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인초 -나쓰메 소세키 전집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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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인초 -나쓰메 소세키 전집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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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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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미인초 평점10점 | h*****7 | 2019.01.30 리뷰제목
이 작품 제목의 첫 느낌은 우아함이었다. 꽃 이름을 의미하는 건가 짐작은 했지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낯익은 개양귀비라는 꽃이었다. 내 고향집 문 앞에서도 보았던 그 꽃. 선명한 빨간색이 정말 예뻤던 꽃. 이 제목은 어떤 연유로 지어졌을까. 소세키의 많은 작품들의 제목은 내용과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기이한 발상으로 제목을 짓기로 유명한 그답게 『그 후』가 그랬고 『문』
리뷰제목

 

 이 작품 제목의 첫 느낌은 우아함이었다. 꽃 이름을 의미하는 건가 짐작은 했지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낯익은 개양귀비라는 꽃이었다. 내 고향집 문 앞에서도 보았던 그 꽃. 선명한 빨간색이 정말 예뻤던 꽃. 이 제목은 어떤 연유로 지어졌을까. 소세키의 많은 작품들의 제목은 내용과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기이한 발상으로 제목을 짓기로 유명한 그답게 그 후가 그랬고 이 그랬다. 다 읽고 나서는 강렬한 첫인상을 주었던 후지오의 캐릭터 이미지와 드높은 자존심이 꺾인 것을 스스로 용납을 못해 죽음을 택한 영혼의 애잔함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무네치카와 고노가 교토의 히에이잔 산을 오르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장 자체가 너무 시적이어서 그런지 꽤나 안 읽혔다. 작품풀베개가 생각났다. 산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지루하게 별 의미 없는 대화가 계속된다. 배경이 되는 장면은 교토와 도쿄를 교차적으로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첫 신문소설이라는 것을 의식한 구성이라고 한다. 인물간의 갈등 구조를 심리 묘사에서 자세히 그려내는 장면은 역시 탁월한 소세키의 영역이 아닌가싶다. 연애소설처럼 읽히기도 하고 성장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무네치카와 고노를 중심으로 각각의 여동생과 오노와 얽히고설킨 남녀관계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외관이 네모나고 각진무네치카의 털털한 말투와 달리 고노는 철학적이다. 상대방의 말에서 꼬투리를 잡아서 철학적인 말을 기어이 뱉어 놓고야 만다. 각각의 인물들의 개성적인 성격이 뚜렷함을 감지하게 되면서 흥미롭게 읽힌다.

 

죽음에 직면하지 않으면 인간의 변덕은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네.”(P32)

 

색을 보는 자는 형태를 보지 않고, 형태를 보는 자는 질을 보지 않는다.’(P75)

 

 특히 오노와 후지오가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은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선명한 자주 빛 기모노를 입은 후지오의 책을 읽는 모습, 후지오가 오노에게 작업을 거는 것 같은 미묘한 분위기를 싫지 않은 듯 즐기는 모양새다. 시적인 오노는 후지오에게서 클레오파트라의 카리스마를 느낀다. 만남을 거듭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오노의 모습이 보인다.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오노는 어두운 과거를 털어버리고 싶다. 교토에서 도쿄로 이사오는 선생 부녀를 마중나간 오노의 너무 많이 변한 모습을 보고 두려워하는 사요코가 있다.

 

 어린 시절 거두어 키워준 고도 선생과 그의 딸 사요코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어서 딸을 데려갔으면 하고 바라는 고도 선생의 마음과 달리 오노의 마음은 후지오를 향해 달려간다. 과거를 떼어버리고 싶은 오노와 어떻게든 과거를 연결시키려는 이들의 마음이 안타깝고 팽팽하게 밀고 당기는 느낌이다. 재산이 있는 후지오와 결혼하여 그 경제력으로 고도 선생 부녀를 도와주겠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친구 아사이를 동원하여 거절의사를 밝히게 한다. 미안함을 갖고 있으면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덕적인 양심을 버리려 한다. 그것도 직접 나서지 못하는 나약한 비굴함으로 말이다.

