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전집03
공유하기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전집03

리뷰 총점 9.4 (52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파일정보
EPUB(DRM) 21.80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도서의 시리즈 내서재에 모두 추가

행인 (行人) -나쓰메 소세키 전집11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행인 (行人) -나쓰메 소세키 전집11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전집13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전집13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전집03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전집03
태풍 -나쓰메 소세키 전집04
나쓰메 소세키 저/노재명 역
태풍 -나쓰메 소세키 전집04
춘분 지나고까지 -나쓰메 소세키 전집10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춘분 지나고까지 -나쓰메 소세키 전집10
우미인초 -나쓰메 소세키 전집05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우미인초 -나쓰메 소세키 전집05
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전집07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전집07
문 (門) -나쓰메 소세키 전집9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문 (門) -나쓰메 소세키 전집9
명암 -나쓰메 소세키 전집14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명암 -나쓰메 소세키 전집14
마음 -나쓰메 소세키 전집12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마음 -나쓰메 소세키 전집12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전집02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전집0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01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01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전집08
나쓰메 소세키 저/노재명 역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전집08
갱부 -나쓰메 소세키 전집06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갱부 -나쓰메 소세키 전집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29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풀베개】그 눈에 잡힐 듯한 표현들... 평점9점 | e*******e | 2014.01.02 리뷰제목
한때는 글쓰기를 취미로 한 적이 있었다. 사춘기 시절, 노트에 온갖 단어들을 나열해 놓았었는데 그것은 가끔은 시였고, 또 가끔은 소설의 에피소드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떤 때는 내가 쓰고자 하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마냥 국어사전을 뒤적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 들어 흔하지 않게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 때문일 것이다.
리뷰제목

한때는 글쓰기를 취미로 한 적이 있었다. 사춘기 시절, 노트에 온갖 단어들을 나열해 놓았었는데 그것은 가끔은 시였고, 또 가끔은 소설의 에피소드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떤 때는 내가 쓰고자 하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마냥 국어사전을 뒤적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 들어 흔하지 않게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때문일 것이다.

 

화자인 나는 화가이다. 그 어느 장면을 보아도 그림 속 장면과 연관을 짓게 되지만 무엇이건 완벽한 그림이 되지는 않기에 고심한다. 더욱이 이 화가의 경우 그림 속에 시가 들어 있어 그저 보이는 것만을 화첩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를 자극하는 것. 표정이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어야 한다. 신비한 여인을 통해서도 그는 그림을 보는데 그렇기 때문일까? 이 책은 분명 화가의 시선을 글로 옮긴 것인데 머릿속에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 손을 통해 그림이 되고 입을 통해 시가 되어 나온다. 몽환적이고 매혹적인 그 표현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하는데 생각해보니 정작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지는 않았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책 속에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상상력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아마도 모든 사물은 객관적인 시선 속에서만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하고 비인정이라는 틀 속에만 묶어 놓았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 그리기 좋은 곳인가요?’ 몸 던지기 좋은 곳이지요

