었나
2부 생각하지 않으면 저절로 사라진다
3부 습관도 변하고 인생도 변한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이야기 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완벽하고 온전하게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습관으로부터 자유롭다고(p.29). 그래서 우리는 본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며, 습관적 행동은 그저 우리의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에 불과하기 때문에,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가라앉으면 우리는 이내 자연스러운,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p.57
라이프코치라는 다소 생소한, 하지만 어떤 역할일지 미루어 짐작이 되는, 이력을 가진 저자는 ‘습관’은 그저 머릿속에 잠시 떠오르는 생각일 뿐이라는 말을, 그리고 그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언급한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해롭거나 유용할 것도 없는, 개인적인 것도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닌 그저 생각일 뿐이다. p.124
이 책에서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와 함께 ‘충동’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충동은 습관적인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물리적, 감정적, 정신적 동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p.99). 달리 말하면 이 충동을 잘 다룰 수만 있다면 행동으로 나타나는 습관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충동’을 현재 나의 상태에 대해 들여다보는 신호로 이용할 수도 있다.
충동은 하나의 생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은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에 불과하다. p.87
충동은 우리가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본 궤도를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우리가 생각의 힘을 스스로에게 해로운 쪽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p.99
알람시계와 마찬가지로 충동은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발생핬을 때 우리를 깨워 그걸 알아차리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귀중한 정보 신호다. p.102
결국 충동이라든가, 충동에 의해 유발되는 습관은 모두 그저 하나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쯤에서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기 보다는 슬몃 불만이 솟아난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지, 저자의 말 대로 그저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너무 열심히 생각하지 말고(p.100)’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건가? 아니, 그냥 기다리면 되기는 하는건가 말이다. 저자 역시 이런 불만이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한 듯 싶다.
나쁜 습관을 끝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없다고 말하면 조금 황당하게 들리리라는 걸 안다. 책임감 있고 주도적인 사람이라면 무언가 ‘하는’ 것에 중점을 둔 채 습관은 ‘고쳐야’ 할 대상이며,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p.176
그리고 이에 대해 덧붙여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없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건 결코 아니다.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중략)..핵심은, 그 순간 옳은 일이라고 느껴진다면 무엇이든 해도 좋지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중략)..스스로를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원하는 일을 해도 좋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180
이 책은 이제껏 내가 습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솔직히 저자가 한 말이 모두 이해되지는 않는다. 200여 페이지에 걸쳐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어떤 부분은 알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의 생각을 활용해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짧지만 냉정하게 다가온다. 결국 나의 습관 역시 환경이나 남 탓이 아닌 나의 선택이라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을 활용해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는데, 이때 그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은 모두 자신의 선택이다.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겠지만 사실은 모두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p.75
*나에게 적용하기
너무 많은 생각에 파묻힐 때는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 멍때리기를 해보자(적용기한 : 지속)
*습관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다. 그런데 이 놀라운 생각의 힘을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활용하는 대신 스스로를 해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땐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자연스럽고 평온한 마음상태가 되돌아오길 기다리면 된다. p.54
*기억에 남는 문장
우리가 떨쳐내고 싶은 그 습관들은 자신의 눈에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눈에도 정신 나간 행동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습관은 기분 전환이 간절할 때 우리가 택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우리의 최선이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따라서 관점이 바뀌면 행동도 바뀔 수 있다. p.51
우리가 아는 수백만 가지의 사사로운 일들을 ‘그냥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 것은 없는가? p.56
사실 운전대는 언제나 당신이 쥐고 있었다. 다만 습관적 생각을 묵살하는 게 당신의 선택지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p.76
습관은 우리를 압도하고, 종종 불편하게 만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실제로는 개인과는 상관없다. p.86
나의 모든 경험은 순간적이다. 나는 경험이 아니고, 경험은 내가 아니며, 그 어떤 경험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경험은 순간 지나간다. 내가 어떤 경험을 알아챌 때쯤이면 그 경험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p.120
충동에서 벗어나려면 해결책은 하나다. 충동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일 뿐이다..(중략)..충동만으로는 우리는 어떠한 해도 입지 않는다. 충동은 행동을 요구하지 충동을 경험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충동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p.131
생각은 기분을 지배한다. 기분은 현재 하는 생각일 뿐이다. p.162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것, 그게 전부다. 우리가 개인과는 상관 없는, 저절로 왔다가 가는 경험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볼 때, 생각이 증발하도록 놔두기도 더 쉬워진다. 충동이 그저 왔다가 간다면 우리가 문제를 겪을 이유는 없다. 존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p.187
사람들은 외부 환경이 자신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 믿음은 오해에 불과하다. 삶에 대한 경험은 외부에서 만들어져 내부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우리의 기분을 만들어낼 수 없다. 우리는 내부로부터 삶을 경험한다. 순간순간의 생각을 기분으로 느끼고, 그와 같은 생각과 기분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험은 오직 이 한 방향으로만 쌓인다. p.216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세상을 상상하거나 갈구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세상 속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보자. p.222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