 

개미는 단것에 모이고 사람은 새로운 것에 모인다. 문명인은 격렬한 생존 가운데서 무료함을 한탄한다. 서서 세 번의 식사를 하는 분주함을 견디고 길거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병을 걱정한다. 삶을 마음대로 맡기고 죽음을 마음대로 탐하는 것이 문명인이다. …… 문명은 사람의 신경을 면도칼로 깎고 사람의 정신을 나무공이로 둔하게 한다. 자극에 마비되고, 게다가 자극에 굶주린 자는 빠짐없이 새로운 박람회에 모인다.”(P193)

 

  박람회에 모이는 사람들을 묘사한 문장이다. 삶의 지루함을 식히기 위해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 모여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살아있음을 느끼는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놀라기 위해모여드는 것일까. 오노와 선생 부녀 일행은 마침 박람회에 온 무네치카 등 일행이 한데 모이면서 들통이 난다. 모든 재산을 후지오에게 넘겨주고 집을 나가려던 고노, 그것을 알고 놀란 무네치카, 속으론 좋으면서도 세상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수수께끼 같은 여자 후지오의 엄마 등 갈등 구조가 역력히 드러나면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지식인 오노를 구하기 위한무네치카의 진지한 도움으로 어둠의 유혹에서 빠져나온다. 사실 이건 예상치 못했다. 도덕적 양심을 찾은 오노에게 환영의 마음이 들면서도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상처받은 분노로 주검이 되었던 후지오. 한 사람의 죽음이 있고서야 인간은 자신들의 허물을 깨닫는 존재인가.

 

비극은 희극보다 위대하다. 이를 일컬어 죽음은 모든 장애를 봉쇄하기에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나락에 떨어져 빠져나올 수 없기에 위대하다는 것은 흐르는 물이 되돌아오지 않기에 위대하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운명은 단지 최후의 결말을 고하기 때문에 위대한 것만은 아니다. 홀연히 삶이 변해 죽음이 되기에 위대한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잊고 있던 죽음이 불쑥 나타나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다.’(P432~433)

 

 다른 작품과 달리 소설의 작법을 밝히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를 배가시켰다. 심리묘사에 치중된 지루함을 달래주거나 긴장감을 유지시켜 독자의 참여와 몰입을 심화하는 느낌도 들었다. 짧고도 긴 여운을 주는 하이쿠의 삽입, 삶과 죽음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색의 장을 마련해주는 소세키의 문학을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굴러가는 방향이 달라짐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마음이나 살아가는 모습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옛 작품에서 들끓는 심연의 마음을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12
종이책 주간우수작 우미인초 / 나쓰메 소세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 2014.09.14 리뷰제목
<우미인초 (虞美人草> . 잠들어 있는 천지에 봄에서 뽐아낸 진한 자줏빛 한 점을 선명하게 떨어뜨려놓은 것 같은 여자 전작들에서는 고양이나 서생들을 통해 인간의 사유등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인물들을 통한 서사적인 이야기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봄의 고요함을 깨고 등장한 자줏빛의 한 여인,. 그 여인을 둘러싼 인간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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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인초 (虞美人草> .