그 얼굴을 소재로 하여 저 동백나무 아래에 띄우고 위에서 동백꽃 몇 송이를 떨어뜨린다. 동백꽃이 영원히 떨어지고 여인이 영원히 물에 떠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까. 이건, 저건 하고 손을 꼽아보지만 아무래도 좋지 않다. 역시 나미 씨의 얼굴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딘가 좀 부족하다. 좀 부족한 것은 알겠는데, 어디가 부족한지는 내가 생각해도 분명하지가 않다. 따라서 내 상상으로 적당히 만들 수는 없다. 그것에 질투를 더한다면 어떨까. 질투에는 불안감이 너무 많다. 증오는 어떨까. 증오는 너무 격렬하다. 분노? 분노는 완전히 조화를 깬다. 원한? 원한도 춘한이라는 시적인 것이라면 각별하지만, 단순한 원한이라면 너무 속되다. 여러가지로 생각한 끝에서야 간신히 바로 이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흔히 있는 정서 중에 연민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나미 씨의 표정에는 이 연민의 정이 조금도 나타나 있지 않다. 그 점이 부족한 것이다. 어떤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그 정이 그 여인의 눈썹 언저리에 번쩍인 순간 내 그림은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그게 언제 보일지 알 수 없다. P138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행하는 책 날개 들춰보기를 시작했다가 뒷날개에서 고민하는 힘이라는 말에 그만 시선을 빼앗겼었다. 덕분에 책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기대감에 먼저 빠져 버린 것이었다. 책의 내용에 대해 얼마나 자신하면 이런 말을 쓸 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했고, 처음엔 단어들이 주는 시적인 느낌에 감탄사를, 중간에는 그럼에도 쉽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이마에 주름을 잡았으며,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화자를 통해 보여 주었던 표현의 부족에서 오는 고민들, 그리고 그것을 찾아가는 길목에 놓였던 표현들, 또 그것을 찾는 순간에의 느낌. 책에서는 그 접점까지만 나와 있기에 그 화가가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해 냈을지 알 수는 없다. 이것도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 버렸다. 불친절도 하시지

 

창은 하나 둘 우리 앞을 지나간다. 규이치의 얼굴이 작아지고 마지막 삼등열차가 내 앞을 지나갈 때 창문 안에서 또 하나의 얼굴이 나왔다. 갈색의 빛바랜 중절모 아래로 텁수룩한 수염의 산적이 이별을 아쉬워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때 나미 씨와 산적은 엉겁결에 마주보았다. 쇠바퀴는 덜커덕덜커덕 돌아간다. 산적의 얼굴은 곧바로 사라졌다. 나미 씨는 망연히 떠나는 기차를 바라본다. 그 망연함 속에는 신기하게도 지금껏 느껴본 적이 없는 연민이 가득 떠 있다. “그거예요! 그거! 그게 나오면 그림이 됩니다.” 나는 나미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내 가슴속의 화면은 바로 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P185

 

 

읽다가 다른 생각에 빠진다면 어느새 책의 문장들이 추측이 되지 않는다. 문장을 하나하나 신중히 읽어줘야 한다. 문장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에 쉬운 책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쉽지 않은 이 책은 읽으면서 이 책의 다른 번역본들은 어떨지 궁금증이 생겼다. 제제 모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떠올린 시가 조지훈 님의 승무라는 시였다. ‘나빌레라이 대목을 어떻게 풀어서 전달할 것이냐는 이웃님의 한탄에 우리 말이 주는 시적인 표현에 유쾌한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용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문장만으로 본다면 잘 읽히는데다 억지스럽다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마도 번역가의 내공이 상당한 모양이다.

제목인 풀베개에 대한 의미는 지금 나에게는 전혀 짐작가는 바가 없지만 책 날개에 있었던 고민하는 힘이라는 문구를 떠올린다면 그 내용을 이해한 것 같다.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5 댓글 47
종이책 풀베개 / 나쓰메 소세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 2013.12.30 리뷰제목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 그 세번째 이야기 <풀베개>... 600여쪽에 달하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며 시니컬한 듯한 이름도 없는 고양이를 알게 되었고  <도련님>을 읽으며 그의 유쾌한 매력을 공감했다. 그런 그의 또 다른 작품 <풀베개>..제목이 주는 상큼함.. 분량도 많지 않았기에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책읽기.. 하지만 185쪽 분량의 이 책을 읽는데 여느 책보다 많은
리뷰제목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 그 세번째 이야기 <풀베개>...

