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行人)  -나쓰메 소세키 전집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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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行人) -나쓰메 소세키 전집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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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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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일은 평점10점 | r*********s | 2023.08.20 리뷰제목
마음은 복잡하다. 알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얻기 어렵고 알기는 더욱 어렵다.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는 상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 없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공부한다. 소설 읽기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달에 읽은 『마음』에 이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행인』을 읽으면서 마음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확인한다. 어려워서 포기
리뷰제목

마음은 복잡하다. 알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얻기 어렵고 알기는 더욱 어렵다.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는 상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 없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공부한다. 소설 읽기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달에 읽은 『마음』에 이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행인』을 읽으면서 마음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확인한다. 어려워서 포기하고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사실 『행인』은 다른 소설에 비해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여름을 배경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소설 속 더위가 익숙하게 다가오고 화자인 ‘지로’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문에 열중하지만 번듯한 직장에 다니지 않았던 인물들과 다르게 이번에는 직장에 취직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초입에 지로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한량이라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소설 초반은 지로와 친구 ‘미사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그 여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온다. 과연 그 여자와 지로가 만나게 될까, 혹은 지로도 미사와처럼 그 여자에게 끌리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그건 소세키가 심어 둔 마음에 대한 복선이자 키워드였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아니라 미친 그 여자, ‘미친’이 중요했다. ‘미친’ 마음에 대한 이야기, 혹은 그 미친의 기준과 그것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까. 아니,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울증’이라는 것보다 한 수 위의 단어가 필요하다.

 

『행인』은 지로의 마음이 아니라 지로의 형 ‘이치로’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건 결국 이치로란 인물을 통해 우리가 나 아닌 타인을 알고자 하는 이야기라 볼 수 있다. 소설 속 이치로는 학자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아내 ‘나오’ 사이에 딸을 하나 둔 가장이다. 형수와 사이가 좋지 않다. 지로의 어머니는 나오를 탓하지만 지로가 보기에는 둘 사이에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이치로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형이 학자라 더 예민한 거라고 여긴다. 사실, 지로는 귀찮고 피곤할 뿐이다. 이치로의 마음을 모른척하고 싶다.

 

 

“형님한테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무척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남의 마음 같은 건 아무리 학문을 한다고 해도, 연구를 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형님은 저보다 뛰어난 학자니까 물론 그걸 알고 있겠지만, 아무리 가까운 부모 자식이라고 해도, 형제라도 해도 마음과 마음은 그냥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뿐이고, 실제로 상대와 자신의 몸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마음도 떨어져 있는 거니까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닐까요?” (139쪽)

 

하지만 이치로가 자신과 나오 사이를 의심하며 둘 사이를 증명해달라고 부탁하자 지로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세상에나, 어떤 형이 시동생과 형수의 관계를 의심한단 말인가. 그러나 지로는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는 순간 형수와의 관계를 인정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형의 부탁을 들어준다. 형수와 여행을 다녀오라는 제안이다. 물론 형수와 지로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둘이 여행을 떠난 날 폭우로 인해 계획과 다르게 하룻밤이 지나고 돌아온다. 이 밤이 이치로의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라 생각한다. 의심하는 마음에 짐작이 더해서 이치로를 괴롭혔을 게 분명하니까.

 

지로는 그런 형을 보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혼자 지내고 싶어 하숙을 구해 독립한다. 직장을 구하고 미사와를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본가를 방문하는 일도 줄어든다. 그러나 이치로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가족 모두가 형을 걱정하고 있어 지로는 미사와의 지인 H를 통해 형의 근황을 살핀다. 그리고 H에게 형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를 부탁한다. H의 제안이라면 형이 여행을 갈 것 같아서다. 형의 여행이 결정되고 지로는 H를 만나 여행 기간 동안 이치로를 관찰해 줄 것을 부탁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이치로와 여행을 떠난 H가 지로에게 보낸 편지로 이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H와 이치로가 나눈 대화, 이치로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들려준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 가족(특히 아내와의 관계), 우울감, 신경쇠약, 종교,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내게 이 부분은 무척 어려웠다. 이치로가 안쓰럽게 여겨지면서도 그의 마음을 채운 고독과 허무의 실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느껴졌다. 기질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환경적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고유한 기질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결국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노력이 중요하다 것을 말이다.