잠들어 있는 천지에 봄에서 뽐아낸 진한 자줏빛 한 점을 선명하게 떨어뜨려놓은 것 같은 여자

전작들에서는 고양이나 서생들을 통해 인간의 사유등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인물들을 통한 서사적인 이야기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봄의 고요함을 깨고 등장한 자줏빛의 한 여인,. 그 여인을 둘러싼 인간들의 삼각, 사각관계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남녀상렬지사 그러한 사랑이야기라기 보다는 관계의 이야기.. 한 세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내면이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의 이미지와는 다른 두 남자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호리호리하고 마른 체구, 가까이 할 수 없는 먼 데를 바라보는.. 이라고 표현되는 고노와 각진 채구, 높고 어둡고 해가 들지 않은 곳에서의 화창한 봄의 세계라 표현되는 ..무네치카.. 그 둘의 교토에 있는 히에이진산의 등반으로...  성향이 다른 두 남자, 그들의 대화나 등반에 임하는 모습등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다양한 은유로 첫 1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다시 읽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에 너무 비중을 두면 전반적인 흐름을 느낄 수가 없을 듯 하여 일단은 각 인물들의 대립구도를 먼저 파악하고 그들의 성향에 익숙해지면 은유의 묘사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노의 여동생이자 매혹적인 자줏빛의 여인 후지오, 무네치가의 여동생이며 가정적인 여인 이토코

과거의 어두운 구멍에서 벗어나고 싶은 박사지망생 오노, 오노가 어려웠던 시절 교토에서 신세를 졌던 고도 선생과 그의 딸 사요코 그리고 고노의 친모는 아니지만 후지오의 어머니인 수수께끼의 여인..

각 장은 이들중 2명씩을 내세워 극적 구도와 대립구도를 보여준다.

공간의 배경은 교토와 한창 발전하기 시작한 도쿄를 비교하며 옛것과 문명을 이야기하고 인물들의 갈등을 보여주는 배경으로 박람회장이 등장한다.

1907년(메이지 40년) 3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서 열린 박람회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당시의 일본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양과자를 먹고 홍차를 마시며 일루미네이션의 화려함의 세계를 즐기는.. 그러한 장소에 대한 동경과 함께 그 세태를 풍자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 모든 것들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갈등구조가 탄생한다.

여동생등과 함께 박람회를 간 고노와 무네치카 일행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오노 일행을 발견한다. 오노는 마침 도쿄로 올라온 고도선생과 사요코를 데리고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4명의 시선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에 맘이 혼란스럽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 상황의 묘사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을 묘사한다. 그 인물을 어떤 색깔이나 사물등에 비유하고 그렇게 비유하게 된 작가의 철학들이 보여진다. 처음에는 그것에 적응하는데 약간 힘들었는데 오히려 그러한 묘사들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인 듯 하다.

고노의 일기장에 적힌 그의 사색은 작가의 철학이 그대로 들어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세키의 이전의 책에 등장했던 인물들과도 어찌보면 비슷한 면도 많아 보인다. 비슷한 인물들을 가지고 어떤 상황을 만들어 다른 극적인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이 작가의 탁월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이 책의 인물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들인 듯 하다.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자, 낙관적이며 행복을 추구하는 자,불우한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정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선택하고 싶은 자, 자신이 사랑하는 자를 차지하지 못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자,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자신의 원하는 대로 일을 도모하는 자... 

100년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항상 존재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그렇기에 각각의 인물 위주로 책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비극은 희극보다 위대하다. 이를 일컬어 죽음은 모든 장애를 봉쇄하기에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나락에 떨어져 빠져나올 수 없기에 위대하다는 것은 흐르는 물이 되돌아오지 않기에 위대하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운명은 단지 최후의 결말을 고하기 때문에 위대한 것만은 아니다. 홀연히 삶이 변해 죽음이 되기에 위대한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잊고 있던 죽음이 불쑥 나타나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다..(p433)

나쓰메 소세키 전집 1차분인 4권의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태풍>을 읽으면서 내가 서포터즈가 아니었다면 쉽게 접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은 읽어야지 하는 맘은 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고 일단은 최근의 글들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그리고 읽고 나면 역시 읽기를 잘 했어.. 하는 뿌듯함이 있다. 그래서 의무적으로라도 한 달에 한 두권 고전을 꼭 읽어야지..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서포터즈가 되어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만나게 된 나쓰메 소세키...그 의무감은 그의 책읽기에 박차를 가하게 된 좋은 긴장이 되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읽으면 읽을 수록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흥미가 더해지는 듯 하다. 그러한 그의 전집 1차분이 마무리 되고 2차분이 출간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갖었었는데 더욱 산뜻하게 단장을 하고 우리를 찾아온 그의 새로운 이야기들..

