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나쓰메 소세키 전집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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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쓰메 소세키 전집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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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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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돈 버는 다이스케가 되자. ㅠ.ㅠ 평점10점 | v*****r | 2015.01.15 리뷰제목
사람의 가치 기준은 주위에 따라 유동적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의 기준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설은 자신의 가치 기준과 사회의 기준이 충돌할 때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일면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자기 자신의 가치 기준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그 기준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괴상한 생각으로까지 비친다. 그는 사물을 바라볼 때도 자신의
리뷰제목


사람의 가치 기준은 주위에 따라 유동적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의 기준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설은 자신의 가치 기준과 사회의 기준이 충돌할 때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일면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자기 자신의 가치 기준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그 기준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괴상한 생각으로까지 비친다. 그는 사물을 바라볼 때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입혀서 바라보고자 한다.

 

이렇게 말하고 다이스케는 다시 앉아서 조금 전에 보았던 그림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참 바라보다 보니 그 색깔이 벽에 칠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동자에서 튀어나가 벽 위에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는 것 같다. 나중에는 자신의 눈동자에서 색을 내는 방식에 따라 그 속의 인물이나 나무가 자기 뜻대로 바뀌기에 이르렀다. (p.55)

 

하지만 그의 가치 기준은 그가 세운 것이다. 독자가 보기에도 그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일반화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자신의 노동을 통해 밥벌이를 못하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니 누구라도 좋게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스케는 자기 주관도 없이 사회의 기준에 맞춘 사람들을 오히려 못마땅하게 바라본

다.

 

그러나 도금한 것을 금으로 믿게 하려고 온갖 궁리를 하느니 놋쇠를 놋쇠라고 밝히고 놋쇠에 합당한 모멸을 견디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p.100)

 

다이스케도 사회의 기준에 휩쓸릴 뻔 했지만 특유의 사색과 관찰의 힘으로 그런 기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인간의 목적에 대해서도 깔끔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에서 그의 행동은 정당하게 보인다.

 

그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난 후에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갖게 된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나는 순간 이미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이 스스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그 목적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 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세상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에서 출발한 다이스케는 자신의 본래 활동을 자기 본래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걷고 싶으니까 걷는다. 그러면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 (중략).. 따라서 자신의 모든 활동을 한낱 어떤 방편의 도구로 삼는 것은 스스로 자기 존재의 목적을 파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p.174~175)

 

그의 가치관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제 다이스케에게 박수를 쳐줄 차례였다. 그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흔들리는 우리를 잡아줄 기준이 되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처지에 동조하기가 힘들었다. 바로 경제력 때문이었다. 이것은 이 책 내내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 심지어 돈 문제는 그의 가치관이 사회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미치요와의 관계 폭로에 이르러 더욱 심화된다. 가만히 생각하면 지금까지 읽은 소세키 시리즈 일곱 권 소설 모두가 가치관과 돈의 대결 구도를 밑바닥에 깔고 있는 듯하다. 과연 돈에 양심이나 자신의 주관을 팔며 생활할 것인가를 소세키는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사회의 기준에 휩쓸려가면서도(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ㅠ.ㅠ) 매일 사색과 관찰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물가로 자꾸 끌고 나와야겠다.

 

제목이 '그 후'인데 그 후, 다이스케는 어떻게 되었을까? 돈 버는 다이스케가 됐을 걸로 쉽게 예상된다. 그 후, 히라오카는? 장문의 편지를 쓴 것을 보니 미주알고주알.... 그저 찌찔하게 살았을 것 같다. 이 책은 찌질하게 살지 말고 쿨하게 살자는 교훈도 준다. ㅠ.ㅠ 그 후, 미치요는? 히라오카의 행동으로 잘 나타난다. 그냥 앓다가 죽었을 것 같다.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한 사람의 행복과 생명도 앗을 수 있다는 교훈도 되겠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9
종이책 주간우수작 그 후_나쓰메 소세키/현암사 평점10점 | c*********p | 2014.11.22 리뷰제목
일본 작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이제는 망설임 없이 나쓰메 소세키라고 답할 수 있을 만큼 소세키가 좋아졌다. 100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내 마음에 꼭 맞아 떨어지는 소재와 인물, 전개가 특히 좋다.소세키의 작품의 주인공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떤 유복한 집안의 ‘도련님’인 경우가 많다. 도련님이 아니면 ‘서생’이거나 ‘학생’이
리뷰제목



