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모집이 뜨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책들은 주로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서평단 모집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거 몰린 책이 있었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는 신선한 제목에 관심이 생겼고, 관심은 곧 읽고 싶은 마음으로 확장되었다. 마음의 간절한 바람은 온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당기듯 현실로 치환되는 신비한 체험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책만 읽어도 된다.』의 저자 조혜경 작가님으로부터 서평단 제의를 묻는 쪽지를 받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 쪽지를 건넸다. 늘 알뜰살뜰 챙겨주시는 조혜경 작가님 덕분에 출판사 대표님께서 정성껏 보내주신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이 뜨거웠던 이 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를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은 감동과 여운이 너무 깊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까지 하게 된 책~!
출판사의 슬로건이 맘에 들었다. "습관은 반드시 실천할 때 만들어집니다."라는 타이틀 문구로 책의 속지에 이 책을 소개하고 있어 발췌해 보았다.
"좋은습관연구소의 34번째 습관은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필사습관입니다. 이 책은 글쓰기 관련 책 집필과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글밥 김선영 작가가 자신의 필사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문장 30개를 뽑고 소개한 책입니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 글밥 김선영/ 좋은습관연구소, 2023년 11월06일
이 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의 저자 글밥 김선영 작가는 감성과 지성을 자극하는 문장을 발견하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문장수집가로서 4년 동안 매일 필사를 하면서 글쓰는 사람의 태도와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글쓰기라는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쉽고 빠른 문이 필사다."라고 설파한다. 13년 동안 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방송 글을 썼다. 현재 작가와 글쓰기 코치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어른의 문장력』, 『어른의 문해력』,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가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3장으로 분류되어 있다. 1장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법"이라는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1장은 10개의 필사문을 담고 있다. 정세랑의 소설<시선으로부터>를 읽고 쓰는 사람들에게 뻔뻔함이 완전히 거세된다면 진짜 읽을 만한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담은 "일단 뻔뻔해지자"의 에피소드는 글쓰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소설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는 이 책을 집필해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다고 하니 글에 대한 책임은 다한 셈이라고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내 글을 책임지는 법".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의 "산책만 해도 글이 나온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발췌한 이어령 선생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다루고 있는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을 써야 하는 이유", 박완서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서 "베"와 관련해서 연륜이 묻어나는 "지금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등의 작품들이 담겨 있다.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 쓰는 것. 몸의 감각이 쓰기 모드로 활성화되고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밑 원고가 다져진다. 모터가 돌아가고 원고가 불어나 있으면 그 불어난 힘이 글의 소용돌이로 나를 데려간다." - 은유 『쓰기의 말들』 p.35 -
글쓰기를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쓰는 법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작가는 역설한다. 우리의 습관도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의 관습들이 관성처럼 작용하듯, 글쓰기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말이다. 자동차에 시동이 꺼지고 한참 뒤에 시동을 걸 때 예열이 필요한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 간단한 원리에 단순한 진실이 묻어있다. 이 책의 작가처럼 '아무리 바빠도 매일같이 필사 습관'을 통해 글쓰기 근육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2장은 "더 다채롭게 표현하는 법"이란 주제로 15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특히 2장에서는 훌륭한 문장에 담긴 표현 기술을 다루고 있으며, 동사나 오감을 활용한 묘사법과 복잡한 감정선을 세심하게 묘사하는 표현 기술과 그 외에도 다양한 표현 기법을 알려준다.