첫 이야기인 우미인초부터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가는 봄이여,

비파를 안은 무거운 마음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12
종이책 편지로 쓴 소세키의 '우미인초' 감상 평점10점 | v*****r | 2014.09.30 리뷰제목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6
종이책 삶이라는 백지 위에 죽음이라는 마침표를 찍기 전 피어오르는 자줏빛 사랑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2 | 2014.09.15 리뷰제목
역발산(力拔山)은 기개새(氣蓋世)요   힘은 산을 들어 올릴 만하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을 만하여도 시불리혜(時不利兮)니 추불서(鰍不逝)라. 때가 이롭지 못해 추(항우가 타던 명마)는 가려 하지 않는구나. 추불서혜(鰍不逝兮) 가내하(可奈何)리. 추가 가지 않으려 하니 어찌하리. 우혜우혜(虞兮虞兮)여 내약하(奈若何)여! 우미인아! 우미인아 ! 그대를 어찌하면 좋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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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산(力拔山)은 기개새(氣蓋世)요  

힘은 산을 들어 올릴 만하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을 만하여도

시불리혜(時不利兮)니 추불서(鰍不逝).

때가 이롭지 못해 추(항우가 타던 명마)는 가려 하지 않는구나.

추불서혜(鰍不逝兮) 가내하(可奈何).

추가 가지 않으려 하니 어찌하리.

우혜우혜(虞兮虞兮)여 내약하(奈若何)!

우미인아! 우미인아 ! 그대를 어찌하면 좋으리

 

초패왕 항우가 우미인에게 불러 준 '패왕별희'입니다. 역발산 기개새이지만 유방에게 포위 당하면서 마지막을 예감한 항우는 매우 사랑하여 전장마다 데리고 다닌 애첩 우미인에게 패왕별희 노래를 불러줍니다. 애절함에 눈시울이 절로 붉어지는 노래지요. 노래가 끝나자 우미인은 자결하는 것으로 항우의 사랑에 보답합니다. 이후 우미인의 무덤가에 핀 가녀린 자줏빛  꽃을 우미인초(개양귀비)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시놉시스'가 단순합니다. 별로 꼬여있지도 않고 심플하죠. 등장인물도 두명내지 세명, 이번 소설은 그나마 많은 거예요. 고노와 후지오는 남매지만 서로 핏줄이 섞여 있지 않은 가족이고, 무네치카와 이토코는 남매입니다. 오노는 가난하지만 머리가 좋습니다. 박사 논문을 쓰고 있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고노는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습니다. 친자식도 아닌데 아버지 유산을 상속받게 되자 고노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유산을 모두 후지오에게 주고 자신은 절에 들어가려 하죠. 이 소설에서 고노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에 등장하는 이지와 이타사이에 고민하는 진지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높고 어둡고 해가 들지 않은 곳에서 화창한 봄의 세계를, 가까이할 수 없는 먼 데서 바라보는 것이 고노의 세계.'라 하는 것처럼 고노는 세상이치에 통달한 달관자와도 같습니다. 유산도 포기하고 중이 되려 하는 것에서도 그가 고매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일본에서는 결혼한 상대에게 '금시계'를 주는 것이 관례인가 봅니다. 혼기가 꽉 찬 이 청춘남녀에게는 후지오가 시계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고노의 동생 후지오를 좋아하는 무네치카는 자기가 시계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후지오는 시인 오노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계를 오노에게 주려하지요. 그것도 모르는 무네치카는 혼자 열심히 김칫국물만 마시고 있죠. 근데 오노에게는 이미 오년 동안 사귀던 애인이 있습니다. 박사 논문을 앞두고 오노는 후지오의 청혼이 결코 싫지 않습니다. 오년 사귄 사요코와 후지오 사이에서 열심히 밀당을 하는 바람에 두 여인네 가슴만 새까맣게 타들어가죠. 고노는 그런 사실을 알지만, 허울뿐인 그 집을 벗어나려면 오노와 같은 데릴사위가 적당하기에 침묵하죠. 친구 무네치카가 후지오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세 여성- 이토코,후지오,사요코-는 전혀 다른 성향의 여성들입니다. 많이 배웠지만 번지르르한 외모를 좋아하는 후지오와는 달리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진실한 여성'의 캐릭터로 '학문도 없고 재능도 없지만 고노의 가치와 내면을 볼 줄 아는 여성 이토코'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순종적인 여성으로 사요코가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서로 대비되는 여성 캐릭터는 우미인초의 전설이 비극에서 비롯된 것처럼 후지오의 비극을 암시하는 복선과도 같습니다. 

