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와 수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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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리뷰 총점 8.9 (111건)
분야
소설 > 추리/미스터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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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토니와 수잔 - 오스틴 라이트 평점9점 | g*******7 | 2017.08.19 리뷰제목
(스포일이 될 수 있으니 읽기 전에 참고하세요.) 액자식 구성이 그리 새로울 것도 없지만, 적어도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은 그러한 구성을 통하여 스릴러의 묘미를 극대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스릴러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이 작품 속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 안의 이야기가 동시에 흥미와 스릴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통상 누군
리뷰제목

 (스포일이 될 수 있으니 읽기 전에 참고하세요.)


 액자식 구성이 그리 새로울 것도 없지만, 적어도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은 그러한 구성을 통하여 스릴러의 묘미를 극대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스릴러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이 작품 속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 안의 이야기가 동시에 흥미와 스릴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통상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라는 형식이 액자식 구성에 많이 쓰이는 방법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수잔은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읽는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작품 속의 토니의 이야기가 각각의 긴장감을 향해 흘러가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전 남편인 에드워드가 자신이 쓴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수잔에게 평을 의뢰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드워드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장점은 많은데, 무언가 빠진 것이 있으니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 내용이 수잔은 물론이거니와 독자에게 왠지 파문을 일으키는 느낌이 든다. 이전에 부부였을 때, 에드워드의 글 솜씨에 대하여 소질이 없다고 비판한 수잔에게 이제서야 복수를 하려는 것일까? 분명 그러한 의도가 느껴지지만, 동시에 그가 빠진 것을 찾아보라고 한 부분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잔은 <녹터널 애니멀스>를 읽기 시작한다. 물론 독자 역시 수잔과 같은 마음이 되어 <토니와 수잔>이라는 작품 안의 이야기 <녹터널 애니멀스>에 몰입하게 된다.


 수학과 교수인 토니 헤이스팅스는 사랑하는 아내와 외동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우리와 달리 거대한 미국의 고속도로는 밤이 되면 인적은 물론이거니와 도로 자체에 차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배경의 설정이 주는 공포는 왠지 고립과 비문명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확 트인 도로에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 일상에서의 묘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실제 그러한 공포가 바로 토니 가족에게 벌어진다. 고속도로에서 괴한들이 그들의 차에 대하여 위협을 가하게 되고, 약간의 접촉이 발생하여 갓길에 차를 세우면서 수잔은 물론이거니와 나 역시 토니에게 몰입하게 된다. 세 명의 괴한이 시비를 걸면서 토니의 가족들을 위협하지만,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토니에게는 그들에게 별달리 저항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단순히 밤이 되었다는 이유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괴한들의 위협으로 인하여 이들 가족은 위험에 쳐하게 되고, 심지어 이미 그들에게 불길한 일이 벌어지리라 직감하게 된다.


 건실한 중산층인 이들이 겪는 공포는 수잔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역시 똑같은 상황에서는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가슴을 졸이게 된다. 그러나, 홀로 가족과 떨어진 토니는 결국 트레일러에서 아내와 딸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이후 벌어지는 토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순식간에 가족을 잃고 홀로 된 토니는 아내와 딸의 장례조차 어떻게 치뤄야 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고, 유부녀를 비롯한 주위의 여성들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면서 결국 자신의 대학원 제자와 잠자리를 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토니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살아 남았지만, 악당들에 대헌 처리는 경찰에게 맡겨둔 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토니는 왠지 수잔의 현재 모습과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공포가 공유되는 느낌이다.


