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놀랍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이 작품이 발표된 때가 1950년이었고, 두번째는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은 어쩌다 마주친 한 사람의 개입으로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그 절망감은 깊이를 모를 검은 바다와 같으리라. 그대신 희망도 있다. 우연히 마주친 한 사람의 친절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래, 선과 악은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그렇기에 우리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곳이 천국일수도 지옥일수도 있겠다. 묵직한 주제를 흥미롭게 끌어가는 작가의 수완이 참으로 놀랍다. 그것도 데뷔작이라니. 끙~
하이스미스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남다르게 조숙하고 영리했던 그녀는 인간의 심리와 본질에 관해 비상한 감각을 얻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40년 동안의 작가 생활동안 거의 은둔 생활을 보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스위스가 좋아 거기서 생을 마감했다.
"서스펜스 소설 작가라면 단순히 잔인함을 묘사한다든가 피가 흐르는 것 외의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한다. 이 세상의 정의와 그것의 부재에 관심을 기울이며, 선과 악, 인간의 비겁함과 용감함에 대해 알아야 한다. 비록 그것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러한 힘이 방향과 줄거리를 움직이는 법이다." 하이스미스의 말이다.
한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벤 애플렉 주연(가이 역이겠지?), 길리언 플린 각색으로 올해 연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영화명은 〈스트레인저스〉. 최근 세 사람은 〈나를 찾아줘〉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어떻게 영상으로 그려낼지 기대되는 걸~ ^^
이따금 어떤 애정은 사람을 죽게 하고, 미치게 만든다. 혹은 어딘가에서는, 역으로 죽음과 광기가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일어난다. 이 같은 복잡한 일들은 손쉽게 인간의 윤리 의식에 도전을 선포한다. 혼재(混在)와 혼돈(混沌)에 함께 들어간 섞일 혼 자는 의식과 의식이 간접하지 못하는 것 사이의 전쟁을 상징하는 것 같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 내가 들여다보고 싶은 부분은 감정과 감정 간의 연결이다. 늘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반갑게도 하이스미스는 아주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나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었다. 그 어떤 사건보다도,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그가 하는 생각이었으며 따라서 변덕과 혼란은 더 이상 헤아릴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자 한 사람처럼 보이는(지킬 앤 하이드를 연상할 수도 있다) 주인공들, 가이와 브루노는 그들이 번복했던 말처럼 “사람들, 감정들, 모든 것이 이중적이라는 거죠. 개개인의 마음속에 두 사람이 있는 거죠. 보이지 않는 당신의 일부처럼 당신과 정반대인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고, 숨어서 기다리고 있”(323p)는 이들이었다. 이 소설의 사건인 ‘교차살인’은 이들을 드러내는 가장 효과적인 소재다.
양극단이라는 단어는 아주 재미있는 단어로, 앞의 인용문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양극단은 단어 그 자체로 하나를 말한다. 조금 다른 A와 B가 아니고, 1에 2를 더한 3도 아니며, 끝과 끝에 있는 것이다. ‘끝’이 다른 방향으로 두 번 되풀이되면 그것은 양극단이라는 한 단어로 묶인다. 어느 쪽도 ‘시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붙여주기에는 더없이 알맞은 표현이다.
가이와 브루노는 양극단의 인물들로, 끝과 끝에서 무한히 잡아끌고 당겨지기를 번갈아 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팽팽한 끈이 끊어지면 남은 쪽이 힘없이 튕겨져나가는 것과 같이, 브루노의 (예정된) 죽음이라는 사건은, 양극단으로 존재할 때 온전한 균형을 무너뜨린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그 균형이 무너지기까지의 쉴 새 없는 긴장감을 이야기 내내 데려가는 작품이다.
(하략)
알랑 들롱의 눈빛이 강렬했던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만났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그녀의 데뷔작인 이 작품 <열차 안의 낯선자들> 역시
레이먼드 챈들러가 각본을 쓰고 거장 히치콕이 감독했던 영화로 처음 만났다.
그녀의 작품이 영화화가 잘된 이유는
플롯과 장면들이 스릴러/미스테리 답게 반전과 긴장감이 넘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심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라,
명연출이나 명배우를 만났을 때 줄 수 있는 인상이 매우 강력하고 이입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장면장면의 전환과 사건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이 작품은 주인공인 가이의 복잡한 심리 묘사가 숨쉴 틈 없이 계속된다.
이혼하고자 함과 또 다른 사랑의 시작.
낯선 이와의 만남과 엉뚱하고 섬뜩한 제안에 대한 당황.
새로운 일의 시작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이후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슬픔, 아픔과 안타까움.
그리고...
첫번째 사건 이후의 격한 감정들.
두번째 사건이 일어나기 까지의 그 회오리와 그 사건.
다 결말이 지어졌을 때의 그 느낌들.
이 모든 것들이 사건과 심리 양쪽을 돌아가며 휘몰아친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영화에서는 어쨌드라,, 하면서 읽었지만
어느덧 텍스트만이 주는 매력에 빠져 읽게 된다.
마치 가이가 된 마냥 이입되어
브루노와의 이 질긴 인연이 어떤 결말을 갖게 될지 궁금해 하며 읽게 되는데..
또 다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실현된다면 무조건 예매 예약해야 할 영화가 한편 더 늘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구매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여덟건의 완벽한 살인사건에서 주인공이 꼽은 재미있는 추리소설 목록 중에 하나여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서로 모르는 낯선 자들이 서로의 알리바이를 위해 대신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이런 클리셰는 미드나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고는 하는데 이 책을 몰랐을 떄는 참신한 생각이라고 생각했고, 이 책을 알게 된 뒤로는 작가의 기발함에 놀라게 되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그녀의 책들을 더 구매해서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