600여쪽에 달하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며 시니컬한 듯한 이름도 없는 고양이를 알게 되었고 

<도련님>을 읽으며 그의 유쾌한 매력을 공감했다. 그런 그의 또 다른 작품 <풀베개>..제목이 주는 상큼함.. 분량도 많지 않았기에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책읽기.. 하지만 185쪽 분량의 이 책을 읽는데 여느 책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연말의 분주함을 핑계삼을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

책의 첫 장 첫 문장부터 내 눈과 맘을 사로잡았다... 소설이지만 여는 소설과는 달리 문장들과 그 의미들을 생각하며 읽어야하는 책인 듯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지(理智)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살기 힘든 것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겨 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p15)

화공인 주인공은 이러한 관점에서 시와 그림 그리고 음악 조각등의 예술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그들은 인간의 번뇌를 해탈할 수 있고 청정한 세계에 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리사욕의 굴레를 없앤다는 점에서 부잣집 자식보다. 군주보다. 속계의 모든 총아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떠나는 비인정(非人情)의 여행..

세속적인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한 그 경지를 느끼고 싶어 떠난 그의 여행..

그래서였는지 이 소설은 시적이고 몽환적이다. 그가 걷는 산길조차도 그저 일반적인 길이 아니다.

그기 보는 꽃들 풀들도, 잠 못 드는 봄밤의 정취도 모두 그에게로 와서 한 편의 하이쿠가 된다.

봄밤의 별 떨어져, 한밤중의 비녀이런가

봄밤의 구름에 적시누나, 감고 난 풀어진 머리

봄이여, 오늘 밤 노래하는 모습

해당화의 정령이 나타나는 달밤이런가

노랫소리, 그때그때 달빛 아래 봄을 여기저기로

생각을 멈추고, 깊어가는 봄밤 혼자이런가(p51)

그래서 이 책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이 아닌 긴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가 여행중에 들르게 되는 장소, 그리고 만나는 이들이 이러한 그의 시와 그림의 소재가 된다.

때 아닌 비를 피해 들르게 된 왼딴 찻집..주인인 할머니를 2,3년전에 보았던 활인극속의 인물이 살아 돌아온 것 처럼 느낀다..그 할머니로 부터 듣게 되는 나코이라는 작은 마을의 온천장의 이야기와 그 마을의 처자들의 이야기.. 그 찻집을 찾는 마부의 소리조차도 그에게 시가 되어 표현이 된다.

작은 마을에서 묶게 된 온천장..그 온천장의 식구들이 모두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것 같은 정적과 고독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곳에서의 봄밤의 정취 그리고 꿈속에서 현실인지 꿈인지 애매한 경계속에서 느끼고 보게 되는 것들, 그리고 그 온천장의 딸인 나미에 대한 감정등을 이 여행의 목적에 맞게 보고 느끼련 한다.

밟는 것이 땅이라고 생각하니 갈라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이 하늘이라는 것을 알기에 번개가 관자놀이에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움도 생긴다...

눈에 보이는 부(富)는 흙이다. 잡는 명(名)과 뺴앗는 예(譽)는, 교활한 벌이 달콤하게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여주면서 침을 남겨두고 가는 꿀 같은 것이리라.이른바 즐거움은 사물에 집착하는 데서 생기기 때문에 온갖 고통을 포함한다. 다만 시인과 화객(畵客)이 있어 어디까지나 이해득실이 대립하는 이 세계의 정화(精華)를 음미하고 철두철미하게 맑은 것을 안다. (p86)

자신의 여행의 목적이 '속된 정에서 멋어나 어디까지나 화공이 되기 위해서..'였기에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그림으로 봐야하고노,연극.시 속의 배경. 인물로 봐야한다고  말하는 그.. 그렇기에 그러한 각오의 안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 인물은 아름다운 배경이었고 아름다운 배우들이었다

뭔가 다른 것을 느끼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떠난 여행.. 화구들을 갖춰놓고 앉아 있어서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느낀 것들을 맘 속에 두고 그것들을 한 자락의 싯구로 풀어낸다

 

이렇듯 그의 비인정에 대한 이야기의 묘사를 주를 이루던 이야기는 마지막 부분 만주의 전쟁터로 떠나는 규이치라는 청년과 나미가 자신을 몰래 찾아온 남편을 만주로 떠나보내는 장면속에서 인정(人情)인

'연민'을 보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고 느끼는 그 장면을 통해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 이렇듯 속세를 떠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정과 함께 조화를 이룰때 완성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예술관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도시와 많이 떨어져 있는 한적한 시골의 온천장..