 에드워드와 떨어져 지낸 채, 유부남인 아놀드라는 의사와의 불륜으로 인하여 결국 에드워드와 이혼을 한 수잔의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양심의 가책. 그리고, 아놀드와 재혼을 하였지만, 문학 교수가 아닌 평범한 주부로서 바람을 피운 남편에 대한 불안감으로 흔들리고 있던 수잔의 심정은 가족을 잃은 토니의 상황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기에 토니의 공포는 곧 수잔의 공포로 다가오게 된다. 그렇게 놓고 보니 이해할 수 없던 토니의 불안한 모습은 수잔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역시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상황에서 토니가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이러한 토니의 현실적인 상황은 경찰인 바비 안데스에 의하여 극단적인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범인이 확실한 레이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데스는 불법적으로 레이 일당을 토니와 함께 처리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야행성 동물을 뜻하는 <녹터널 애니멀스> 제목처럼 어쩌면 악당 레이가 아닌 바비 안데스로 인하여 함께 폭력적인 성향을 내비치는 토니를 지칭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역시 한밤중에 레이에게 결국 그를 살해하면서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좀더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토니가 오히려 에드워드라고 본다면 악당 레이는 바로 수잔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녀가 불륜을 저질러 에드워드와의 이혼을 통하여 가정을 무너뜨린 것은 바로 토니의 아내와 딸이 살해된 것으로, 토니의 분노를 일으켜 폭력적으로 만든 레이의 독설은 에드워드의 글 솜씨에 대한 수잔의 신랄한 비판으로도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토니에게 몰입하여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고, 결국 토니가 아닌 레이가 수잔일 수도 있다는 것을 통하여 에드워드 나름의 복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그러한 에드워드의 의도를 알면서도 오히려 현재의 남편인 아놀드와 에드워드를 비교하는 장면이라든지 에드워드를 만나기 위하여 직접 그가 머물던 호텔로 찾아가는 것은 모든 것이 에드워드가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기에 이미 이 책을 읽는 순간 수잔은 바로 에드워드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뒤늦게 이것을 알아채고, 수잔은 책에 대한 비평 대신 도도한 편지를 에드워드에게 보내지만, 이미 그녀의 상황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기에 그러한 그녀의 행동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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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녹터널 애니멀스 원작 소설『토니와 수잔』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g********s | 2017.02.23 리뷰제목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 소개한 책이다. 진행자 두 사람이 극찬을 하였다. 1부만 듣고 바로 구매했다.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책도 출간된 것 같다. 영화는 우리나라에 2017년 1월 개봉이었고 책은 2016년 12월에 출간된데다 표지도 영화 포스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책을 읽기도 전에 영화는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영화가 더 유명한 것 같긴 했지만)   구성이 특이하다. 문학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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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 소개한 책이다. 진행자 두 사람이 극찬을 하였다. 1부만 듣고 바로 구매했다.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책도 출간된 것 같다. 영화는 우리나라에 2017년 1월 개봉이었고 책은 2016년 12월에 출간된데다 표지도 영화 포스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책을 읽기도 전에 영화는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영화가 더 유명한 것 같긴 했지만)

 

 

구성이 특이하다. 문학 시간에 배운 용어 그대로 하자면 '액자식 구성'이라고 하면 되는데 이걸로는 뭔가 부족한 설명이다. 내가 이제껏 만난 액자식 구성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이다. 액자가 마치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문(門)인 것 처럼 액자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A세계에서 헤매다가 현실에 돌아올 시간엔 다시 문을 통과해 나와서 B세계로 온다랄까. 가상 세계인 A는 시간의 흐름이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가지만 현실 세계인 B는 뒤죽박죽으로 시간을 넘나든다. 가상 세계는 수잔의 전남편 에드워드가 쓴 소설 속 세계를 의미한다. 그 소설 제목이 녹터널 애니멀스이다. 

 

전남편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왜 자기가 쓴 소설을 보냈을까? 수잔은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의문을 품는다. 도대체 왜? 헤어진지 20년, 지금의 수잔은 "잡다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으려고 책을 읽는"(11쪽) 심장전문 외과의사 남편을 둔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 그러면서 지역 전문대에 일주일 세 번 강의하는 시간 강사이며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는 주부이다. 전남편은 편지에다 "그녀는 그에게 최고의 비평가"(9쪽)라고 추켜 세우며 소설을 읽고 '가혹한 비평'을 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과연 그럴까. 수잔도 의심을 가지지만 독자 역사 께름칙 하다.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에드워드의 비웃음도 커지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더욱 의심스럽다.

