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나쓰메 소세키 전집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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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나쓰메 소세키 전집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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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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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명암 평점10점 | h*****7 | 2019.10.08 리뷰제목
이 작품은 소세키가 마지막으로 쓴 미완의 작품으로 소세키의 문학적 시도의 도달점이며 최고봉에 위치한다고 평하고 있다. 육백 여 쪽이나 되는 상당한 분량이다. 제목에서 떠오른 것은 인간의 삶의 밝음과 어둠의 대조적인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극적인 사건이나 파란만장한 비극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쓰다는 『산시로』,『그 후』,『문
리뷰제목

 이 작품은 소세키가 마지막으로 쓴 미완의 작품으로 소세키의 문학적 시도의 도달점이며 최고봉에 위치한다고 평하고 있다. 육백 여 쪽이나 되는 상당한 분량이다. 제목에서 떠오른 것은 인간의 삶의 밝음과 어둠의 대조적인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극적인 사건이나 파란만장한 비극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쓰다는 산시로,그 후,의 주인공인 산시로, 다이스케, 소스케를 떠올리게 한다. 고학력자이며 성격적으로 허세와 우유부단함,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당시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병폐와 그로 인한 사회적 모순을 꼬집은 작품으로 보인다. 남녀, 부부, 부모와 자식, 친척이나 주변의 인물로써 타자의 갈등 관계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언제나 내면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운 것 같다.


 쓰다 부부는 교토에 있는 부모로부터 매달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세가 밀렸다, 수리비가 많이 들었다는 이유로 돈을 보내줄 수 없다는 편지를 받는다. 쓰다는 고질적인 질환인 치질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다. 쓰다는 아내가 자기 아버지를 경멸할까봐 두려우면서도 오노부의 고모에게 가서 융통해 보면 어떠냐고 묻는다. 이 말에 오노부는 단칼에 거절한다. 그렇지 않아도 좋은 데로 시집가서 생활의 곤란함도 겪지 않고 행복하게 살 거라는 말을 듣는 마당에 절대로 내색할 수 없다고 한다. 결혼한 지 6개월 남짓, 애틋한 사랑이 싹틀만한 시기임에도 밖의 시선을 의식하는 이들 부부가 왠지 좀 위태로워 보인다.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면 좋을 텐데 남의 눈을 의식하며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성격도 정반대이다. 쓰다는 남에게 어필하기 위한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파고들지만 오노부는 눈치가 빠르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며 적극적인 성격이지만 불행히도 허영심 같은 자존심을 갖고 있다. 소세키의 다른 작품에서는 희미했던 여성상이 여기서는 변화된 모습이다.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는 남편을 향해 속상한 마음 등 안에서 충족되지 못한 자존심을 채우기 위해서였을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남편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때문에 시누이인 오히데는 오빠가 오노부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 것으로 오해를 한다. 당시의 시대상으로 볼 때 튀는 성격일 수도 있는 오노부는 주변의 미움을 받는 편이다. 예쁘게 포장한 선물꾸러미의 속은 알 수 없다. 화려한 겉모습이 진실을 보는 눈을 흐리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백년이 넘은 소설이지만 지금도 낯설지 않은 인물군의 내면을 들여다본 것처럼 실감나는 심리 묘사의 대가 역시 소세키였다.

 

 오빠의 병문안을 오면서 오히데는 돈을 준비해 가지고 왔는데도 말다툼이 일어난다. 쓰다는 돈이 필요하고 받고는 싶지만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부모님과 여동생이 자신을 제외시키고 은밀히 어떤 말이 오가지 않았을까 의심하며 불만이 가득하다. 이 작품은 이렇게 가족, 형제, 부부 등 주변인들과의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자존심은 오해를 부르고 진실을 왜곡시킨다. 오노부는 오카모토 고모의 딸들이 쓰다 형부가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찔린다.


내 과실에 대해서는 내가 괴로워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P197)


 오노부는 평소에 이런 변명을 마음속 깊이 저장시켜 자신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고모댁에서 자라면서 화술에 능하고 활달한 고모부의 지지를 받으며 자유롭게 성장한 오노부에게 자신과 딴판인 남편을 대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원래 활달한 자신의 성격을 자제하고 남편에게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왠지 속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답답하다.


