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
어릴 때 부터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온 이야기입니다. 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이런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선생님 말씀은 잘 듣나요?"
경청의 의미를 되새기며 경청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강조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믿어 왔구요.
나름대로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의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신하면서 살아왔지만 그 바탕에는 "말은 중요한 거야.",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지." 같은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었던 겁니다. 상처받지 않는다고 굳게 믿어 왔지만 작은 상처들이 남긴 상흔을 애써 모른 척 하며 살아왔던 거지요.
누구나 이럴 때가 있을 겁니다. 늘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느 한 순간에는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몇몇의 말이 유난히도 뾰족하게 다가와서 상처로 남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의 말은 흘려듣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일 경우가 있기에 멀리할 수만도 없는 때가 있으니까요.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이 내뱉는 말들도 사랑의 표현이라 믿기에 나도 모르게 내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왕자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습니다. 장미와 여우가 내 주변에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해보게도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필요없어." , "내 생각이 제일 중요하지." 천상천하유아독존 같은 무협소설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흘려듣기와 걸러듣기를 위한 나만의 채를 만들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듣기 좋은 소리라고 해서 좋은 소리인 것만도 아니고 듣기 싫은 소리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요. 나 자신을 바로 세우고 나만의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나만의 채를 만들기 위한 가장 우선은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채의 그물을 만들어 가는 것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일에 있어서의 우선순위, 나의 선호도, 약간의 객관적인 시선...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채로 걸러 들은 말들이라도 바닥에서 튀어 올라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걸러진 채 속에서도 나에게 상처 줄 말들은 충분히 존재할 테니 그 아픔을 이겨낼 힘을 길러야겠지요.
이번 팬데믹을 겪으며 너무나 절실하게 우리 삶에 다가온 거리두기는 관계에서도, 말에서도, 생각에서도 필요할 겁니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얼마나 필요한 것이었는지 이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가끔은 거리를 좁혀서 다가서야 할 때도 있겠지만 좁힌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거니까요. 거리두기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됩니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타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이지 벽을 세우라는 것도 아니구요. 내 집 안에 들이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공적인 공간으로 허용된 거실까지만 들어오게 하기. 라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 방안으로 들일 말들은 나만의 채로 거르고 거실까지 들인 말들에서 더 촘촘한 채를 엮어서 한 번 더 거른 뒤 들이는 것이지요. 나름의 완충재를 만들고, 나를 지킬 힘을 길러 내어야 함을 머릿 속에 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누구나 다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다 생각해보았을 이야기일 수도 있구요. 하지만 하나하나 정리되어 차근차근 이야기되어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줍니다.
유명한 사람, 저명한 전문가의 말도 무조건 믿어서는 안된다. 그들도 명예욕, 허영심, 초조함, 불안함을 가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p76
과거의 나에게, 그리고 내 아이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
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네 생각과는 어떤 점이 다른 지 잘 생각해봐. 그리고 질문해."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남의 말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남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면 스트레스만 쌓이고, 남에게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면서 결국 나다움을 잃게 된다. 따라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익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삶의 중심을 '나'로 두면 된다. 남이 뭐라고 하던 그냥 "알겠습니다"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은 계속 되새기게 되게 된다.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회에서는 타인의 평가가 곧 나의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게 되고, 남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된다.
<나는 왜 네 말을 흘려듣지 못할까>는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기술을 보다 구체적으로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말은 남의 말을 아예 듣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가치 있는 말은 귀담아듣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말은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걸러들어야 할 말과 그 해석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직장 상사가 갑자기 “이럴 거면 일을 그만둬.”라고 했을 때, '어떡하지. 진짜 사표를 써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업무에서 큰 실수를 했구나. 이번 일을 잘 해결하고, 다음에 더욱 주의해야겠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남이 나에게 하는 말보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하거나 강요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쓰는 표현은 ‘일인칭’이어야 하죠.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그런 것을 싫어합니다’와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일인칭의 표현은 나의 생각을 말하되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너’, ‘사람’, ‘당신’으로 시작하는 이인칭·삼인칭의 말들은 애초부터 걸러 들으세요. 그러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을 일이 많이 줄어들 겁니다.
특히 저자는 이인칭이나 삼인칭의 말들은 걸러 들으라고 조언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상처받았던 말 대부분 그런 표현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나 역시 이런 말을 사용한 적이 많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누군가에게 상처 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었다. 남의 말은 걸러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의견을 전할 때, 일인칭 표현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어야겠다고 느꼈다.
남이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던지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며 자신을 지킬 것. 이것이야말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기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타인의 말로 기분이 상했다면, 그 경험을 통해 나만큼은 그런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기면 된다.