일본 작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이제는 망설임 없이 나쓰메 소세키라고 답할 수 있을 만큼 소세키가 좋아졌다. 100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내 마음에 꼭 맞아 떨어지는 소재와 인물전개가 특히 좋다.

소세키의 작품의 주인공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떤 유복한 집안의 도련님인 경우가 많다도련님이 아니면 서생이거나 학생이니 어찌되었건 결국 그 부류 특유의 태평함이 그득한 인물이 되어버리고 만다그리고 그 태평함에서 세상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끌어내는 점에 특히 감탄하게 된다.

소설 그 후의 그 후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산시로에서 이야기했다는 대학생활 그 후이자학생에서 성숙한 성인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그 후이고소설의 결말 이후를 의미하는 그 후이기도 하단다.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의 현재 상황을 적어보면 나이는 서른이고아버지와 형님에게 경제적인 부분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다이스케의 아버지는 꾸준히최근 들어 더욱 빈번히다이스케에게 결혼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형수는 다이스케의 편을 들고는 있지만 역시 꾸준히 결혼을 권한다형님은 태평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은 하지 않고 있으며다이스케 본인은 일단 결혼할 의사가 없는 상태다.

이정도가 다이스케와 가족 사이의 형편이다.

다이스케의 친구와의 관계는 조금 더 복잡할 수 있다친구가 많아서라기보다 3년 전까지 가장 친했던 한 친구와 그의 아내로 인해서다.

그 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화두를 단편적으로 뽑아보면 결혼과 안정이 될 것이다결혼은 말 그대로 결혼이기에 더 덧붙일 말이 없지만 안정은 경제적 안정을 위한 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결혼’, 아버지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의 안정을 위한 수용’ 등을 의미할 수 있다거기에 결혼을 통한 심리적인 안정도 무시할 수 없기에 결국 결혼과 안정은 직접적인 상관관계에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이스케가 어떤 인물인가 하면다음 구절들을 보자.

전 현실성과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단지 그걸 현실적인 인간관계에 응용할 수 없을 뿐입니다.”

왜 그렇지?”

다이스케는 다시 대답이 궁해졌다다이스케에 따르면성실성이건 열정이건 완성된 상태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돌과 쇳덩이가 맞부딪치면 불꽃이 튀듯이 상대에 따라 마찰이 잘되었을 때 두 당사자 간에 일어나는 현상이다.자신에게 내재해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교류 작용인 것이다따라서 상대방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는 성실성이나 열정이 생길 리가 없다._51

다이스케는 의자에 앉아 도쿄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부부의 미래를 생각했다히라오카는 3년 전에 신바시에서 헤어질 때와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다그는 인생에서 처세라는 사다리를 한두 계단 오르다가 헛디뎌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다만 그 순간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남의 눈에 띌 정도로 상처를 입지는 않았어도 실제로 정신적으로는 이미 큰 타격을 입은 듯했다처음 재회했을 때 다이스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생각해봤을 때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든 것은 아닐까도 싶었다._66

 

왜 일을 하지 않는 건가?”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그건 내 탓이 아니야즉 세상 탓이지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일본과 서양의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일하지 않는 거네우선 일본만큼 빚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없을 것이네자넨 그 빚을 언제쯤 갚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중략모두 빡빡하게 교육을 받고 그 후에는 눈이 돌 정도로 혹사를 당하니 모두가 하나같이 신경쇠약에 걸려버리지한번 이야기를 해보게나그들 대부분이 바보일 테니까자신의 일과 자신의 현재단지 눈앞의 일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지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중략그러나 이건 아니야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나는 오히려 나 자신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네그래서 자네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게 가장 걸맞은 것과 접촉하며 만족하고 있네나서서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니 말일세.”_104~105

 

가끔씩 그렇지만 지금 그의 기분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었다그래서 지나치게 밝은 것을 대하면 그 모순을 견디기 힘들었다개옥잠화 잎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곧 싫어질 정도였다.