 쓰다의 오노부에 대한 무미건조한 태도는 왜 그럴까 궁금했다. 오노부만 있는 집에 쳐들어와서 쓰다의 낡은 외투를 얻으러 온 고바야시는 쓰다의 과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 시작한다. 짓궂게도 쓰다의 과거의 여자 이야기를 흘리게 되는데...

 

 쓰다는 수술 후 퇴원을 하면서 요시카와 부인의 제안으로 온천 여행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한때 사랑했던 여자 기요코가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준다. 어떤 핑계를 대서든지 남편을 따라 가려고 애를 썼지만 끝내 쓰다는 혼자 간다. 남편의 사랑받기 위해 그렇게 마음 졸였던 오노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조각 설렘을 갖고 떠난 쓰다는 기요코와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미완성으로 끝난다.


한편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큰 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다. 별빛이 달빛처럼 환한 밤에 비치는 굉장한 그림자로 판단하자면 늙은 소나무와 같은 나무와 돌연 한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여울물 소리가 오랫동안 도회를 떠나지 않았던 쓰다의 마음을 불시에 전환시켜주었다. 그는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렸을 때와 같은 감상에 젖었다.

아아, 세상에 이런 게 존재했단 말인가, 지금까지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중략)

잃어버린 여자의 모습을 좇는 그의 마음, 그 마음을 멋대로 번역하자면 곧 이 야윈 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의 눈앞에서 코로 숨을 내쉬는 가련한 동물은 그 자신이고, 그 동물에게 거칠게 채찍을 가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중략)

운명의 업이다. 그것을 목표로 찾아가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P527~528)


쓰다와 오노부를 중심으로 ()’의 세계와 요시카와 부인의 계략으로 기요코를 만나러 간 ()’의 세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변화된 옛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잠시 딴 마음을 먹었던 자신을 반성할 수도 있다. 또는 사랑에 갈증을 느끼는 오노부가 찾아와서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열연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완의 소설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독자에게 다양한 문학적 상상력의 여지를 남긴 것도 소세키 나름의 문학적 궤적이 아닐까 싶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10
종이책 명(明)과 암(暗)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k*****k | 2016.09.12 리뷰제목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간의 작품보다 더욱 입체적인데다 현대적이다. 자기 입장에서의 생각으로 타인을 받아들이며, 에고를 부리다가 다정해지고, 또 격렬해지다가 스스로의 환상으로 자위를 하는 등. 게다가, 이제까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여성의 입장에서의 시점이 매우 강해졌다. 그동안은, 다이스케 ('그 후
리뷰제목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간의 작품보다 더욱 입체적인데다 현대적이다. 자기 입장에서의 생각으로 타인을 받아들이며, 에고를 부리다가 다정해지고, 또 격렬해지다가 스스로의 환상으로 자위를 하는 등. 게다가, 이제까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여성의 입장에서의 시점이 매우 강해졌다. 그동안은, 다이스케 ('그 후')건 소스케 ('문')건, 산시로 ('산시로')건 상대방의 여성 또한 그들의 운명과 크게 얽혀있음에도 그녀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없었는데, 이 작품에선 쓰다의 아내 오노부의 심리부터, 그외 오히데, 요시카와 부인들의 속내를 털어놓는 발언이 매우 많다.

 

쓰다는 교육도 잘 받고 좋은 곳에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여 아직 1년도 안된 사내. 그는 금전적으로 그보다 더 여력이 있는 아버지로부터, 나중에 갚겠다는 말을 하고 매달 일종의 금전적 도움을 받고있다. 하지만, 갚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않자 아버지는 송금을 미루고, 지병이 도져 수술을 앞둔 쓰다는 아내 오노부에게, 자신집안의 능력이 과소평가될까, 또 아내 또한 그닥 도움도 되지않는다 짜증을 낸다. 오노부는 부모보다는 고모부의 집안에서, 쓰다가 일하는 곳의 요시카와의 중매로 결혼을 하게 되었고, 누구든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랑으로 모든 것이 구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쓰다와 결혼을 하였다. 수술날 그녀는 원래 약속인 고모의 가족과 가부키공연을 보러가기를 원하고, 사촌동생의 중매이야기를 듣는다. 작은아버지를 만나러간 쓰다는 고바야시를 만나게 되고, 그는 자처하여 쓰다부부의 경멸을 받고자 한다. 수술후 여동생 오히데가 와서 오노부에 대한 오해와 심정을 토로하고, 요시카와 부인은 기요코의 이야기를 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지않는다. 자기의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며 오해를 하고, 또한 간단한 사정이라도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가 쉽지않다.