 

 

 자존심은 미련을 버지리 못한 사랑을 짓밟는다. -p226

 

 홀연히 삶이 변해 죽음이 되기에 위대한 것이다.- p433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스토리가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습니다. 다른 소설가와는 달리 스토리가 아닌 서술방식이 매우 독특하죠. 나쓰메 소세키의 《우미인초》는 초패왕 전설에서 알 수 있듯이, 비극입니다. 세 남여(고노와 무네치카, 이토코와 후지오 , 오노와 사요코)가 주인공입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 주인공들을 제외하고 이야기를 이끄는 또 다른 화자가 있습니다.  바로 '붓'입니다. 자신을 숨기지 않죠. 이렇게 등장하는 서술의 붓을 따라 시간과 공간이 열립니다. 붓질의 움직임은 마치 한폭의 선명한 수채화를 그리는 듯, 색을 입히듯, 소설을 그려요. 분명 눈으로 글을 읽지만 정신은 '붓'의 설명을 따라 열심히 그림을 그립니다. 대표적인 글이 바로 우미인초를 설명하고 있는 이 문장이죠.   

   '잠들어 있는 천지에 봄에서 뽑아낸 진한 자줏빛 한 점을 선명하게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은 여자.'그러니까 이 소설은 그림이 되고, 이야기는 색인 거죠. 마치 풀베개의 화공이 시 속의 사람도 아니고 그림 속의 사람도 아닌 듯, 비인정(非人情 초탈) 세계와 인정 세계(현실)의 경계를 가차없이 허물어 버립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 소설에서 그림처럼 읽히는 색다른 소설울 선보이고 있습니다.그림처럼 읽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죠. 이것은 또한 비인정과 인정의 경계를 예술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경지이기도 합니다. 삶이라는 백지 위에 죽음이라는 마침표를 찍기 전 피어오르는 자줏빛 사랑이야기 '우미인초'.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요즈음의 날씨에 딱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종이책 【우미인초】 평점10점 | e*******e | 2014.09.22 리뷰제목
지금까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읽으면서 이 번 책이 꽤 오랫동안 출간되지 않아 정말 궁금했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소세키 작가에 대한 느낌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아닌지 살며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을 읽으면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소세키 특유의 만담같은 대화체나 등장인물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기존과 다름없이 그대로 전해졌고, 깔
리뷰제목

지금까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읽으면서 이 번 책이 꽤 오랫동안 출간되지 않아 정말 궁금했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소세키 작가에 대한 느낌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아닌지 살며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을 읽으면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소세키 특유의 만담같은 대화체나 등장인물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기존과 다름없이 그대로 전해졌고, 깔끔한 문장이 책을 읽는 속도감을 다시 느끼게끔 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의 잘 읽히지 않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이번 책은 표지가 자주색이다. 제목에서 주는 느낌처럼 이번 책의 주제는 여자구나 하는 것과 그래서 그런 색을 택했나 보다 하는 먼저 들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소세키를 이해하기 위한 책의 앞부분을 펼쳐 보면서 이 책이 연재되었을 당시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엽서, 오비아게, 유카타지 등, 그 시대의 생활품에 관련 그림들이 들어갈 정도면 현재의 아이돌의 인기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450페이지나 되는 이 책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 1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두 세 명의 등장인물이 한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 6장까지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해 주다가 7장에서 사요코가 도쿄로 이사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쭉 전개되면서 점점 상승구도를 그리는데 18장에 이르러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급변하다가 19장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결말에 이르고 만다. 그래서 19장에서 !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급작스러운 결말에 이르기는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결말에 이른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역할에 참 충실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반듯반듯한 인물들이란 뜻은 아니다. 말 그대로 소세키가 주었음직한 그들의 역할에 전혀 어긋남없는 행동들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뜻이다.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다.