 

소설 속 주인공 토니는 누구를 상징하는 걸까? 소심하고 겁많지만 겉으로는 교양있고 지적인 척 하는 토니는 안타까운 사고를 겪는다. 이 정도는 슬퍼해야할 것 같아서 슬퍼하는 척, 우울한 척 하는 토니가 가증스러우면서도 우리 모습의 단면이기도 한 것 같아 찔리는 면도 있다.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어느 한 이야기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수잔의 이야기, 소설 속 토니 이야기, 둘 다 궁금하다. 수잔의 이야기는 과거가, 토니 이야기는 결말이 궁금하다. 그래서 쭉쭉 읽힌다.

 

번역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읽다가 툭, 막히는 듯한 문장들때문이다. 번역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둡고 스산한 소설이지만 심리적인 대립을 절묘한 방식으로 긴장있게 서술한다. 영화로도 꼭 만나고 싶다.

 

 

 

편집 오류 의심 : 383쪽 밑에서 7번째 줄(맞출 수 --->맞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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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토니와 수잔》 그녀의 삶에 빠진 건 뭘까? 평점10점 | r*******n | 2017.01.16 리뷰제목
어떤 소설이 시시하다면, 당신의 삶이 시시하기 때문이고, 어떤 소설이 끔찍하게 느껴지면 당신의 삶 역시 끔찍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소설은 누군가의 삶을 구원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소설은 누군가의 뺨을 후려쳐서 절망에 이르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이라는 문학, 혹은 문학이라는 삶은 서로 떼어놓고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는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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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이 시시하다면, 당신의 삶이 시시하기 때문이고, 어떤 소설이 끔찍하게 느껴지면 당신의 삶 역시 끔찍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소설은 누군가의 삶을 구원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소설은 누군가의 뺨을 후려쳐서 절망에 이르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이라는 문학, 혹은 문학이라는 삶은 서로 떼어놓고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따라서 모든 비평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당신이 어떤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당신의 외면하고 싶었던 삶의 그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여기,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한 여자가 있다. 소설과 삶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나 매혹적으로 스토리를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를 나는 만난 적이 없다.

그녀는 지금의 이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불안은 그 원인에 비해 터무니없이 심각하다. 그녀는 이 소설 속 토니의 이야기가 에드워드를 그녀의 마음속에서 부활시켰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그녀에게 또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니의 이야기 어딘가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게 뭔지 혹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집안일을 하는 동안 기억을 뒤져 그걸 찾아보려고 애썼다.

수잔은 전남편 에드워드로부터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락을 받는다. 자신이 소설을 하나 썼는데 읽어봐 주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오래 전 글쓰기 초보였던 에드워드가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이 두 사람 사이에 생긴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걸 떠올린 수잔은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당시 수잔은 의도했던 것보다 더 가혹하게 그의 글을 비평했었기에, 그녀는 이제 와서 소설을 읽고 뭐가 부족한지 말해달라는 그의 연락에 과거가 떠올라 불쾌했지만, 그를 의심하고 거부하기 민만해서 책을 보내라고 말한다.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제목을 가진 그 소설은 한 가족이 겪게 되는 무시무시하고도 끔찍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소설 속 토니는 대학 교수로 아내와 딸과 함께 휴가로 여름 별장에 가는 길이었다. 늦게 출발한데다 타이어까지 가느라 더 지체돼서 한밤까지 운전을 하는 중이었는데, 딸이 숙소를 찾지 말고 그냥 밤새 달리라는 제안에 평소의 습관들을 내팽개치고 한밤의 질주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시비를 거는 한 자동차를 만나 가벼운 사고가 생기고, 차에 탄 남자들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휘말려 토니는 아내와 딸과 서로 다른 차에 탄 채로 남자들에게 이끌려 가게 된다. 그렇게 가족들을 갈라놓은 그들은 토니를 외딴 숲에 내던지듯 홀로 남겨두고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그 장소로 돌아와 숨어 있는 토니에게 아내와 딸을 핑계로 나오라고 소리치지만, 공포로 인해 나서지 못한다. 토니는 자신의 비겁함을 저주하고 후회하지만, 그 후로 아내와 딸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고 만다. 그 이후로 토니의 삶에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매우 가차없고, 잔인하게 진행된다.