게다가 그는 현대 일본 사회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불안에 지배당하기 시작했다그 불안은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야만적인 현상이었다그는 그런 심적 현상으로 인해 마음이 크게 동요되었다그는 신을 향한 믿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이성적이어서 신을 믿기 어려운 성격이었다그렇지만 인간 상호 간에 믿음을 갖고 있다면 굳이 신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서로를 의심하는 데서 오는 고통에서 해탈하기 위해 신은 비로소 존재 의의를 갖는다고 해석했다따라서 신이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일삼을 것이라고 단정했다하지만 현재의 일본은 신에게도인간에게도 믿음이 없는 나라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이것을 전적으로 일본의 경제 상황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_155~156

 

그와 동시에 현재 그들 부부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필수조건으로 해서 미치요를 향한 다이스케의 애정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미치요가 히라오카와 결혼하기 전에 다이스케와 미치요가 얼마나 깊은 사이였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그는 현재의 미치요를 결코 내버려둘 수 없었다그는 병든 미치요를 예전의 미치요보다 가엾게 여겼다그는 아이를 잃은 미치요를 예전의 미치요보다 가엾게 여겼다그는 남편의 사랑을 잃은 미치요를 예전의 미치요보다 가엾게 여겼다다만 다이스케는 이들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영원히 갈라놓으려 할 만큼 대담하지 않았다.그의 사랑은 그렇게 무분별하지 않았다._226

 

다이스케는 무기력해 보이지만 무능력한 사람은 아니다둔감해 보이지만 섬세하고 민감한 정신의 소유자다태평해 보이지만 강단이 있고우유부단해 보이지만 고집이 있다하지만 어떤 설명과 논리와 주장을 가져다 붙여도 일반적 시선에서 봤을 때 다이스케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부유하고 태평한 도련님의 사고를 갖고 살아가는 잉여인간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왜 일하지 않느냐?’는 히라오카의 말에 의 철학적 의의까지를 떠올리는 다이스케다인간의 존재와 진정한 가치에 대해 궁구하는 생각하는 존재모두가 체념했다고 여길지 모를 다이스케의 면모는 깨달음그 후에 찾아온 변화라고 하는 것이 옳다.

 

다이스케는 자신의 오른쪽 손을 가슴에 얹고 심장의 고동을 느끼고 혈액의 흐름을 떠올리곤 한다그리고 그 흐름은 생명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죽음 역시 잊지 못하게 한다.

그는 가슴에 손은 얹은 채 고동 소리 아래로 따뜻한 선홍색 피가 부드럽게 흘러가는 모습을 상상했다그리고 이것이 바로 생명이다 하고 생각했다자신은 지금 흐르는 생명을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손바닥에 느껴지는 시곗바늘과 같은 울림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끄는 경종이다이런 경종을 듣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피를 담는 자루가 시간을 담는 자루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틀림없이 삶을 더 음미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다이스케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그는 격렬한 피의 흐름과 무관한 평온한 심장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삶에 집착이 강한 남자다그는 누운 채 이따금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얹고만일 이곳을 쇠망치로 강하게 얻어맞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건강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그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기적에 가까운 요행으로 느끼기조차 한다._17

 