 

구름이 하늘을 아득하게 덮었을 때 비가 내리는 일도 있을 거고 또 비가 내리지 않는 일도 있을 거네. 다만 구름이 하늘에 있는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네. 자네나 어르신들은 형님이 곁에 있는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며 딱한 형님에게 다소 비난의 의미를 돌리고 있는 모양이네만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남을 행복하게 할 힘이 있을 리 없네. 구름에 싸인 태양을 보고 왜 따뜻한 빛을 주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그렇게 다그치는 쪽이 억지일 걸세. 나는 이렇게 함께 있는 동안 가능한 한 형님을 위해 그 구름을 걷어내려고 하고 있네. 자네나 어르신들도 형님에게 따뜻한 빛을 바라기 전에 우선 형님의 머리를 에워싸고 있는 구름을 걷어내주는 게 좋을 걸세. 만약 그걸 걷어낼 수 없다면 가족과 자네나 어르신들에게 슬픈 일이 생길지도 모르네. 형님 자신에게도 슬픈 결과가 되겠지. 나도 슬플 거네. (413쪽)

 

H의 편지처럼 이치로에게는 태양보다 구름이 더 많은 것이다. 그러니 우선 구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걷어낼 수 있도록 이치로를 도와야 한다는 것. 어디 이치로의 마음뿐일까.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구름을 갖고 있다. 다만 어떤 이는 구름을 숨기는데 탁월한 반면 어떤 이는 구름을 걷어내는 걸 도와달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어떤 구름을 보고 ‘미친’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상대의 구름을 보면서 구름에 관심을 갖는 일은 어렵고도 조심스럽다. 그러니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온 맘 다해 정성으로 노력해야만 알 수 있는 게 마음이다. 일방적인 노력이 아니라 협력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지로가 H의 편지를 통해 이치로의 구름에 대해 알게 된 것처럼 소세키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나의 구름과 저마다의 구름의 존재를 인식한다. 구름이라 이름 붙여도 마음은 복잡하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소세키는 연구하고 분석한다. 왜 마음에 이토록 집중하다 못해 집착했던 것일까. 그가 알고 싶었던 마음은 누구의 마음일까. 아마도 그 역시 자신의 마음을 알고자 마음에 관한 소설을 썼던 건 아닐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놓는 다리가 되어 줄 그런 소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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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도 때로는 지옥이 된다. 평점10점 | l****1 | 2016.06.29 리뷰제목
'사랑해서 한 결혼도 행복하지 않았어.' 예전에 방영한 드라마 '불새'에서 이서진이 분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 보니 유하 감독의 데뷔작 영화의 제목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였다. 소세키도 '문'에 나온 주인공 부부를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 사랑 때문에 남자는 친구를, 여자는 애인을 배신하면서까지 결혼했지만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격리되었을 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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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서 한 결혼도 행복하지 않았어.' 예전에 방영한 드라마 '불새'에서 이서진이 분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 보니 유하 감독의 데뷔작 영화의 제목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였다. 소세키도 '문'에 나온 주인공 부부를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 사랑 때문에 남자는 친구를, 여자는 애인을 배신하면서까지 결혼했지만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격리되었을 뿐만아니라 배신당한 사내가 언제 보복해 올지 몰라 불안을 그림자처럼 달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런 결혼은 정말 유하의 제목처럼 미친 짓이었다는 것을 '문'은 여실히 알게 해 주었다. 

 이후에 나온 '행인'은 그 정도를 더 심하게 몰고 간다. '행인'의 주인공은 지로.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는 소설 속에서 그의 형 부부를 비롯해 많은 부부를 만난다. 마치 이 부부에서 저 부부로 여행하는 로드무비 같다. 그래서 제목도 쏘다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 행인(行人)인가 보다. 부부가 주역(主役)이었던 전작 '문'만큼 단촐한 제목이다. 문은 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그 소설에서 문은 주인공 소스케에게 열리지 않았다. 종교에 귀의까지 하면서 구원을 찾았건만 그가 바란 구원은 끝까지 도래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행인은 머무르기 위해 걷는 존재이지만, 이 소설에서 머무름은 허락되지 않는다. 똑같이, 지로는 참 많은 부부를 만나지만 다들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한 부부는 아이가 없어 허전하고, 다른 한 부부는 남편의 마음에 들려고 너무 애쓴 나머지 그것이 과도한 심적 부담이 되어 미쳐 버린다. 그리고 또 한 부부는 사랑할수록 고독과 불신만 깊어가 결국 죽음을 원하게 된다. 소설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살짝 인용하고 있는데, 지로의 여정도 그와 같다. 단테가 내려갈수록 더 끔찍한 지옥을 보게 되었듯이, 지로 또한 갈수록 사랑이 지옥이 되는 광경을 목도하는 것이다. '행인'은 그런 소설이다. 사랑을 해도 고독은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사랑은 남도 가두고 자신도 가두는 굴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느끼게 하는 소설.