토니의 세계는 수잔의 세계와 닮았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폭력만 빼면. 그런데 그 폭력 때문에 둘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다르다. 이런 불운을 목격하도록 유도돼서 내가 얻는 게 뭘까? 수잔은 궁금했다. 이 소설은 토니의 인생과 내 인생 사이의 차이를 확대시키는 걸까, 아니면 우리 둘을 합치는 걸까? 이건 날 위협하는 걸까, 아니면 달래주는 걸까?

그런 질문들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갔지만 잠시 독서를 중단했는데도 아무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전남편이 보낸 소설을 읽는 '현재'의 수잔과 극중극인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의 이야기, 그리고 수잔의 회상으로 드러나는 에드워드와 수잔의 '과거'이야기로 진행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에드워드와 수잔이 아니라 토니와 수잔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전남편 에드워드는 극중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수잔에 의해 언급되기만 하므로, 그는 이 작품에서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에드워드는 (그가 20년만에 연락을 하기 전까지) 수잔의 삶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존재였고, 그가 거의 일방적으로 그녀로 하여금 읽도록 만드는 소설이야말로 그가 오래 전 그녀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자신만의 복수였는데, 그것 또한 매우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사실 굉장히 에둘러서 말하는 과거의 지나간 분노이지만, 현재의 그녀를 불안에 떨게 할 만큼의 임팩트 있는 복수 혹은 응징이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수잔은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읽으며 극중 주인공 토니가 처한 상황에 대해 감정이입하고 상황에 몰입하게 되면서, 과거의 에드워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에드워드가 자신에게 그것을 보낸 이유를 찾으려던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균열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다. 영문학 교수라는 꿈과 문학에 대한 야망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그저 파트타임으로 강의를 나가는 주부라는 현실과 외과 의사 남편 덕에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만 그는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 상태고, 그녀는 화가 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그저 가정이라는 허상을 위태롭게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녹터널 애니멀스' 속의 평범하지만 비겁했던, 정의롭지 못하고 비열했던 토니와 별다를 바 없이 말이다. 수잔의 현실보다 토니의 허구가 훨씬 더 생생하게 펼쳐지면서, 극중 소설이 과거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매우 난폭한 상징이라는 것이 부각되어 이야기는 겹겹의 페이스트리 처럼 견고하게 쌓여 단단하게 흘러간다.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톰 포드 감독의 영화는 아마도 이들이 서로에게 행하는 우아한 복수와 지키지 못한 사랑에 관해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오스틴 라이트의 원작에서 소설과 삶에 관한 매우 아름답고도 매혹적인 지점들을 더 많이 보았다. 하나의 작품에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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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퍼즐과도 같은 심리 스릴러의 정수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8 | 2017.04.13 리뷰제목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영화 《싱글맨》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른 톰 포드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2016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소설 『토니와 수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오스틴 라이트의 역작이다. 48세의 늦은 나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스틴 라이트가 죽기 10년 전인 72세 때 발표한 이 소설은 출간 당시에는 다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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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영화 《싱글맨》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른 톰 포드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2016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소설 『토니와 수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오스틴 라이트의 역작이다. 48세의 늦은 나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스틴 라이트가 죽기 10년 전인 72세 때 발표한 이 소설은 출간 당시에는 다른 소설들만큼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증쇄를 거듭했다.
스릴러로서는 드물게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작품의 주인공인 수잔의 이야기와 수잔이 읽는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의 주인공 토니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우리는 이와 같은 구성을 통해 수잔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토니의 이야기를 읽는 수잔의 독백이나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중산층 주부인 수잔의 불안과 수잔의 작가 콤플렉스, 수잔의 전 남편 에드워드가 품은 자신의 재능에 대한 회의, 작가라는 전지적 입장에서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휘두르는 폭력성, 소설 속 주인공인 토니의 지극히 현실적인 지질함과 비겁함, 악당 레이를 통한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등 한 작품 안에서 결혼, 사랑, 분노, 배신, 살인, 복수, 독자와 작가의 관계 같은 다양한 주제를 정교하게 엮어낸다.