생명의 고동이 죽음의 경종일 수 있다는 생각이나살아 있음을 기적에 가까운 요행으로 느끼는 따위의 성향은 다이스케를 허무주의에 빠져있는 한심한으로 보이게 한다그런 그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까지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고 마는 무뢰한 보다 더 질이 나쁜 존재로서의 한심한말이다하지만 3년 전의 다이스케와 3년 간의 다이스케를 모르는 상태에서 현재의 다이스케를 심판하는 건 지나친 처사다그 후 이전과 그 후 이후를 두루 살피고 난 후 심판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다이스케는 3년 간 많이 변했고그 때의 애송이가 아닌 성숙한 한 사람의 성인이 되었으며 그 변신이 너무나 극적이었던 이유로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경지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그 결과 태평하면서 무기력한 존재로 보이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말들은 사실 다 의미가 없다결국 다이스케는 자신이 3년 전에 했던 행동을 오래 전부터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론일 것이기 때문이다체념했던 3년 전부터 이후의 3년을 보내며 깨달았고 그 깨달음 그 후의 선택과 행동이 그 후가 되었다는 것이다하지만 그 후의 그 후는 무척 혼란스럽고 까마득하며 막연하기만 하다.

이범선의 오발탄에서처럼 어디로 가는지어디로 가야하는지 도무지 짐작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상태로 이야기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소세키는 그 후에서 일본의 국내 정세와 교육 정책국외 정세와 국제 정세까지 두루 살피고 있다선진국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거품을 쌓아올리는 당시 일본의 정책을 비판할 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결국 일을 하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일의 본래의 가치와 동떨어진 시대상도 비판한다.

정략적인 결혼을 통해 경제적인 안정을 꾀하려는 시도 역시 경제적 안정을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곱게 보지 않는다하지만 우스운 사실은 소세키가 그리고 있는 다이스케라는 인물이 집안에서 권하는 결혼을 끝까지 거절하는 이유가 달리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세속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성숙한 성인을 자처하는 다이스케가 3년 전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냈던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해 가족의 뜻을 저버리고 결국 가장 친한 친구와 의절하면서까지 뒤늦게나마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으려고 시도하는 모습은 동정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뭔가 가볍게 읽고 가볍게 적어보려던 감상이 어디서부터인지 길을 잘못 들어서 심각한 결론에 닿고만 느낌이다다음에 한 번 더 읽고 조금 더 가볍게 정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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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닐 아드리미라리 그 후,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2 | 2014.11.26 리뷰제목
이 소설에서 ‘그 후’ 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산시로>에서는 도쿄의 대학 생활을 그렸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후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 후’이다, 또 <산시로>의 주인공은 단순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산시로> 이후 성숙한 남자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예측할 수 없는
리뷰제목

 

이 소설에서 그 후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산시로에서는 도쿄의 대학 생활을 그렸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후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 후이다, 산시로의 주인공은 단순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산시로이후 성숙한 남자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예측할 수 없는 운명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 후 어떻게 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도 그 후인 것이다.

                                                                                         -오사카아사히 신문

 

촌놈 산시로가 도쿄에 상경하여 어설픔과 서툰 방황하는 청춘을 그리고 있다면, <그 후는 위의 글에서 밝히듯이 <산시로> 이야기의 연장선처럼 보여진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지식인 다이스케는 일본 사회를 뒤덮고 있던 성실과 열의’와는 다른 세계를 구축하는 캐릭터이다.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미 닐 아드리미라리 (어떤 일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경지에 이른 다이스케는 스스로를 밥벌이 문제로 더럽히지 않는 고귀한 인간 이라 규정하고 있었고 자신의 에고이즘과 더불어 자유와 예술을 사랑하는 탐미주의자임을 강조한다. 주변의 강요와 힐난에도 자신의 자유를 굽히지 않고 기계 같은 사회에 흡수되지 않으려는 일종의 고집은 다이스케를 나르시시즘이 지나친 에고이즘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기만의 신념과 이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지식인이라는 점에서 나쓰메 소세키 문학에 등장인물들과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

 

다이스케는 결혼과 일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형과 대립하며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지 않지만, 그 세계는 친구의 아내 미치요가 나타남으로 인해서 흔들리게 된다.  옛 친구 히라오카는 다이스케와 대학을 같이 다녔지만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게 되면서 소식이 뜸했던 친구이다. 물론 히라오카가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치요와의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다이스케 덕분이었는데 오랜 만에 조우한 히라오카는 방탕한 생활로 빚더미에 앉아 여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초췌한 얼굴을 한 히라오카의 아내 미치요를 본 순간 다이스케에게 낯선 감정이 찾아들고 집안에서 강요하는 혼처와 고민하던 중 다이스케는 집안에 폭탄 선언을 한다.