투숙객도 없고 오로지 혼자 그곳에서 묶고 있는 봄날..

달빛 아래 또는 촉촉히 내리는 봄비와 함께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뜨거운 물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연기인지 안개인지..

세속적인 모든 것들을 옆으로 벗어놓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그런 느낌 들 것 같다..

이름도 모르는 이 화공의 여행을 함께하며 그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함께 했던..요 며칠이었다.

마치 나도 여행을 다녀온 듯한 그런 기분이다.

 

 

 

문을 나서니 상념이 많은데

봄바람이 내 옷을 스치네,

향기로운 풀은 바퀴 자리에 자라고

인적 끊어진 길은 봄 안개에 희미하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13
종이책 풀베개 : 나미를 사랑하라. 평점8점 | v*****r | 2014.01.02 리뷰제목
책의 앞면과 뒷면   소설의 마지막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여운이 남는 것은 나미 캐릭터이다. 작가가 소설 속에 교묘히 연정(戀情)을 깔아놓은 덕분이다. 그것이 화자의 생각, 시와 함께 버무려져 자칫 고리타분하게 흘러갈 흐름을 활기 있게 만들었다.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과는 차이를 느끼게 하지만 줄기(캐릭터 특징, 유머 등)는 변함 없게 느껴진다.   이
리뷰제목

 


책의 앞면과 뒷면

 


소설의 마지막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여운이 남는 것은 나미 캐릭터이다. 작가가 소설 속에 교묘히 연정(戀情)을 깔아놓은 덕분이다. 그것이 화자의 생각, 시와 함께 버무려져 자칫 고리타분하게 흘러갈 흐름을 활기 있게 만들었다.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과는 차이를 느끼게 하지만 줄기(캐릭터 특징, 유머 등)는 변함 없게 느껴진다.

 

이혼녀 나미는 활달한 성격에 예쁘게 그려졌다.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나미의 등장 묘사도 좋다.

 

환영은 벽장 앞에서 멈춘다. 벽장이 열린다. 소매를 미끄러지는 하얀 팔이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벽장이 다시 닫힌다. 다다미의 파도가 저절로 환영을 돌려보낸다. 입구의 장지문이 저절로 닫힌다. 나의 잠은 차츰 깊어진다. 사람이 죽어 소나 말로 환생하기 전의 상태가 이럴 것이다. (p.52)

 

 

띠지를 분리한 후의 모양.

 

 

화자가 나미와 어느 사내의 만남을 지켜보다가 걸린 장면도 재미있다. 이 부분은 마치 로맨스 웹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

 

“선생님! 선생님!”
아뿔싸, 언제 들킨 것일까.
“뭔가요?”
나는 명자나무 위로 얼굴을 내민다. 모자는 풀밭에 떨어졌다.
“이런 데서 뭘 하고 계세요?”
“시를 지으며 누워 있었습니다.”
“거짓말을 하시네요. 지금 다 보셨죠?”
“지금요? 지금 그거 말인가요? 예, 조금 봤습니다.”
“호호호호, 조금이 아니라 많이 보셨을 텐데요.”
“실은 많이 봤습니다.” (p.171)

 

 

책의 내부.

 

 

화자가 자신의 사생첩에 적어놓은 하이쿠에 나미가 댓글 하이쿠를 적어놓은 것을 읽었을 때,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더불어 푀나플루스님이 지은 하이쿠에 댓글 하이쿠를 달아놓은 기억이 났다. 푀나플루스님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그걸 아래에 옮겨 본다. ㅋ


(2013-12-22일자 푀나플루스 님의 하이쿠)
얼음과 물이 애틋이 재회하는 계절에, 꽁꽁 언 것은 내 마음 뿐.
님의 마음 아직 쌀랑한데, 샘터에서 서성이는 봄볕 얄미워.