 

...감정과 논리가 뒤엉킨...p.286

 

심지어, 오노부는 자신의 하녀와의 이야기가 제대로 소통하지않는다. 이야기는 이를 은근 흘리는 고바야시, 그리고 요시카와 부인을 다소 멀리하는 오노부의 모습으로, 과거 쓰다에게 있었던 일을 미스테리 삼아 조금씩 안개가 거치는 듯을 하곤 하지만, 장면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밝음과 어둠을 보여주는 듯 한다. 그 밝음과 어둠은, 선과 악이라기 보다는, 어떤 이들에게는, 보다 우월함과 경멸됨, 솔직함과 속내를 감춤 등의 모습이다. 한 인물은 그 한쪽 면만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상대방에 따라 명(明)도 되기도 하고 암(暗)도 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미완성 명작인, 찰스 디킨스의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 ([The Mystery of Edwin Drood])]은 미스테리였으므로, 살인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많은 작가들이 이어 썼지만, 나츠메 소세키의 이 미완성작은 누가 끝을 맺었건 간에 한가지는 일관될 것 같다. 모든 인간은 에고이스트이며, 모호하며, 명과 암을 같이 품고, 또 그 상대방에 따라 각기 다른 빛을 보인다는 것.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아마존 재팬 리뷰에 보면, 학창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시험에 안나와도 꼭 읽으라는 추천을 듣고 20대, 30대, 40대에 각각 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중에 다시 읽게되면 또 다른 느낌으로,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부분에서 다시 눈을 뜨게 될 것 같다.

 

p.s: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1867.2.9~1916.12.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吾輩は猫である), 1905~1906

  1) 100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그러기에 반갑지만 그러기에 다소 슬픈 인간풍자의 이야기

  2) 신랄하지만 정곡을 찔러 유쾌했던, 끝까지 멋졌던 고양이.

 

도련님 (坊っちゃん), 1906 봇짱 (坊ちゃん)
풀베개 (草枕), 1906  아름다움이 남았네
이백십일 (二百十日), 1906

 

태풍 (野分), 1907 백년전 작품이지만 여전히 지금의 이야기
우미인초 (虞美人草), 1907 當年遺事久成空 慷慨樽前爲誰舞
산시로 (三四郞), 1907

  1) 20세기초 일본과 20대초반의 연애심리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수작

  2)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갱부 (坑夫), 1908 삶의 의미를 찾아
그후 (それから), 1909

  1) Awesome and admirable in writing and philosopy

  2) awesome


문 (門), 1909, 당신이 문을 열고 봄을 맞이하기를....(다이스케도)

 