15개의 필사문을 담고 있는 2장은 분량의 비중이 큰 만큼 다채로운 문장을 표현하는 기법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글이 착하면 재미가 없어요"라고 시작하는 이성복의 <무한화서>에서 발췌한 글과 관련한 "나의 흑역사 쓰기", 필사를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꼭 거쳐 간다는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관련된 "잘 쪼개고 분석하고 합성하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자."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것>과 관련해서 "묘사 잘하는 법 (관찰한 다음 동사를 써라.), 후각과 시각으로 묘사하는 법,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묘사법, 문장의 리듬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운율을 살려 쓰기", 이승우의 <한 낮의 시선>과 관련한 "복잡한 감정선 표현하기", 박완서 작가님 글에는 어른의 품격이 깃들어 있다. 다정하고 자애로운 문체로 동심이 가득 담겨 있는 필사문과 관련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림태주의 <그리움의 문장들>과 관련한 "틀에서 벗어나 쓰기"는 시적 허용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시적 표현이 독특해서 좋았다. 특히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은 유사성을 추출해서 문장을 엮어내는 신선한 기법이라 한번쯤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랑, 행복, 슬픔은 모두 '젖어 드는' 감정들이다. 때로는 폭우처럼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가랑비처럼 어느새 정신 차려보면 푹 젖어 있게 한다. 피한다고 피할 수가 없고, 잡는다고 잡혀지지 않는 증발성을 띄기도 한다." -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p.60 -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글을 쓴 김이나 작가는 누구보다 섬세한 촉수로 감정의 속성들을 파악하고 있다. 사랑, 행복, 슬픔이란 세 가지 감정에 모두 '젖어 드는' 감정들로 유사성을 추출해서 묶어내고, '증발성'이란 다른 유사성을 찾아내어 더욱 풍성하고 공감가는 표현을 이끌어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설명한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필사문을 옮겨 적으면서 그동안 글쓰기에 대해 너무나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문체에만 급급했다. 2장의 내용들을 읽는 내내 '글쓰기'의 표현 기법이 이렇게 다양하고 다채롭게 표현되고 구현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장은 "인간미 넘치는 '쓰는사람'이 되는 법"이란 주제로 5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으며,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글쓰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논하는 3장은 5개의 필사문을 담고 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의 필사문과 관련한 "아무것도 아닌 것에 주목할 때"에서 '아무것'이란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어떤 것이라고 한다. 흔히 말해서 '로망'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글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관련된 "글을 쓰는 이유를 자주 질문해보자"에서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이유를 묻는다. 그 이유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보면 끝에는 '성찰'이 남는다. 삶을 배제시킨 글쓰기는 있을 수 없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글은 흘러넘친다." (p.244)라고 작가는 의미심장한 글을 툭 던져 놓는다.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발췌한 글에서는 "책 쓰기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다. 책 쓰는 고통을 온전히 홀로 견뎌야 하기 때문에 책을 쓴다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필사 문장을 보고 작가가 느낀 감상의 글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에 한번 발췌해 보았다.
"버킷리스트에 '내 이름으로 책 내기'를 담아둔 사람이 많다. 광막하고 까마득한 우주에 미세 먼지 한 톨도 되지 못한 나라는 존재.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존재의 흔적을 남기려는 애씀이다. 거창한 의미를 담지 않더라도 유일무이한 나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멋진 일이 분명하다." (p.261)
이 책을 통해 글을 쓰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면, 본격적인 글쓰기 기법으로 다채로운 문장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필사 습관을 통해 다지면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있다면 글 쓰는 이의 마음일 것이다. 어떤 마음을 갖고 글을 쓰느냐에 따라 글이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글쓰는 이의 책임과 책무에 대해 이렇게 논한다. "혐오와 차별, 고정관념을 양산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글쓰는 사람의 소극적인 책무라면, 나와 관계없는 타인의 아픔을 함께 끌어안으려는 태도는 적극적 책무다." (p.258)
"필사가 왜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 작가는 좋은 글을 쓰는 최고의 비법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을 많이 읽으면 글쓰기에 재료가 되는 배경지식이 넓어지며, 사고의 영역이 확장되어 맥락을 짚어내는 힘이 길러지고, 문해력과 문장력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쭉 일별(一瞥)하고, 다시 읽으면서 밑줄 친 내용들을 노트에 필사하며 기록을 남겼다.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해 준 필사 문장 30개를 일일이 쓰면서 작가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했었다. "글은 표현의 결과이자 사고의 과정이다. 글을 읽고 따라 쓰면 작가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체험한다. 잠시라도 그 사람이 된다." (p.194) 글을 따라 쓰면서 글 속에 깃든 작가의 생각을 관통하게 되는데, 여기서 손끝으로 스며든 작가의 생각이 내 몸을 관통하며 화학 반응을 이루고 자연스럽게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내 정신에 깃들게 되는 것이리라.
이 책은 진부하게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론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치열한 삶의 한 가운데로 글쓰기를 소환한다. 삶을 배제시킨 글쓰기는 허용하지 않는다.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글쓰기는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견인하기도 한다. "책이 삶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다. 삶으로 들어온 책은 나를 구성하는 생각 세포가 되어 결국 글로 표현된다." (p.79) 방송 작가로 지내온 13년 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작가의 고단했던 방송계의 생활을 알 수 있었고, 첫 해외여행으로 간 스페인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하는데, 더 이상의 언급은 없어서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아마도 필사 문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필사를 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니 작가의 시선대로, 생각대로 점점 타자화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섬세한 묘사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의 다음 차기작은 여행에세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 섞인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첫 날, 바르셀로나 람블라 거리로 나섰을 때 눈앞에 들어온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 시리게 파란 하늘 아래로 낮게 떠 있는 뭉게구름, 마치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 기분이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플라타너스 가로수 잎의 진동까지. 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 파문이 일었다." (p.191)
"남이 쓴 글을 읽는 건 떠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나라는 육체에 묶인 한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살아보고 싶은 충동, 큰 범주에서는 여행이지만 결국에는 또 다른 일상이 아닐까. 매일 겪는 일상이라도 여행지에서 온 것처럼 낯설게 바라보는 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글쓰기의 비밀일지도 모른다." (p.195)
" 조혜경 작가님의 추천을 받아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