 

(2013-12-23일자 푀나플루스님의 하이쿠에 대한 나의 답 하이쿠)
내 마음도
꽁꽁 얼었다오
누구 없소?

 


화자의 생각을 깔아놓은 대목과 시들은 두고두고 읽어볼 가치가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나미에 대한 관심밖에 없다. ^^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19
종이책 구매 (나쓰메 소세키) 풀베게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w*******i | 2018.11.01 리뷰제목
시작은,영화<풀잎들>에서 비롯되였다.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가 소세키의 소설<그후>제목에서 가져 왔을지도 모른다는 호기심 덕분에 소세키의 그후를 읽을 수 있었다.영화는 실제 소설의 많은 부분이 오마주되어 있었다.(물론 기분상의 문제였을수도 있겠다) 해서 풀잎들 영화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소세키의 소설 '풀베게'를 풀잎들이라 착각하는 상황이...그러나 <풀베게>는
리뷰제목

시작은,영화<풀잎들>에서 비롯되였다.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가 소세키의 소설<그후>제목에서 가져 왔을지도 모른다는 호기심 덕분에 소세키의 그후를 읽을 수 있었다.영화는 실제 소설의 많은 부분이 오마주되어 있었다.(물론 기분상의 문제였을수도 있겠다) 해서 풀잎들 영화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소세키의 소설 '풀베게'를 풀잎들이라 착각하는 상황이...그러나 <풀베게>는 이미 앞부분을 읽다가 너무 좋아 아껴놓았던 터라,이번이 읽을 시간인가 보다 해서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었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라는 문장 어디에서 감동이 나오냐고 지인은 물었다.그러나 산길을 오르면서 그가 풀어 놓는 세상사람들에 대한 설명은 과거 속에 머물고 있는 문장이 아니였다.너무 좋아 설명하기가 힘든 것들이 있다면 <풀베게>가 시작되는 첫 문장에서 부터 20쪽이 지나갈 무렵까지 멈추지 않는다.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만족할 지점이 있었던 것도 이유였을게다.소설의 방향점이 어딘지가 중요하기 보다 '걷기'에 대한 매력을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적어 놓았기 때문에.."이렇게 산속에 들어와 자연의 풍물을 접하면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재미있다.재미만 있을 뿐 별다른 괴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일어나는 일이라면 다리가 아프고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20쪽  "우리는 도보 여행을 하는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힘들다,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다른 사람에게 예전에 했던 여행을 자랑할 때는 불평스러운 것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다.재미있었던 일,유쾌했던 일은 물론이고 옛날 불평했던 일까지 재잘거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이는 굳이 스스로를 속이거나 남을 속이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다.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보통 사람의 마음이고 지난 여행을 이야기할 때는 이미 시인의 태도가 되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47쪽 물론 이 소설은 자연 소설도 아니고ㅡ여행에세이는 더더욱 아니다. 분명 소설이다.설명에 따르면 하이쿠적 소설의 탄생이라고 했다. 하이쿠가 아직은 낯설어서, 정말 그런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소설이란 느낌보다 에세적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점과 문장마디 마다 운율이 느껴지는 느낌 등등을 생각해 보면 분명 일반적인 소설의 형태는 아니였다는 사실을 어렴풋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풀베게>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한 듯 간단하지 않았다.예술과 미학에 대한 철학을 서양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며 이야기하기도 했고,소세키가 전반적으로 예술과 미학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혹은 이러이러한 신념을 가졌던 것이다,라고 단정지어 말할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적어도 소설 속 주인공 화가인 예술가의 고민의 흔적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보여지는 것들 저 너머의 것을 그려야 한다는 고민은 그래서 공감이 되였고,자연이 가장 위대한 예술이란 신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공감가는 부분이였다.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이 형식적 기교가 아닌 연민의 감정을 담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나미씨와 산적의 얼굴은 곧바로 사라졌다.나미 씨는 망연히 떠나는 기차를 바라본다.그 망연함 속에는 신기하게도 지금껏 느껴본 적이 없는 '연민'이 가득 떠 있다"/185쪽  나미씨의 얼굴에서 연민이 드러난 것을 반가워했지만,실은 화가가 그녀의 모습에서  인정을 보게 된 것이 기뻤던 것은 아닐까?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종이책 구매 잠깐이나마 비인정(非人情)의 세계를 거닐어본다 평점10점 | k**u | 2022.08.11 리뷰제목
“무의미한 것을 자유롭게 내던지고 해진 갓 안에 한없이 상쾌한 여름 바람을 담는다.”  - 87쪽   세계의 이해(利害)관계에 얽매여 있지 않은데도 마음의 분주함과 심사의 사나움을 떨쳐내기 쉽지 않은 시절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그리는 선경(仙境)을 거니는 듯 봄 햇빛이 여유로이 비추는 산골 마을 비인정(非人情)의 세계를 향한 까닭이다. 아마 괴로움, 화, 사리사욕이 분출
리뷰제목