춘분 지나고까지 (彼岸過迄), 1912 인생의, 감정의 아이러니
행인 (行人), 1912 이어주는 다리가 없어도 가끔 사람이 들어온다
마음  (こゝろ), 1914 씁쓸한 자아의 자각이 자기부정까지 가지않기를...
한눈팔기 (道草), 1915 이토록 통렬한 자기비판을 할 수 있을까
명암 (明暗), 1916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명암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7.07.14 리뷰제목
지난해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오쿠이즈미 히카루)를 보고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한번 만나볼까 했다. 생각만 하고 바로 책을 만나지 못했는데, 마침 그때 소세키가 마지막에 쓰고 끝맺지 못한 《명암》이 나왔다. 그전과 그 뒤에 다른 책을 몇권 샀지만 그건 아직 못 보았다. 마지막에 쓴 것보다 먼저 쓴 것을 보는 게 더 나았을까. 《풀베개》는 보통소설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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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오쿠이즈미 히카루)를 보고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한번 만나볼까 했다. 생각만 하고 바로 책을 만나지 못했는데, 마침 그때 소세키가 마지막에 쓰고 끝맺지 못한 《명암》이 나왔다. 그전과 그 뒤에 다른 책을 몇권 샀지만 그건 아직 못 보았다. 마지막에 쓴 것보다 먼저 쓴 것을 보는 게 더 나았을까. 《풀베개》는 보통소설과 달라 보였는데 《명암》도 좀 그렇다. 소세키 소설은 줄거리보다 다른 것을 보아야 한다는데, 난 여전히 그것을 잘 즐기지 못한다. 이야기가 시작하고 펼쳐지고 어떤 식으로든 끝나야 하는데. 끝이 나도 ‘이게 뭐야’ 할 때도 있다. 《풀베개》가 그랬던가. 작가 이름도 알고 책도 여러 권 봤지만 잘 모르겠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 봐도 모르겠다. 책을 아예 읽지 않고 글을 보면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내가 책을 보고 그 책 이야기를 보면 그렇다. 그런 글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책을 보면서 무슨 말을 써야 할까 생각하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한번 더 볼까 했는데 이건 그러지 않았다. 첫째는 책이 두꺼워서고, 둘째는 다시 여러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기운이 감도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서다. 소세키 소설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소설 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쓴 소설은 담백했다. 담백은 “①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 ②맛이나 빛이 산뜻함. (내 국어사전)”이다. 먹을거리에서 담백한 맛은 간이 세지 않고 심심한 맛일 것 같은데. 글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이상할까. 소세키는 서른여덟에서 세상을 떠난 마흔아홉까지 소설을 썼다. 난 글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게 쓰는데, 소세키는 좀 달라졌겠지. 다른 소설에서는 한사람 마음밖에 모르지만 여기에서는 여러 사람 마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쓰다 요시오는 소세키 소설에 나오는 여러 사람을 섞어놓은 것 같단다. 다른 소설을 봤다면 그런가 했을 텐데. 소세키는 여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쓰지 않았는데 이 소설 《명암》에는 썼다. 아니 소세키가 여자 마음을 알고 썼다기보다 소세키 자신이 생각하는 걸 쓴 것 같았다. 인물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기보다 작가가 제어한다고 할까. 그런 게 어떤 건지 나도 잘 모르지만, 어쩐지 그런 느낌이 좀 들었다.

 줄거리를 아주 정리 못할 건 없다. 쓰다 요시오와 오노부는 결혼하고 반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지냈다. 쓰다가 치질 수술(이건 소세키 경험이다)을 받으러 병원에 가고 조금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쓰다와 오노부가 여러 사람을 함께 또 따로따로 만난다. 쓰다 친구 고바야시는 오노부한테 쓰다 이야기를 흘린다. 쓰다 동생 오히데는 쓰다가 오노부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 말은 오노부가 병원에 가서 병실 밖에서 우연히 들었다. 고바야시는 그렇다 해도 동생 오히데는 왜 그랬을까. 오히데는 오노부와 쓰다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시샘한 건지도. 오히데는 얼굴이 예뻐서 지금 남편과 결혼했다. 오히데 남편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듯했다. 이렇게 쓰다보니 오히데 마음을 조금 알게 되었다. 고바야시는 남한테 미움받는 걸로 자기 자신을 알렸다. 일부러 미움받으려 안 좋은 말을 하다니. 좋아하는 것과 미워하는 건 아주 다르지 않구나. 고바야시는 미움받기보다 사랑받고 싶은 건지도.

 오노부는 쓰다를 보고 자신이 먼저 결혼하고 싶다 생각하고 실제 그렇게 되었다. 오노부는 쓰다가 자신을 좋아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힘들게 여겼다. 오노부가 쓰다를 처음 봤을 때는 다 좋게 보았는데, 함께 살면서 안 좋은 점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오노부는 자존심 때문에 고모네 식구한테 말하지 않았다. 오노부 자신은 행복하다고 한다. 오노부는 고바야시나 오히데한테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듣고 쓰다한테 그것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 그런 거 보니 좀 답답했다. 이건 쓰다도 마찬가지였다. 쓰다는 오노부와 결혼하기 전에 사귄 기요코를 잊지 못했다. 쓰다가 기요코를 만나 다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쓰다는 기요코가 왜 갑자기 자신을 떠나 다른 사람과 결혼했는지 알고 싶었다.