   

다이스케는 인류의 일원으로서 마음속으로 서로를 모욕하지 않고서는 서로 접촉할 수 없는 현대사회를 20세기의 타락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는 근래 급격히 팽창된 물질에 대한 욕심의 큰 압력이 도덕의 붕괴를 초래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것을 신구 세대의 가치관의 충돌로 간주했다. 결국 눈에 띄게 심해진 물질욕의 발전은 유럽에서 밀어닥친 해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p142

 

 전쟁 이후 자본주의 물결에 흡수되면서 팽창된 물질욕은 아버지와 형을 통해 여실히 보여지고 있고, 그와 반하여 다이스케는 무능한 인간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 끊임없이 아버지와 형과 상충되는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와 형을 바보라고 조롱하면서도 그 바보들의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이스케의 행동에서는 무능한 현실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신자유주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을 때 혼자만 고귀한 정신세계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마치 <태풍>의 주인공이었던 백면서생이었던 도야 선생과 오버랩 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돈에는 관심없고 문학사로서의 신념과 이상만을 강조하다 학교에서 퇴학과 전학을 번복하며 비록 삶에서의 궁색함은 면치 못하지만, 신념과 이상을 굽히지 않으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지성인의 모습과도 같다. 이처럼 신구파간의 갈등과 충돌로 인한 사회 분위기에서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굽히지 않은 신지식인은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 전반에 드러나는 공통분모이다. 이처럼 정신적인 부분과 물질적인 부분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문학에서의 이상과 신념과 물질적 가치는 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한 현재성으로 남겨져 독자들에게 선택이라는 물음을 남긴다. 신념과 이상을 지키며 가난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물질적인 풍요를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여전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물음인 것이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awesome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k*****k | 2014.12.09 리뷰제목
이번 어학시험 독해지문에, 읽고나면 충만감을 주는 훌륭한 글이란 그 내용과 표현이 모두 뛰어나야 하며 인생살이에서 우러나야한다는 것이 있었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글이야 말로 눈앞에서 그려지는 표현력과 그 내용안에서 담고있는 철학, 그리고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생생함이 무척이나 뛰어난 작품이다. 이제까지 읽은 그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이 [그 후 (それ
리뷰제목

이번 어학시험 독해지문에, 읽고나면 충만감을 주는 훌륭한 글이란 그 내용과 표현이 모두 뛰어나야 하며 인생살이에서 우러나야한다는 것이 있었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글이야 말로 눈앞에서 그려지는 표현력과 그 내용안에서 담고있는 철학, 그리고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생생함이 무척이나 뛰어난 작품이다. 이제까지 읽은 그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이 [그 후 (それから)]이다. 어학공부를 하다가도 언제나 이 단어를 마주치게 되면 이 작품이 기억이 났다.

 

큐슈에서 도쿄로 입신양명과 하얀 피부의 여인을 꿈꾸며 상경한 [산시로]의 단순하며 거칠고 밖으로 조리있게 표현하기 어려웠던 세계가 충격을 겪으며, 그 후 나가이 다이스케의 조용하고 풍족하며 탐미적이고 철학적인 세계로 세심하게 펼쳐진다. 몸에서 느껴지는 맥박, 떨어지는 꽃잎의 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의 세심한 세계는 또 다른 충격으로, 그 후 [문]의 쓸쓸하지만 묘한 안정으로 이어진다.