 알려진 대로, '행인'은 소세키의 자전적 체험이 바탕 되었다. 그는 형수를 흠모했고, 소설에서 형이 지로에게 형수를 유혹해달라고 하는 부탁은 소세키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그의 결혼 역시 행복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영국 유학 시절, 아내가 있어도 고독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절절히 체험했다. 그래서 소세키는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너와 나는.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해,

 우리는 일치할 수가 없어, 너와 나는.

 너는 자신의 세계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

 나도 자신의 세계에 만족해.


  아무리 사랑해도 그녀는 결코 내가 될 수 없다. 고독의 운명은 무엇으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결혼은 그에게 이런 것을 남겼다. 그것은 소설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표현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는 다리는 없다.' 왜? 소세키는 대답한다. '자신에게 성실하지 못한 자는 결코 타인에게도 성실할 수 없기 때문이다'(p. 375)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 제목은 '번뇌'다. 사랑은 결국 번뇌에 이른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번뇌는 이제 광기가 되어 간다. 형은 차츰 1장에 나왔던, 사랑을 아무리 해도 상대에게 이를 수 없어 결국 미쳐버린 여인처럼 되어간다. 그는 말한다.


 죽거나 미치거나, 아니면 종교에 입문하거나, 내 앞에는 이 세 가지 길 밖에는 없네.(...) 하지만 종교에는 아무래도 입문할 수 없을 것 같네. 죽는 것도 미련에 막힐 것 같고, 그렇다면 미치광이지. 그런데 미래의 나는 그만두고, 현재의 나는 제정신일까? 진작에 어떻게 된 게 아닐까? 난 무서워 견딜 수가 없네.(p. 381)


 '행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타인에게 가 닿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끝까지 답사한다. 그러나 종착지는 없다. 우리는 늘 불안하고 고뇌할 뿐이다. 형수는 독신인 지로를 부러워한다.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울적한 어투로 "남자는 참 홀가분하네요." 하고 말했다.

 "전혀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싫어지면 어디든지 멋대로 날아갈 수 있잖아요." (p. 297)


 결국 사랑할수록 깊어지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진정 자유롭게 되는 길은 사랑을 그치는 것밖에는 없다. 자신에게 성실하다는 것의 의미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타인을 통한 고독이 아니라 자신의 고독에 충실해지는 것. 유폐된 자신의 내면으로 계속 침잠하는 것. 수영장의 수면 아래로 고요히 가라앉는 것처럼. 문득 하루키의 소설들이 생각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태엽감는 새',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그리고 '여자 없는 남자들'. 온갖 홀로의 내면 속으로 유폐되는 소설들이. 하루키는 건강한 고독이 타인과의 연대도 강고히 할 것이라 내다봤다. 쓰쿠르가 설계했던 역(驛)처럼. 소세키가 추구하는 것도 이것이 아닐까? 형의 입을 통해 말했던 향엄 스님이 보여주듯이.


 "이제 포기했다. 앞으로는 그저 죽이나 먹으며 살자."

 이렇게 말한 스님은 그 후 선(禪)의 'ㅅ'자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네. 선(善)도 버리고 악도 버리고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의 모습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던지고 말았지.(p. 408)


 모든 것을 버려라. 소세키는 되뇐다. 가 닿으려는 마음을 멈춰라. 행인이 되어라. 행인은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행인은 어디에 머물기 위해 걷는 존재가 아니라, 오로지 걷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 과정에 온전히 충실해질 때, 그가 있을 목적지는 비로소 열린다. 아니, 스스로 정한다. 더이상 그는 어디에 가 깃들지 않는다. 그 자신이 깊은  뿌리가 되고, 넓은 가지가 되어 다른 이들을 깃들게 할 것이다. '행인'은 이것을 보여주는 여정이다. 그렇게 소세키는 백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하루키와 만난다. 고독의 참된 힘을 아는 소중한 동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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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행인, 같은 길 위에서. 평점10점 | m******j | 2016.03.08 리뷰제목
'믿음'이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다. 믿음이 수반되지 않은 관계는 사랑도 지옥으로 만들어버리고, 뒤따라오는 의심이 사람을 지옥의 밑바닥까지 끌어내려 버린다. 『행인』을 읽으며, 의심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나 역시 의심하는 자였고, 믿을 수 없는 자이기 때문에 "죽거나 미치거나 종교에 입문하"지 못한 채 스스로 만드는 지
리뷰제목

'믿음'이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다. 믿음이 수반되지 않은 관계는 사랑도 지옥으로 만들어버리고, 뒤따라오는 의심이 사람을 지옥의 밑바닥까지 끌어내려 버린다. 『행인』을 읽으며, 의심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나 역시 의심하는 자였고, 믿을 수 없는 자이기 때문에 "죽거나 미치거나 종교에 입문하"지 못한 채 스스로 만드는 지옥을 걸었다.