 해설을 쓴 강상중은 오노부를 밝음(明)이라 하고 기요코를 어둠(暗)이라 했다. 아내가 아닌 아내가 될 뻔한 사람을 만나면 불륜이 되겠지. 소세키 소설에는 불륜이 나오기도 하는데, 소세키는 이 소설을 어떻게 끝내고 싶었을까. 쓰다는 오노부 몰래 기요코를 만나러 온천여관에 간다. 이만큼 이야기하는 것도 꽤 길었는데, 남은 이야기는 어느 정도였을지. 질질 끌지 않고 끝냈을 것 같기도 한데, 제대로 말하지 않는 쓰다를 보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이 소설 읽기도 힘든데 쓰기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소설 써서 소세키가 일찍 죽은 건 아닐지. 별 생각을 다했다. 쓰다와 오노부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할 때 상대를 떠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현실에도 그런 사람 있을까. 있으면 엄청 피곤할 것 같다. 소세키가 그런 경험을 해서 소설에 쓴 것인지, 실험한다 생각하고 그렇게 쓴 것인지. 상대 마음을 떠 보는 것은 지금도 많이 나온다. 소세키는 일백년 전에 지금 나오는 소설과 다르지 않은 소설을 썼다고 봐야겠구나. 이런 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소세키 소설 만나볼 만하겠다.



희선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6
종이책 나쓰메 소세키 : 명암 평점8점 | t****j | 2017.06.25 리뷰제목
*고양이부터 명암까지 그동안 즐거웠어요그래도 마지막을 이런식으로 끝내면 내 쪽에서는 많이 곤란한 기분이 듭니다소세키형도 원통해하고 있을 것 같은데 출판사 놈들 무슨 의도로 이걸 낸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어쩌다 고양이에 빠져서 이렇게 흘러버렸는지 조금은 의아하지만덕분에 탄광도 가보고 일본도 유랑해보고 여러모로 값진 시간들이었어요*정말이지 나처럼 못생긴 사람은 다시
리뷰제목

*

고양이부터 명암까지 그동안 즐거웠어요

그래도 마지막을 이런식으로 끝내면 내 쪽에서는 많이 곤란한 기분이 듭니다

소세키형도 원통해하고 있을 것 같은데 

출판사 놈들 무슨 의도로 이걸 낸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어쩌다 고양이에 빠져서 이렇게 흘러버렸는지 조금은 의아하지만

덕분에 탄광도 가보고 일본도 유랑해보고 여러모로 값진 시간들이었어요


*

정말이지 나처럼 못생긴 사람은 다시 태어나기라도 하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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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쓰메 소세키 유작소설 《 명암 》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l****5 | 2016.08.31 리뷰제목
미완성 작품이지만 걸작으로 평가받는 책 <명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마지막 <명암>은 수제 책 분위기. 실제 천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이 더해졌어요.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권 <명암>은 19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아사히 신문에 연재하던 중 병으로 사망한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미완이어서 찝찝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여기서 끝나는 것도 괜찮구나'
리뷰제목

 

미완성 작품이지만 걸작으로 평가받는 책 <명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마지막 명암은 수제 책 분위기. 실제 천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이 더해졌어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권 <명암>은 19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아사히 신문에 연재하던 중 병으로 사망한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미완이어서 찝찝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여기서 끝나는 것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열네 권을 쭉 읽어왔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장 기력 소모시키더라고요. 복잡한 원인들이 얽혀 우연한 사건을 만들어내는데,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무엇보다 치밀한 묘사가 아주 끝없이 나옵니다.

<갱부>에서 의식의 흐름을 묘사한 장면들을 참 좋아했었는데, <명암>에서는 주인공 한 명이 아닌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을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어 읽는 내내 같이 정신작용을 한 건지 책장을 덮었을 땐 머리가 빙글빙글~
 

 

<명암>의 주인공은 신혼부부인 쓰다와 오노부.