 

무의미한 것을 자유롭게 내던지고 해진 갓 안에 한없이 상쾌한 여름 바람을 담는다.”  - 87

 

세계의 이해(利害)관계에 얽매여 있지 않은데도 마음의 분주함과 심사의 사나움을 떨쳐내기 쉽지 않은 시절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그리는 선경(仙境)을 거니는 듯 봄 햇빛이 여유로이 비추는 산골 마을 비인정(非人情)의 세계를 향한 까닭이다. 아마 괴로움, , 사리사욕이 분출하는 인정(人情)을 벗어날 수 없는 도시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전히 잊고 순수 객관에 눈을 맡긴 채 자연의 경치와 일체가 되는, 오직 존재하는 것은 마음뿐인 그런 무위(無爲)의 시간에 온전히 잠기는 순간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산속 구불구불한 길 위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젖은 채 화구(畵具)를 메고 걷는 남자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바라보는 듯 취하게 한다. 남자는 화가이며 시인이다. 그는 산길을 걸으며 비인정을 다짐한다. 어떠한 이해(利害)의 밧줄에도 얽매이지 않는 집착으로부터의 해방, 고요의 세계로의 침잠을 통해 진정한 그림, 화가의 길을 찾는다. 나는 작가 소세키가 추구했던 예술의 지고(至高)를 향한 일본적 자긍심은 회피하며 읽는다. 오직 마음의 평정, 잠시라도 비인정(非人情)의 천지를 소요(逍遙)하고자 하는 읽기에 열중한다.

 

이제 빗길을 걷고 있는 남자에겐 괴로움이 없다, 그저 경치를 한 폭의 그림으로 보고 한 편의 시로 읽는 이에게는 오직 티끌만한 고통도 없는 산 속 종달새 소리와 노랗게 피어있는 유채꽃 군집만이 있을 뿐이다. 산길 모퉁이에 자리잡은 찻집을 경유하여 여장을 풀 나코이 마을 숙소를 향한다. 찻집에서 듣게 된 이혼하고 돌아 온 여인이 운영하는 산골 마을 여관, 근처의 조금은 넓게 만들어진 가가미가 연못과 산사(山寺) 간카이지,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와 나무와 잡초가 우거진 자연은 신선의 마을처럼 모든 것이 분별의 자물쇠를 열고 집착의 빗장을 벗어난 아득한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화공(畵工)은 순간순간 마음에 닿는 세계를 열일곱자 하이쿠에 담아내거나 당시(唐詩)를 곁들이며 비인정의 풍류를 한껏 즐긴다.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꺾다보니,