 

 『행인』에서 의심하는 자는 형이다. 소세키의 작품에는 형과 형수와의 관계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소설에서 둘의 관계가 특히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서사의 주축은 형 이치로와 동생 지로, 그리고 형의 아내 나오 세 사람의 '불편한' 관계다. 지로에게 나오의 마음을 떠보라며 단둘이 와카야마로 떠나 하룻밤 묵어오길 종용하는 이치로의 모습은 그의 의심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이치로는 자신이 잘못 추측했음을 확인하기보다는 차라리 사실이어서 의심을 끝내고 싶다는 소망에 시종일관 허덕인다. 그런 형의 태도가 지로의 마음에도 불편한 걸림돌이 되어 늘 따라다닌다.

 

 사랑을 하면서 타인의 모든 것을 손에 쥐어 확신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느껴보았을 터이다. 그 욕망이 의심을 낳게 된다. 이치로의 마음에 생긴의심암귀는 외지로 떠났던 지로와 나오가 악천후로 하루를 지체하여 돌아오게 되자 그 몸집을 부풀려 단단한 확신으로 자리잡는다. 이치로는 더 이상 지로의 해명을 듣거나 이해해보려는 소통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자초한 시험이었기 때문에 그 둘을 믿을 수도 탓할 수도 없는 채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고통과 광기에 휩싸인 그는 가족들에게도 불안정하고 거친 태도를 보이고, 끝내 나오에게 폭력을 가하기 이른다.

 

이치로를 보며 입으로만 애정을 맹세한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왕이 떠올렸다. 이 비극의 끝에는 모든 이가 목숨을 잃는다. 돈키호테의 안젤모는 어떠한가. 무모한 호기심으로 아내와 친구 모두를 잃는다. 이치로 역시 부인 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생활하게 되어버린다. 세 소설의 키워드인 '의심'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모든 부분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을 하면 타인과 나 사이의 겹쳐진 부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닿지 않은 여백이 항상 궁금하다. 그러나 그 공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열쇠는 사랑을 대신할 오직 한 가지,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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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어주는 다리가 없어도 가끔 사람이 들어온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k*****k | 2015.11.12 리뷰제목
나츠메 소세키가 사망하기 3년전 2013년 동안에 연재된, 후기 3부작중 두번째의 작품. 지난번 [춘분 지나고까지]가 [산시로]의 거침을 연상시켰다면, 이번 작품은 [그후]의 세련됨과 철학적임을 연상시킨다. 그냥 든 생각인데, 거칠고 순수함->정제된 고뇌->허무 내지는 해탈...이렇게 가는 걸까.   '나'는 부유한 자신의 집안에서 서생노릇을 했던 오카다가 독립하여 오사카로 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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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소세키가 사망하기 3년전 2013년 동안에 연재된, 후기 3부작중 두번째의 작품. 지난번 [춘분 지나고까지]가 [산시로]의 거침을 연상시켰다면, 이번 작품은 [그후]의 세련됨과 철학적임을 연상시킨다. 그냥 든 생각인데, 거칠고 순수함->정제된 고뇌->허무 내지는 해탈...이렇게 가는 걸까.

 

'나'는 부유한 자신의 집안에서 서생노릇을 했던 오카다가 독립하여 오사카로 가선, 같은 집안에서 일을 돕던 오카네를 아내로 맞아들인후 그를 방문한다. 집안일을 돕던 오사나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는 사노라는 사나이를 부모를 대신하여 만나고 또 친구 미사와를 기다린다. 오카다와 오카네가 결혼전과 결혼후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또 병으로 누은 미사와를 문병하며 그와 얽힌 여인네의 이야기를 듣는다. 결혼후 소박맞아 친정으로 가지 못하고 미사와의 집에 의탁했던 여인은 미사와에게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다 죽었는데...

 

어머니와 형 부부가 오사카로 내려와 '나'를 만나고 간단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때 형으로의 부탁. 미사와와 그 죽은 여인네의 이야기를 하며, 미치지않고서는 여인은 속내를 토로하지 않는가..하며, 형수의 마음을 알아봐달라며 둘만의 여행을 권고한다. 학자인 형은, 매우 점잖으며 순수한 지성이지만, 조금씩 광기의 모습을 보이며, 아버지처럼 동생인 '나'가 섬세하지못하고 속세적임을 비판한다.