늘 조용하면서 그저 철학자답게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한 고노는 어떻게 보면 현실성이 없다. 자신이 상속받은 전 재산을 동생인 후지오에게 주고 자신은 집을 나가려고 한다. 자신이 가장으로써의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혼인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소세키 자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고노의 친구인 무네치카의 경우 세상이 너무 단순하다. 평소의 그의 태도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언젠가는 큰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더 등장인물들을 우왕좌왕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진실하면서도,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이 무네치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인생에 기꺼이 끼어 들고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니 말이다. 어찌보면 소세키가 가장 살고 싶던 삶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전작인 도련님과도 조금은 닿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오노는 불우한 과거에 묶여 미래로 나아가는 게 부자연스럽다. 다행히 자신의 실력으로 현실을 이루어냈지만 불안한 미래는 사람의 양심을 저버리게 한다. 결국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지만 그러기까지 수만은 번민과 고민이 있었고 자기합리화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장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다행히 무네치카의 말 한마디를 받아들이고 모든 상황을 제 자리로 되돌리지만 그의 우유부단함은 엄청난 사태를 불러오기도 한다.

후지오는 소세키의 입장에서는 가장 멋진 여자로 그려지고 있는데 하이칼라 여성으로써 도발적이고 당당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높은 자만심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자신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후지오의 어머니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위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오도록 하는 철저히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이토코는 무네치카의 여동생이다. 아버지와 오빠와의 사이에서 집안살림을 맡아 하느라고 능숙하다. 자신과 반대 성격의 후지오를 보면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자기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자신이 원하는 식의 미래를 얻게 되는 장본인이다. 외유내강의 전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사요코는 가련형의 인물이다. 가부장적인 세상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집안을 돌보고 그저 묵묵히 모든 일을 행한다. 자신과 점점 멀어지는 오노를 보면서 불안하고 큰 상처를 받게도 되지만 묵묵히 감수해 내며 눈물만 흘린다. 어찌보면 가장 답답한 인물이다.

이노우에 선생은 고아가 된 오노를 맡아 후견인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나이가 든 자신과 혼기가찬 딸의 미래를 걱정해서 오노와 사요코를 혼인시키려 하지만 과거를 모른척 하고 싶은 오노는 선뜻 답을 주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제자로부터 오노의 마음을 듣고는 격하게 분노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딸을 사랑하기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페이지는 제법 됐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있어서 마냥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소세키 작가 특유의 만담스타일이었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뼈대 있는 말들이 상당히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당시 일본의 시대상에 따라 격변하는 시기이지만 역시 지식인들에게는 풍류가 있고 유유자적함도 있다. 그리고 불안한 현실에 대해 좀 더 확실한 미래를 잡고 싶어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일련의 일들 속에서도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다. 고노의 철학적인 말들을 통해서, 고노의 계모의 계산적인 마음을 통해서, 그리고 인간의 도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이익을 쫓으려는 오노의 마음을 통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소세키 소설을 거듭할수록 참 할 말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참 편협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행동보다는 글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냄으로써 대리만족 한다고 해야 할까? 특히 마음에 안드는 것은 여성폄하. 그 시대에 여자는 그저 남자에게 종속된 사람으로 봤었기에 그랬다고는 하지만 정작 소세키도 집에서 살림에 열심인 사람을 하찮게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후지오가 다른 여성들에게 하는 말을 통해 여성들을 대하는 소세키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만만치 않은 분량이었지만 시대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과 또 속시원함에 독서의 즐거움이 함께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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