작가가 되겠다며 로스쿨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시작한 에드워드.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번듯한 작품을 완성해내지 못한다. 이런 무능력한 남편에게 지쳐 위층에 살던 심장 전문의 아놀드와 간통을 저지르고 결국 이혼 후 아놀드와 재혼하게 된 수잔. 중산층의 여유로운 삶을 누리던 그녀에게 헤어진 지 20년 만에 에드워드의 편지가 날아든다. 자신이 쓴 소설을 보낼 테니 그걸 읽고 거기에 빠진 게 뭔지 알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잔은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그가 보낸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읽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토니는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아내와 딸과 함께 별장으로 향한다.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그의 가족은 상식을 벗어난 무법자들에게 불시에 공격을 당하고, 평생 폭력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토니는 제대로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아내와 딸이 납치되는 걸 지켜보게 되는데……. 처참한 비극과 핏빛 복수로 가득한 에드워드의 소설은 수잔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을 드리우며 수잔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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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토니와 수잔]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 원작 소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j****y | 2017.02.20 리뷰제목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은 톰 포드가 만든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소설이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안 봤지만, 마침 <토니와 수잔>을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2주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했기에 방송을 다 듣고 나서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액자식 구성이다. 촉망받는 의사와 재혼해 세 아이를 둔 수잔은 전남편 에드워드로부터 소포를 받는다. 소포를 열어보니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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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은 톰 포드가 만든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소설이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안 봤지만, 마침 <토니와 수잔>을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2주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했기에 방송을 다 듣고 나서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액자식 구성이다. 촉망받는 의사와 재혼해 세 아이를 둔 수잔은 전남편 에드워드로부터 소포를 받는다. 소포를 열어보니 에드워드가 쓴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소설의 원고가 담겨 있다. 그들이 부부였을 때 작가 지망생이던 에드워드에게 냉혹한 비평을 쏟아내곤 했던 수잔은 에드워드가 쓴 소설을 읽기가 꺼려진다.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수잔. 소설에는 토니와 아내 로라, 딸 헬렌이 나온다. 세 사람은 차를 타고 한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괴한들을 맞닥뜨리고 무시무시한 일을 겪는다. 수잔은 에드워드의 소설에 매혹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에드워드가 무슨 의도로 이 소설을 자신에게 보냈는지 의아하다. 


이 소설은 흔한 스릴러 소설처럼 보인다. 에드워드가 보낸 소설을 읽으면서 에드워드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는 수잔은 스릴러 소설 속 탐정 또는 형사 같고, 수잔에게 25년 묵은 복수를 실행하는 에드워드는 사람을 실제로 죽이지 않았을 뿐 극악무도한 살인귀 같다. 


이 소설은 넓게 보면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 대한 거대한 비유다. 독자인 수잔은 작가인 에드워드를 평가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에드워드가 초보 작가였을 때는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고, 이십여 년이 흘러 '녹터널 애니멀스' 원고를 받아든 지금도 에드워드의 글솜씨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겸 소설을 읽다가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는다. 작가인 에드워드에게 수잔의 평가는 절대적이다. 오죽하면 처절하게 배신을 당하고 이혼한 지 이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수잔에게 복수할 생각을 했을까. 결국 수잔은 에드워드에게 크게 한 방 먹지만, 한 방 먹은 기분이 그저 씁쓸하지만은 않다. 그 덕분에 수잔은 힘든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현실로부터 도망쳤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보기.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자 독자가 작가에게 기대하는 최선이 아닌가. 


소설을 읽는 내내 수잔이 뭐라고 자기를 변호할지 궁금했다. 아니, 수잔이 어떻게든 자기 이야기를 하길 바랐다. 수잔이 에드워드를 배신한 것은 맞지만 수잔으로서는 에드워드를 떠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 에드워드에게 수잔이 재앙이었듯, 수잔에게도 에드워드는 재앙이었다. 부디 수잔이 자신의 시점으로 쓴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제목은 '다이어널 애니멀스(diurnal animals, 주행성 동물)'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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