 

 

나가이 다이스케는 이제 서른이 된, 사무라이집안에서 출발하여 영주를 보필하며 재정적인 능력을 인정받고 또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일본국내와 국외정세를 잘 이용하여 거부가 된 나가이 집안의 둘째아들이다. 아버지의 사업을 돕는 큰 형과 너그러운 형수덕에, 그는 집안일을 해주는 아낙과 서생을 데리고 독립을 하며 하는 일없이 책을 읽거나 공연을 보는 등의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있다. 단, 집안의 은인과 연결된, 지방 재력가의 딸과의 혼담을 서두르는 아버지, 막 터진 재계의 정계로비 수사에 분주한 형 등으로 압박을 받지만, 진정 그가 신경을 쓰는 것은, 중학교때부터 친하여 친구의 여동생과의 결혼을 중매한 친구 히라오카 쓰네지로가 3년만에 직장인 은행을 그만두고 도쿄에 할일없이 돌아온 것이다. 아니, 염려되는 것은 친구가 아닌, 그의 아내 미치요였다. 아이를 잃고 안좋은 심장, 자신에게 관심이 떠난 남편과 염려되는 아버지를 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난 후에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갖게된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나는 순간 이미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이 스스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드 목적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한...자신의 본래활동을 자기 본래의 목적으로 삼고있었다. 걷고 싶으니까 걷는다. 그러면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 생각하고 싶으니까 생각한다. 그러면 생각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그 밖의 목적을 갖고 걷거나 생각하는 것은 보행과 사색의 타락이나 다름없고...p.174~175

 

 

이렇듯, 돈과 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일을 경멸하는 다이스케가, 자신의 주변에서 돈을 위해 아둥바둥거리는 친구 데라오를 낮춰보던 그가 택하는 것은...

 

지난번에 읽었을때와는 (Awesome and admirable in writing and philosopy) 조금 다른 느낌이며, 새삼느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묘사에 감탄하게 된다.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하였으면서도 한시와 유교적 사상에 빠져있는 다이스케의 아버지, 무안과 무지를 마주 대함에 있어 매우 느긋한 여유를 보이는 형수, 아직 어리나 청교도적인 교육을 받은 재력가의 딸, 세상을 잘안다면서 다이스케를 비웃으면서도 돈을 원하고 그러면서 부자들을 증오하면서 작은 집들을 허물어 큰 집을 짓는데 아름다워진다는 말을 하는 히라오카, 어차피 하는일 없이 빈둥거리는게 자기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는 서생 가도노... 생각해보면 100년전 이야기인데 지금의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묘한 느낌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가더라도,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또다른 환경에 있더라도 인간속의 심리는 그 외부의 그 어떤 것보다 격렬하게 모순과 갈등, 결핍과 인정, 애정을 갈구하는 듯. 마냥 한가로운 삶을 사는 듯했던 다이스케가, 그 모든 편함을 저버리고 자신의 신념과 사랑을 따름에 그를 응원한다.

 

 

p.s: 이 작품에 어울리는 BGM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시험때문에 유예된 시간때문에 더욱 더 잘 찾고싶었는데...

 

이건, 지난번 리뷰에 들어간, 영화 [그후]의 주제가로서 영화 [화양연화]등에도 참여했던 작곡가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곡이다.

 

그리고 자꾸만 생각나는 영화 [졸업]의 엔딩

그리고....사랑과 슬픔이 다 들어간 말러의 교항굑4번 3악장 아다지에토,  뤼케르트의 시에 의한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가 암시되는.  

 

한때 다이스케처럼 낭만적으로 이상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많이 깨져보고서 그의 모습을 대하면서 부분부분, 참 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순수한 다이스케에 대한 애정이 간다.

 

..내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필요해요....보통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달콤한 표현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따. 그의 말투는 그 말처럼 단순하고 소박했다. 오히려 엄숙하기까지 했다...p.207

 

자기 앞에서 이토록 행복해하는 젊은 여인에게 걱정때문에 눈썹 한올이라도 움직이게 하는 것은...매우부도덕한 일이었다....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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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돈이냐 애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그 후》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l****5 | 2014.11.14 리뷰제목
그 후 저자 나쓰메 소세키 | 역자 노재명 | 현암사 | 2014.09.05 | 페이지 348 | ISBN 9788932317052   『산시로』, 『그 후』, 『문』 으로 이어지는 나쓰메 소세키 전기 삼부작. 지난번에 산시로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어서 『그 후』를 만났습니다. 소세키의 『도련님』만큼이나 술술 잘 읽힌 책이었어요. 소세키 소설 인물 중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가 은근 유명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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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저자 나쓰메 소세키 | 역자 노재명 | 현암사 | 2014.09.05 | 페이지 348 | ISBN 9788932317052