한가로이 남산이 들어오네

採菊東鬱下 悠然見南山   - 22쪽 (도연명)

 

장지문 밖의 밤 풍경 속에서 들려오는 천하의 춘한(春恨)을 모두 모으는 듯한 노래를 부르는 인물을 생각하다 잠 못 이루고, 오매(寤寐)의 경계를 소요(逍遙)하고 있을 때, 환영처럼 홀연히 나타난 여자의 그림자를 느낀다. 어떠한 양해도 없이 미끄러져 들어와 살금살금 걷는 여인, 이 낯선 여인은 남자의 심상에 맺혀진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의 그림 속 오필리아에 대입되어 마음뿐인 비인정의 세계와 대상의 선택이 불가피한 인정의 세계와의 절충, 그 모순 속의 조화를 향한 모델이 된다.

 

남자는 느낌없이 물체만 있으면 되는 그림, 물체와 느낌이 양립하는 그림을 넘어 제 3의 그림을 추구한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마음뿐인 그림. 그러나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던가. 그저 감흥에 빠진 마음을 얼마간이라도 전하여 다소의 생명을 어렴풋한 분위기로 보여줄 수만 있어도 인간 세계 최고의 그림이 될 테니 말이다.

 


 

 

남자가 수시로 드나드는 시적, 회화적 입각점(立脚點)에 들어서, 절로 떠오르는 심상은 선경(仙境)을 향한 그리움에 가깝다.

 

문득 고요한 하루 얻었으니,

백년이 분주한 줄 알았네.

아득한 심사 어디에 둘까,

멀기만 하구나, 신선의 마을  -95

 

사실 가까이 다가갔다고 여기지만 그저 찰나(刹那)이고 다시금 아득하게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것이 이상(理想)일 것이다. 어쩌면 몽롱한 영적 시공에서나 가능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마치 이를 현실화하려는 듯한 여관 온천탕 장면의 묘사는 신경(神境)의 실재(實在)화 같아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남자의 마음, 그 정취에 몰입하게 된다.

 

비마저 흥을 돋우는 고요한 봄비가 내리는 산골의 탕 안에서 혼()까지 봄의 온천물에 띄우며 멀리서 들려오는 샤미센 소리를 무책임하게 듣고 있는 한 남자, 그의 앞에는 실내를 가득 메운 김이 가득 피어오르고있다. 그때 봄밤의 불빛을 반투명으로 흩뜨리며 목욕탕 가득한 무지개 세계가 진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몽롱하고...뿌옇게 하며 순백색의 모습이 구름 속에 점차 오른다....신대(神代)의 모습을 구름 속에 불러일으킨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은 노골적으로 들이 밀어진 것이 아닌, 모든 것을 그윽하게 만드는 일종의 영적인, 충분히 웅숭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직 마음인 그림을 그리며, 비인정의 세상을 만끽하려 산골 마을을 찾은 화공인 남자는 실제 단 한 장의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 그의 말처럼 화구 상자는 단지 취흥을 돋우기 위한 악세사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진정한 화가다, 훌륭한 화가라고 외친다. 작품화하는 순간 비인정은 사라지고 인정의 세계가 들어차기 때문이다. 이 가로놓인 거대한 아이러니를 왕래하는 것이 인간사가 아닐까 

 

작품을 읽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인정이라는 세속의 세계를 떠나 온 듯, 비인정이 그득한 시()와 수채화같은 풍경을 거니는 소설 속 침잠은 더럽혀지고 사나운 떼를 벗겨낸 듯 머리가 맑아진다. 이 작품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다시금 시 속의 사람도 아니고 그림 속의 나도 아닌 인정의 세계에 내 딛어야만 하는 이 불가피성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거듭 소설의 세계 속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이다. 그렇다고 도연명처럼 내내 남산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을 터. 현실로 돌아와 이렇게 감상을 남긴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2

한줄평 (23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7점 9.7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