 

메이지시대를 살던 지성인은, 서양문명의 몇백년을 40여년만에 소화를 해내야만 하는 대격변을 몸과 마음으로 다 겪었다. 이는 현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그 와중에 매우 절대적이고 철저한 형은 자신이 요구하는 것과 세걔의 모습이 다르며, 자신의 이상과 결함의 부조화에 심한 갈등을 느끼는데... 맨처음 형수의 마음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은, 읽는 나 또한 놀라며 욕(^^;;;)을 내뱉게 만들었지만, 점차로 그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 책 이야기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 그는 그것은 아마 '불안'이 아닐까 하고 말했고, 마침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53692&cid=41893&categoryId=41899,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88704&cid=41978&categoryId=41985)]이 생각나 찾아보니....좀 더 예민하게 느낄뿐 형의 모습은, 현대인의 고뇌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 예민하고 갈등하는 마음만큼이나 강함이 없기 떄문에 마치 요동치는 무언가를 넣어두고 관찰하기엔 그 유리병이 약하여 꺠질듯한 소유자인지라 (그가 '강한' 니체를 인용하며 뛰어내려가는 장면은 아이러니인지 아니면 동경인지...아마도 후자일듯), 아버지의 세상에 대한 속된 처세나 '나'의 둔하지만 공감하는 것이나, 합리적인 'H"의 제안도 통하지않는다. 다만, 이해하지 못하나 가족의 염려와, 또 이해는 하지만 설득하지 못함에도 H와 '나'의 따뜻한 시선을 보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엔 다리가 없으나..작은 나의 세계와 세상을 격리시키는 그 유리문안으로 이따금 사람이 들어온다' 고 인용하여 말하고 싶다.

 

...자네도 하루중 손해도 이득도 필요하지않는, 선도 악도 생각하지않는 그저 자연 그대로의 마음을 자연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는 일이 한두번은 있겠지? 내가고귀하다는 건 그떄의 자네를 말하는거네. 그떄에 한해서야...p.367

 

...그날이 되어 수많은 군중이 무함마드 주위를 에워쌌을때 그는 약속대로 커다란 소리를 질러 건너편 산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명령했네. 그러나 산은 꿈쩍도 하지않았지....움직일 기미가 보이지않는 산을 보았을떄 그는 군중에게 말했지. "나는 약속대로 산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산은 오고 싶지않은거 같다. 산이 와주지않는 이상 내가 갈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무함마드는 이렇게 말하고 산 쪽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고 하네....왜 산쪽으로 걸어가지않나?..자넨 산을 불러들이는 사람이네. 불러들이고 오지않으면 화를 내는 사람이지.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하는 사람이네. 그리고 산을 나쁘게 비판하는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지. 왜 산 쪽으로 걸어갈 생각은 안하나?

..혹시 그쪽이 이쪽으로 와야할 의무가 있다면 어떤가?

.. 그쪽에 의무가 있든 말든 이쪽에 필요가 있다면 이쪽이 가면 되는 일 아닌가?

..의무가 없는 곳에 필요가 있을리 없지

..그럼 행복을 위해 가는것. 필요 떄문에 가고 싶지않다면말일세...

..거기에 자네 이외의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지.. 위대할지 모르지, 내가 지니까, 하지만 대체로 내 의지보다 선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네. 나는 그들에게 질 리가 없을 텐데도 지네. 그러니 화가 나는 걸세..p.383~386

(요즘은 정말 누구말대로 읽는 책이 타로점괘인듯하다. 어제 속상하던 와중에 이 부분을 읽고있다가 그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니 그가 "그게 정답이네"라고 말했다. 음, 정답이다...하지만, 정답대로 따르는게 원래 문제보다 진짜 문제인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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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나츠메 소세키 전집의 제 8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s******6 | 2018.05.23 리뷰제목
나츠메 소세키 선생님의 전집의 제 8권인 ‘행인’ 입니다. 나츠메 소세키의 작품은 이미 여러 다른 번역 버전을 통해 접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읽어보았던 번역본 중에서 아마 제일 깔끔하고 간결한 번역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번역도 수려한데, 책도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서 더더욱 마음에 듭니다.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을 아직 읽어본적이 없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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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 소세키 선생님의 전집의 제 8권인 ‘행인’ 입니다. 나츠메 소세키의 작품은 이미 여러 다른 번역 버전을 통해 접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읽어보았던 번역본 중에서 아마 제일 깔끔하고 간결한 번역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번역도 수려한데, 책도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서 더더욱 마음에 듭니다.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을 아직 읽어본적이 없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여러 번역본이 있지만, 본 번역본을 가장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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