 

『산시로』, 『그 후』, 『문』 으로 이어지는 나쓰메 소세키 전기 삼부작. 지난번에 산시로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어서그 후를 만났습니다. 소세키의 『도련님』만큼이나 술술 잘 읽힌 책이었어요. 소세키 소인물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가 은근 유명하더군요. 왜 입소문이 난 캐릭터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복장 터질 수준의 답답한 20대 초반 청년 산시로에서 한 단계 성숙한 남성상을 보여주는 30대를 곧 앞둔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 하지만 성숙의 물이 오르려다 말았습니다. 경제력 있는 집안의 아들로 외모에 자신 있는 독신남 다이스케는 소세키 소설 인물에게선 나름 신선한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속내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고학력 백수의 모습이더군요. 게다가 소세키 특유의 예민한 신경증이 다이스케에게도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소세키 소설의 다른 인물들에 비하면 덜한 병세긴 하지만 이래저래 예민한 증세를 가진 남자죠.

 

 

부모의 지원으로 경제적으로 특별히 부족할 것 없는 생활을 하는 다이스케. 그 자신도 그는 고상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생활하면서 겪는 처세는 고통일뿐이라며 짐짓 우아한척하며 살지만, 독자 눈에는 풋내기로 여겨질 정도죠.

 

「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그건 내 탓이 아니야. 즉 세상 탓이지. 」 - p104

 

 

돈에 쪼들리지 않는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다이스케는 금전에 상당히 구속받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원조로 일하지 않고 유유자적 태평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부모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렇다고 무슨 배짱인지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요.

 

그런 다이스케의 인생이 바뀌게 될 계기가 나타납니다. 다이스케의 친구 부부네가 경제적인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로 도쿄로 돌아왔는데 친구의 아내에게 동정, 연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어버린 겁니다. 다이스케 스스로 돈을 벌지도 않으면서 친구의 아내에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고요. 그러면서도 열심히 일해 돈을 구하겠다는 것은 남들처럼 세속적으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아 꺼려져 그런 모순적인 면 때문에 갈등을 겪습니다. 문명화, 근대화된 사회에서 물질욕의 발전이 도덕의 붕괴라는 논리를 가진 다이스케에게는 큰 사건이죠.

 

 

위험에 다가가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다이스케는 결국 용기와 대담함을 가지고 일을 제대로 벌입니다. 돈과 애정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지요. 친구의 아내에게 고백하고, 친구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집안에서 성사시키려고 하는 결혼을 거부하는데 결과는 친구와 가족에게 외면당합니다. 집안의 원조가 끊긴 것은 당연하고요. 그렇다고 사랑하는 그녀가 다이스케에게 당장 온 것도 아닙니다. 

 

『그 후』를 읽으며 빠른 속도감에 책장이 휙휙 넘겨졌는데 페이지가 끝을 바라보는데도 제가 원하는 결말로 진행될 낌새가 없는 거예요. 설마 설마 했더니 역시나 열린 결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크게 화도 내지 않고 무던하게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고, 저항한 적 없이 타인 본위로 살다가 친구의 아내에게 느낀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그 스스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물론이고, 그저 네네~하며 마찰 없이 고분고분 넘어가기만 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끝내며 자기 본위로 넘어서는 과정에서 소설은 끝을 맺었거든요. 다이스케는 그 후 어떻게 살아갈까요. 책 제목처럼 다이스케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네요. 솔직히 씁쓸한 결말로 상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군요.

 

다이스케라는 인물, 참 난감하긴 합니다. 전근대적 일본은 부정하면서도 근대화된 일본 실태를 혐오한 당시 지식인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고, 불륜을 플라토닉한 사랑처럼 그려냈고, 고학력 백수라는 현실은 100년 전 소설 속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청년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네요.

 

소세키의 당시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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