남편 쓰다는 아버지에게 경제적 원조를 받으며 살고 있었고, 허세가 좀 있는 편입니다. 알게 모르게 여자를 얕잡아보는 건 소세키 소설이니 어김없이 나올 거라 예상했고요. 아내 오노부는 그간 소세키 소설에 등장한 여성 인물의 성격과는 많이 다른 편입니다. 자존심도 있고, 남편을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남편에게 사랑받기를 적극적으로 원하죠. 현대 여성관에서 보면 지금 시대에서는 아주 흔한 타입이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오해받기 쉬운 타입이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에서 그간 만날 수 있었던 인물 유형을 모두 만나는 느낌입니다. 부부, 시누이와 올케, 남편의 숙부네, 아내의 숙부네, 숙부와도 같은 존재인 또 다른 집안, 매번 곤혹스럽게 하는 친구, 그리고 남편의 옛 여인까지. 주변 인물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들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이야기가 풍성해요.

줄거리 자체는 사실 별것 없습니다. 돈과 사랑이 얽힌 그냥 흔한디흔한 이야기인데도 막장 드라마급 전개를 펼치는 소세키 작가의 글발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다른 소설과의 차이를 크게 보인 부분은 아내 오노부의 생각을 신경 써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내 오노부는 '남편이라는 존재는 그저 아내의 애정을 빨아들이기 위해서만 생존하는 해면동물에 지나지 않는 걸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남편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싶어 합니다.

오노부는 처음부터 쓰다에게 호감을 갖고 직접 남편감으로 선택해 결혼했기에, 결혼 후 마음의 공허함을 겪는 것 자체가 그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죠. 남들 앞에서는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남편을 가진 아내로서 자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결혼 전과 후가 다르더라! 이걸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노부의 이런 생각과 행동은 다른 이들의 눈에 좋게 비치지 않았어요. 쓰다의 여동생은 쓰다 부부에게 아주 제대로 한방 먹이기도 했고, 시누와 올케 둘의 대화에서도 대립하는데... 읽는 독자로서도 왠지 모르게 한 쪽을 응원해줘야 할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러저러해도 남편과 아내 둘의 마음만 견고하다면야. 문제는 쓰다의 마음입니다. 아내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잃지 않으려는 쓰다. 허세, 허영심, 약간의 거짓말과 그로 인해 숨겨진 불편함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노부와 결혼하기 전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쓰다는 그 일에 미련이 남아있었던 겁니다. 결국 옛 여자가 머무르고 있다는 온천으로 찾아가 재회한 것에서 이 작품은 끝이 납니다.

 

 

남편의 비밀을 알고 싶은 아내와 감추는 남편. 우발적인 변명이 우연히 적중하기도 하면서 득의양양해하는 쓰다의 모습을 보면 좀 짜증 나기도 했어요. 완전한 사랑을 원하는 오노부의 사고방식에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어쨌든 오노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명암>이라는 제목은 지옥불로 가는 듯 묘사한 온천행 장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 오노부가 있는 명明의 세계와 옛 여인이 있는 암暗의 세계, 두 세계를 뜻한다고 해요. 소세키식 연애관이라면 완성되지 못한 이 소설의 결말은 쓰다가 온갖 갈등을 겪은 후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오노부에게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 현암사> 책에서도 소설이란 이야기가 끝날 수는 있어도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고 했듯, 부부 관계를 통한 사랑과 행복의 실체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존재의 위협을 받는 쓰다의 친구 고바야시를 통한 실존 문제 등 <명암>은 미완성이지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100년 전 그들의 고민이 지금 이 시대의 고민과 다를 바 없습니다. 

 

 

 

 - 보통 사람들이 우연, 우연, 하는 이른바 우연한 사건이라는 건 원인이 너무 복잡해서 도무지 짐작이 안 될 때 쓰는 말이네. - p19

- 금력, 권력 본위의 사회에 나가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에게는 한편으론 금력과 권력 때문에 자신의 본령이 일부분이라도 침범당해서는 큰일이라는 경계심이 끊임없이 어딘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듯이 보였다. - p74

- 인간다운 아름다움이 빈곤이라는 먼지로 더럽혀져 있을 뿐 - p106

- 그냥 사랑하는 거야. 그리고 사랑하도록 하는 거지. 그렇게만 하면 행복해질 희망은 얼마든지 있어.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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